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쿼터제 적용 이후<br />대미 철강 수출 반토막<br />수출의존도 높은 철강<br />무역압박 완화 전망
미국과 중국이 ‘무역전쟁’중단을 선언하면서 올들어 각종 규제로 수출에 어려움을 겪은 국내 철강업계에 훈풍이 불 것으로 기대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1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한 정상회담에서 향후 90일 동안 상대국 수출품에 관세를 추가로 부과하지 않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당초 미국은 내년 1월 1일부터 2천억 달러 규모의 중국제품에 현행 10%인 관세를 25%로 추가 상향 조정해 부과하겠다며 중국을 압박했고 중국도 보복 관세 등으로 즉각적인 대응을 하겠다고 나서면서 양측이 첨예하게 대립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정상회담 결과로 양국의 무역전쟁 확전은 당분간 유예됐다. 양국 간 무역전쟁의 확전이 유예되면서 한국경제의 대외 리스크도 당분간 줄어들었다는 평가다.
특히 올 한 해 미국발 관세 폭탄과 수입쿼터제 등으로 큰 어려움을 겪은 철강업계는 이번 소식에 크게 반색하는 분위기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 2월 ‘무역확장법 232조’를 발표하면서 브라질, 한국, 러시아, 터키 등 12개국의 철강제품에 53%의 높은 관세를 부과키로 했다.
이에 한국 정부는 지난 3월 미국 측과 협상을 통해 관세 대상국에서 제외되는 대신 철강 수입쿼터제를 적용키로 했다.
쿼터제에 따라 한국산 철강재의 대미 수출량은 2015∼2017년 평균 수출량인 383만t의 70%에 해당하는 268만t으로 제한됐다. 이는 지난해 대미 철강 수출량의 74% 수준이다.
한국의 대미 철강 수출은 지난 2월 30만8천850t에서 수입쿼터제가 적용된 이후인 지난 5월 15만865t으로 반토막이 났다.
관세청이 공개한 수출입현황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철강 수출은 지난해 같은달 보다 36.8% 감소한 36억8천만달러에 그쳤다. 대미 수출 의존율이 높은 유정용강관 생산업체 넥스틸과 세아제강은 치명상을 입었다.
전체 생산량의 80% 이상을 미국 시장에 의존하고 있는 넥스틸은 관세부과를 피하기 위해 내년 상반기 가동을 목표로 미국 휴스턴 일대에 생산 공장 설립을 추진 중이다.
세아제강 역시 전체 생산량의 40%를 미국시장에 의존하고 있는 가운데 이미 미국에 설립된 생산공장 가동률을 끌어올리는 등 자구책을 찾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번 미·중 무역전쟁이 일시적으로 중단되면서 업계에 다소 숨통이 트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것.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이번에 미·중 양국이 추가 관세 부과를 유예하기로 하면서 한국에 적용됐던 무역압박도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며 “추후 진행상황을 지켜봐야 알 수 있겠지만 수출의존도가 높은 철강업계에는 긍정적인 소식인 것은 사실”이라고 전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미·중이 추가 관세 부과를 유예하기로 하면서 미·중 무역갈등이 해결되는 분위기로 가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것은 단기적으로 한국경제의 대외 리스크를 줄이는 좋은 소식”이라며 “다만, 향후 협의 결과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박동혁기자 phil@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