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별`·`왔다! 장보리` 등서 밉상연기로 잇달아 히트친 금보라
현정화와 덩야핑이 주고받던 핑퐁을 관전하던 재미가 이랬을 것 같다.
`얄미운 계모`, `한 성격 하는 엄마`, `푼수 첩` 등의 역할로 최근 잇달아 히트치는 배우 금보라(53)를 지난 3일 경기 일산 MBC스튜디오에서 만났다.
연기 인생 36년의 이 베테랑은 직설적이면서도 타고난 유머감각을 녹여낸 시원한 화법으로 거침없이 대답했다.
MBC 드라마 `메이퀸`과 `금나와라 뚝딱!`, tvN 시트콤 `감자별 2013QR3`에 이어 현재 방송 중인 MBC 주말극 `왔다! 장보리`까지 금보라는 지난 2년여 `밉상`이지만 결코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를 맡아 인기를 얻는다. 이들 드라마가 모두 시청률이 높아서 최근에는 `금보라가 밉상 캐릭터를 맡으면 드라마가 뜬다`는 말까지 나온다.
인터뷰 분위기를 좀 더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일문일답으로 전한다.
-요즘 다시 전성기인 것 같다.
◆ 난 태어났을 때부터 쭉 전성기다.
-`금보라가 출연해야 드라마가 뜬다`는 말이 있다.
◆ 아이고, 그렇게 생각 안 한 지 오래됐다. 내가 나온 작품이 잘 됐을 뿐이다. 우리가 프리랜서인데 남들이 찾아줘야 하는 거지.
-못된 계모를 연기해도 인기다.
◆ 내 얼굴이 예뻐서 그렇다.(웃음) 그런 역할을 재수없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지만 보면서 대리만족을 느끼는 시청자가 많다. 세상이 많이 바뀌었다. 옛날 같으면 악역은 CF를 생각도 못하지만 요즘은 악역을 해도 CF 찍지 않나.
-그래도 주인공을 구박하는 역할인데 왜 인기일까.
◆ 내가 또 그렇게 악랄한 역은 안 하지 않았나. 그냥 이기적인 엄마 역일 뿐이다. 세상에 어떤 엄마가 내 자식을 위해 물불 안 가리나. 모성을 생각하면 결코 나쁜 엄마 이미지가 아니다. 그런 마음으로 보면 내가 연기한 캐릭터들이 밉지만은 않다.
- 출연작들이 인기를 얻었지만 동시에 `막장 드라마`라 비난받았다. 작품 고를 때 선택 기준은.
◆ 막장이냐 아니냐는 내가 판단할 게 아니고 시청자 몫이다. 우리야 끝을 모르고 드라마를 시작하지 않나. 흘러가는 대로 할뿐. 우리에게 선택권이 어디 있나. 뽑히는 위치지. 이 나이에 뭔가 할 수 있다는 것에 만족감을 느낄 뿐이다. 내가 아직도 존재하고 TV에 나오는 것만으로도 감사한다. 좋은 역할을 기다리면서 고집 피우고 세월을 보낼 수도 있지만 난 그렇게 시간을 보낼 수 없다. 기다린다고 손에 뭔가를 쥐여주는 세상이 아니다. 왜 나한테 좋은 캐릭터가 안 올까 생각하기보다 기회는 하면서 온다고 생각해야 한다.
- 그래도 착하고 좋은 역할을 맡고 싶은 욕심도 들 텐데.
◆ 나보다 뛰어난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배부른 소리를 할 게 아니다. 무엇보다 내 인생의 주인공은 나지 역할이 아니다. 어떤 역할을 하느냐에 따라 내 인생이 좌지우지되는 게 아니라는 말이다. 내가 그런 나쁜 사람이 아니면 됐지, 어떤 연기를 하느냐가 뭐가 그리 중요한가. 3가지 조건 중 하나만 맞으면 출연한다.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좋거나, 내게 도움이 되거나, 출연료가 맞으면 한다.
- 시트콤 `감자별`에서 탁월한 코미디 감각을 발휘했다.
◆ 너무 좋았다. 좀 더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픈 욕심도 있었지만 다른 작품보다는 훨씬 많은 모습을 보여줬고 정말 즐기면서 연기했다. 연기인생 36년에도 배울 게 또 있다는 것을 느꼈다. 김병욱 PD의 뇌 속에는 뭐가 있을까 너무 궁금하다. 천재 같다. 단순한 이야기도 이렇게 만들어낼 수 있구나 대본을 받을 때마다 깜짝깜짝 놀랐다.
- 1978년에 데뷔했다. 지난 연기인생이 어떻게 흘러간 것 같나.
◆ 난 후회라는 말을 싫어한다. 아쉬움이 남을지언정 후회는 안 한다. 하지만 연기에서는 여전히 지금도 그날그날 연기가 미진한 부분이 있다 싶으면 잠 못 들고 가슴 아파한다. 악몽에 시달리기도 한다. 죽기를 각오하고 연기한다. 그래야 출연료 주는 사람이 안 아깝지. 젊은 시절에는 내 연기 모니터도 안 했다. 그러나 지금은 모니터 안 하면 살아남을 수가 없다. 발전할 수가 없다. 배우로서 나를 또 찾게 하려면 매번 죽을 각오로 연기한다. 난 선천적으로 뛰어난 연기자가 아니기 때문에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 앞으로 하고 싶은 연기? 없다. 주어지면 뭐든 할 수 있다.
배우는 참 좋은 직업이다. 재벌이 부럽겠나. 일한 만큼 벌고, 적당히 알아봐 주고. 물론 젊은 시절엔 밖에 돌아다니기도 쉽지 않았지만 지금은 그런 것도 없다. 너무 좋다. 그런 면에서 젊은 시절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
- 원래 이렇게 거침없이 말하나.
◆ 정확한 거지. 시원시원하고. 구차하게 살고 싶지 않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