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 남선면 풍현저수지 수년전부터 누수현상<bR>속타는 주민 보수 요청에도 복구 차일피일 미뤄
【안동】 “제발 저수지 좀 고쳐주세요. 논농사가 걱정입니다. 농부들에겐 생명수와 같은데….”
8일 오후 안동시 남선면 현내리 속칭 `바람티골` 끝자락에 위치한 풍현저수지. 이곳을 중심으로 1만㎡의 논농사를 이어 온 서석용(80)씨는 땅이 꺼질세라 한숨만 쉬고 있었다. 수년 전부터 해당 저수지의 심각한 누수현상 때문이다.
61m의 길이에 높이 5.5m, 10만t의 물을 가둘 수 있는 이 저수지는 1954년 축조됐지만 그나마 현대식으로 보수한 덕분에 전체 30여 농가에서 요긴하게 사용해 왔다.
그러나 무슨 영문인지 신평지, 진실지 등 인근의 저수지는 대체로 70~80% 저수율을 보인 반면 문제의 저수지는 수년전부터 조금씩 물이 빠지더니 지난해 이맘때부터 수위가 크게 줄었다. 최근에는 호수 가장자리 제일 깊은 곳마저 40cm도 채 못 미쳤고 저수지 상부에는 바닥마저 드러냈다.
“파이프에 귀를 대고 줄줄 물새는 소리 들어 보세요. 이렇게 물이 죄다 빠져나간 겁니다.”
이날 본지 취재진이 저수지의 물을 빼기 위해 공기 주입 통로인 `사통`파이프에 귀를 기울이자 물새는 소리를 확인할 수 있었다.
사정이 이러하자 앞서 마을 주민들은 수시로 면사무소에 보수를 요청했지만 매번 허사였다. 현장을 방문한 담당 공무원 스스로 `문제가 있는 저수지`라며 지적만 해놓고는 정작 복구 소식은 감감했다. 면장과 담당 공무원이 교체됐다는 것이 이유였다.
올 봄 유별났던 가뭄 탓에 마을 입구에 설치된 관정에서 지하수를 퍼 올리는 등 다급해진 농민들이 자구책을 마련했지만 논물 대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안동시가 지난해 5월 관내 170여 곳의 수리시설을 긴급점검한 결과 해당 저수지는 농민들의 주장대로 누수가 발생하는 문제의 저수지인 것으로 드러났다.
안동시 관계자는 “경미한 누수가 있는 것으로 조사된 해당 저수지는 관할 관청의 긴급보수 요청이 없어 잠시 방치된 것 같다”면서 “긴급예산을 투입해 해당 지역 저수지를 빠른 시일내 보수해서 농민들이 농사에 전념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해 4월 중순 경주 산대저수지 붕괴 사고 여파로 전국적으로 소규모 노후 저수지에 대한 정밀 안전진단이 이어졌다. 경북의 경우 38곳의 저수지가 안전 문제로 보강공사 대상에 오르기도 했지만 이번 풍현저수지의 경우 `수박겉핡기식`진단이었다는 지적이다.
안동/권기웅기자 presskw@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