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 1천만대 시대의 한국의 고속도로는 항상 붐빈다. 특히 주말에는 차량정체로 전국의 고속도로가 앓고 있다.
지난주 차량으로 서울을 다녀오는 길에 본 풍경이다. 고속도로에서 어떤 차량 한 대가 급하게 비상등을 깜박거리며 갓길로 주행을 시작했다. 과거 경험에 비춰 고속도로가 심하게 정체돼 있었기 때문에 다른 차량들이 그 뒤를 계속 따를 것으로 추측했었다. 그러나 놀랍게도 아무 차량도 그 차의 뒤를 이어가지 않았다. 그저 급한 볼 일이 있어서 부득이하게 지나가나 보다라고 생각해주는 모양이었다.
이 광경은 꽤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필자가 해외서 귀국했던 20여년전과 비교해 볼때 우리의 준법정신과 시민의식이 크게 높아진 것이 사실이다.
귀국 당시에는 한국적 문화, 시민의식에 큰 쇼크를 받았었다. 부산세관에서 이삿짐을 통관시키는데 검사원은 세금을 감면해 주는 조건으로 뇌물을 요구했었다. 그 당시에는 그것이 하나의 관행이었다. 길거리의 교통경찰들도 교통신호 위반자에게 뇌물을 요구하는 것 또한 종종 있었다.
교통신호와 질서는 매우 후진적이었다. 일단정지 표지판에 서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일단정지 표시판에서 서면 뒷차가 와서 추돌하기 일쑤였다. 지금도 문제가 있기는 하나 신호등 없는 네거리에선 눈치껏 가야 하고 꼬리물기가 일반화 돼 있었다.
줄서기 문제도 심각했었다. 은행이나 기차나 버스터미널에서 줄을 제대로 안서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필자가 대학 다니던 70년대는 대학등록금을 직접 창구에 가서 내야 하는데 줄을 서지 않고 서로 먼저 등록금을 내려고 아우성 치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그러나 요즘은 어디를 가도 줄 서 있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은행 등에서는 순서표를 만들어 줄을 세우는 방법도 많이 사용되고 있지만 공공장소에서 줄서는 모습은 성장한 시민의식을 보여주고 있다.
공공 화장실의 경우 역시 과거의 상태보다 현저히 좋아짐을 볼 수 있다. 무엇보다도 하수구 냄새 때문에 공공화장실 사용을 꺼려했던 기억이 있었는데 요즘은 고속도로 휴게실의 화장실은 깨끗하고 아름답게 꾸며져 있다. 건물내 금연도 역시 잘 지켜지고 있어 보인다. 담배냄새가 건물내에서 현저히 사라졌다.
물론 경찰이나 세관의 뇌물관행도 사라졌고 교통질서도 현저히 좋아졌다. 공공질서가 크게 개선되고 있으며 준법정신, 시민의식이 크게 좋아졌다.
그러나 아직도 개선 되어져야 할 점들이 없는 것은 아니다. 가령, 화장실의 냄새는 없어졌지만 청소 후의 젖은 바닥상태에 대한 후처리문제도 있다. 또 경고 표시판의 설치, 마른 걸레질 처리 등 아직도 개선점이 많다. 또한 여러 차례 매스컴에서 지적됐고,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에 의해 빈번히 지적되는 문제인 쓰레기통에 쌓여있는 불결한 화장지는 여전히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또한 교통시스템의 문제이긴 하지만 한 밤중에 빨간불에 휙 지나가는 차량들은 여전히 보인다. 이는 교통량이 현저히 줄어드는 시간대에는 신호등에 자동으로 깜박등이 작동하는 시스템을 설치해서 스스로 알아서 주의를 요하며 지나갈 수 있도록 교통시스템을 개선해야 할 필요가 있다. 차량이 없는데 우두커니 서 있다보면 그 빨간불이 유독 길게 느껴져서 신호를 위반하고 싶어지는 심리가 작동함은 필자도 여러번 경험했다. 경적소리를 남발하는 것도 큰 문제이다. 일본이나 미국에선 거리에서 경적소리를 거의 듣기 어렵다. 많이 좋아지긴 했지만 앞서가는 차량을 위협하듯이 경적을 울려대는 차량을 보면 두려움이 느껴질 정도이다.
법을 집행하는 경찰에게 대드는 모습은 성숙한 시민의식이 아니다. 경찰들의 단속이나 경찰서 안에서 행패를 부리는 뉴스를 가끔 접하는데 서구 선진국에선 절대 볼수 없는 풍경이다. 물론 법을 집행하는 경찰의 횡포도 있다고 들었다. 따라서 법을 집행하는 경찰은 법을 엄격히 지키면서 법을 집행하고 시민들은 이를 따르는 엄격히 따르는 준법정신이 필요하다.
이미 한국은 선진국에 진입했다고 한다. 이제 우리도 선진국이다.
많이 좋아지고 발전한 우리의 준법정신과 시민정신, 이제 진정한 선진국의 대접을 받으려면 더욱 이러한 정신이 발전해야 한다. 이제 8부능선을 넘어섰다. 조금만 더 노력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