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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사저(私邸)

등록일 2021-03-25 18:58 게재일 2021-03-26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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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래 <br>수필가·시조시인
김병래수필가·시조시인

# 이정규 스웨덴 주재 대사가 SNS에 올린 타게 엘란데르 전 총리에 대한 글이 화제가 되고 있다. “그는 운동권 출신이었지만 23년간 총리를 하면서 각계각층의 인물들과 스스럼없이 만나 대화와 타협을 했다. …. 총리 관저에서는 공식 집무만 보고 거주는 임대주택에서 했다. 막상 총리에서 퇴임하자 살 집이 없었다. 이를 안 국민들이 한적한 시골 마을에 별장을 지어주었다. …. 55년간 해로한 부인 아이나도 검소했다. 남편이 총리였지만 고등학교 화학교사를 계속했다. 그녀는 남편이 퇴임한 후 한 뭉치의 볼펜을 들고 총무 담당 장관을 찾아가 건네주었다. 볼펜에는 ‘스웨덴 정부’ 마크가 새겨져 있었다. 그녀는 ‘남편이 총리 때 쓰던 볼펜인데 이제 정부에 돌려주는 것이 맞다’고 했다. …. ” 엘란데르 전 총리는 관용차 대신 부인이 운전하는 차를 타고 출근했으며, 총리시절 입었던 양복은 색이 바랜 것이었고 신발은 여러 겹의 밑창을 대고 신었다. 그런 검소함은 부인도 닮아서 23년 동안 국회 개원식 때 입은 정장은 한 벌뿐이었다.

# 호세 무히카 전 우루과이 대통령은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대통령으로 불린다. 노타이에 낡은 통바지, 싸구려 운동화, 헝클어진 머리칼로 유명한 그는 재임 기간 동안 월급의 90%를 기부했고, 관저는 노숙자에게, 별장은 시리아 난민 고아들에게 내주었다. 정작 대통령 자신은 쓰러져가는 시골 농가에 살며 낡은 차를 직접 몰고 출퇴근했다. 그는 대통령이 되기 전에도, 재임 기간에도, 또 퇴임 후에도 평범한 농부의 삶을 살고 있다. 물은 우물에서 길어다 쓰고, 빨래도 직접 한다. 그는 대통령이 되어서도 자신의 프로필에 ‘농부’라고 적었다는데 마당에는 무히카 부부가 오랜 기간 가꾼 꽃과 화초가 무성하다. 이런 그를 아는 사람들은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대통령’이라고 부르지만, 그는 그렇게 불리는 걸 좋아하지 않고“나는 가난한 것이 아니라 절제하는 것일 뿐”이라고 했다.

# 문재인 대통령이 퇴임 후에 거처할 사저를 짓기 위해 경남 양산에 부지를 매입한 과정에 석연치 못한 점이 있어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그 중 일부가 농지라서 농사를 지을 목적이 아니라면 살 수 없다는 것과, 9개월 만에 대지로 형질을 변경한 것이 특혜가 아니냐는 것이다. 농지법 6조에는 ‘농지는 자기의 농업경영에 이용하거나 이용할 자가 아니면 소유하지 못 한다’고 명시되어 있는데, 처음부터 형질을 변경해 사저를 지을 목적이었으니 명백히 농지법 위반이라는 것이다. 이는 문대통령이 그토록 강조해 마지않는 부동산 대책과도 맞지 않는, 누가 보아도 공정한 과정이나 정의로운 결과로 볼 수는 없는 처사인데, 정작 본인은 사과는커녕 의혹을 제기하는 사람들에게 ‘좀스럽고 민망한’ 짓을 그만하라고 나무라는 글을 올려서 논란을 증폭시켰다. 타게 엘란데르나 호세 무히카 같은 세계가 칭송하는 청렴하고 소박한 지도자는 아닐지라도, 불법과 편법까지 동원한 퇴임 후 대책은 부끄러운 면모가 아닐 수 없다. 아직도 ‘문재인 보유국’인 것이 자랑스럽다는 소위 ‘대깨문’이라는 자들이 적지 않은 것은 여간 씁쓸한 노릇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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