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시장이 커지면서 새로운 직업들이 출현하고 있다. 반려견을 산책시켜주는 도그워커, 반려동물 장의사, 반려동물 식품코디네이터 등 주인을 대신해서 반려견과 반려묘를 관리해 주는 전문직업인이 등장한 것이다. 한국고용정보원에서 선정한 4차산업혁명 유망직업에 동물매개 치유사가 보인다.
미래유망직업을 21개 선정한 자료에도 동물매개치료사와 도그워커가 선정되어 있는데,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 로봇, 드론분야 등의 직업과 함께 반려동물 관련 직업이 선정된 이유는 기술과 기계분야가 줄 수 없는 대체 불가능한 감정 영역을 다루는 직업이기 때문이다. 1인가구의 증가, 딩크족(맞벌이를 하며 아이를 갖지 않는다)의 출현, 노인가구의 증가로 인한 사회구조의 변화 속에서 미래학자들은 앞으로 인구는 계속 줄어들고 반려동물의 수는 증가할 것이라 예측하고 있으며, 사람이 태어나는 것보다 2배 빠른 속도로 반려동물이 증가하고 있다. 미국의 반려동물 사육 가구는 전체가구의 68%에 달하고 시장규모는 67조원에 이른다.
반려동물 산업은 선진국형 산업인데, 미국의 반려동물 시장규모는 GDP기준 0.3% 이상으로 형성되어 있고, 대부분의 선진국의 GDP 중에 차지하는 반려동물 관련 산업 비중이 한국의 4∼5배에 이른다. 이것은 한국의 반려동물 시장이 성장잠재력을 4배 정도 가지고 있다는 말이다.
2018년 기준 우리나라도 4가구 중 1가구가 반려동물과 함께 살고 있는데 600만 가구, 반려동물 900만 마리 시대가 시작되고 있다. 펫과 패밀리의 합성어인 펫펨족은 반려동물을 가족구성원으로 여긴다는 뜻이고, 반려동물을 자기 자신처럼 아끼는 펫미족(Pet+Me)도 등장했다. 펫관련 시장을 일컫는 펫코노미(Pet+Ecomomy)라는 용어는 이미 친숙하다. 우리나라 펫코노미는 최근 급성장 중인데, 반려동물은 최근 외로움을 해소하고 친밀함을 얻을 수 있는 대안관계를 위해 선택되고 있기 때문이다.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 기르는 것은 부담된다는 것이 요즘 세대의 생각인데 이 때문에 랜선동물로 불리는 SNS상에서의 가상돌봄현상이 증가하고 있다.
고양이의 일상과 돌봄을 방송하는 유튜브 채널은 160만명 이상이 구독하고 있으며, 유기견에서 SNS스타가 된 개가 인천공항 명예홍보대사로 임명되기도 했다.
랜선동물 열풍은 강아지, 고양이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동물로 확장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가상돌봄현상이 여러 분야에 영향을 미치며 심화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반려동물 시장에 IT기술이 접목되면서 반려로봇 시장도 성장을 눈여겨 볼만하다. 최근 반려로봇은 눈귀 등에 탑재된 센서를 이용해 사람과 교감하는데 등을 쓰다듬으면 꼬리를 흔들고, 공을 던지면 그 방향으로 걸어간다. 음성과 공간을 식별하기 때문에 자신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낸 사람의 목소리를 우선 인지해서 우선적으로 반응한다는 점이 진짜 반려견과 비슷하다.
개가 줄 수 있는 감성을 전달해 주진 못하겠지만 개를 기르지 못하는 사람들이 외로움을 해소하고 가성비를 따지는 사람들에게 선택받을 가능성이 크다.
최근 세계적으로 반려동물 용품과 서비스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가운데 반려동물 전용우유, 반려동물 전용생수를 비롯해서 사람에게 좋다는 것을 넣어 만든 반려동물 전용 식음료 브랜드가 계속 출현하고 있다.
반려동물의 곡물 알레르기를 최소화하기 위한 그레인프리 제품, 유기농 사료는 이미 일반화가 되어 있고 유전자검사를 통해 반려견에 맞는 처방식 사료를 제공하는 단계에까지 와있다.
사람에게 쓰이는 제품을 응용한 강아지 카시트, 원목침대 등 대기업에 의한 프리미엄 제품들이 출시되고 있다.
이는 반려동물의 인격화가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서비스 시장도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펫시터 연결서비스, 동물전문 체외진단 등은 매출이 급상승 중이고, 반려동물 카드는 물론 반려인의 사망시 반려동물을 돌봐줄 새 양육자에게 양육자금을 지급하는 유산상속 신탁상품까지 출시되고 있다.
반려동물 시장은 더욱 다변화되고 규모 또한 크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반려동물을 사회적으로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도 더 활발해지고 있다.
2014년부터 의무화된 동물등록제가 있음에도 해마다 늘어나는 유기동물에 대한 대책이 시급히 필요하다. 유기견을 관리하고 안락사 시키는데 쓰는 공적자금만 112억원이 넘었다. 더 늦기전에 새로운 기술들을 접목한 효율적이고 경쟁력 있는 방안을 함께 고민하고 실행해 나가야 한다.
/서라벌대 반려동물연구소 소장(마사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