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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회마을 골목 전동차 160대 누빈다니 놀랍다

등록일 2021-05-31 18:56 게재일 2021-06-0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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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안동 하회마을 골목에 전동차들이 운행하면서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니 충격적이다. 5월 29일 오전 하회마을에서 전동차를 운전하던 50대 관광객이 중국인 관광객 2명과 해설사를 덮쳐 3명이 다치고, 마을 내 기념품판매점 가판대가 부서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4월에는 화물차가 보물 제414호인 충효당을 들이받아 기와지붕과 건물 일부가 파손되는 사고도 났다. 충효당은 1551년 지어진 서애 류성룡의 종가 고택으로 사고 후 담을 새로 쌓았다. 지난 4월 8일에는 전동차를 탄 관광객이 하회마을에서 규모가 가장 큰 북촌댁 담벼락을 들이받는 사고가 발생했다.

하회마을에는 현재 6곳의 전동차 업체에서 모두 160여대를 운행하고 있으며, 가장 빠른 전동차는 시속 50km까지 속도를 낼 수 있다. 부모가 어린자녀에게 운전대를 잡게 하는 모습도 눈에 띄어 마을주민과 관광객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하회마을 주민들은 “관광객이 운전하는 전동차가 마을 담벼락 등을 박는 사고는 매일 일어나는 것 같다”고 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같이 지정된 경주 양동마을에서는 차량 진입을 철저하게 통제하고 있다.

문제는 안동시와 문화재청이 법적으로 전동차 운행을 규제할 수 없다며 손을 놓고 있다는 것이다. 문화재청에서는 전동차들의 문화재 훼손은 문화재 보호법상 고의성이 없어 처벌이 불가능하다는 태도이며, 안동시에서는 “농지를 불법으로 메워 전동차 대여업을 하는 업체를 대상으로 고발조치 등 행정조치를 하고 있지만 벌금이 약해 차라리 벌금을 내고 말겠다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뾰족한 수가 없다”고 말했다.

하회마을은 조선시대 가옥들이 원형 그대로 보존된 곳이다. 이 마을이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이유는 과거의 문화가 주민들의 삶 속에 녹아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 중에는 일주일 동안 이곳에 숙박하면서 하회마을의 역사를 음미하며, 공부하고 간다는 기사를 본 적도 있다. 이 마을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것은 과거의 모습을 잘 보존해 다음 세대에게 물려주어야 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하회마을이 세계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를 잃지 않도록 주민과 관광객, 행정 당국 모두가 신경을 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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