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시행 이후 직장인들의 생활패턴이 달라져 변화된 세상을 절감케 한다. 법 적용대상인 공무원, 언론인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적으로 술자리를 자제하는 대신 개인 여가시간을 활용하는 분위기가 퍼지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헬스장이나 학원 등의 신규 회원 및 수강생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업무 관련 저녁약속이나 술자리가 사라진 대신 자기계발을 위한 시간과 장소에 투자하는 것으로 보인다.
김영란법 영향으로 음지 속 5만원권 화폐의 환수율이 오름세로 전환했다는 소식도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 10월 중 발행한 5만 원권은 9천815억원인데 반해 환수액은 1조4천295억원으로 집계됐다. 유통업계 매출 동향에서도 김영란법 여파는 나타난다. 이마트는 지난 10월 식품 매출이 전년동기 대비 13.1% 늘었다. 농·축·수산물 등 신선식품 매출이 14.1% 증가해 가파르게 올랐고, 가정간편식(HMR)과 가공식품도 각각 14.5%, 11.2% 올랐다.
문제는 중소기업·소상공인들이 당하는 타격이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달 31일 발표한 화훼·농축수산 도소매업, 음식점업 관련 중소기업·소상공인(300곳)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김영란법 시행 후 경영이 매우 어렵다(42%)거나 다소 어렵다(27.7%)는 응답은 69.7%였다. 이들 중 70.8%가 앞으로 6개월을 버티지 못할 것으로 예상했다.
연말을 맞아 이 법의 과도한 적용으로 인해 우리 민족 고유의 미풍양속이 사라져 버리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나온다. 연말연시 추운 겨울철에 자칫 김영란법을 핑계로 어려운 이웃에 대한 도움의 손길을 외면할 수도 있다는 우려다. 가뜩이나 어지러운 정세에다가 경제마저 장기불황의 깊은 터널을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김영란법으로 인해 위축된 심리가 소외된 이웃들의 삶을 돌아볼 여유마저 사라지게 할 지 모른다는 염려인 것이다.
김영란법은 모처럼 우리 국민들의 공감 속에 단행된 조용하면서도 강력한 혁명이다. 잘못된 관습을 뜯어고치고, 가치관을 곧바로 세우는 일에 이의가 있을 수 없다. 그러나 세상만사 좋은 뜻을 가진 모든 일이 그렇듯이 결코 교각살우(矯角殺牛)의 부작용에 대한 대처가 미흡해서는 안 된다. 정치권과 행정기관 등은 더욱 세심한 분석과 대응으로 김영란법의 연착륙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