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동주`의 이준익 감독
이준익 감독이 영화 `동주`를 만들게 된 계기다. 그는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시인의 삶과 죽음을 알지 못하고서 윤동주 시를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나”라고 물었다.
이 감독은 5년 전 일본 교토에 갔다가 도시샤 대학에 건립된 윤동주 시비를 보고 이런 의문이 들었다고 한다. “자기네가 죽여 놓고서는 시만 사랑한다? 시인의 삶을 나 몰라라 하는 것은 부도덕한 행태가 아닌가.”
이런 아이러니는 우리에게도 해당했다. 이 감독은 “윤동주 시인이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알 수 없는 주사`를 맞고 죽었는데 우리는 그것을 자세히 규명하려 하지 않은 게 이상했다. 한번도 규명하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은 것이 이상하지 않나. 그것이 미안하고 죄송스럽다”고 말했다.
그래서 이 감독은 이 영화를 만든 것을 “밀린 숙제를 한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윤동주 시를 지금도 입시에서 상징과 비유로 함정을 파놓는 도구로 쓰지만, 시인의 삶과 죽음에 대해서 면밀히 살펴보지 않는다. 나 자신도 나이 오십이 넘어서야 그가 어떻게 죽게 됐는지를 알게 된 것이 부끄럽다. 그래서 (영화를) 찍은 것이다”고 말했다.
영화는 윤동주 시인의 삶의 궤적을 쫓아가면서 삶과 시를 병치한다. “윤동주가 살았던 그 시대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면 윤동주 시인을 파악할 수 없고, 그러면 그의 시도 파악할 수 없다. 시는 시대에서 나오는 것 아닌가”라는 것이 이 감독의 논리다.
영화는 후반부에서 일본 고등형사와 동주·몽규가 일제의 대동아공영론를 놓고 설전을 펼치는 것을 보여준다. 클라이맥스이자 주제부다.
이 감독은 이를 통해 “가해자의 모순과 부도덕성을 지적”하고 싶었다고 했다. 그동안 우리가 `이런 피해를 당했다`, `이렇게 수탈당했다`고만 할 뿐 가해자를 추궁하지 않은 것에 대한 반성이라고 했다.
같은 전범국이지만 다른 태도를 보이는 독일의 상황에 비교했다. 독일이 전쟁 범죄를 사과한 것은 영국, 프랑스, 러시아 등 주변국가가 끊임없이 나치즘의 죄상을 조사·발굴하고 증거를 제시하며 추궁했기 때문이라는 것.
영화는 `별 헤는 밤`, `아우의 인상화`, `서시`, `자화상`, `바람이 불어`, `참회록` 등 윤동주의 시를 동주가 자신의 심정을 내적으로 말하는 형태로 들려준다. 영화를 보고 있으면 `아, 이런 상황에서 이 시가 쓰였구나` 알게 된다. 이 감독은 “시 자체가 스펙타클”이라서 시를 전면에 내세우게 됐다며 “`참회록`이라는 시를 보면 그 안에 열등감과 모멸감, 분노와 자조감이 시어로 조합돼 있다”고 설명했다.
영화는 제목이 `동주`이지만 윤동주 시인의 사촌인 송몽규의 삶을 비중 있게 그리고 있다. 어떻게 보면 몽규가 숨은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감독은 이를 과정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송몽규는 누구보다도 일제 치하에서 치열하게 살았지만 어떤 결과물을 내놓지 못해 지금은 잊힌 존재가 됐다. 반면 윤동주는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라는 유고시집 덕분에 우리 시대의 대표적인 시인으로 추앙받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