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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정치

등록일 2021-05-20 18:18 게재일 2021-05-21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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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래 <br>수필가·시조시인
김병래수필가·시조시인

사람은 정치적 동물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저서 ‘정치학(Politika)’에 나오는 말이다. 여기서 말하는 정치는 오늘날의 정치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폴리스 구성원들 공통의 과제와 비전, 업무 등을 토론과 논쟁을 통해 논의하는 것을 ‘정치적 삶’으로 보았으나, 지금은 ‘국가의 주권자가 그 영토와 국민을 다스리는 일, 또는 권력의 획득, 유지, 행사 따위에 관한 활동’을 정치라 한다. 삶의 본질적 요소로서의 정치가 사회제도적 장치나 실행으로 변이 된 셈이다. 한자어‘政治’는 고대 중국의 유교 경전인 ‘상서(尙書)’에 ‘道洽政治’라는 문장으로 처음 등장하는데, 여기서 정(政)은 자신의 부조화한 면을 다스려 극복하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정치(政治)는 자신과 다른 사람의 부조화와 부정적인 것을 바로잡아 극복하는 일이다. 정치란 남을 지배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수기치인(修己治人), 즉 자신을 닦은 후 남을 돕는 것을 말한다. 政治가 politics의 번역어로 되면서 그 의미도 달라진 것이다.

대한민국의 정체성은 자유민주주의 체제에 있다. 헌법의 전문에는 ‘모든 사회적 폐습과 불의를 타파하며, 자율과 조화를 바탕으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확고히 하여’라는 조문과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 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 는 조항으로 자유민주주의를 표방하고 있고, 헌법재판소도 ‘기본적 인권의 존중, 권력분립, 의회제도, 복수정당제도, 선거제도, 사유재산과 시장경제를 골간으로 한 경제질서 및 사법권의 독립 등’을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로 본다고 판시하고 있다.

대한민국이 이만큼 살게 된 것은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고수해온 덕분이다. 자유주의와 민주주의를 결합한 개념인 자유민주주의는 헌법으로 규정한 우리나라의 정체성이다. 공산주의를 선택한 나라들은 모두가 몰락하여 체제를 바꾸거나 수정하였다. 같은 민족이면서도 남한과 비슷한 시기에 공산주의를 도입한 북한이 거지꼴이 된 것과는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완벽한 체제가 될 수는 없을지언정 우리가 자유민주주의를 지켜내야 할 이유를 역사가 가르치고 있는 것이다. 사람은 사회현실에 몸담고 사는 이상 정치와 무관할 수는 없다. 정치참여는 호불호나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와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의 마땅히 해야 할 역할이고 의무다.

우리는 지금 잘못된 정권의 선택이 얼마나 나라와 국민의 삶을 위태롭게 하는지 절감하고 있다. 개탄스럽게도 현 정권은 대한민국의 정체성인 자유민주주의를 부정하려는 속내를 드러내고 있다. 그들이 말하는 ‘한 번도 경험해보지 않은 나라’는 아마도 북쪽의 김일성일족이 내세우는 ‘지상천국’을 닮은 것 같다. 입법부와 사법부, 공영방송까지 장악한 정권의 사회주의, 전체주의로의 폭주에 제동을 걸 수 있는 건 국민들의 저항과 선거에 의한 심판 밖에 없다. 이런 시국에 양비론이나 펼치는 냉소주의나 무관심은 몰지각하고 비겁한 회피일 뿐이다. 국민 각자가 몸담은 현실을 직시하고 올바른 판단과 선택을 할 수 있는 소양을 길러야 바람직한 나라를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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