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일까. 반백이 지난 구룡포 출신 인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하나 이상의 사연을 가지고 있었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도 어부였던 아버지의 고난이야기가 있었으며, 바다를 바라보고 넋을 기리는 영혼의 아름다움도 존재한다. 그래서 구룡포 사람들은 애착이 심하다. 모두가 가족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지금 재경 구룡포 향우회장을 만나 그 이야기를 들어보려 한다.
향우회는 어머니다.
어머니가 별다른 뜻을 가진 것도 아니고
마음속에 있는 어머니 같은 존재로
고향이라는 기점을 근거로 해
향우회가 설정되는 것이 아닌가
`동해`라는 거대함에 맞서 살아온 가슴아픈 사연 담긴 곳이 구룡포
△ 그 시절
구룡포는 어촌 마을이었다. 지금도 그러하지만, 구룡포 사람들이 느끼는 포항과의 거리감은 지금 같지는 않았나 보다. “포항으로 유학 가던 시절”이라는 말만 하더라도, 생소하지 않으니 말이다.
그래서일까.
구룡포 향우회의 가슴속 깊은 곳에는 애환이 서려 있다. 초근목피하던 내륙지방과는 달리 동해라는 거대함과 맞서 삶을 이어온 그들이기에 말이다.
어렵게 자리를 한 강대석<사진> 재경 구룡포향우회장은 “초등학교 동기가 학교를 졸업하고 1년 만에 배를 타다 유명을 달리한 친구가 있다. 구멍가게를 했던 친구의 어머니는 구룡포 파도가 치는 날이면 바닷가에 서서 매일 울고 가는 것을 내 눈으로 봤다. 바다가 있는 곳에는 항상 그러한 일이 있다. 그것이 구룡포의 모습이다”고 회상했다.
사실 경상도 사람에게 그 시절의 가슴 아픈 이야기를 들춰내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때문에 향우회 모임에서도 슬픔을 가진 이야기는 꺼내지 않는다고 한다. 다만 그것은 그저 단순한 추억만이 아닌, 서로를 이어주는 끈임에는 분명한 듯하다.
1981년 첫 모임… 올해로 31주년 맞아
선배들의 끈끈한 情이 향우회의 토대
△ 향우회의 모습
끈끈한 정과 이어짐은 구룡포 향우회의 결속력을 더욱 굳건하게 만들고 있다고 한다.
강 회장은 “그러한 고향의 숨은 이야기가 밤을 새우게 한다”며 “지난날에는 고향의 하늘과 함께 했지만, 지금은 타향에서 서로 간의 희로애락을 같이하는 결합체로, 우리는 제2의 고향으로 삼고 있는 서울에서 재경 구룡포 향우들 간에 화합과 친목을 도모하며 상부상조하는 분위기를 만들고, 고향에 대한 아름다운 전통과 가치를 계승하여 고향을 널리 알리고 빛내고 싶다”고 말했다.
자리를 함께한, 심상렬 서울 신상중학교 교장(재경 구룡포향우회 총무)은 “우리는 선배들의 끈끈한 정이 있다. 연세가 60~70세가 된 선배들을 잘 모신다. 이 모든 분들이 향우회를 있게 해준 분들이다”고 거들었다.
현재 구룡포 향우회는 지난 1981년에 모임을 시작했으며, 올해로 31주년을 맞이했다.
지역발전기금·장학금 마련 `열과 성`
“신세대 참여로 신·구 조화 이뤘으면”
△ 향우회의 미래
과거 구룡포 아이들은(?) 산으로 올라가 진달래를 따 먹고 입 색깔이 변했으며, 칡 나무를 캐서 먹었다. 또 바다에 나가 잡혀온 고래를 보며 고래 과자를 만들어 먹었다.
그 뿐이랴. 돈을 벌기 위해 오징어를 묶기도 했으며 바다로 뛰어들어 자연스레 수영을 배웠다.
심 교장은 “지금의 구룡포 모습이 옛날과는 다르다. 걱정이 된다”며 “우리는 고향이라는 말이 그립지만, 우리 애들을 보면 참 안타깝다. 추억이 없다”고 말했다.
강 회장 역시, “지금 대부분의 향우회 주축이 나이가 많은 사람들”이라며 “조금은 더 신세대가 참여를 하고, 조금 더 향우회가 역동적이고 신구가 조화가 이루는 향우회로 발전이 되었으면 한다”고 소원했다.
그렇다면 이들이 생각하는 향우회는 무엇일까.
강 회장은 “글쎄. 어머니 같은 것이다. 향우회는 어머니다”며 “어머니가 별다른 뜻을 가진 것도 아니고 마음속에 있는 어머니 같은 존재로, 고향이라는 기점을 근거로 해서 향우회가 설정되는 것이 아니냐”고 했다.
심 교장도 “우리는 한 학교에 많아도 2개 또는 3개의 반이 있었다”며 “그 동네에서 사니까, 요즘처럼 학원을 가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같이 모여 소꿉놀이도 하고 장난치고, 눈만 뜨면 보는 사람들. 그러다 보니 고향 사람들이 만나는 느낌은 객지에서 만난 사람들과는 차원이 다르다”고 말했다.
현재 구룡포 향우회의 최대 목적은 회원 확보에 있다.
심상렬 교장도 “지금도 단합은 잘되고 있지만, 구룡포로 사람이라는 이야기만 들리면 수첩을 가져가 전화번호를 받아낸다”며 “더 고향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고 더 모임이 활성화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재경 구룡포향우회는 매년 5월 정기총회를 실시하고 있으며, 돌고래산악회와 구룡회, 사라끝 모임, 구사모(구룡포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등의 모임을 가지고 있다.
또 매년 동기회 체육대회를 진행하고 있으며, 구룡포 출신의 학생들과 구룡포 발전을 위해 기금 마련과 각종 계획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 구룡포 출신 인사 누가 있나
사실 구룡포 출신 인사들로는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가장 대표적인 인사로 꼽힌다.
최 위원장은 1937년 포항의 항구마을 구룡포에서 태어났으며, 현재 재경 구룡포향우회의 큰 형님격으로 불리운다.
또 서울과 대구에 업체를 두고 있는 부림약품그룹의 이춘우 회장도 구룡포 출신이다.
이 회장은 지난 2008년에 70세의 나이로 왕성한 사회활동을 하며 세간의 화제를 모은 적도 있으며, 이번에 동암 의학상을 수상했다.
이외에도 김덕수 전 청와대 민정비서실 국장이 있으며, 이영호 전 청와대 비서관도 존재한다. 아울러 이경훈 전 창원지방법원 판사도 있으며, 이경훈 전 서울 남부지방법원 판사도 구룡포 출신이다.
이어 안홍부 전 감사원 이사관과 김석규 국정원 전 국장, 권혁순 수방사령관, 하인구 하나로 저축은행장 등도 구룡포 출신이다.
그런가 하면, 구룡포 인사들 사이에서는 최광해 신한은행 지점장이 젊은 나이에도 고속승진을 거듭하고 있다고 자랑거리.
/박순원기자 god02@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