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4편 통한 수필론적 기여 조명
한국 수필문학과 수필론의 선구자로 꼽히는 한흑구의 문학 세계를 깊이 있게 분석한 새 연구서가 출간됐다. 바로 ‘한흑구 수필문학의 사상과 특질’(아시아)이다. 이 책은 한흑구의 수필문학 연구와 분석을 집중적으로 다룬 4편의 에세이를 포함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그의 문학적 면모와 수필론적 기여를 조명한다.
방민호 교수 “수필적 예술미의
가장 높은 경지를 개척해 구현”
이대환 작가 ‘한흑구 문학 약전’
‘1936년 가을, 평양 문인 좌담’
두 편의 특별한 자료 함께 엮어
서울대 국문학과 방민호 교수는 ‘한흑구 수필의 형식미와 예술성’에서 한흑구의 수필문학이 이론적, 방법론적 기초를 갖추고 있으며, 문학사상에 입각해 있고, 수필적 예술미의 가장 높은 경지를 개척해 구현한 점에서 다른 수필가들과 차별화된다고 평가한다. 또한, 한흑구의 대표 수필 ‘나무’와 ‘보리’를 산문시로 분석하며 그의 시적 수필의 예술성을 입증한다.신재기 문학평론가는 ‘시적 수필의 균열: 1970년대 한흑구 수필 읽기’에서 한흑구가 1970년대에 들어선 후 산문적 표현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탐구한다. 그는 특히 ‘바다’라는 소재를 통해 한흑구의 수필문학이 생명과 희망, 인생의 흐름, 문학의 창조적 공간으로서의 바다를 어떻게 형상화했는지를 분석한다.대구대 문화예술학부 이희정 교수는 ‘한흑구 수필의 철학적 사유 분석: 매체와 시대적 변화 양상을 중심으로’에서 한흑구의 수필이 시대와 매체에 따라 어떻게 변모했는지를 살펴본다. 일제강점기와 해방 이후의 다양한 매체를 통해 한흑구가 민족주의적 정서를 넘어 자연물을 통한 철학적 사유를 어떻게 펼쳐냈는지를 규명한다.
대구교육대 김종헌 연구교수는 ‘한흑구 수필관의 형성 과정과 창작에의 실천’에서 한흑구의 수필론이 그의 창작 과정에 어떻게 반영됐는지를 추적한다. 특히 해방 이후 발표한 ‘수필문학론-ESSAY 형식의 고찰’(1948)에서 경수필과 연수필의 개념을 도입하고 수필을 시에 가까운 문학 형식으로 이해한 점을 주목한다.
또한, 이 연구서에는 독자들에게 특별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두 편의 특별자료가 포함돼 있다.
첫째, 이대환 작가의 ‘한흑구의 문학적 약전과 그의 명작 수필 및 포항의 현장’이 수록돼 있다. 이 글은 한흑구의 생애와 주요 작품을 간략히 소개하며, 그가 활동했던 포항 지역의 문학적 풍경을 생생하게 그려낸다.
둘째, 1937년 1월 ‘백광’ 창간호에 실린 ‘1936년 가을, 평양 문인 좌담’도 함께 실려 있다. 이 좌담은 1936년 가을, 평양 숭실대 영문학과 교수로 재직하던 양주동, 이효석, 그리고 26세의 한흑구를 포함한 8명의 문인들이 참여한 대화로, 당시 조선 문단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고 있다. 특히 양주동이 좌담을 주도하고, 이효석은 얌전한 인상을 주며, 한흑구는 속기를 맡아 활발히 토론에 참여했다. 이 자료를 통해 독자들은 일제강점기 문인들의 고민과 생각을 엿볼 수 있으며, 한흑구의 문학적 위치와 시대적 배경을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다.
이대환 작가는 “이번 세 번째 연구서는 앞서 나온 두 권과 함께 한흑구의 삶과 문학을 비춰주는, 꺼지지 않는 전등과 같은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