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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적 예찰 동시에 고사목 제거, 일원화된 시스템 절실

전준혁기자
등록일 2015-12-14 02:01 게재일 2015-12-14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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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 못 볼 날 오는가
▲ 지상방제 작업 모습.
▲ 지상방제 작업 모습.

소나무재선충병이 우리나라에 최초 발생한 지 30년에 가까운 세월이 지났다. 지속적인 방제에 의해 줄어드는 추세를 보이던 재선충병은 그러나 지난 2013년 폭발적으로 번져나가며 전국을 공포로 몰아넣었다. 이에 일선의 지자체와 산림청, 각종 연구기관에서는 서로 다른 입장을 내보이며 재선충병이 과연 박멸 가능한 것인지에 대해 다시 한 번 논의하고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중요한 것은 재선충병의 경우 99%의 방제에 성공하더라도 그것은 실패라는 것이다. 100%의 완전방제 이후, 또 수년간에 걸친 예찰과 관리가 있어야만 진정한 의미의 방제성공으로 소나무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다. 일선 지자체에서 수년간 방제활동을 벌여왔던 담당자와 대학에서 관련 연구를 수행하고 있는 교수, 이들 두 전문가에게 우리나라 소나무재선충병 방제법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들어봤다.글 싣는 순서

① 소나무재선충병에 대한 이해

② 경북지역의 피해 상황

③ 포르투갈의 재선충 피해와 방제

④ 스페인의 재선충 피해와 방제

⑤ 소나무재선충병 극복 가능한가
▲ 포항시 재선충병방제TF 금창석 팀장
▲ 포항시 재선충병방제TF 금창석 팀장
“훈증처리 나무 개인 유출로 피해 더 키워… 대국민 홍보·관심 필요”

-일선 현장의 어려움은 어떤 것이 있나.

△첫째로 방제 전문인력 확보가 힘들다. 현재 공단지역으로 젊은 인력들이 집중돼 있는 상황이며, 이에 따라 시청 직영방제단 방제인력의 고령화(15년 하반기 신규채용 결과 평균나이 만62세)와 전문인력(벌목공 등)의 부족으로 안전사고 발생위험이 상존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방제작업장별로 `찾아가는 현장안전교육`을 지속적으로 실시하고 있으나, 인력시장에서 동원된 인력의 경우 수시변동이 있어 교육효과가 미비한 상황이다. 둘째로 예산확보에도 어려움이 많다. 올해 하반기 전수조사 결과(12월 현재 기준) 상반기의 40% 정도 수준, 임업진흥원 조사 결과는 30% 미만으로 나타나 피해고사목이 많이 감소한 상황이다.

이제는 피해면적 감소를 위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 선단지와 산발지 지역의 소나무 주변을 관리해 반출금지구역을 축소시키고 방제구역 범위를 줄여나가야 앞으로 완전한 방제가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전국적으로 수치상 고사목 수량이 줄어들면 관리를 위한 예산을 남겨두지 않고 이를 삭감하기 때문에 예산부족으로 또다시 피해가 확산되는 어려움이 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한 방법은.

△충분한 예산확보가 중요하겠지만, 이제는 시민의 인식전환도 필요한 시점이라고 본다. 소나무는 민족의 나무라 살려야 한다는 것에는 공감을 하고 있으나, 개개인으로 볼 때는 협조가 안되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훈증처리한 소나무를 전원주택과 캠프장, 시골농촌마을, 사찰 등에서 연료비 절감을 위해 가져다 땔감으로 사용하는 등 `설마 재선충을 내가 옮길까``금방 불로 태우면 되겠지`하는 생각들이 피해를 더욱 키우고 있다. 이러한 사례는 방제가 진행되고 있는 중에도 계속 발생하고 있으며, 몇몇 경우는 적발해 입건, 벌금, 방제명령 등의 처리를 했지만 대부분 재선충병에 대해 잘 알지 못한 경우가 많아 강력한 처벌이 어렵다. 전 국민적인 홍보와 관심이 필요한 이유다.

-앞으로의 전망은 어떻게 보나.

△재선충병은 기후변화에 영향을 많이 받고 있어 예측이 어렵다. 하지만 관련분야 연구가 계속되고 있고, 지자체에서도 다양한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있어 점차 피해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는 선단지, 산발지 관리에 철저를 기해 반출금지구역을 축소시켜 관리가능한 피해적정수준으로 감소시킬 예정이며, 이에 따라 재선충병도 점차 수그러들 것으로 보고 있다.

▲ 경북대 생태환경관광학부 이동운 교수
▲ 경북대 생태환경관광학부 이동운 교수
“한꺼번에 많은 예산 투입, 총 방제비 줄이는 방법도 시도해볼만 ”

-현재 우리나라의 재선충병 상황에 대한 평가는.

△1988년 최초 발생 확인으로부터 근 30년이 다 돼가는 시점에서 2006년 이후 매년 2만㏊이상의 소나무재선충 피해지에 방제작업을 하고 있음에도 소나무재선충 감염목은 줄어들 기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또한, 소나무재선충 감염지로부터 다른 지역으로의 이동 및 반출을 엄격히 통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매년 신규 피해지가 발생하고 있으며, 마찬가지로 매년 연구개발비를 투입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획기적인 방제법의 등장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이러한 모든 것들을 고려해 보면 현재의 방제 방법에 중대한 오류가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이에 관계자들이 걱정과 의심어린 시각으로 회의적인 질문을 던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아울러 잘 포장된 가능성을 담보로 기대심리만을 내세운 과도한 의욕에 쌓여있는 어설픈 전문가들의 `안 되면 그만이고`식의 도덕불감증에 가까운 발언과 연구들 또한 이러한 위기 사항을 대중에게 호도하는 불쏘시개로 작용하고 있다.

-방제는 가능한가.

△소나무재선충이나 하늘소 유충 제거를 위해 죽은 소나무를 없애던지, 하늘소 성충을 없애던지, 살아있는 소나무에 두 해충이 오지 못하게 하던지, 아니면 사람이 살아있는 소나무를 포기하던지, 이것들이 소나무재선충을 방제할 수 있는 방법이고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소나무를 포기하는 것 빼고는 소나무재선충 방제를 위해 여러 방법들을 실행하고 있다. 즉, 현재 우리나라 실정에서 소나무재선충을 방제하는데 기술적 문제는 없다. 앞에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우리나라에서 주로 이용하고 있는 고사목 벌채와 훈증작업만으로도 그 밖의 저항성 수종을 개발하거나 대체 수종을 조림하고, 혁진적인 진단 기술을 개발하고, 하늘소 유인제를 개발하고, 예찰 시스템을 혁신적으로 보완하고 하는 등등의 새로운 기술개발 없이 소나무재선충과 하늘소, 소나무 사이의 연결 고리를 깰 수 있다.

-그렇다면 왜 방제가 지지부진한가.

△문제는 관심과 의지다. 연구자들이 매뉴얼화 시켜놓은 소나무재선충 방제지침서가 현장에서 자동차 조립을 하는 기계처럼 100% 정상작동하지 않는다. 소나무재선충 방제작업을 하는 작업자들이 소나무재선충을 멸종시켜 우리나라 산림을 온전히 보존해야겠다는 사명감이 가득한 완벽주의자가 아니다. 따라서 방제 현장에서 고사목이 누락되거나 방치될 개연성이 상존하고, 이들은 다음해 소나무재선충의 발생 진원지가 된다. 유럽의 소나무재선충 최초감염 국가인 포르투갈의 소나무재선충 발생지를 방문해서 가장 크게 느낀 것 중의 하나는 소나무재선충 방제를 위해 국가가 주도적인 것이 아니라, 민간의 산주들이 주도적이고 그들이 소나무에 대한 관심과 애착이 대단히 높다는 것이었다.

물론 포르투갈과 우리나라의 산림경영의 형태가 다르기 때문에 단적으로 두 곳을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소나무 목재생산을 주 임산물 소득원의 하나인 포르투갈에서는 산주들의 소나무재선충 방제에 대한 인식이 높고, 적극적으로 대응한다는 것이었다. 자기산도 아닌 곳의 고사목을 일로서 제거하고 있는 우리나라와는 관리의 질이 당연히 차이가 날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개선해야 할 점은.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 소나무재선충을 방제하기 위해서는 신규발생지의 확산을 저지하고, 기존 발생지의 피해를 최소화시켜 최종적으로 방제가 되게 해야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예찰이 기본이다. 새로운 감염목이 발생되었는지 기존 방제지에서 새로이 발생되는 것이 없는지 계속 예의주시해야 한다. 소나무재선충 발생 위험지역을 단계적으로 구분하고, 발생 선단지와 기존 피해지를 구분하고, 감염목 발생지와 미발생지를 구분해 각 대상지에 적합한 지속적인 예찰과 동시에 고사목을 제거할 수 있는 일원화 된 시스템이 우리에게도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예산 문제도 짚고 넘어가야 된다. 현 시점에서 매년 소나무재선충의 방제비용을 고정적으로 지출하는 상황이 됐다면 일시에 많은 예산을 투입해 전체적인 방제비용을 줄이는 방법이 있으면 시도해볼 방법이라고 생각된다. 매년 100억씩 십년을 투입해도 불확실한 상황이라면 200억씩 5년 투자해 확실성이 높아진다면 후자의 방법이 더 유용하지 않겠는가. 또한 소나무재선충의 감염목들이 산림 내에서 대체로 큰 나무에 우선 발생하기 때문에 소나무재선충 감염지에서 이들 목재가공이 가능한 경제성 있는 소나무들을 목재나 다른 용도로 활용하는 방법을 우리나라도 적극 강구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방제 확률이 낮은 상황에서 감염돼 폐기처분될 가능성이 큰 경제성 있는 나무를 수수방관하는 것은 얻을 수 있는 경제적 가치를 손실시키면서 부가적으로 방제비용이 추가되는 이중의 손실이 발생되는 것이다. 그리고 비록 직접적 비용이 더 발생되더라도 환경문제나 일자리 창출과 같은 사회적 문제를 고려한다면 지금의 벌목 후 훈증을 통해 폐기처분되는 감염목들의 적극적 활용법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본 기획물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전준혁기자 jhjeon@kbmaeil.com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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