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구 경
잡는 둥 마는 둥
허겁지겁 골목을 달려 내려가
슈퍼 아줌마를 뒤로
마을버스 시내버스 전철을 갈아타고
아이 셋이 막 도착했다
제비집 같은 응급실 현관에 섰다
큰 딸아이가 두 동생을 뒤에서 안고 있다
두 아이는 고개를 숙이고 있다
무슨 일이 있다 저 안의 황급한 곳에
궁금한 곳에
가난한 달동네에서 살고 있는 어린 삼남매의 부모가 불의의 사고를 당해 병원 응급실에 실려왔고 어린 남매들은 이모 고모의 손에 이끌려 영문도 모르고 응급실 밖에 도착한 그 시간에 밖에는 폭우가 쏟아지는 상황을 이 시에서 본다. 죽었는지 살았는지 모르는 위급하고 기막힌 일들이 응급실 안에서 벌어지고 있을 그 시간에 이런 기막힌 운명을 향해 쏟아지는 빗줄기를 뭐라고 해야 할지. 가슴이 먹먹해지는 시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