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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내 고향 동네

내 고향동네 썩 들어서면첫째 집에는큰아들은 백령도 가서 고기 잡고작은 아들은 사람 때려 징역에 들락날락더 썩을 속도 없는 유씨네가 막걸리 판다둘째 집에는고등고시한다는 큰아들 뒷바라지에 속아한 살림 말아올리고애들은 다 초등학교만 끄을러 객지로 떠나보낸문씨네 늙은 내외가 점방을 한다셋째 집은마누라 바람나서 내뺀 지 삼 년째인 홀아비네 칼판집아직 앳된 맏딸이 제 남편 데리고 들어와서술도 팔고 고기도 판다넷째 집에는일곱 동생 제금 내주랴 자식들 학비 대랴 등골이 빠져키조차 작달막한 박대목네 내외가면서기 지서 순경 하숙 쳐서 산다다섯째 집에는서른 전에 혼자된 동네 누님 하나가 애들 둘 바라보며 가게를 하고여섯째 집은데모쟁이 대학생 아들놈 덕에 십년은 땡겨 파싹 늙은 약방집 내외갖가지 인생의 고달픔과 상처를 품고 살아가는 고향동네 이웃들의 삶을 상세하게 그려내면서 그 속에 배인 아픔과 한스러움 같은 것을 보여주고 있다. 지금도 시골 소읍에 가면 이런 가슴 아픈 서사는 흔히 발견할 수 있다. 이 시에는 우리 사회가 어떻게 변해왔는지, 어떤 아픔을 겪으면서 오늘에 이르고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작은 얘기들이 소복하여 정겹기도 하고 눈물겹기도 한 아침이다.시인

2017-04-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