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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사에 힘 실어 의미 전달하고 싶었죠”

연합뉴스
등록일 2014-04-15 02:01 게재일 2014-04-15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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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싱어송라이터 `짙은` 새 앨범 `디아스포라` 발표… 내달 콘서트
“예전에는 단아한 느낌이 좋았어요. 형식미나 완결미를 갖춘 완벽한 구성의 노래를 만들고 싶었죠. 하지만 한계가 있더라고요. 그걸 파괴해야 개성이 생길 것 같았어요. 그래서 이번에 단정한 비율을 깨려 했죠.”그가 어떤 느낌의 사람일까 궁금했다. 음악의 이국적인 향기를 생각하면 취향이 남다를 것 같았고, 웅장한 스케일을 생각하면 사고방식이 유별날 것도 같았다.

하지만 직접 만난 그는 예상보다 이 대지 위에 놓인 자신의 삶에서 섬세하게 한 음씩 길어올리는 뮤지션이었다. 물론 범상치 않은 감수성과 상상력이 있으니 이런 개성 짙은 음악이 가능한 것이겠지만.

앨범 `디아스포라:흩어진 사람들`을 발표한 싱어송라이터 `짙은`(본명 성용욱)을 최근 서울 종로구에서 만났다.

2008년 1집 `짙은`으로 데뷔한 그는 `백야`, `고래`, `디셈버` 등 그만의 서정적인 감성이 묻어나는 노래들로 평단과 팬에게 호평받은 뮤지션이다. KBS 드라마 `태양은 가득히`의 오리지널사운드트랙(OST)에 그의 노래가 수록되기도 했다.

이번 앨범은 2011년 말 발표한 `백야` 이후 2년 4개월 만의 새 작품이다. 물론 그동안 다양한 작업을 했지만 매년 정규 앨범을 발표했던 이전과 비교하면 공백이 길었다.

심혈을 기울인 앨범의 주제로 `흩어짐`을 선택한 이유가 있을까.

“음악을 하다보니 떨어져나가는 것들이 생기면서 외로움을 많이 느끼게 되더라고요. 과거에 함께하던 사람들과 만나기 어려워지기도 하고요. 정착하지 못했다는 느낌이나 미래에 대한 불안감도 생겼죠. 예전에는 그런 감정을 외면했는데 이제는 차분히 바라보면서 작품 주제로도 삼는 것 같아요.”그는 “흩어지고 떠나는 상황이 삶에 어쩔 수 없이 존재하지 않나. 흩어짐을 부정적인 것만으로 바라볼 필요는 없는 것 같다”며 “세상과 삶에 대한 이런 관조의 시선이 노래에 담긴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의 음악은 특유의 문학적인 가사와 서정성이 도드라진 멜로디가 특징이다.

그는 이번 앨범에서도 `오 남은 건 작은 세계 / 널 그리던 내 작은 욕심까지도 / 넌 받아주지 못했던 / 얼어붙은 땅 갈라지는 목소리`라고 탄식하다가도 `뜨겁게 내리쬐는 적도의 태양과 / 바람 한 점 불지 않는 바다 위에서 / 쓰러지지 않고 그댄 고갤 들었다`고 힘을 낸다.

그는 세월이 흐르며 음악을 구성하는 가사와 멜로디, 이 두 요소의 비중이 변했다고 설명했다.

“원래 멜로디를 더 중요하게 생각했어요. 가사는 단지 붙이는 것이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시간이 흐를수록 달라져요. 지금은 거의 `반반`인 것 같아요. 가사에 더 중심을 두게 됐고, 반면에 멜로디가 예뻐야 한다는 생각은 버리게 됐죠.” 앨범을 들어보면 첫 트랙 `망명`부터 두터운 목소리가 명함을 내민다. 노래 스케일이 커도 곳곳에 감미로운 보컬이 흐르던 예전과 달리 목소리가 내내 무겁고 단단하다.

“예쁘게 부르려고 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려 했어요. 가사가 중심이 되는 곡들이어서 힘있게 불러 의미를 전달하고 싶었던 측면도 있고요.” 그는 “그러고보니 이번에는 노래에 가성이 별로 없다”면서 “그래서 라이브가 전보다 더 힘든 것 같다(웃음)”고 말했다.

`디아스포라`는 새롭게 시작하는 연작 프로젝트의 첫 음반이기도 하다. 이어지는 작품은 어떤 모습일까. 그의 말대로라면 다음 앨범은 조금은 더 밝은 느낌을 기대해도 될 것 같다.

“사람들이 흩어졌으니 다시 모이는 과정을 그리게 될 것 같아요.(웃음) 이대로 끝내면 너무 우울한 것 같아서 대안을 담을 생각입니다. 어떤 모양으로든 마무리를 짓고 싶어요.”그의 음악 장르는 한 단어로 정의하기 어렵다. 편의상 `모던록`이라고 부르지만 모던록의 특징이 `비정형성`이듯 그의 음악은 포크, 발라드, 클래식 등 다양한 요소를 담고 있다.

그는 “노래를 만들 때 장르적인 부분은 고민하지 않는다. 감성이나 메시지를 중심으로 엮어나간다”며 “나만의 철학을 담고 싶다. 그런 의미에서 그냥 `싱어송라이터`가 맞는 것 같다(웃음)”고 소신을 전했다.

“평생 천천히 음악을 하려고 합니다. 친숙한 뮤지션으로서 지금처럼 음악을 자연스럽게 많이 만들고 싶어요. 나이가 들면 창작력이 약해지고 작업물이 유행에 맞지 않을 수도 있겠죠. 그래도 쉬엄쉬엄 꾸준히 음악을 발표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짙은`은 앨범 발표를 기념해 5월 24~25일 이화여대 삼성홀에서 단독 콘서트를 연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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