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석학들 3일간 감동의 소통
세계화 시대를 맞아 국내·외 석학들과 함께 경북 정체성 확립을 위한 국제 포럼이 마무리 단계인 지난 5일 이번 포럼의 총평에 대해 야자키 카즈히코 교토포럼 이사장은 `국가라는 벽을 뛰어넘어 영혼의 소통이면서 잔잔한 감동의 파장`이라는 의미로 짧게 표현했다.
이날 야자키 이사장은 “교토 등 유서 깊은 역사를 가진 일본지역에서도 일찌감치 자신들의 정체성을 찾는 일에 몰두해 왔지만 지역 울타리에 한정된 것에 불과했고, 그것을 뛰어넘는 시도는 지금껏 없었다” 면서 “이번 포럼은 경북을 넘어 한국 공통의 문화유산, 나아가 세계 보편적 문화유산을 추구하고 지향한 사실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했다.
그는 또 “이번 정체성 확립을 위한 포럼에는 지역이나 국가 간의 비교 등 일부 횡적으로 확장한 면도 있다” 면서 “교류도 중요하지만 세대 계승 등 대대로 지속적으로 계승·발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는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지난 3~5일까지 안동시 도산면 국학진흥원에서 3일째 이어진 `경북의 정체성을 찾기 위한 국제포럼`은 한국을 비롯한 일본·중국·네덜란드 등 한국학 관련학자들이 참석해 객관적 입장에서 5일에도 각 나라가 가진 정신문화와 `동아시아의 공통교양으로서의 예악(禮樂)` 대한 주제 토론회로 이어졌다.
이날 이 주제를 두고 고려대학교 아시아문제연구소 신현승 교수가 공개토론회 사회진행을 맡은 가운데 중국에서 사회과학연구원 비엔총다오 교수, 북경대 일본학연구센터 궈리엔요우 교수가 참석했다.
또 일본 사가대학 나카오 유카리 교수, 사이타마 대학 권순철 교수, 일본 국제기독교대학 소속 고토 토모코 교수, 코지마 야스노리 교수 외 다수가 참석했으며, 네덜란드 레이든 대학에서 한국학을 전공한 보드윈 월라번, 지명숙 교수가 각각 참석했다.
국내에서는 김미영 한국국악진흥원 책임연구원을 비롯 박정련, 최재목 영남대 교수, 대구시립국악단 안무담당 채한숙씨 등 다수가 참석해 다양한 의견들을 쏟아냈다.
▲동아시아 공통교양으로서의 예악(禮樂)에 대한 각국의 의견
이날 오전 제일 먼저 동아시아의 `예와 악` 에 대한 제목으로 심포지엄을 기획한 일본 국제기독교대학 코지마 야스노리 아시아문화연구소장은 `한국 속의 한국이 경북 안동`이라고 지칭하고 퇴계 이황의 도산서원, 서애 유성룡의 병산서원을 열거하면서 유교의 예악문화가 풍부하게 자란 지역이면서도 선비정신과 풍류도가 꽃핀 지역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코지마 교수는 “나라마다 시대마다 섬김의 정도가 같지는 않지만 동아시아문화권의 공통 기반에 있는 예악문화의 역사적 전통을 되돌아보는 것은 각 나라들이 미래를 향해 손잡고 전진하기 위한 큰 초석이 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현실과 원칙의 조화를 추구한 퇴계의 예론`을 소개한 한국국학진흥원 김미영 책임연구위원(사회학박사)은 `주자가례`를 비롯 고례(古禮)뿐만 아니라 인정(人情)과 시속에 대해서도 비교적 관대한 입장을 취한 퇴계의 예(禮) 수행을 자세히 열거하면서 그의 절충주의·현실주의·개방주의·합리주의 등으로 표현했다.
음악과 시를 통한 옛 성현의 덕성과 예에 대한 평가도 제시됐다.
`퇴계의 악론(樂論)`이란 주제로 `퇴계전서`에서 음악과 관련한 내용을 정리한 영남대 박정련 교수는 `도산십이곡발문`을 소개하면서 “퇴계의 음악은 인간의 덕을 펼치는 수단으로서의 음악”이라며 “자신의 삶과 예술함, 나와 너 우리, 자연과 우주에 대한 퇴계의 가르침에 오늘날의 예인은 조용히 귀를 기울려야 할 것”이라고 했다.
박 교수는 자연에 은거, 이름 모를 풀들과 처음 보는 물새들을 세세히 관찰하면서 자연의 경이로움을 깨달은 퇴계의 시(時)구절 일부를 참석자들에게 소개하기도 했다.
이어 일본 사마타마 대학 권순철 교수의 `다산 정약용의 예학과 조선사회`의 주제 발표가 소개됐다.
권 교수는 유학이 왕조사회의 `만학의 학(學)`이었음을 환기시키고 근대학문 개념 및 유학에 차용됨으로서 식민시기에 형성된 조선유학사상의 문제를 지적하고자 유학재고를 촉구하면서 다산 정약용의 인간론인 경학의 의미와 예학에 대해 논하고, 사회적 의미를 고찰했다.
또 영남대학교 철학과 최재목 교수는 지난해 11월 일본 국제기독교대학 아시아문제연구소와 영남대중국연구센터가 공동으로 개최한 심포지엄 발표된 `한국에서 악서와 악론-사상사에서 본 조선의 악론`의 내용을 대폭 수정 보완한 논문을 발표했다.
중국 사회과학연구원 비엔 총다오 교수는 `순자(荀子) 의 예악사상 대한 간명한 분석`이란 논제를 통해 `순자·예논`, `순자·악론` 등 주요 원문을 소개했다. 그는 예는 정신문화와 육체문화를 일체화해 외재적 규범제도의 일면과 내재적 도덕순화의 일면을 동시에 갖추고 있다며 공자와 맹자는 후자를 중시, 인학(仁學), 인정이론을 구축하면서 공자 이후 이상적 사회질서의 구축에 관한 예학사상은 후대 유학에 영향을 주었다고 했다.
일본 국제기독교대학 고토 도모코 교수는 `중국 고대의 음식문화와 예학`이란 논제에서 중국의 상례, 제례 등 예와 음식의 관계, 효자의 삼도(三道)-양로와 음식에 대해 조명했다.
고토 교수는 “음식을 통해 예를 살펴보면 연령에 따라 몸을 지키고 생명을 보전하는 일 외 죽음의 세계에 대해서도 소통하는 일에 큰 가치를 두는 중국문화의 특색이 나타나 있다”고 했다.
또 중국의 영향을 받아 일본 문화의 변천사례로 일본 사가대학 나카오 유카리 교수가 추가로 발표했다.
나카오 교수는 `일본에서의 명악(明樂) 수용`에 대한 발표에서 “일본사에서 명악이 유행한 호레키·메이와(明和)의 시기는 도예, 다도, 음악 등 다방면에서 `중국취미`가 번창했던 시기”라며 “그것은 당시 지식계급이 중화문명을 재인식하는 계기가 돼 `고금 융통성`이라는 명나라의 음악관이나 미의식을 수용하는 구체적인 표출이었다”고 했다.
서양에서 본 한국은 어떤 나라일까.
네델란드 레이든 대학에서 한국학을 전공한 보드윈 월라번 교수는 `19세기 조선의 종교, 유교의 헤게모니인가, 종교의 다원주의인가?`를 중점적으로 다뤘고, 같은 대학 지명숙 교수는 `서양이 본 한국` 에 대해 네덜란드 고증 자료를 통해 `하멜표류기`를 구체적인 예로 들어 상세히 조명했다. 지 교수는 “예의 한국 관련 기록에는 사실에 부합하지 않고 피상적인 대목이 많다. 네덜란드의 한국 이해는 포괄적인 반면 외형적인 경향에 치우친 경향이 있다면서도 네덜란드 공문서 및 한국관련 제반 자료는 사료로서, 민속학지로서 가치가 높음을 증명해 주고 있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대구시립무용단 채한숙 한국무용 안무 담당은 신라, 고려, 조선시대에서부터 최근에 이르기까지 변천사를 거친 `무애무 연행의 사적(史的) 개괄`의 요약·정리한 논문을 발표했다. 이외 교토포럼 김태창, 엄석인 교수, 이동건 국제 퇴계학 대구경북지부이사장이 참석했다.
국가라는 벽을 넘어 3일간 소통하면서 감동의 파장을 남긴 이들은 6일 오전 도산서원 등 유교문화탐방을 끝으로 아쉬움 속에 다시 만날 날을 기약했다.
/서인교·권광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