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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T의 추억에 젖어 살지 않을래요”

연합뉴스
등록일 2014-02-25 02:01 게재일 2014-02-25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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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타 데뷔 18년, 인생 `2라운드` 시작… 노래하는 프로듀서가 꿈

1996년 그룹 H.O.T의 등장은 지금의 아이돌 르네상스를 이끈 촉매제였으며 K팝 열풍의 시발점이었다.

18년이 흘러 이들은 `1세대 아이돌 그룹`으로 불리지만 국내 팬덤(열성적인 팬 집단) 문화의 위력을 보여주고 한류의 불씨를 확인시켜줬다는 점에서 가요사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1990년대 문화를 조명하는 흐름에서 이들을 빼놓을 수 없는 이유다.

H.O.T는 `아이돌 산실`인 SM엔터테인먼트의 첫 성공작이었다. 이 팀의 메인 보컬이던 강타(본명 안칠현·35·사진)는 여전히 SM에 몸담으며 직원들 사이에서 `안(칠현) 이사`로 불리고 있다.

최근 서울 청담동 SM 사무실에서 그를 만나 2시간 동안 지난 18년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2~3년 만의 인터뷰라는 그는 “H.O.T는 내게 추억”이라며 “추억을 먹고 살아도 젖어 살기는 싫다. 그때의 내가 있었고 지금의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이 있다는 의미다. 좋은 추억이라고 여기지 않으면 지금의 내가 잘하고 있지 못하단 생각에 스스로 작아질 것 같다”고 웃어보였다.

강타에게 1994년 겨울은 잊을 수 없는 해다. 오금중학교에 다니던 그는 친구 둘과 팀을 짜 비디오테이프를 만들었고 10여 군데에 오디션을 보러 다녔다. 그러나 중학생이 가수를 하겠다고 하자 기획사들은 코웃음을 쳤다.

포기하려던 찰나, 강타는 핑크색으로 된 SM 명함 두 장을 잇달아 받았다. 한 장은 롯데월드에서 만난 SM 직원이 `가수 할 생각있냐`며 건넸고, 한 장은 오금중 동창이 `오디션을 봐 보라`며 손에 쥐어줬다.

당시 SM은 현진영을 키워냈고 `그대의 향기`로 한창 인기를 끌던 유영진이 소속된 회사였다. 게다가 가수와 MC로 유명한 이수만이 대표이니 믿음이 갔다.

강타는 명함을 들고 송파구 석촌동 4층짜리 연립 빌라에 있는 SM을 찾아갔다. 춤을 선보이자 유영진이 뱅크의 `가질 수 없는 너`를 불러보라고 했다. 오디션에 합격한 그는 무대 경험을 쌓도록 먼저 유영진의 `너의 착각` 때 백댄서로 서게 됐다. 이수만 대표를 처음 만난 건 이때 연습실이었다.

“안경 좀 벗어볼래? 흠, 그래 같이 해보자. 그런데 너 나중에 인기 좀 얻는다고 매니저 무시하지 말고, 어디 가서 여자 막 만나지 말고, 마약 하지 말고….”(이수만)

강타는 “그때 인성을 강조한 이 말씀이 내게 큰 자극이었다”며 “지금까지도 내 가수 인생의 잣대”라고 말했다.

이미 SM에는 한배를 탈 토니안, 장우혁, 문희준, 이재원이 연습생으로 있었다. 총 8명의 연습생 중 몇 명이 나가고 남은 다섯이 H.O.T가 됐다.

첫 활동은 5개 도시를 도는 한국이동통신 주최 `삐삐 012 콘서트`의 오프닝 무대였다.

반전은 이후 시작됐다. 정식 데뷔인 1996년 9월7일 MBC `토요일 토요일 즐거워`였다. 그 주 목요일에 녹화하고 토요일에 방송이 나가자 일요일 SBS `인기가요`에 팬들이 몰려왔다. 매니저들은 멤버들이 들뜰까 봐 “(유)영진이 형 팬들이 대신 와준 것”이라고 둘러댔다. 다음 날인 월요일 강타는 학교를 가려고 집 문을 연 순간 깜짝 놀랐다. 여학생 20여명이 있었다. 이때 데뷔 후 처음으로 사인이란 걸 해봤다. 등굣길에 지나가는 버스 안의 여학생들도 그를 알아봤다. 교실에 들어서자 칠판은 온통 H.O.T에 대한 낙서로 가득했고 책상에는 `강타 오빠 사랑해요`란 글이 새겨져 있었다. 이때부터 H.O.T의 질주가 시작됐다. 데뷔한달 만에 팬레터가 하루 세 포대씩 밀려와 1주일만 분류하지 않으면 사무실 창고를 가득 메웠다. 당시 인근 우체국에는 H.O.T 용 전용 포대가 있었을 정도. 1996년 12월 `인기가요`가 열린 강서구 등촌동 공개홀 도롯가에는 50m 넘게 팬들이 줄을 섰다. TV를 틀면 나온다고 `수도꼭지`라고 불렸다.

그의 꿈은 `노래하는 프로듀서`다. 솔로로는 2008년 앨범이 마지막이었지만 중국에서 연기를 하고 예능 프로그램에도 출연했다. 현재 새 앨범도 준비하고 있다. 또 엠넷 `보이스 코리아`에서 코치로 나서며 프로듀싱 역량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는 “후배들을 뒷받침해주면서 무대에도 계속 설 것”이라며 “난 어울리지 않게 야심가다. 야심을 비전이라고 본다면 SM은 내 비전을 목마르지 않게 채워줄 회사다. 중국에서 프로듀싱 회사를 만들어 후배들을 배출하고 좋은 콘텐츠를 만들어내고 싶다”고 덧붙였다.

그는 후배들을 지켜보며 인생의 `2라운드`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군 제대 후 2라운드가 이미 시작됐다”며 “군대에서 인생을 돌아보니 감사한 것도 많았고 하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도 생겼다. 이때의 생각들이 2라운드를 시작하는데 동기 부여가 됐다”고 했다.

“내 인생의 한 곡을 꼽아달라”고 하자 주저 없이 H.O.T 3집 수록곡 `빛`을 꼽았다. 그가 한국음악저작권협회에 등록한 첫 자작곡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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