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회사로 오시면 돌려드립니다. 핸드폰 받아놓았습니다” 전화로 들려온 택시회사 사무원의 말을 전하는 학생의 말은 모조품 왕국의 중국에서 정말 믿기 어려웠다.
지난 주 중국 북경교통대 초청으로 강연을 하고 돌아오는 길 동행인 중의 한 분이 귀국 당일 택시에 핸드폰을 놓고 내린 후 핸드폰을 찾는 순간이었다.
택시에 내린 후 다행히 영수증에 찍힌 택시회사에 전화를 하니 회사가 해당 택시기사와 연락하여 폰을 찾았다는 것이다. 물론 중국말을 못하니 중국학생에게 부탁하여 전화를 걸었고, 중국학생이 전하는 말은 폰 찾는 것을 거의 포기했던 일행에게는 가히 충격적이었다. 더 놀라운 것은 안내를 하는 현지 교수의 말에 의하면 택시에서의 분실물은 거의 찾는다는 것이다.
사실 중국인의 정직성은 늘 화제가 되어 왔다. 문득 몇 일전 읽은 한국의 신문기사가 생각난다. 승객들이 택시에 놓고 내린 휴대전화를 사들여 분해해 부품을 중국에 밀반출한 혐의를 받은 중개업자와 택시기사들이 구속되었다는 기사이다.
택시기사들은 휴대전화를 주인에게 돌려주지 않고 장물로 이들에게 팔아넘긴 혐의를 받고 있고, 경찰은 택시기사와 매입업자들의 거래 현장을 덮쳐 장물 휴대전화 수백대를 압수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런 짓을 한 건 한국의 택시기사들이고 이를 구입한 건 중국이라는 것이 매우 흥미롭다. 북경의 택시회사와 택시기사의 모습과 대조되는 모습이다.
세계의 공장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중국은 모조품(일명 짝퉁)에서도 세계의 공장이라는 명성도 함께 갖고 있다.
명품시계, 옷, 화장품 등으로 시작하여 최근에는 식품, 의약품, 서적, 장난감, 그리고 심지어 자동차와 오토바이, 지폐, 졸업장 등의 각종 증명서까지 온갖 모조품이 난무하고 있다.
중국 모조품 시장은 점포 수만 개에 취급상품이 10만 종류가 넘는다고 한다. 연간 모조품 판매액은 계산조차 힘들지만 수백억달러는 훌쩍 넘는다고 추산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학문세계에서도 볼 수 있다. 학위 논문 발간을 감독하는 중국 당국이 최근 논문 저술에서의 부정한 방법을 규제하기 위한 새로운 규정을 도입했다고 한다. 새 규정은 중국 과학자들이 제3자로 하여금 논문을 대리 집필하게 하거나 제3자에게 논문을 수정할 수 없도록 하고 있으며, 허위 상호검사를 주고 받는 것과 실제로 논문 작성에 별로 기여하지 않고서도 공동 저자로 이름을 올리는 행위 등을 금지하는 규정이다.
이는 올해 국제 과학 저널들이 중국 과학자들의 논문 게재를 거부하거나 이미 게재됐던 논문들에 대해서도 게재를 철회하는 조치가 잇따른 데 따른 것이다. 국제 과학 저널들은 중국 과학자들의 정직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필자일행이 돌려받은 핸드폰의 의미는 무엇인가?
그 의문은 쉽게 풀렸다. 북경의 택시기사가 손님이 놓고 내린 물건을 취하여 적발되면 영업면허가 취소됨은 물론 북경에서 추방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엄격한 법이 이들의 불법을 막고 있는 것이다.
사실 정직하다는 미국인들에게도 뉴욕시 전체가 정전이 되었을 때 약탈이 자행되었던 과거 역사가 있다. 결국 인간에게는 선과 악의 양면성이 있고 이를 시스템으로 컨트롤 할 수 있어야 한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때는 사라졌던 모조품 이야기나, 중국보다는 정직하다는 한국 택시기사들의 손님 물건의 절취이야기와 중국 택시기사들의 정직성은 확실히 사회를 컨트롤 하는 시스템의 역할의 중요성을 느끼게 한다. 선을 부추길 수 있는 건 선을 보장해 주는 확실한 시스템이다.
그런 점에서 현재 한국 사회 구석구석의 문제를 확실하고 합리적인 시스템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