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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와 내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서로를 이끌죠”

연합뉴스
등록일 2016-11-10 02:01 게재일 2016-11-1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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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동진, 20년 만의 새 앨범 `나무가 되어` 발표
▲ 20년만에 새 앨범을 발표한 가수 조동진이 8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마리아칼라스홀에서 열린 새 앨범 `나무가 되어` 음악감상회에 앞서 지인들과 담소를 나누고 있다./연합뉴스
진지한 독백 속에 아름다운 시어가 숨어있고, 무거운 허무주의 안에 희망이 포개져 있다. 고요하면서도 역동적이고, 몽환적이면서도 선명한 사운드는 60대 뮤지션의 관록을 정갈하게 담아냈다.

`포크계의 거장` 조동진(69)이 1996년 5집 이후 20년 만에 새 앨범 `나무가 되어`를 발표했다.

강산이 두 번 바뀌는 동안 시대와 트렌드가 그를 앞질러 갔을 법하지만 앨범은 옛것에 집착하지도, 새것에 반감을 품지도 않았다. 한동안 제주에서 자연을 벗 삼아 산 조동진의 지금 이야기가 포근한 음색과 따뜻한 기타 소리에, 때론 일렉트로닉과 오케스트라를 가미한 세련된 편곡 안에서 들려온다.

8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마리아칼라스홀에서 열린 앨범 음악감상회는 그의 가족과 동료 뮤지션들이 한자리에 모인 가운데 열렸다. 동생 조동익과 조동희를 비롯해 장필순, 박용준, 오소영 등 조동진이 이끈 1990년대 음악공동체 하나음악 출신들, 전인권과 한영애·권진원·김광민 등 동료 뮤지션들이 20년 만에 기타를 다시 꺼내 든 그를 축하했다.

“내가 노래를 만들고 노래가 또 나를 만들고. 그렇게 노래와 내가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서로를 이끌어간다는 것 그게 아마 가장 중요한 의미일 것 같아요.”

화면을 꽉 채운 옛 영상에서 젊은 조동진의 음성이 흘러나왔다.

그의 말처럼 직접 작사·작곡한 10곡에는 사색의 기록이 담겼고, 이 결과물은 다시 그의 삶을 반추했다.

“제주에서 산 허송세월이 가장 소중한 시간이었다”는 그는 `섬 안의 섬`에서 제주 인근 섬에 살던 순간을 메타포로 삼았고, `하얀벽`에선 2014년 `동강에 갔다가 리가 두 동강 나` 실려 간 병원에서의 기억을 끄집어냈다.

1979년 1집을 시작으로 관조적인 시선과 아름다운 시어로 시대를 담아낸 그답게 우리의 아픈 시절을 뭉근하게 소환한 곡도 있다.

유신정권 시절의 청춘을 노래한 `1970`으로 후렴구 장필순의 코러스가 신비로움을 더한다.

`그래 그때/ 그때 우리는 떠도는 바람이었고/ 그래 그때/ 그땐 누구나 구르는 돌이었네`(`1970` 중)앨범 후반부에는 44년을 함께 살다가 2014년 연말 먼저 세상을 떠난 부인에 대한 그리움과 안타까움이 절절하게 배어있다.

아련하면서도 웅장한 `그날은 별들이`와 코끝이 시큰해지는 `천사` 등이다.

`눈 앞에 펼쳐진/ 어지러운 세상/ 그 속에 다시 설 때까지/ 날 지켜준/ 천사`(`천사` 중)장필순은 “들을 때마다 눈물 날 정도로 좋다”고 했고 오소영도 “음악을 들으며 어젯밤에도 많이 울었다”고 했다.

1980년대 동아기획에서 후배들에게 영향을 주며 `조동진 사단`을 이끌었듯이 그의 음악에 대한 찬사는 공백을 무색하게 했다.

전인권은 “최고의 멋을 지닌 앨범”이라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권진원도 “조동진 선배의 깊이 있는 음악의 뿌리는 여전하다”며 “저변에 깔린 일렉트로닉 사운드가 요란스럽지 않고 사색적으로 표현됐는데 조동익 선배 편곡의 저력도 느꼈다. 나도 일흔 살까지 이렇게 창작하고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문학평론가 함돈균 씨는 “밥 딜런이 노벨문학상을 받아 화제가 됐는데 조동진 씨야말로 음악으로 시를 쓰는 분”이라며 “역사와 사회의 개발 독재 드라이브에 휩쓸리지 않고 고요하게 자신을 유지하는 내공이 특별한 뮤지션”이라고 평했다.

조동진은 이날 무대에 오르지 않았고, 앨범에 대해 어떤 코멘트도 하지 않았다.

`나무가 되어`란 앨범 표제곡처럼 뿌리를 내린 그곳에 흔들림 없이 버티고 있다는 걸 음악으로만 증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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