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왕` 신해철 6년만의 신보 `리부트 마이셀프` 발표
`마왕`이 돌아왔다. 뛰어난 음악 실력과 무대위의 거친 카리스마, 화려한 언변으로 많은 마니아 팬을 보유했던 신해철이 오랜 공백을 깨고 솔로와 밴드로 화려한 `부활`의 날개를 편다.
최근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공연장에서 열린 솔로 6집 `리부트 마이셀프`(Reboot myself) 쇼케이스에서 그를 만났다.
노래 가사나 곡 설명에서 독설은 여전하지만 여유로운 해학이 완충재처럼 감쌌고, 세상을 향한 날카로운 시선도 가족에 대한 사랑이 섞여 조금은 부드러워진 모습이었다.
6집은 지난 2008년 넥스트 6집 `트릴러지(Trilogy) 파트Ⅰ` 이후 6년 만의 신보이며, 솔로로는 지난 2007년 재즈를 접목한 5집 `더 송스 포 더 원`(The Songs For the One) 이후 7년 만의 정규 앨범이다.
“저는 유행가를 만드는 사람입니다. 다른 사람들이 들었을 때 크게 부담 가지 않을 곡을 담았습니다. 내용적으로는 그동안 `자아`에 대해 이야기했다면 이번에는 가족 등 내게 중요한 것들에 대해 노래했죠.”
먼저 앨범 제목으로 2집 `마이셀프`를 `리부트`(재시동하다)한다는 의미를 택한 것이 눈에 들어온다.
“`재즈카페`가 있는 솔로 2집이 `마이셀프`입니다. 음악적으로 봤을 때 그 앨범이 지닌 위치에서 다시 스스로에 대해 고민해보겠다는 의미입니다.”
그는 이어 앨범 `마이셀프`의 의미에 대해 “90년대 뮤지션 상당수가 상업적으로 편하게 들을 수 있는 재밌는 노래를 만들고 자리를 굳히면 독한 노래로 이동하는 길을 걸었는데 마이셀프는 그 앞선 절차의 마지막 앨범”이라며 “음악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얘기할 수 있는 노래가 담겼었다”라고 설명했다.
쇼케이스에서는 선공개곡인 `A.D.D.A`를 비롯해 `캐치 미 이프 유 캔`, `프린세스 메이커`, `단 하나의 약속`까지 앨범 수록곡을 하나씩 들어보고 그가 설명하는 순서도 마련됐다.
펑크와 솔, 디스코 등 여러 장르가 혼합된 곡들은 유쾌하면서 몸을 들썩일 정도로 흥이 났다. 빈틈없이 꽉 찬 사운드가 그의 내공을 보여줬다.
1천개 이상 녹음 트랙에 목소리만 중복 녹음해 만든 `장인정신`이 느껴지는 원맨 아카펠라 곡 `아따`에 대해 그는 “보름 정도 입술이 부어서 터질 정도로 고생하며 녹음했다”면서 “길게 보면 아카펠라 앨범 하나를 통째로 낼 수 있을 정도로 1년 반 이상 녹음하고 그걸 기반으로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나에게 쓰는 편지`와 비슷한 느낌의 `단 하나의 약속`은 앨범에서 가장 귀에 쉽게 들어오는 곡이다. 아내와 만남을 시작하던 시절 만든 마지막 러브송으로 15년간 틈틈이 손질하다 이번에 내놓았다 한다.
이날 신해철은 6년만에 재결성한 밴드 넥스트의 형태도 공개했다. 흡사 `축구팀`이 연상되는 형태다.
“가을부터 움직이는 넥스트는 전과는 다른 형식입니다. 가칭이 넥스트 유나이티드에서요. 일종의 오케스트라 시스템입니다. 기타리스트 정기송 씨가 수석으로 전체 밴드를 조율하고 각 파트별로 여려명이 있는거죠. 1~4군에 청소년 넥스트도 만들 거예요. 다 모이면 유나이티드가 되는 거죠. 지금 멤버가 20명을 넘어섰어요.
그는 특히 “`노바소닉`의 보컬 이현섭씨를 넥스트의 다른 보컬로 영입했다”면서 `투 리드 보컬` 체제로 팀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살짝 들어본 새로운 넥스트의 노래는 마치 `라젠카` 시절처럼 파워풀하면서도 귀에 잘 들어오는 멜로디를 갖고 있었다.
신해철이 오랜만에 복귀하면서 친한 다른 뮤지션과의 교감도 화제가 됐다. 월드스타 싸이는 그의 `아따` 뮤직비디오를 트위터에 소개하며 `역시`라고 감탄의 메시지를 남겼다. 새 음반을 준비중인 서태지와도 곡작업 과정에서 교감이 있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태지가 `아따`를 타이틀로 골랐어요. 다른 곡들은 `형은 편안하다고 생각하는데 결코 쉽지 않아`라고 조언했죠. 태지가 더 쉽게 하라고 저의 `엉덩이`를 많이 때렸죠. 가을에 그 친구 앨범이 나오니 `누가 음악을 그만둘지 모르지만 승부하자. 끝장을 내자`라고 얘기해뒀어요.”
1988년 대학가요제 이후 26년간의 뮤지션 생활과 그동안 가장 길었던 지난 6년간의 공백은 그에게 어떤 깨달음을 줬을까.
“제 나이가 마흔여섯입니다. 아직도 살 빼라는 요구를 받는다는 것이 기쁜 일이라고 생각해요. 나이보다 젊어 보이기보다 나이에 어울리는 모습의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려 합니다. 그동안 음악적 목표를 달성하려 주위 사람을 힘들게 한 부분도 있는데 이제는 제 음악적 식탁에 앉는 사람들이 더 편안할 수 있도록 하려 합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