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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憲裁) 압박 노린 천박한 언행 중단돼야

등록일 2016-12-19 02:01 게재일 2016-12-19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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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국회에서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된 이후 법치(法治)를 벗어난 언행들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헌법재판소를 향한 찬탄(贊彈)-반탄(反彈) 시위가 잇따르고, 재판관들을 압박하려는 유력정치인 발언까지 쏟아지는 등 천박한 말과 행동들이 거듭되고 있는 것이다. 이어지는 시위현장에서 이른바 종북(從北)세력들이 마치 살판이라도 났다는 듯이 과격한 구호들을 버젓이 앞세우는 것도 촛불민심을 왜곡시키려는 망동이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헌법재판소를 향해 1월 말까지 탄핵 결정을 내려달라고 연일 촉구해 눈살을 찌푸리게 하더니, 문재인 전 대표의 언행이 연일 입줄에 오르고 있다. 그는 한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헌재의 탄핵기각 결정을 상정한 질문에 “그런 판결을 내린다면 다음은 혁명밖에는 없다”고 답변했다. 이는 헌재 판결에 불복하겠다는 발언이어서 그가 과연 합법정당의 대선주자인지조차 의심스럽게 한다. 외신기자 간담회에서도 그는 `대한민국 촛불혁명은 역사상 가장 위대한 시민혁명`이라는 제목의 연설에서 거리의 정치를 극찬하는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문 전 대표는 국회의 탄핵의결 이후에는 마치 점령군 대장처럼 나서서 “촛불민심이 요구하는 청산과 개혁을 위한 입법과제를 선정하고 추진할 사회개혁기구 구성을 제안한다”는 위험천만한 성명을 발표해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문 전 대표 언행의 핵심문제는 법치에 대한 능멸이다. 탄핵 전에는 헌법에도 없는 거국내각, 대통령의 전권 포기를 주장하더니 탄핵 후엔 대통령 사퇴를 거듭 촉구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개혁`을 앞세워 과거를 단죄한다며 법적 기준 같은 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집권층 마음대로 난도질한 나라들은 어김없이 어렵사리 성취한 민주화 혁명을 도루묵으로 만들었다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헌법재판소(憲裁)를 겨냥한 촛불집회의 변질과 극우단체 집회 확산도 우려스럽다.

특히 지난 19일 민중총궐기 투쟁본부 측이 `소요 문화제`라는 이름으로 주최한 집회에서는 `박근혜 처형하라` `이석기 석방` 등의 정치구호들이 쏟아졌고, `한상균을 석방하라`는 유인물과 `5·24 조치 해제`를 요구하는 팻말도 등장해 걱정거리를 보탰다.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법적 처리절차에 들어간 만큼, 이제는 증인신문·증거자료 분석·법률적 판단을 거쳐 헌법정신에 맞는 엄정한 심판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큰 목소리를 거두고 법치국가 국민으로서 냉정하고 담담하게 헌재 심판을 기다리는 것이 옳다.

우리 헌재는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고 헌법질서를 수호하는 기관으로서 국외에서도 큰 명성을 얻고 있다. 끝까지 평화를 지킨 촛불민심으로 세계로부터 찬사를 받았던 대한민국이 일부 정치인들의 몰상식한 언행과 집회양태의 변질로 조롱거리가 되지 않을까 염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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