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영한 tvN 드라마 `갑동이`서 오마리아로 열연한 김민정
주먹만을 내밀던 두 소녀의 생사는 한 소녀가 엉겁결에 보를 내면서 갈린다.
보를 낸 소녀는 죄책감과 분노, 자기혐오로 어른이 돼도 과거를 떨쳐내지 못한다. 그녀는 결국 연쇄살인범 `갑동이`를 잡기 위해, 과거를 벗어나기 위해 다시 사건의 중심으로 뛰어든다.
배우 김민정은 미제로 남은 화성 연쇄살인사건을 모티브로 삼은 tvN 드라마 `갑동이`에서 말간 얼굴과 단아한 흰 가운 뒤로 어두운 기억에 갇혀 사는 정신과 여의사 오마리아 역을 맡았다.
최근 드라마를 끝낸 배우 김민정을 지난 24일 오후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김민정은 화면 속 오마리아를 연기했던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발랄한 모습이었다.
김민정은 “촬영을 사흘 정도 남겨뒀을 때 저 자신에게 어떤 마음인지 물어봤다. 돌아보니 최고는 아니었다고 해도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후회가 없었다”면서 “오마리아를 연기하면서 마음을 쓸 것을 다 쓰고 눈물을 흘릴 것은 다 흘렸다”고 말했다.
오마리아는 연쇄살인범죄 피해자이고 범인의 유일한 목격자이지만 한편으로는 치료감호소 정신과 수련의다. 사건의 직접 당사자이면서도 한편으로는 거리를 두고 사건을 바라봐야 한다.
아역배우 출신으로 긴 연기경력을 가진 김민정에게도 복잡한 감정 연기가 쉽지 않았을 법하다.
김민정은 “작가 언니도 오마리아 캐릭터가 `갑동이`에서 가장 어려웠던 캐릭터였던 점은 인정한다고 말했다”면서 “저는 피해자로서의 마음과 제3자인 의사로서의 마음 간극이 크지 않았으면 했고 연기할 때 그 점을 가장 염두에 뒀다”고 말했다.
김민정은 “오마리아는 누가 (연기를) 조언할 수 있던 캐릭터가 아니었다. 저는 그냥 전적으로 저 자신을 믿었다. 현장에서 감독님과도 많이 이야기했다”고 덧붙였다.
무서운 영화나 드라마는 말할 것도 없고 무서운 이야기를 듣는 것도 정말 싫어한다는 이 배우가 이렇게 시종일관 어두운 드라마에서 녹록지 않은 역할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김민정은 “솔직히 이렇게 작품이 무거울 줄, 이렇게까지 오마리아가 아프게 끝나는 캐릭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1~4부 대본을 읽어본 다음 재미가 가시지 않아 잠을 못 이룬데다 조수원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는 점이 작품을 선택하도록 했다는 게 김민정의 설명이다. “내 연기 장르에 스릴러를 넣겠다”는 욕심도 작용했다.
브라운관으로 전해졌던 팽팽한 긴장감과는 달리 오히려 촬영 현장은 `사람 냄새 폴폴 나는` 배우 윤상현(하무염 역) 덕분에 밝았다고 김민정은 전했다.
김민정은 윤상현에 대해 “상현 오빠는 자신이 배우라고 해서 그걸 몸으로 표현하거나 폼을 잡는 사람이 아니다”면서 “이건 매우 좋은 표현인데 무척 `사람` 같았다”고 설명했다.
갑동이 카피캣으로 사이코패스인 류태오 역할을 맡아 연기 호평을 받은 이준과의 연기 호흡은 어땠을까.
김민정은 “이준씨와 호흡이 잘 맞았다. (연기경력이) 오래된 배우는 아니지만 연기를 할 줄 알고, 소통을 할 줄 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평가했다.
김민정은 다음 작품에서 어떤 모습으로 찾아올까.
“다음에는 밝은 역할을 하고 싶어요. 뭔가 심각한 캐릭터는 벗어나서 제 나이에 맞는 사랑스러운 캐릭터나 아예 독특한 캐릭터를 하고 싶어요.”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