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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테르와 닮았고 맥베스를 반추케 하는…

윤희정기자
등록일 2016-04-08 02:01 게재일 2016-04-08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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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극 숙제 엘리자베스 라벤 문학동네 펴냄 장편소설

엘리자베스 라밴의 소설 `비극 숙제`(문학동네)는 어린 시절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며 조용히 그러나 힘있게 다가와 가슴 아픈 첫사랑과 어리숙한 시절의 실수, 그로 인해 피하지 못한 비극에 대해 속삭인다.

엘리자베스 라밴은 이 소설에서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려 시도하면서 거기에 셰익스피어의 여러 희곡들에서 받은 영감을 더하고 있다.

주인공 팀 맥베스는 자기 확신 없이 스스로의 “비극적 결함”에 이끌리며 비극적 운명으로 내달리게 되는 베르테르와 닮아 있고, 그의 이름은 셰익스피어의 희곡`맥베스`에서 따온 것이다.

주인공 팀 맥베스와 덩컨 미드가 “그날”의 비밀이 담긴 녹음 CD를 매개로 소통하게 되면서 두 인물의 이야기가 각자의 시점에서 교차되고, 거기에 셰익스피어와 괴테의 고전 속 비극의 원형이 어우러져 작품에 깊이를 더한다.

`비극 숙제`는 팀 맥베스와 덩컨 미드라는 두 명의 소년을 앞에 내세운 액자식 구성의 소설이다. 팀이 돌이킬 수 없는 `그날`의 일과 버네사와의 추억을 고통스럽게 복기하며 녹음해간 1인칭 시점의 CD 속 이야기와 그 CD를 들으며 비밀을 파헤치고 자신의 트라우마를 떨쳐나가는, 3인칭 시점으로 서술된 덩컨의 이야기가 교차하며 흥미롭게 결말을 향해 나아간다.

액자 속 이야기의 주인공이자 진짜 비극의 주인공인 팀 맥베스는 셰익스피어의 `맥베스`속 맥베스와 마찬가지로 다른 사람을 믿지 못하는 인물이고, 덩컨 미드는`맥베스`의 덩컨 왕처럼 예민하고 섬세하다. 팀과 버네사의 첫 만남과 이후의 삼각관계는 구성에 있어서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 얼마간 빚을 지고 있다. 자신감의 결여, 의심, 죄책감 같은 일상적이고도 `비극적인 결함´ 탓에 작은 실수를 반복하다가 끝내 운명적으로 비극을 맞게 되는 인물들에게서 명작이라 불리는 고전들 속 비극적 인물들이 언뜻언뜻 비칠 때 그것을 포착하는 즐거움이 남다르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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