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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에 대한 고민… 뒤늦게 사춘기 왔죠”

연합뉴스
등록일 2014-03-05 02:01 게재일 2014-03-05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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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우아한 거짓말`서 주인공 만지 역 열연한 고아성
아역 출신 배우 고아성(22)은 벌써 데뷔한 지 10년이 된 `고참` 배우다. 영화 출연작만 10편 가까이 된다. 이준익 감독의 `즐거운 인생`(2007)에도 출연했고, 김새론과 호흡을 맞춘 우리 르콩트 감독의 `여행자들`(2009)에서도 좋은 연기를 선보였다.

다채로운 색깔을 선보였지만 그의 연기는 늘 봉준호 감독이라는 프레임 속에서 해석되곤 했다. `괴물`(2006), `설국열차`(2013)를 통해 2천만 명이 넘는 관객을 끌어모았다. 자부심도 느낄법하지만 스스로 이룬 게 아니기에 두려움의 감정이 더 컸다.

봉준호라는 유명 감독, 변희봉·송강호·박해일 등 연기력 출중한 배우들과 호흡을 맞췄다. “좋은 감독 좋은 배우들과 연기했는데 그만큼 좋은 배우가 되지 못할 것 같은 두려움”이 마음속에서 자리 잡아 갔다.

대학교 3학년, 10년차 배우인 그에게 뒤늦은 사춘기가 찾아왔다. “고민하고 괴로워하는 시간이 있어야 사춘기도 끝나고, 잘 머물다가 갈 거로 생각해요. 도움이 되는 시간이겠죠.”

고아성은 이렇게 말하며 미소 지었다. `완득이`(2011)의 이한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우아한 거짓말`의 개봉을 앞두고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가진 인터뷰 자리에서다.

SF 영화 `설국열차`를 끝내고 현실에 뿌리박은 일상적인 이야기를 하고 싶을 때 거짓말처럼 `우아한 거짓말`의 시나리오가 들어왔다. 시나리오는 처음부터 심장을 때렸다. “이거다!” 여겼다. 그러나 의문부호가 가슴 한쪽에서부터 솟아올랐다.

“제가 기자를 해봤어야 기자 역을 할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하지만 어떤 역할을 해보려면 꼭 겪어야 할 것들이 있는 것 같아요. 아이를 낳는 경험, 진정한 사랑, 그리고 가족을 잃은 슬픔이 그런 거예요. 가족을 잃어본 적이 없어서 처음에는 거절했어요.”

그러나 시나리오의 내용이 계속해서 머릿속을 맴돌았다. “가족을 잃은 경험이 없는 게 안타까울 정도”였다. 급기야 꿈에서 가족과 지인들이 죽어나갔다. “엄마, 언니, 단짝….”

그렇게 괴로워하던 시기에 롤랑 바르트의 `애도일기`를 읽으며 마음을 다독였다. 바르트가 어머니를 여의고 삶을 되돌아보며 쓴 글이다. 일 주일가량 바르트의 책을 들고 다니며 손에서 놓지 않았다. 그러다 어느 순간, 어쩌면 연기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싹텄다.

`우아한 거짓말`은 평범했던 14살 소녀 천지(김향기)가 갑자기 자살하고 나서 남겨진 엄마(김희애)와 언니 만지(고아성)의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다. 만지는 천지의 자살을 추적해가는 핵심 인물이다.

거창한 말 같지만, 영화는 그의 일상을 바꾸었다. 만지라는 `쿨`한 캐릭터는 영화 현장을 넘어 그의 일상 속으로까지 침투해 들어갔다.

“예전에는 가족에 관심이 그리 많지 않았는데, 영화를 찍으면서 가족에 대한 관심이 늘어났어요. `우아한 거짓말`이 제 개인적인 삶에 많은 영향을 주었던 것 같아요. 전 동생이 없는데, 영화를 찍으면서는 진짜 동생이 있는 것 같았어요. 이렇게 강렬한 경험은 처음이었습니다.”

영화의 내용뿐 아니라 연기를 하면서도 충격을 받았다. 나름대로 자신의 연기에 자부심을 느꼈던 고아성은 김희애의 충고에 그 같은 자부심이 산산이 무너졌다. 그런 덕분에 연기에 대해서 다시 한 번 고민해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사실 그의 연기는 정형화된 정극 연기와는 거리가 있었다. 영화 촬영 현장을 제외하고 연기를 따로 배운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동안은 자연스러움을 최고의 덕목으로 쳤지만, 연기를 하다 보면 다소 정형화된 연기가 필요할 때도 있었다. `우아한 거짓말`은 그런 장면이 특히 많았다.

“자신감이 없었으면 카메라 앞에 서지 못했겠죠. 제 연기에 대한 어느 정도의 자신감은 있었어요. 그러나 영화를 찍으면서 여태까지 고수해왔던 연기방식과 패턴이 한순간에 허물어지는 듯했습니다. 어디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까. 고민이 너무 많았어요. 연기하면서 사춘기가 찾아온 것 같아요.”

그는 “버리기는 아깝고, 계속하기는 좀 모자란 재능을 가진 사람”이라고 자신을 평가하면서 “40년 동안 시계 수리한 장인이 가장 멋있다고 생각한다. 나도 오랫동안 배우 생활을 하고 싶다”고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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