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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강점기 구룡포에 정착한 일본 어부들 이야기

윤희정기자
등록일 2009-04-30 21:40 게재일 2009-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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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중의·권선희씨 ‘구룡포에 살았다’ 출간

“과거는 한 때 현재였고 현재는 또한 어느 미래의 과거가 된다. 그러므로 과거를 기록하고 기억하는 것은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해야 할 가장 원초적 사명이다.”


일제강점기에 동해안 어업 전전기지인 구룡포 일대 집단촌의 생활상과 영향 등을 조명한 책이 출간됐다.


소설가 조중의(CBS 포항방송 보도제작국장)씨와 시인 권선희씨가 펴낸 ‘구룡포에 살았다(아르코 간)’가 그것.


‘구룡포에 살았다’는 100여년전 일본 세토내해 어부들이 구룡포로 진출한 뒤 1945년 본국으로 돌아갈 때까지의 여정을 오롯이 담은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이국땅 구룡포에서 이뤄졌던 이들의 어업과 역사적, 문화적 전반에 걸친 한·일 양측의 생활상을 사진자료와 함께 생생히 기록했다.


현재 구룡포 장안동에 남아 있는 일본인 집단촌의 흔적을 계기로 ‘그들은 왜 한반도 동남쪽 호미곶 아래 작은 포구에 짐을 풀었을까?’ ‘일본 어부들이 구룡포에서 찾고자 했던 것은 무엇일까?’ ‘구룡포 주민들에게 이들의 출현과 정착은 어떤 의미를 갖게 하는 것인가?’ 하는 의문으로 글은 시작된다.


구룡포에서 태어나 그 시대를 살아 온 양측 세대들의 산 증언을 통해 과거를 거슬러 오르는 스토리는 한 편의 드라마다.


이 책을 통해 일제강정기 이전부터 구룡포에 거주했던 일본인 어부들의 실체를 확인하게 된 것도 큰 성과다. 그들이 구룡포에서 했던 일을 기록으로 상세히 추적해 남기게 된 것도 의미 있는 작업이었다.


무엇보다도 구룡포에 진출했던 일본인 어부들의 과거를 고스란히 찾아냄으로써, 아픈 과거의 역사를 통해 미래 지향적인 발전의 책임감을 갖게 된 것도 소중한 수확이다. 아픈 역사를 통해 현재와 미래의 에너지를 증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시의 상황을 명확하게 증명한 자료가 드물고 그나마 그 시대를 살았던 증인들이 3세대를 훌쩍 넘어 간데다가 모두 고령인 점을 감안하면 시기적으로 결코 놓쳐서는 안 되는 기획인 셈이었다.


우선 구룡포에 거주했던 일본인 후손들이 ‘구룡포회’를 조직, 정기적으로 모임을 가져왔다는 소식을 듣고 그들을 수소문해 찾아가 인터뷰를 하고 사진, 지도, 출어사 등 자료를 구하는 한편 구룡포에 살고 있는 어른들을 대상으로 그 시절의 기억을 구술로 채록하고 글로 옮기는 작업을 수개월 간 병행했다.


저자 조중의·권선희씨는 “‘구룡포에 살았다’는 작은 포구가 지니는 소박한 과거 이야기에서 시작되지만 앞으로 무수한 이야기를 만들어 후대에 이르리라 본다. 더욱이 새로운 것을 작위적으로 만들어 낸 것이 아니라 잊혀져 가는 것을 일으켜 세운다는 의미와 관점을 한국이 아닌 일본인 어부들의 진출에 맞추어 풀어 간 것은 문화적 겨루기에서 이미 우월한 시각을 가졌다는 의미 또한 품고 있다”면서 “이를 매개로 구룡포는 그저 보고 지나치는 곳이 아니라 자료를 통해 삶의 의미를 새기는 곳이 될 것이다. 또한 지나간 세대는 회고를, 새로운 세대는 좀 더 깊고 다양하게 상대로의 접근을 유도하는 계기도 된 것”이라고 말했다.


포항시의 예산으로 출간된 이 책은 시가 구룡포에 살았던 일본인들의 삶을 조명하기 위해 영일만생태도시연구소에 의뢰, 두 차례 일본 현지취재와 자료 수집을 거쳐 6개월여만에 집필을 완료한 뒤 최근 한국어판 500부와 일본어판 1천500부를 출간했다.


책은 일본인가옥인 적산가옥을 중심으로 당시 구룡포에 살았던 일본인들의 삶을 조명함에 따라 근대 역사자료와 일본인 관광객 유치 등에 적극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오는 6월초 일본 도쿄에서 일본 언론과 구룡포거주 일본인 후손, 기업인 등 200여명을 대상으로 현지 출판기념회를 갖고 관심을 고조시켜 나갈 계획이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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