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서 혼자 농사 60대<Br>화염속 소 구출하고 숨져<Br>각별한 애정 주위에 소문<br>동네서 누렁이 키우기로
“자식 같은 소를 얼마나 사랑했으면 불길 속에 뛰어 들었을까….”
8일 오후 9시 35분께 안동시 풍천면 김모(64)씨가 집과 축사에 불이 나 소를 구한 뒤 숨진 사연이 전해지자 주민들이 애를 태우고 있다.
김씨는 이날 가족처럼 아끼던 소를 구하려다가 목숨을 잃었다. 경찰과 소방당국도 당시 김씨가 화염에 휩싸인 축사에 매여진 소를 풀어주려다 소만 탈출시킨 뒤 자신은 미처 빠져나오지 못해 변을 당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화재가 난 당일 김씨는 쇠죽을 끓이려고 아궁이에 불을 지폈고, 아궁이 불씨가 축사로 번져 불이 난 것으로 보고 있다. 출동한 소방대원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마당 한 편에 화상을 입은 소만 나와 있었고, 화재 진화 중 축사에서 숨진 김씨를 발견한 것.
안동시 외곽 산골마을에 태어난 김씨는 서울에 부인과 자식들을 보내고 혼자 농사를 짓고 있었다. 수년전 작고한 어머니를 고향땅에 모신데다 대대로 내려오던 논·밭도 지켜야했기 때문이다.
청각장애에다 기력도 약했지만 논·밭을 갈때면 김씨 곁에는 언제나 일꾼 소 `누렁이`가 있었다. 소의 나이는 13세. 사람으로 치면 70세의 고령이지만 무거운 짐도 온갖 궂은일도 이 녀석이 있기에 가능했다. 그 흔한 경운기도 없던 김씨의 농사 대부분은 누렁이가 척척 해냈다.
이웃들은 김씨의 소사랑만큼은 유난히 각별했다고 입을 모았다. 정작 자신은 식은 밥으로 끼니를 때우더라도 소가 먹을 여물죽만큼은 직접 쑤어주는 등 정성을 쏟았다고 전했다.
이 같은 사연이 전해지자 주인 잃은 누렁이는 이 동네에서 15km 떨어진 권순욱(43)씨가 맡았다. 권씨는 화상을 입은 누렁이에게 약을 발라 주는 등 정성껏 돌보고 있다. 비록 한육우를 키우는 농장을 운영하지만 앞서 주인이 목숨을 대신해 구출한 사연을 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권순욱씨는 “불길 속에서 구출된 소가 엄청난 충격을 받았는지 사료를 잘 먹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다”면서 “고인을 위해서라도 소를 잘 키워 보겠다”고 말했다.
안동/권광순·권기웅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