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살면서세 번의 고비가 온다고 했는데한번은 은행 신축 공사장에서철근 더미에 깔렸다가 용케도 일어 선 것이고또 한 번은 트럭 뒤 돌을 싣고 언덕 내려오다가절벽 아래로 굴렀다중략 두 번째 고비까지 넘겼다고 생각되는데늦도록 술 마시다문득 불안한 세 번째 고비를 생각하며어두운 골목 걸어오면서아무도 없는 뒤를돌아보고 또 돌아보고 자꾸 돌아본다비틀거리다가도 얼른 길을 바로 잡는다인생을 누군가가 고해(苦海)라고 했던가. 한 생을 살아가는 우리네 삶은 고통과 시련의 연속이다. 아프고 아슬아슬하게 걸어온 지난날들을 돌아보는 시인의 눈이 아직도 불안하다. 그 어떤 예감으로 우리는 늘 희망적이거나 혹은 늘 불안하기 짝이 없는 삶을 살아간다. `비틀거리다가도 얼른 길을 바로 잡는` 시인의 태도는 본받을 만 하지 않을까.시인
2013-09-10
앞가슴이 아득하게 고일 때가 있고 뒷등이 아득하게 서늘해질 때가 있다 거기서 그만 내려오라고 내려올 때가 많이 지났다고 하지만 채우고 비우는 일이 일상이라서 봄날과 가을밤의 아득하게가 그렇게 다른 것이 아직은 좋다 무게도 다르다 봄날은 아득하게 채워져 술잔으로 조금씩 엎질러지는 전경이고 가을밤은 아득하게 비어 깊은 산 그대로가 나의 배경이다 패랭이 꽃잎 하나도 봄날 꽃잎들은 살이 져 가고 가을 코스모스 꽃잎들은 까칠하게 소름이 돋는다 그런 살로 만져지는 황홀이다 다르다 길 없는 길로 아득하게 지팡이도 없이 수소문해 가고 있다 다르다 아득함이 길이다 노시인이 느끼는 아득함은 우주 만물이 근원적으로 가지는 존재의 아득한 외로움 같은 것이리라. 이제 그만 올라가고, 이제 그만 채우고 내려오고 비워야할 때가 되었다고 하지만 채우고 비우는 일들이 일상이어서 그 자체가 몹쓸 욕망은 아닐 것이다. 자연스럽게 비워지고 채워가는 일들이 우주 만물의 일들이고 인간사가 아닐까. 영원히 살수 없는 몸이라고 하지만 영원의 범주에 얹혀 가고 있는 우리네 한 생이란 아득함에 놓여있는 것이리라.사진
2013-09-09
봄이 가려운가 보다엉킨 산수유들이몸을 연신 하늘에 문대고 있다노란 꽃망울이 툭툭 터져 물처럼 번진다번져서 따스히 적셔지는 하늘일 수있다면심지만 닿아도 그을음 없이 타오르는불꽃일 수 있다면나는 너무 쉽게 꽃나무 곁을 지나왔다시간이 꽃보다 늘 빨랐다오랫동안 한 곳을 보지 않으면그리고 그 한 곳을 깊이 내려가지 않으면시가 꽃이 되지 못한다가슴 안쪽에 생기는 나무가 더 많아그 그늘이 더 깊어꽃의 불꽃은 강렬한 생명력을 가지고 타오른다. 그러나 시인은 순수한 생명의 환희에 머물러 있지 못하고 있다. 그 꽃의 생기와 아름다움에 도취되어 마냥 넋을 놓을 수 없는 일이다. 왜냐면 혹독한 어둠의 추억들, 기억들에 붇잡혀 있기 때문이다. 그의 가슴 안쪽에 생기는 나무와 그늘은 그로 하여금 더 순결하고 치열하게 시대를 살면서 시를 써야겠다는 단단한 의지 같은 것을 느끼게 해준다.시인
2013-09-06
봄볕에서 누이 냄새가 난다 들꽃이 햇살하고 노는 언덕에서도 누이 냄새가 난다곱디고운 누이의 살내음이누이가, 저세상 떠날 때제 몸속을 빠져나간 향기그 향기, 빛의 향기로 온다이승을 넘어온다꽃 따라 온다꽃 시집 가려고, 올해도 춘삼월 꽃향기로 온다그러나 그러나 누이야꿈속에서보다도 더 먼 누이야꽃 그늘이 차갑구나 늘 차갑구나먼저 간 누이를 그리워하는 봄날의 처연한 시인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작품이다.곱게 곱게 피어오르던 꽃송이 같은 누이, 그 맑은 향기를 잊지 못하는 시인은 아득한 이승과 저승의 거리감을 실감하고 꽃 그늘이 차갑다라고 안타까움을 토로하고 있다. 가슴 아픈 일들이 우리 주변 여기저기에 있어서 올해도 그리 봄꽃들이 처연히 피어올랐는지 모르겠다. 시인
2013-09-05
이모 전화를 받고 고모에 이끌려 잡는 둥 마는 둥허겁지겁 골목을 달려 내려가슈퍼 아줌마를 뒤로마을버스 시내버스 전철을 갈아타고아이 셋이 막 도착했다제비집 같은 응급실 현관에 섰다큰 딸아이가 두 동생을 뒤에서 안고 있다두 아이는 고개를 숙이고 있다무슨 일이 있다 저 안의 황급한 곳에궁금한 곳에가난한 달동네에서 살고 있는 어린 삼남매의 부모가 불의의 사고를 당해 병원 응급실에 실려왔고 어린 남매들은 이모 고모의 손에 이끌려 영문도 모르고 응급실 밖에 도착한 그 시간에 밖에는 폭우가 쏟아지는 상황을 이 시에서 본다. 죽었는지 살았는지 모르는 위급하고 기막힌 일들이 응급실 안에서 벌어지고 있을 그 시간에 이런 기막힌 운명을 향해 쏟아지는 빗줄기를 뭐라고 해야 할지. 가슴이 먹먹해지는 시다.시인
2013-09-04
뭐랄까뼛속에 살얼음 깔리던 사북의 밤겉옷 차마 벗기지 못한 채 품고만 누운 군고구마랄까그 아뜩한 온기그런 걸까항아리 아랫목에서 주무시는 아버지,아버지의 방 송두리째 끌어안고선영(先塋) 가는 길이 부드러운 결박, 바위 같은 포옹을뭐랄까고인이 된 아버지의 무덤을 찾아가는 시인의 가슴에 전해져오는 따스함, 그것은 정성스럽게 우리를 챙겨주시던 어머니에게 느끼던 그런 따스함은 아닐 것이다. 근엄하면서도 인간적인, 가장으로서의 자존과 권위가 묻어나는 엄격한 따뜻함이 아닐까. 그 아뜩한 온기, 부드러운 결박, 바위 같은 포옹이라고 표현한 아버지의 사랑이 진하게 느껴지는 작품이다.시인
2013-09-03
북한 여인아 내가 콜레라로그대의 살 속에 들어가그대와 함께 죽어서무덤 하나로 우리나라의 흙을 이루리라민족시인 고은의 짧지만 내포된 뜻이 깊고 넓은 작품이다. 민족의 동질성을 회복하고 진정한 통일이 되기 위해서는 이데올로기를 넘어서는 간절한 열망이 먼저일 것이라는 시인의 인식이 잘 나타나있다. 안타깝게 이어지고 있는 분단체제를 넘어 북한 여인의 몸 속에 콜레라 균이 되어서라도 한 민족, 한 혈통, 한 가족임을 역설하는 노 시인의 곡진한 통일 염원의 시가 감동적이다.시인
2013-09-02
잠이 들지 않는갯벌을 들여다보는 밤칠산 앞바다젖을 빨아대는새벽에 깨어서 젖을 보채는초승달에게도슬며시 젖을 갖다 물려주는보름달 같은 우리들 엄니쉬 잠 들지 않고 깨어있는, 늘 그 모습으로 넉넉히 생명의 젖줄을 대주는 갯벌을 바라보는 시인은 이 땅의 어머니들을 생각하고 있다, 그 위대한 모성을 떠올리고 있다. 우주에서 가장 거룩하고 아름다운, 그래서 언제고 찾아가서 몸 던져 안기고 싶은 어머니의 품은 생명의 출발점이요 치유의 센터가 아닐까. 그 어머니를 향해 간절히 고마운 감사의 거수경례를 하고 싶은 아침이다.시인
2013-08-30
자귀꽃 목백일홍 붉게 피어늦더위 노염 덩달아 달아올라열대야 염천 땀 뻘뻘 뒤척이다문득, 깨어난 새벽녘영글어가는 풀벌레 소리…목백일홍 핏빛 낭자하게 동터오는 하늘훠이훠이 서녘 하늘 건너는 창백한 달달하 달하텅 빈 가을로 하얗게 스러지는 새벽 달하뜨겁게 작열하는 태양, 늦더위에 지친 대지 위에는 목백일홍도 자귀꽃도 피어 아름다운 늦여름의 풍경을 이루고 있다. 가을이 오는 길목에서 서녘 하늘을 건너는 창백한 달을 바라보는 시인의 마음은 인생의 허망함을 느끼고 있다. 새로운 희망과 기대감으로 떠오르는 아침 해보다는 텅 빈 가을로 하얗게 스러지는 새벽 달을 따라가는 시인의 눈과 마음을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시인
2013-08-29
2013-08-28
바위처럼 엎드린누런 소 곁에흰 깃발로 꽂혀 있는눈부신 백로 한 쌍잦아드는 햇살 아래무심한 눈길 나누는저 평화로운 공존시의 분위기가 무심하고 고즈넉하다. 소와 백로, 평화로운 공존의 태(態)를 보여주고 있다. 우주 삼라만상의 운행 질서는 평화로운 공존의 모양을 갖춘다. 그것들이 비록 무정물(無情物)이라 할지라도 우주의 운행원리에 충실하게 순응하는 것이고 그것은 우리네 삶의 본 모습이 아닐 수 없다.시인
2013-08-27
10층의 엘리베이터가 1층에서 멈춘다하루에도 수십 번 낙하하는 출구앞에서 언제나 열렸다 닫히는 뒷모습처럼나는 늘 앞으로만 걷는 절벽10층에서 사라진 캄캄한 뒤통수바람은 언제나 등 뒤에서 불어오고하루에도 수십 번나는 누군가의 표정 앞에서 열렸다 닫히는 계절10층 철근 레일을 힘껏 잡아당긴 누군가의 얼굴이뛰어내린다하루에도 수십 번또다시 닫혔다 열리는얼굴 위로 낙하하는엘리베이터가 오르내리는 벽 속은 직벽이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그 직벽 앞에 섰다가 멀어지곤 하는 것이 현대인들이다. 가파르기 짝이 없는 건물의 벽이다 그 벽속을 오르내리는 엘리베이트 만큼이나 가파른 것이 우리의 마음이다. 누군가의 표정 앞에서 열렸다가 금방 싸늘하게 닫혀버리는 것이 현대인들의 여유없는 마음이다. 하루에도 수십 번 닫혔다 열리고 열렸다 닫히는 엘리베이트 같은 것이 우리 마음의 문이 아닐까.시인
2013-08-26
손으로 집어먹을 수 있는 꽃,꽃은 열매 속에도 있다단단한 씨앗들뜨거움을 벗어버리려고속을 밖으로뒤집어쓰고 있다내 마음 진창이라 캄캄했을 때창문 깨고 투신하듯내 맘을 네 속으로 까뒤집어 보인 때꽃이다뜨거움을 감출 수 없는 곳에서나는 속을 뒤집었다. 밖이안으로 들어왔다. 안은밖으로 쏟아져나왔다 꽃은견딜 수 없는 嘔吐다나는 꽃을 집어먹었다팝콘을 꽃에 비유한 재미난 작품이다. 뜨거움을 감출 수 없는 지점에서 시인은 속을 뒤집어 터뜨리는 `팝콘`이 됐고 `꽃`이 됐다. 시인은 자신의 감정을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그의 고뇌, 젊음의 열기, 사랑의 좌절 등을 읽을 수 있는 시이다. 시인
2013-08-23
까치집은 볼 때마다 빈 집저 까치 부부는 맞벌이인가 보다해 뜨기 전 일 나가별 총총한 밤 돌아오는가 보다까치 아이들은 어디서 사나시골집 홀로 된 할머니에 얹혀사나허공에 걸린 빈 집심심한 바람이나 툭 툭, 발길질하고도둑 달빛이나 들렸다 가고가지 끝에 걸려있는 까치집을 바라보면서 시인은 또 하나의 까치집을 연상하고 있다. 열심히 일하는 이 땅의 맞벌이 부부들이 흔히 아이들을 맡긴 홀로 되신 할머니의 집을 떠올리고 있다. 쓸쓸하게 허공 높이 걸린 외로움이 쌓인 집. 할머니도 아이들도 말 못할 그리움과 외로움에 사무쳐 있는 집. 허공의 까치집인 것이다.시인
2013-08-22
어미 소가막 낳은 송아지 젖은 몸을길게 혀 내밀어 핥고 있다.꿈 - 벅,영원을 감았다 뜨는 소의커다란 눈망울달이,내가 졸고 있는 좌석버스를오래 따라 오고 있다갓난 죽음을 지키는 것이다귀로는 늘 안온하고 조용하다. 지치고 피곤한 영혼이 안식을 찾아드는 시간은 경건하다. 삶이 힘들고 지칠 때 어딘가로, 무엇에겐가로 무작정 돌아가고 싶을 때가 있다. 거기에는 생명이 있고 새로운 힘을 충전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귀로에는 통상 이 시에서처럼 달이 따라오곤 한다. 갓 태어난 송아지의 죽음. 그 죽음 앞에 망연히 바라보며 젖은 새끼를 핥고 있는 어미 소의 아픔, 그것마저 가만히 지켜주고 있는 달이 평온함을 자아내는 아름다운 풍경이다.시인
2013-08-21
그늘이 있는 곳은 어디인가그늘이 그늘그늘 드리워진 곳은 어디인가그늘은 늘 아래 존재한다그늘은 미끄러워 잡히지 않는다그런 걸 알면서도 나는 `그늘 아래`라고 겁 없이 쓴다그늘에 아래가 있는가그러면 그늘의 위는 어디인가그래 어쩌자고 나는 그늘 아래로 파고드는가그냥 그늘 속으로 기어들지 않는 것인가그늘은 무두질 잘 해놓은 투명한 가죽이다그늘에서 가죽에 막걸리를 먹여야 좋은 소리가 난다그늘의 소리가 베어 있다 나온다그늘북은 슬픔이다그게 아니다그것은 젖어 있는 팽팽 희망이다그래 나는 늘 그늘이고, 아래에 있고 싶다그늘이라는 말에는 속이라는 뜻과 아래라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는데 시인은 그늘 아래라고 말하면서 그늘의 그늘을 발견하고 거기에 시선을 집중하고 있다. 비록 그늘도 어둡고 음습한 상황이지만 그것의 그늘은 더 깊은 절망이 아닐까. 그러나 시인은 거기에서 팽팽한 희망을 발견하고 있다. 거기에서 출발하고 거기에서 활발하게 일어서고 싶은 것이다. 희망이 크다.시인
2013-08-20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너는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연탄의 뜨거운 희생을 말하는 시인의 짧은 시행에는 많은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연탄보다도 검고 차가워진 우리의 마음을 한번 쯤 들여다봄 직한 시이다. 시인의 당돌한 질문에 무어라 답할 것인가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볼 일이다. 가만히 자기 성찰에 들게 하는 울림이 큰 작품이 아닐 수 없다.시인
2013-08-19
속초 동명항 주차장 공중화장실에서 나올 때 입구에 젊은 여자와 허리 굽은 노파가 서 있다. 젊은 여자가 “그래도 한번 가 봐야 해요.” 주차장 너머 바다를 가리키며 말한다. 노파는 “글쎄 거기 가면 뭐해? 가 봐야 바다잖아?” 말하고 “그래도 여기까지 와서 바다는 보고 가야죠” “난 안가. 가봐야 바다야” 계속 언쟁을 한다. 아마 늙은 엄마 모시고 바다 구경 온 모양이다. 딸은 재촉하고 허리 굽은 엄마는 가기 싫다고 우기는 속초 바다 여름 오후.늙은 엄마를 모시고 바다 구경을 온 모녀가 나누는 짧은 대화가 재밌게 그려지는 한 컷의 풍경을 제시하면서 시인이 말하고자 하는 건 뭘까. 지루하고 힘겨운 한 생을 건너온 늙은 어머니에게는 물결이 끝없이 일렁이며 다가왔다가 멀어져가는 반복의 바닷가는 별로 흥미로운 구경거리가 못되는 것이었는지 모른다. 어렵고 곤궁한 한 평생의 삶이 어머니의 마음을 그리 굳게 해버렸는지 모를 일이다. 어떤 쓸쓸함이 느껴지는 작품이다.시인
2013-08-16
꽃그늘에 서서하늘에 노니는 꽃가지그늘에 서서아득히 하늘길 다녀왔느니,처음인 듯이 세상 한번은 살아볼 만한 것이었다조붓한 골목 돌아한길 나서 돌아보느니,차창에 옛집 스치듯그 지붕 너머 하늘 스치듯어느새 어스름 속에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세상에 와서그런 골목 몇 채 걸어나왔느니,이 세상에 내가 지은 집이란그 골목 끝에 걸어둔 하늘 몇 채인 것이었다필자가 만난 장철문 시인은 참으로 따스하고 겸손한 사람이었다. 그가 한창 시를 써서 발표하던 그 시기의 시적 경향과는 좀 다르게 그의 시는 다분히 긍정적이었고 삶에 대한 인식에서 온기를 느낄 수 있는 시편들이 많았다. 뿐만 아니라 언어를 만지는 솜씨가 여간이 아니어서 늘 신선한 시적 감흥을 불러일으켜 준다. 이 시에서도 우리 한 생애를 골목 속의 집 한 채로 비유하면서 인생을 관조하는 겸허하고 조용한 시인의 눈을 본다. 시인
2013-08-14
이 빗자루 손에 잡아보는 거 얼마만이냐여기 땅집으로 이사와 마당을 쓸고 또 쓸고 한다얼마만이냐땅에 숨은 분홍 쓸어보는 거 얼마만이냐마당에 물 한 대야 확 뿌려보는 거 얼마만이냐땅 놀래켜보는 거 얼마만이냐어제 쓸은 마당, 오늘 또 쓸고 한다새벽같이 나와 쓸 거 없는데 쓸고 또 쓸고 한다마당 쓸고 나서빗자루를 담에 비스듬하게 기대어 놓는다빗자루야 그래라네가 오늘부터 우리집 도깨비하여라교외의 흙마당에 서서 막힘없이 한없이 열려있는 하늘의 달을 바라보며 감탄하는 시인의 마음을 따라가다보면 독자들도 무한한 평화경에 빠지게 된다. 누구에게나 편애 없이 열려있는 달을 바라보는 일이 이토록 놀라운 경험이라는 사실이 이 시를 읽으면서 느껴진다. 우리네 삶이 그리 바빠서 그럴만한 여유를 갖지 못한 탓은 아닐까.시인
2013-08-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