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현 정
여기 땅집으로 이사와 마당을 쓸고 또 쓸고 한다
얼마만이냐
땅에 숨은 분홍 쓸어보는 거 얼마만이냐
마당에 물 한 대야 확 뿌려보는 거 얼마만이냐
땅 놀래켜보는 거 얼마만이냐
어제 쓸은 마당, 오늘 또 쓸고 한다
새벽같이 나와 쓸 거 없는데 쓸고 또 쓸고 한다
마당 쓸고 나서
빗자루를 담에 비스듬하게 기대어 놓는다
빗자루야 그래라
네가 오늘부터 우리집 도깨비하여라
교외의 흙마당에 서서 막힘없이 한없이 열려있는 하늘의 달을 바라보며 감탄하는 시인의 마음을 따라가다보면 독자들도 무한한 평화경에 빠지게 된다. 누구에게나 편애 없이 열려있는 달을 바라보는 일이 이토록 놀라운 경험이라는 사실이 이 시를 읽으면서 느껴진다. 우리네 삶이 그리 바빠서 그럴만한 여유를 갖지 못한 탓은 아닐까.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