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승자독식(勝者獨食)

등록일 2021-03-18 19:53 게재일 2021-03-19 18면
스크랩버튼
김병래 <br>수필가·시조시인
김병래수필가·시조시인

무리를 지어 사는 동물들 중에는 가장 강한 수컷이 모든 암컷을 독차지하는 경우가 많다. 바다코끼리나 엘크사슴 수컷들이 번식을 위해 벌이는 싸움은 치열하다. 심하게 상처를 입고 패한 경우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고 하니 죽음을 무릅쓴 경쟁인 셈이다. 가장 우수한 유전자로 번식을 해서 종의 진화를 꾀하려는 본능이라는 게 학자들의 견해다. 동물들이 무슨 생각이나 의지로 하는 일은 아닐 터이니 자연이 섭리가 그렇게 작동하도록 되어 있는 것 같다. 물론 다 그런 것은 아니고 원앙이나 기러기처럼 일부일처를 고수하는 동물도 없지 않다.

문명화된 인류사회는 지금 대다수가 일부일처제를 택하고 있지만 다른 측면의 승자독식은 갈수록 더 심해지는 형국이다. 경제는 물론 정치와 문화의 영역까지 경쟁에서 이기는 자가 부와 권력과 명예를 독차지하는 구조가 일반화 되어있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체제에서 승자독식의 무한경쟁은 빈익빈 부익부의 양극화 현상을 가속화하게 마련이다. 소득 상위 10%가 전체소득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불균형이 여러 가지 심각한 사회문제를 야기하고 있는 현실이다.

경제논리가 지배하는 경쟁사회에서 승자독식은 당연한 일이 된다. 스타급의 운동선수나 연예인들에게 많은 것을 몰아줄수록 더 상업적 효과가 있다는 계산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스타들은 돈과 명예를 다 거머쥐는 반면에 2군으로 밀려난 선수들이나 무명의 연예인들은 생계조차 어려운 형편이라고 한다. 심지어 진리와 아름다움을 추구한다는 학계나 예술계까지 승자독식의 상업적 논리가 통용되고 있다. 거액을 건 현상모집에서 오로지 일등에게만 전액을 지급하는 경우가 그 예다. 사실 일등과 이등의 차이는 거의 없거나 보는 사람에 따라서는 오히려 순서가 바뀔 수도 있는 일이지만 그런 사정쯤은 무시하는 게 상업적 마인드다.

정치권의 승자독식은 곧 독재를 부른다. 지난 총선에서 압도적 다수의석을 차지한 여당의 전횡은 바로 그 승자독식의 폐해를 여지없이 드러내고 있다. 공석인 정보위원장 자리를 빼고 국회 17개 상임위원장 자리를 독식한 것에서부터 야당의 비토권마저 빼앗고 공수처법을 가결한 것, 5·18역사왜곡처벌법과 대북전단살포금지법 역시 야권의 반발을 무시하고 힘으로 밀어붙인 것, 검찰의 힘을 빼고 경찰의 권한을 높여주는 검·경수사권조정에 이어 검찰의 수사·기소권 분리, 중대범죄수사청법, 심지어는 판검사는 선거 일 년 전에 사퇴하지 않으면 출마할 수 없게 하는 속칭 ‘윤석열출마제한법’까지 발의를 해 놓고 있다. 이 모두가 적폐청산이니 검찰개혁이니 허울 좋은 명분을 갖다 붙이지만 오로지 권력의 안위와 정권 연장을 위한 입법농단이라고 밖에 할 수 없는 짓들이다. 승자독식은 결국 문명사회를 위협하는 야만이요 재앙일 수밖에 없다. 권력의 속성이 그렇고 상업주의 속성 또한 그런 것은 우리의 뇌리에 승자독식을 용인하거나 미화하는 사고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긴 자들에게 박수치고 환호하는 심리가 그런 사회를 조장한다는 점에서 누구에게나 일말의 책임은 있는 것이고.

浮雲世說(부운세설)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