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서울시청 앞과 광화문 일대 집회장에 쏟아져 나온 인파들이 말하는 민심은 `대통령 하야`에 맞닿아 있다. 주최 측 주장 `일백만`을 헤아린다는, 길거리에 뛰쳐나온 군중 가운데 넥타이부대에다가 가족단위도 많았다는 사실은 시국의 엄중함을 충분히 시사한다. `최순실`의 국정농단 내막 마디마디에 드러나는 변태권력 천태만상은 국민들로 하여금 혀를 내두르게 한다.
도대체 음험한 손길이 미치지 않은 분야가 어딘지 알 수 없을 정도로 광범위한 영역에서 `최순실 파워`는 실로 은밀하고 막강하게 작동했던 것으로 증언되고 있다. 검찰이 못하면 특검으로라도 한 점 남김없이 진실을 밝혀야 마땅할 것이다.
야당들이 집회에 참석해 길거리 투쟁에 합류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들의 `대통령 2선 후퇴`라는 요구는 따져볼 대목이 많은 편법적 주장이다. 대통령에게 명찰은 달고 있되 눈 감고 귀닫고 살아가라는 것인데, 모욕적이기도 하지만 헌법적으로 가능한 일인지도 의심스럽다. 군통수권이나 계엄선포권·재정긴급명령권·선전포고권 같은 막중한 권한들은 어찌할 것인가.
전 노무현정권 시대에 경험했듯이, 대통령의 직무를 정지시키는 합법적 방법은 오직 국회의 탄핵결의에 의한 후속조치뿐이다. 법을 벗어난 방법으로 대통령 궐위상태를 만드는 것은 온당치 않다. 어떤 경우에도 합법적으로 난국을 풀어가야 한다. 정략적인 선동과 국민정서 편승으로 여론악화만을 부채질하는 것은 온전한 처방이 아니다.
제아무리 `퇴진하라`는 국민여론이 확인됐다 해도 당사자가 용단을 내리지 않는다면 야당은 차라리 헌법에 정해진 `탄핵` 절차를 밟는 것이 담백한 해법일 것이다. 대통령과 거국 총리가 정치적으로 합의해 권한의 경계를 명확히 하면 된다는 견해도 있긴 하지만 엄중한 국가권력을 그렇게 나누는 것은 극심한 후유증을 부를 것이다.
확대 재생산되는 온갖 풍설과 억측 속에 용광로처럼 달아오르고 있는 민심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일부 참가자들이 모형 `단두대`까지 시위장에 끌고나오는 마당에, 정치지도자들이 무책임한 선동을 탐닉하는 것은 옳지 않다. 제아무리 바빠도 바늘허리에 실 묶어서 쓸 수는 없다. 차분하게, 이 절체절명의 국가적 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만들 수 있는 묘안을 고민하는 지도자들이 많아져야 한다. 내남없이 감정을 추스르고, 온갖 이성(理性)을 풀가동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