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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방 1열에서 마주하는 ‘별들의 전쟁’⋯2026 설 연휴 OTT 신작 가이드

단정민 기자
등록일 2026-02-12 16:54 게재일 2026-02-13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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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립아트코리아

민족의 큰 명절 설날이지만, 우리가 명절을 즐기는 방식은 세월의 흐름에 따라 부단히 변모해 왔다. 온 가족이 TV 앞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방송사가 편성한 ‘특선 영화’ 시간을 확인하며 신문 하단의 편성표에 동그라미를 치던 시절은 이제 아득한 추억이 됐다. 2026년 오늘, 명절 거실의 주도권은 지상파의 편성표가 아니라 손바닥 위 스마트폰과 TV 화면 속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앱들이 쥐고 있다. 시청자가 콘텐츠를 ‘기다리는’ 시대에서 취향에 따라 직접 ‘선택하는’ 시대로의 완전한 전환이다.

이번 설 연휴는 주말을 포함해 닷새라는 넉넉한 시간이 허락됐다. 극장가의 대작들 못지않은 막대한 자본과 톱스타급 배우들을 앞세운 넷플릭스, 디즈니+, 티빙 등 주요 플랫폼들은 이 ‘설 대목’을 겨냥해 야심작들을 쏟아내고 있다. 화려한 캐스팅은 기본이요 기존 문법을 파괴하는 파격적인 소재와 압도적인 스케일로 무장한 작품들이 시청자의 리모컨 끝을 유혹한다. 귀성길 정체를 뚫고 도착한 고향 집에서 혹은 분주한 명절 행사가 잦아든 고요한 밤 안방 극장의 불을 밝힐 ‘실패 없는’ 정주행 리스트 4선을 엄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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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디 두아 포스터. /넷플릭스

◇ ‘레이디 두아(Lady Boudoir)’ : 가짜가 빚어낸 진짜의 미학
이번 설 연휴, 가장 뜨거운 화제작은 단연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시리즈 ‘레이디 두아’다. 연휴 시작 직전인 13일 금요일, 전 세계에 동시 공개되는 이 작품은 배우 신혜선과 이준혁이 드라마 ‘비밀의 숲(2017)’ 이후 9년 만에 한 작품에서 재회한다는 소식만으로 일찌감치 기대를 모았다.

드라마는 홀연히 나타나 사교계를 사로잡은 미스터리한 여인 ‘사라 킴(신혜선 분)’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그녀는 프랑스 하이엔드 브랜드 ‘부두아(Boudoir)’의 한국 지사장이라는 완벽한 가면을 쓰고 사교계의 아이콘으로 부상하지만, 그 실상은 타인의 인생을 치밀하게 훔쳐 조작된 삶을 사는 가짜 인생의 설계자다. 형사 ‘무경(이준혁 분)’이 강남 한복판에서 발생한 의문의 사체 유기 사건을 수사하던 중 피해자의 소지품에서 그녀의 흔적을 발견하면서 이야기는 숨 막히는 추격전으로 치닫는다.

‘인간수업’, ‘마이 네임’을 통해 파격적이고 속도감 넘치는 연출을 선보였던 김진민 감독은 이번에도 특유의 미학적 액션과 인간의 근원적인 욕망을 파고드는 심리 묘사를 결합했다. “가짜가 진짜보다 더 완벽하다면 그것을 가짜라 부를 수 있는가?”라는 서늘한 질문을 던지는 이 미스터리 스릴러는 총 8부작으로 구성돼 연휴 기간 ‘완결까지 달리기’에 최적인 선택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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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러디 플라워 포스터. /디즈니+

◇ ‘블러디 플라워(Bloody Flower)’ : 구원인가, 살인인가
장르물의 명가로 거듭난 디즈니+는 지난 4일 수요일 전격 공개된 ‘블러디 플라워’로 승부수를 띄웠다. 웹툰과 소설을 넘나들며 사랑받은 이동건 작가의 미스터리 소설 ‘죽음의 꽃’을 원작으로 한 이 시리즈는 “세상을 구할 치료제가 연쇄살인마의 손에서 태어난다면?”이라는 파격적인 윤리적 화두를 던진다.

이야기의 중심에는 의대 자퇴생 출신의 연쇄살인범 ‘이우겸(려운 분)’이 있다. 그는 수많은 이를 인체실험이라는 명목으로 희생시킨 끝에 모든 불치병을 정복할 수 있는 신의 기술을 손에 넣은 인물이다. 법의 이름으로 그를 사형대에 세우려는 원칙주의 검사 ‘차이연(금새록 분)’과 희귀병을 앓는 딸을 살리기 위해 살인마의 ‘유일한 구원’이 필요한 변호사 ‘박한준(성동일 분)’의 첨예한 대립은 보는 이로 하여금 지독한 딜레마를 선사한다.

관전 포인트는 단연 배우 성동일의 파격적인 변신이다. 자식을 살리고 싶은 아버지의 절절한 심정과 피폐한 심리 상태를 표현하기 위해 10kg 이상을 감량하며 웃음기를 완전히 지운 그의 열연은 극의 중심을 단단히 잡는다. 자극적인 연출보다 인물 간의 치밀한 심리 싸움에 집중한 이 8부작 스릴러는 매주 수요일 2화씩 공개되는 호흡을 따라 연휴 기간 가족과 함께 ‘정의와 생명’의 가치를 곱씹어볼 의미 있는 대안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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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판사 이한영’ 웹소설, 웹툰, 드라마 포스터. /네이버웹툰, MBC

◇ ‘판사 이한영’ : 명절 스트레스를 날릴 ‘법정 사이다’
안방극장의 스테디셀러인 ‘인생 2회차’ 회귀물과 법정 드라마가 만났다. 동명의 인기 웹소설을 원작으로 해 티빙과 MBC에서 방영 중인 ‘판사 이한영’은 거대 로펌의 사냥개로 살다 토사구팽당한 판사가 10년 전, 정의감이 살아있던 초임 판사 시절로 돌아가 사법부의 거대 악을 무너뜨리는 이야기다.

이 드라마의 백미는 주인공 ‘이한영(지성 분)’이 구사하는 치밀한 ‘수 싸움’에 있다. 10년 뒤 벌어질 정·재계의 비리와 판결문을 모두 기억하고 있는 그는 법망을 교묘히 빠져나가는 소위 ‘유권무죄’ 권력자들을 그들이 만든 법 논리로 응징하며 통쾌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특히 이한영을 감시하면서도 결정적인 순간에 패를 던지는 의문의 조력자 ‘강신진(박희순 분)’과의 팽팽한 대립은 극의 서스펜스를 최고조로 끌어올린다.

배우 지성은 과거의 순수함과 미래의 노련함을 동시에 지닌 인물을 입체적으로 그려내며 극의 중심을 단단히 잡는다. 가난한 집안 형편 때문에 권력과 타협했던 지난날을 반성하며 법복의 무게를 다시 세우는 그의 고군분투는 명절 기간 가사 노동과 가족 간의 갈등으로 지친 시청자들에게 시원한 ‘사이다’ 같은 위로를 건넨다. 전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정의 구현의 서사는 온 가족이 모여 앉아 명절 밤을 즐기기에 부족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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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랑 통역 되나요? 포스터. /넷플릭스

◇ ‘이 사랑 통역 되나요?’ : 언어의 장벽을 넘어선 진심
장르물의 홍수 속에서 포근한 위로가 필요한 이들에겐 지난달 16일 공개돼 여전히 인기 순위 상단에 있는 ‘이 사랑 통역 되나요?’가 정답이다. ‘주군의 태양’, ‘환혼’ 등을 집필한 스타 작가 홍자매의 신작으로 다중언어 통역사 주호진(김선호 분)이 글로벌 톱스타 차무희(고윤정 분)의 전담 통역을 맡으며 벌어지는 로맨틱 코미디다.

이탈리아 토스카나의 황금빛 포도밭과 캐나다의 설경 등 전 세계 곳곳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영상미는 마치 한 편의 여행 영화를 감상하는 듯한 대리 만족을 선사한다. 단순히 남녀의 사랑 이야기를 넘어 서로 다른 언어와 문화를 가진 이들이 ‘진심’이라는 공용어를 통해 소통해 나가는 과정이 따뜻하게 그려진다.

김선호의 다정다감한 눈빛과 고윤정의 화려하면서도 사랑스러운 케미스트리는 연휴의 피로를 잊게 하는 강력한 ‘힐링’ 요소다. 복잡한 추리나 잔인한 묘사 없이 그저 인물들의 대화와 풍경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오르는 경험을 선사한다. 12부작 전 회차가 공개돼 있어 긴 연휴 동안 따뜻한 감성에 푹 젖어들고 싶은 연인이나 가족들에게 적극 추천한다.

/단정민기자 sweetjmini@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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