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발표한 `철강·유화산업 경쟁력 강화방안`에는 정부가 철강·유화 업종의 자율적 구조조정을 지원하기 위해 1조3천억원의 예산을 투입한다는 계획이 포함돼 있다. 철강은 고부가가치 개발 등에 1조원 정도를 `매칭` 형태로 투입하게 된다.
현재 국내에서 생산되는 후판은 1천200만t 정도다. 정부는 이 중 400만~500만t을 감산해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는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의 철강구조조정 용역보고서 내용을 토대로 한 것이다. 후판의 과잉 생산량은 지난해 기준 12% 정도다. 아직 그다지 높은 수준은 아니지만 2020년에는 과잉생산 비율이 40%까지 오를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대응하여 정부는 포스코의 현 4개 후판공장 가운데 2곳을, 현대제철은 2개 중 1곳을 폐쇄하는 대신 고부가가치 철강재를 개발하는 쪽으로 적극 유도할 방침이다. 지원 대상 고부가 품목은 미래자동차·항공기용 초경량 철강제품, 타이타늄, 마그네슘, 알루미늄 등 경량 소재다.
강관 분야는 거점별 M&A를 추진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강관은 최대 수요처인 북미 셰일가스 개발업계가 불황인 가운데, 경쟁력 낮은 중소업체가 100개 이상 난립한 상황이 업계의 발목을 잡고 있다. 국내 업체의 경쟁력이 수입산에 비해 취약한 철근과 형강은 일단 내수 수준의 설비만 운영하면서 중장기적으로 경쟁 여건을 고려해 설비를 조정할 방침이다.
이번 정부방침의 토대가 된 BCG의 용역결과에는 각 기업의 의견 수렴이나 현장상황 반영이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만큼 업계와 전문가들의 목소리에 귀를 더 기울일 필요가 있다. 일부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공급과잉 상태로 지목, 생산량 조절이 필요하다고 언급한 후판은 이미 업계에서 알아서 생산량을 줄여왔다면서 현실을 제대로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토로하기도 한다.
당장 공장을 폐쇄하기보다는 가동률을 적절히 조절하면서 호황기에 대비하는 것이 오히려 효과적이라는 주장도 있다. 오정근 한국경제연구소 초빙연구위원은 철강산업 구조조정에 대해 `시장중심의 구조조정`을 제시하며 “한국판 뉴딜정책을 끌고 나갈 때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한다. 정부가 앞장서서 구조조정을 지휘하고 있는 중국과 일본의 경우를 참고하여 우리 정부도 업계와 머리를 맞대고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정부의 진정성이 관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