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원전 정책에 대한 입장을 바꾸면서 신규 원전 건설을 계획대로 추진하겠다고 밝히자 영덕군이 고민에 빠졌다. 영덕군은 과거 천지원전 1·2호기 건설이 추진되던 지역이어서 유력한 후보지로 꼽힌다.
정부는 조만간 대형원전 2기의 부지 공모를 시작하고 5~6개월간의 부지평가·선정 과정을 거친 뒤 이르면 2037년 준공을 목표로 관련 절차를 추진하고 있다. 신규 원전 건설에는 14년 정도 소요된다. 최적지로는 영덕군을 비롯해 울진군, 삼척시, 부산 기장군이 거론된다.
영덕군의 경우 지난 2015년 영덕읍 석리, 매정리, 창포리 일대가 원전 후보지로 결정됐다가 문재인 정부 탈원전 정책으로 인해 사업이 백지화된 곳이다. 추진 당시 주민 수용성이 높았고, 원전 사업자인 한수원이 18%가량의 용지 매입도 진행했었다. 이 때문에 정부의 원전 정책에 대한 군민들의 불만이 큰 곳이기도 하다.
원전 유치에 대한 영덕군민들의 여론은 찬·반으로 갈라져 있다. 찬성하는 주민들은 “원전을 유치해서라도 지역발전의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영덕군의 지방소멸 위험 지수가 해마다 높아지고 있고, 지난해는 대형 산불 피해까지 겹쳐 주민들 사이에서는 “이대로는 버틸 수 없다”는 위기감이 확산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른 한편에서는 안전 문제와 환경 훼손, 공동체 붕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영덕군은 “주민 동의가 전제되지 않으면 신청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원전은 대표적인 기피 시설이기 때문에 부지 선정에는 극심한 갈등이 수반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주민 반발이 큰 지역은 제외하겠다고 했지만, 공모라는 형식 자체가 사회적 갈등 해결을 지방정부에 떠넘기는 절차로 볼 수 있다. 정부는 부지선정에 앞서 안전성 평가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해당 주민들과도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무엇보다 피해 주민들에게는 충분한 보상이 이루어져야 한다. 사실 원전 부지에 편입돼 이주하는 주민들보다 원전 가까이에서 대대로 살아가야 하는 주민들의 피해가 더 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