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미술관 건립 유치경쟁 속에 황희 문체부 장관이 논의가 본격화되기도 전에 미술관의 수도권 건립을 시사해 유치전에 뛰어든 지역사회의 반발을 사고 있다.
황 장관은 한 언론사를 통해 “이건희 미술관은 접근성과 관광을 고려, 수도권이 적지”라는 의미의 발언을 했다. 지방도시의 유치전에 대해선 접근성이 떨어져 빌바오 효과가 기대되지 않으며 과당경쟁으로 국고손실이 엄청날 것이라는 말도 했다. 황당하기 짝이 없는 발언이다. 수도권 아니면 접근성이 없다는 말에 실소를 금치 못한다. ‘빌바오 효과’란 지방도시가 문화산업을 통해 도시 부흥을 일으킨 현상인데 제대로 알고 한 발언인지 의심스럽다.
황 장관의 수도권 입지 시사 발언은 그의 수도권 중심주의 사고를 읽게 한다. 수도권이 아니면 그 어떤 것도 할 수 없다는 생각이다. 이건희 미술관 건립에 비수도권은 아예 경쟁에서 제외하겠다는 발상부터 하고 있다.
지방의 도시들이 미술관 유치에 뛰어든 것은 그야말로 스페인의 지방도시 빌바오처럼 몰락하는 도시를 문화예술을 통해 부흥해 보겠다는 의지다. 도시의 절박함이 담겨 있다.
문재인 정부는 과거 그 어느 정부보다 국토의 균형발전을 잘 이끌 정부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결과는 기대 이하다. 이런 가운데 정부 핵심국정과제인 국토 균형발전에 대한 장관의 생각이 이 정도라니 실망하지 않을 수 없다.
정치, 경제에 이어 문화까지 독점하겠다는 장관의 생각에 분노마저 느껴진다. 현재 국립미술관은 수도권 3곳과 수도권과 인접한 청주에 있으며 국토 남부권은 전무하다.
이건희 미술관 대구 유치시민추진단이 26일 긴급기자 회견을 열고 황 장관의 발언을 망국적 수도권 중심주의라 규탄했다. 맞는 말이다. 국토 면적의 12%에 불과한 수도권에 인구의 절반 이상이 몰린 지금 상황은 정상이 아니다. 국가의 미래에 짐이다. 수도권은 인구 집중으로 집값이 폭등하고 지방은 도시소멸을 걱정하는 이상한 나라의 모습이다.
노무현 정부가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이전한 것은 국토의 균형발전을 위한 노력이다. 이건희 미술관을 수도권에 건립하면 오히려 정부 정책에 역행하고 국고 낭비를 하는 일이 된다. 소멸위기에 몰린 지방도시들이 잘 살기를 염원하는 바를 폄훼하는 일이 있어서는 절대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