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부터 동남아 현지 소자본 바이어들에 의한 국제거래는 있어왔으나 본격적인 경북 농산품 수출 판로 개척은 2008년부터 시작됐다. 이전까지 사과를 중심으로 경북지역 농산품의 최대 수요처는 바로 대만이었다. 그러나 1992년 중국과의 수교 체결로 대만 국교 단절이 이뤄지면서 경북 농산품의 수출시장은 큰 타격을 입게 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1989년 한때 연간 9천t에 이르던 경북 사과의 대 대만 수출량은 국교 단절 이듬해인 1993년 3천428t까지 떨어졌다.
이후 IMF까지 겹치면서 경북 사과의 대만 수출량은 1998년 880t이란 최저점을 찍었다.
1989년 대만 내 시장점유율 11.6%를 기록했던 경북 사과는 1993년 0.1%까지 하락해 최고 1.6%(1997년)를 넘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대만 내 수입량이 너무 적어, 시장점유율이 통계에 잡히지 않은 해도 1998년과 1999년, 2000년 등 3년이나 된다.
◇경북 농산품. 생존을 위해 동남아로 눈을 돌리다
대만이란 주요 시장을 잃고 경북 농산품 수출은 한동안 표류하기 시작한다.
대만 국교 단절 이후 새로 얻은 중국 시장은 한국 농산품이 진입하기에는 너무 높은 벽이 존재했다.
먼저 대만과 달리 중국 내에는 값싼 농산품이 즐비했다. 게다가 고가의 한국 농산품을 소비하기에는 국민의 경제요건도 열악했다.
실제 1993년부터 1998년까지 한국 농산품의 중국 내 수출량은 그 양이 너무 적어 통계 결과조차 존재하지 않는다.
이때 새로운 구세주로 떠오른 곳이 바로 말레이시아를 중심으로 한 동남아 시장이다.
동남아에는 열대 과일이 즐비하지만, 사과처럼 한랭한 기후에서 잘 자라는 농산품은 찾아보기 어렵다.
물자자원이 풍부한 동남아 지역은 한국과 기후 자체가 너무 달라 농산품이 상호 보완적인 구조를 이루는 셈이다.
말레이시아에서 본격적인 동남아 판로 개척에 나선 경북 농산품은 첫해 고무적인 성과를 거뒀다.
2008년 경북 농산품의 말레이시아 수출량은 총 1천94t·124만5천달러에 이른다. 2009년에도 1천130t·122만달러를 기록했다.
◇천연자원의 보고 동남아. 무한 시장을 개척하라
말레이시아의 경우 공업화 등 경제 수준이 우리보다 조금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전체면적 32만9천758㎢의 말레이시아에는 총 2천831만명(2009년 기준)이 거주하고 있다.
한반도의 1.5배에 달하는 대지에, 우리나라 절반도 안 되는 인구가 분포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의 1인당 소득(GDP)도 우리나라의 약 40% 정도인 7천590달러밖에 되지 않는다.
하지만, 말레이시아는 원유와 천연가스, 고무, 주석, 목재 등 세계적인 자원 보유국 중 하나다.
말레이시아는 전 세계 고무생산량의 40%를 차지하고 있으며, 팜유는 전 세계 생산량의 거의 60%가 말레이시아에서 의존하고 있다. 이러한 까닭에 말레이시아의 무역은 수출입 모두 동남아 다른 나라에 비해 비교적 활발하다.
주요 수출품은 전기제품, 원유, 액화천연가스(LNG), 팜유, 천연고무, 목재이며 수입품은 제조기기, 수송기기, 식료품이다.
그러나 말레이시아의 무역은 지금까지 대부분 미국, 싱가포르, 일본, 중국 등이 주로 장악하고 있다.
이미 주요 선진국들의 시장 진입이 이뤄진 상황에서 한국의 농산품을 팔기 위한 새로운 방안이 필요한 부분이다.
◇경북 농산품. 말레이시아의 입맛을 사로잡다
열악한 수출시장 요건에도 불구하고 최근 말레이시아 현지에서 한국제품은 상당한 경쟁력을 구축하고 있다.
아시아 전역을 강타하고 있는 한류 열풍에 힘입어, 서서히 한국제품의 우수성이 현지에 알려지기 시작한 까닭이다.
말레이시아 한인회 이강성 회장은 “최근 드라마 등 한류분위기에 젊은 세대 사이에서 한국 제품을 소비하는 풍토가 유행하고 있다”면서 “한국제품 수입액이 지난해 61억달러를 기록하는 등 매년 15~20%가량 신장하고 있다. 한국제품을 소비하는 것이 부유층을 상징하는 것처럼 받아들여지고 있을 정도”라고 귀띔했다.
특히, 경북지역 농산품은 우수한 품질로 인해 말레이시아 현지에서 서서히 입지도를 쌓아가고 있다.
앞서 밝혔듯이 경북 농산품의 말레이시아 수출은 2008년 이후 매년 상승하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전년 동기 대비 53.5%란 경이적인 신장률까지 기록했다.
말레이시아-한국 간 무역회사인 `KMT무역`의 이마태오 사장은 “현지에서 한국의 이미지 상승은 놀라울 정도다. `한국 경북 프리미엄 상품`이란 상표만으로도 엄청난 판매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면서 “말레이시아는 동남아 다른 곳보다 고급시장이며, 주위 국가의 테스트마켓(Test Market)이다. 경북 농산품이 말레이시아 진출을 통해 동남아는 물론 이슬람 국가까지의 진출 교두보를 마련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말레이시아서 신동우기자 beat082@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