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지 0.2㎡ 넓히면 5만수 농가 6~7억 들어<BR>3천수~1만수 영세 농가엔 문 닫으라는 통고”<BR>언론보도·정부대책·약제기준에도 불만 쏟아
살충제 계란 파동 쉽게 가라앉지 않으면서 양계농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자칫 경영 위기로 내몰리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사용이 금지된 살충제를 쓴 이들은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도 새로운 사육방식이 도입될 경우 문을 닫아야 할 지도 모른다며 노심초사하고 있다.
21일 청정지역으로 판정난 영주지역의 산란계 양계농민들과 연쇄적으로 접촉을 시도했으나 대부분의 농장주들이 언론 접촉을 극구 피했다. 취재기자가 농장 입구에 들어서는 것조차 막았다. “또다른 전염병 발생 등을 우려해 출입구 소독을 강화했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내심은 언론에 대한 불만인 것으로 비쳤다. 몇 곳을 거쳐 농장 입구에서 겨우 말문을 트게 된 T씨의 첫 불만도 언론 보도였다.
<관련기사 4면> T씨는“3일간 모아 5t 정도 출하하던 것이 4일에 한번 출하로 바뀌었다”며 “현재 추세대로라면 재고는 늘고 주문량은 더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상황을 짤막하게 설명했다. 그는“5천600원이던 특란 가격이 5천원선으로 떨어졌는데도 언론에서는 추석을 전후해 계란 한판 2만 원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는 등 현실성 없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며 언론에 화살을 돌렸다. “제발 양계농가의 정확한 실태를 바탕으로 보도해 달라”고 요구했다.
다음 불만은 정부의 미숙한 초기대응과 재검사에 보완검사까지 한 부실한 살충제 검사 결과 발표. 이로 인해 국민들의 불신이 더 깊어지면서 결국 계란 소비저하로 이어져 양계농들은 손익분기점마저 맞추지 못하는 위기로 내몰리게 될 것을 걱정했다.
정부가 동물복지형으로 농장 환경 개선하겠다는 소문에는 밤잠을 제대로 이룰수 없다고 털어놨다. “산란계 케이지(사육공간) 면적을 확대하게 되면 시설비만 크게 들고 수익은 오히려 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산란계 케이지의 면적인 0.50㎡를 0.70㎡로 넓히면 케이지 당 시설 비용이 1만2천 원 선으로 5만 수 농가의 경우 케이지 시설비만 6억여 원이 들 것으로 내다봤다. 사료투입설비와 환기 시설 등을 다시 갖춰야 해 적어도 7억 원이 들게 된다는 것. 대다수의 양계농가가 폐업을 길로 내몰릴 수밖에 없는데도 정부가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무리수를 둔다고 비판했다.
3천 수에서 1만 수 미만의 영세 산란계 농가는 생산물에 비해 투자 비용이 많이 들어 이들 영세 농가에 동물복지형 환경개선을 요구하는 것은 문을 닫으라는 통고와 다름없다고 풀이했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전국 산란계 농장은 1천 456곳으로 3천 수 이상 산란계 농장은 1천300여개에 달한다.
T씨는 올해 발생했던 AI 사태를 상기하며 소독약 취급도 솔직히 지적했다. AI 발생 시 효과 없는 소독약을 사용한 것과 닭 진드기 예방약도 비슷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농작물에 사용하는 약제는 효능에 대한 기준이 분명하지만 가축관련 약제에는 명확한 기준도 없는 점도 문제로 꼽았다. 뿐만 아니라 국내 생산 제품보다 외국산 제품에 의존하고 있어 약제 선별과 사용에 농민들의 어려움이 가중된다고 털어놨다. 케이지에 뿌리는 약제는 효능이 명시되어 있지만, 닭 진드기 등에 적용할 약제의 효능 및 기준이 없어 약제 사용법과 기준치를 정부가 고시해주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가장 큰 피해를 줄 것으로 친환경인증 농가들이 연루된 점을 들었다. 친환경 인증을 정부가 직접 관리하거나 지자체와 협의해 농가를 관리하는 방식으로 제도적인 보완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영주/김세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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