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이면 안동은 경북도청이 옮겨 와 바야흐로 새도청 시대의 원년이 됩니다. 그런데 이게 대체 무슨 짓들입니까”
최근 안동·임하호수운관리사무소 공무원들의 잇단 비리사실들이 드러나자 한 동료 공무원이 책상을 치며 내뱉는 탄식이다. 선박유류 빼돌리기에다 근무태만, 업무 허위보고, 허위 공문서 작성 그리고 관리감독 부실 등 최근 불거진 안동호 도선담당 공무원의 총체적인 부패상은 마치 자유당 시절에나 들었을 법한 저급하기가 이를 데 없다. 그러니 듣는 이도 기가 찬 `비리도 수준이 있다`는 한 공무원의 기막힌 개탄이 터져 나올만도 하다.
문제가 불거지면서 경찰이 즉각 관련 공무원들을 소환해 수사에 나섰고, 검찰이 초미의 관심을 보이면서 사건을 지휘하고 있는 데도 정작 안동시는 잠잠하다. 감사부서 등은 `경찰에 서류가 압수되고 수사과정에 있는 사건`이어서 감사를 할 수가 없다는 등 궁색한 변명만 늘어놓고 있다.
직원 부정부패에 대해 일벌백계를 해도 시원찮을 안동시의 직원비리에 대한 체감온도가 이쯤 되니 이제는 지역 시민단체들이 시청 내에 선박유류 절취 커넥션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웅성거린다.
특히 안동·임하호수운관리사업소 직원들 대부분이 안동호 선박유류와 같은 연료인 경유 차량을 소유하고 있다. 이 같은 정황은 공무원들의 유류 절취 규모가 적지 않고, 조직적이었으며, 장기간에 걸쳐 지속적으로 자행되지 않았느냐는 또 다른 의문을 낳고 있다. `알면서도 눈감아 온` 전직 수운관리사업소장이 몇 명이나 되고, 지금도 문제의 직원을 감싸고 있는 인사가 누구인지도 즉시 파악해 볼 일이다.
안동시는 이번 사태를 미봉책으로 처리하려 들면 작금의 의혹만 눈덩이처럼 키우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또한 만약 축소 은폐하려 든다면 지금 끓어오르는 시민들의 분노에 기름만 붓는 꼴이 될 것이다.
이미 시중에는 `온 세상이 탁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사람들이 바르지 않다`는 의미의 `거세개탁`(擧世皆濁)이란 사자성어가 오래전부터 나돌고 있는 마당이다. 안동시는 지금이라도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막지 못한다`는 속담을 다시 한 번 곰곰히 생각해 볼 때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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