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연찬회<br />“한국당 가장 큰 문제는 <br />비전·전략적 가치 없고<br />반공·부패이미지만 잔재<br />새로운 도약 위해선<br />다시 ‘성장’ 이야기해야”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은 20일 인위적인 인적청산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또다시 피력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경기도 과천 공무원인재개발원에서 열린 당 소속 국회의원 연찬회에서 “지난 한달 동안 비대위원장을 하면서 저를 괴롭혔던 문제가 있다”며 “저 나름대로 (비대위 임기 등) 일정과 계획을 갖고 있는데, 일정과 관계없이 오는 압박이 있다, 가장 큰 것은 인적청산”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전부 인적청산을 이야기하고, 청산을 안 하면 혁신이 없는 것, 비상대책위원회가 없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며 “그런데 저는 생각이 다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국당을 고장난 자동차에 비유하며 “자동차의 고장을 수리할 생각 없이 기사에 대한 책임만 물으면 자동차가 움직이겠는가”라고 덧붙였다.
그는 특히 “공천제도 개혁으로 인재 풀(pool)을 만든 후, 국민의 요구 수준을 충족하기 위해서 잘못된 부분의 교정과 책임을 묻는 문제를 거론하겠다”며 인적 청산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를 두고 당내에선 김 위원장이 대대적인 인적 쇄신, 내년 1∼2월로 예상되는 전당대회 전까지 인적 청산을 마무리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그러면서 그는 공천 시스템 개혁을 제안했다. 그는 “여성이든, 청년이든, 3040 세대든, 그 사람들이 많이 모여서 인력풀이 만들어지고 그 풀이 새로운 공천제도를 통해서 유입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특히 “한국당의 가장 큰 문제는 한국당의 비전이나 전략적 가치를 알 수 없다는 것”이라며 “반공·안보·친기업·기득권 옹호·부패 등의 이미지만 남아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국당의 새로운 목표와 미래비전은 ‘잘 먹고 잘살자’는 국민 모두의 염원과 꿈과 같아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서 다시 ‘성장’의 이야기를 꺼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비대위가 한 달이 지난만큼 눈에 보이는 성과를 내놔야 한다”며 “비대위 산하의 소위가 앞으로 공천제도와 기존 의원의 기득권 문제, 당원의 권리 회복 등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김 위원장의 발언에 일부 친박 의원들은 “문제는 차가 고장난 것이 아니라 기사였다”며 반발했다.
김태흠 의원은 “오전에 보수 대통합 언급이 나왔는데, 시기적인 문제가 있는 발언이었다”며 “당 내부 정리부터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고, 김진태 의원 역시 “2년 전 당이 ‘잘 나갈 때’도 이념·가치는 그대로였다”며 “결국 당의 이념이나 가치가 아니라 당을 이끄는 리더십이 문제 아닌가”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선명한 우파정당도 필요하며, 지금은 한국당이 반성할 때가 아니라 싸워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김 위원장은 “한국당이 갑자기 무너진 것은 정당의 체질이 단단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이 기회에 (한국당이) 파도에 무너지지 않고 더 튼튼한 우파정당이 되도록 기본적인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그는 다양한 의견을 가진 의원들을 만나 허심탄회하게 토론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한편, 김 위원장은 향후 비대위의 성공 여부에 대해 “실패 가능성이 상당히 있다고 느낀다”며 “저는 비대위 (임기가) 끝나면 제가 있던 자리 그대로 돌아가겠다. 더 이상 정치를 하고 싶은 마음이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대구·경북 출마설, 차기 전대 출마설, 대선 출마설 등을 일축한 셈이다. /박형남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