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유명작가 선면화전’ 13일까지 대구 대백프라자갤러리
옛 선비들은 의복을 단정히 갖추고, 부채를 들지 않으면 외출하지 않을 정도로 부채를 늘 곁에 두며 소중히 여겼다. 이러한 풍속은 부채를 손에 든 문인의 모습을 담은 옛 그림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선비들의 풍류와 멋은 조선시대를 거쳐 오늘날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그 전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대구 대백프라자갤러리 기획 ‘2025 유명작가 선면화전–부채 위에 그린 그림’이 오는 13일까지 대백프라자갤러리 A관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조선시대 대가의 선면화부터 동시대 작가의 참신한 작품까지 200여 점을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는 자리다. 한국화 거장 이당 김은호, 심향 박승무, 소정 변관식, 일봉 서경보, 소송 김정현, 산정 서세옥, 남천 송수남 등을 비롯해 강정주, 김혜경, 홍원기 등 100여 명의 작가가 참여해 전통과 현대의 경계를 넘나드는 부채 예술의 진수를 선사한다. 특히 한유미술협회와 묵의회가 협력해 전통 선면화의 맥을 현대적 감각으로 계승하는 데 힘을 보탰다.
부채 위에 그림이나 글씨를 담아내는 선면(扇面)은 서화첩이나 족자, 병풍과 같은 방형(方形) 화면과는 또 다른 제약과 미감을 지닌다. 단선(單扇)은 비교적 자유로운 구성이 가능하지만, 접선(摺扇)은 위가 넓고 아래가 좁은 반원형 구조로, 그 특성에 맞는 균형 있는 구도와 표현이 필요하다. 이처럼 제약된 공간 속에서도 아름다운 조화를 이룬 선면화는 작가들의 예술적 감각과 창의성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예로부터 부채는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우정을 나누는 상징이었다. 선인들의 글씨와 그림이 깃든 부채는 시대를 초월한 소통의 도구로 기능해왔다.
김태곤 대백프라자갤러리 큐레이터는 “전통 부채의 아름다움과 현대 예술이 교차하는 이번 전시는 무더위 속 서늘한 감동으로 기억될 것”이라며 “과거와 현재를 잇는 예술적 대화에 많은 이들이 함께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