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매일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하면서 많은 풍경을 접하게 된다. 초록의 잎새가 일제히 손 흔들고 유유히 흐르는 강물에 오리가 몸짓하며 금계국 노란꽃의 반김이 환호처럼 보인다. 차르륵 체인이 돌아가는 소리와 두 바퀴가 굴러가는 윙윙거림,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정겹고 시원하기만 하다. 거기에 한 쪽 귀로는 좋아하는 음악을 듣게 되면 기분은 때에 따라 날아갈 듯 신나기도 한다.
그렇게 자전거 타는 재미(?)에 빠져 즐겨 타면서 올해 들어서는 이어폰으로 음악 대신 책을 듣는 쏠쏠함을 누리고 있다.
참으로 편리해진 세상이다. 책을 귀로 듣다니? 바로 옆에서 누군가가 책 읽는 목소리를 들려주는 것도 아닌데,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가면서 정말 책을 읽듯이 들을 수 있다니 얼마나 유익할까?
이른바 귀로 듣는 책, ‘오디오북’의 등장 덕분이다. 오디오북이란 책을 음성으로 낭독해 눈이 아닌 귀로 듣는 디지털 콘텐츠이다. 디지털기술의 발달로 비단 책만이 아니라, 방송이나 뉴스, 학습강좌 등의 왠만한 내용도 거의 모두 손 안의 스마트폰을 통해 보거나 들을 수 있다. 기술의 혁신과 문명의 진보가 갈수록 인간생활에 이로움을 더해주고 있다.
바쁜 현대생활에 쫒겨 책을 가까이하기 힘들어지면서 독서인구가 급격히 줄어드는 추세에 오디오북 같은 새로운 독서방법이 주목받고 있다.
특히 독서시간이 부족한 바쁜 직장인들에게 최적의 독서방법이라 할 것이다. 더구나 코로나19 시대에 비대면을 원하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것 같다.
다른 일을 하면서도 책의 내용을 들을 수는 오디오북은 시간과 장소에 제약없이 누구나 이용이 가능하며, 배경음악이나 효과음 등을 적당히 넣어 극적인 효과까지 낼 수 있는 특장점이 있다.
출퇴근이나 청소, 빨래, 운동, 식사 등을 하면서 청각적인 독서를 하며 상상의 나래를 무한정 펼 수 있는 멀티태스킹이 가능하다.
필자는 주로 ‘책 읽는 다락방J’가 들려주는 음성을 즐겨 듣는다. ‘나를 사랑하는 연습’이라든가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것들’ 등의 에세이를 부담 없이 들으며 페달을 밟다 보면, 30여분의 출퇴근 시간이 짧게만 여겨진다. 그래서 간혹 퇴근길에는 연일이나 대송, 강동, 안계 등지로 돌아오곤 하면서, 나태주 시인의 풀꽃 시담(詩談)을 들으며 들꽃의 향기를 맡기도 하고 들판의 정경을 시처럼 읽기도 한다. 또한 102세 철학자 김형석 명예교수의 ‘백년을 살아보니’와 ‘선하고 아름다운 삶’ 등의 인생강연을 들으며 내 삶의 노른자위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기도 한다.
요즘은 이처럼 보고 읽는 것과 듣고 그리는 감각의 영역이 서로 넘나들면서 융복합적인 콜라보로 다양한 콘텐츠를 연출하고 있다. 자신이 경험해보지 못한 다채로운 멀티미디어 문화를 신선하게 받아들이는 ‘새로운 즐길 거리’를 취향이나 목적에 맞는 아이템으로 두루 활용하고 접목하면 자신의 삶에 크고 긴요한 도움으로 작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