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성장과 일하는 기쁨

등록일 2021-04-26 19:58 게재일 2021-04-27 18면
스크랩버튼
강성태 <br>시조시인·서예가
강성태시조시인·서예가

봄날이 깊어지니 초목의 성장이 한창이다. 가지가지 연록, 청록의 잎새가 나부끼고 군데군데 담록, 초록의 풀잎들이 손짓하는 산야는 온통 생동과 성장의 산실이다. 눈길 한번 돌리기가 무섭게 풀과 잎들은 성큼성큼 자라고 아찔할 정도로 금세 무성한 모습을 보이니, 과연 대지는 봄의 장단에 맞춰 싱그런 생동의 춤사위를 펼치는 듯하다. 생명이 깃든 온갖 만물은 이렇게 색과 빛을 드러내거나 소리와 모양으로 환호하고 몸짓하며 봄의 환희를 누리고 있다.

생명이 있는 모든 물체는 움직임과 드러남으로써 성장하고 번식하며 번성해진다. 이러한 움직임과 성장은 저절로 나타나고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최소한의 자생을 위한 노력과 일련의 작용이 있어야만 가능한 일일 것이다. 즉 생존하기 위해서는 성장해야 하고 성장하기 위해서는 창조적인 일손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미세한 움직임의 변화가 이어지고 더해져 생태계는 생장하고 번성하게 되지만, 사람이건 동, 식물이건 활동이나 성장을 멈추게 된다면 이내 모든 기능이 감쇠하고 자연순환의 법칙에 따라 소멸에 이르게 될 것이다.

인간에게는 신체적인 발육이 일어나는 육체적인 성장과 마음의 작용이 이뤄지는 정신적인 성장이 있다. 신체적인 변화와 발달은 일정기간에 단계적으로 나타나다가 어느 시점에 멈추게 되지만, 사고와 지능에 따른 정신적인 영역은 시기나 범주에 관계없이 무한대로 확장될 수 있다. 어떤 경우엔 아이들의 생각이 어른들의 지식을 앞설 수도 있고, 노년기에 접어들어서도 얼마든지 젊은이 보다 참신한 생각을 던질 수도 있는 것이다. 경험과 습관, 인지와 사유에 따라 다르고 차이 나는 정신연령이나 수준이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어느 때건 움직이고 일하는 사람은 성장을 멈추지 않는다고 본다. 농작물을 가꾼다거나 책을 읽고 글을 쓴다거나 취미를 계발하고 작품을 만들며 문화적인 생활을 누리는 따위의 일들은, 일의 가치와 보람을 차치하고라도 대상 자체를 즐기며 몰입과 희열을 느낄 수 있기에 자신도 모르게 성장의 폭과 깊이를 더해갈 수 있다. 육체노동이든 정신적인 감정노동이든 모두 생각하고 움직여야 실행으로 이어지며, 그러한 과정에서 수반되는 행위자의 건강, 의지, 소신, 인내, 절제, 천착, 안목 등의 자세와 마음가짐이 매번 새롭게 무장되고 온전해야만 일을 원만하게 처리할 수 있을 것이다.

나이가 들어도 일하고 공부하는 사람은 늙지 않는다고 한다. 자신의 취향에 맞는 일거리를 찾거나 만들어서 일하고, 꾸준한 자기계발로 새로운 자신을 만들어 나가는 애씀 자체가 성장의 자양분이 되지 않을까 싶다. 오랫동안 일하는 기쁨으로 심신의 강건함과 성숙을 가져올 수 있다면 한결 뜻있고 넉넉하지 않을까?

초록의 푸르싱싱함이 성장의 활력을 부추겨선지 곡우 지난 들판엔 새로운 일 년을 준비하는 농부들의 일손이 많아지고 바빠지고 있다. 저마다 자신의 역량과 재능을 십분 발휘하여 성장과 일하는 기쁨을 누려보자. 땀과 정성은 수고와 결실을 결코 배반하지 않으리라.

心山書窓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