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촌역 입구에큰 은행나무가 몇 그루 서 있네40년 전 내가 중학교 통학할 때는결코 보지 못했던 그 나무들새벽 통학생 발자국서울 공장 간다고 기다리던 밤기차모두 사라지고 화물차의 기적만이따금 산협을 울리는 간이역만추의 가을비 속에서안부를 여쭙는 듯 떨어뜨리는 노오란저 멀리 허공이 된 세월 속으로아! 정말 인생이 깊다고향마을이 역사(驛舍)앞에 서 있는 오래된 은행은 마을에서 일어나는 사람의 일들을 다 알고 있다. 누가 서울로 공장 간다고 떠나는지, 누가 공부하러 대처로 떠나는지, 누가 울면서 시집을 오는지, 누가 저승길 떠나는지. 시인은 만추의 가을비를 맞고 서 있는 은행나무를 바라보며 세상의 시간을, 인생의 깊이를 가만히 읽고 있음을 느낄 수 있는 시다. 시인
2019-04-04
내가 빈 논의저 쓸쓸한 벼 그루터기가 되고 싶은 건다른 것이 아냐암컷도 아냐봄날 경운기 삽날에 아낌없이뿌리째 뒤집혀지고 싶기 때문이야그뿐이야작가가 쓴 짧은 시에서 평생 그를 사로잡았던 허무와 낙관이라는 두 명제를 발견할 수 있다. 외로움과 폭설 속에서 팽개쳐져서 누구의 관심도 받지 못한 벼 그루터기의 절망과 봄을 맞아 다시 촉촉한 비를 맞고 따스한 봄볕에 새 순을 틔우게 될 희망을 노래하고 있다. 엄동을 건넌 삼라만상에 이러한 희망이 차오르고 있다. 시인
2019-04-03
아버지의 집에는 오래된 낡은 연장들이 많다어깨가 빠진 지게 이가 빠진 낫살 휘어진 갈퀴손자루가 부러지거나 몸통만 남은 괭이 삽 호미 망치 도끼녹슨 쟁기, 농사일에서 없어서는 안 될 크고 작은 연장들집구석 여기저기 처박혀 있다한낮인데도 들판으로 나가지 않고 깊은 잠 속에 빠져있다해 뜨는 이른 봄부터 해질녘 늦은 가을까지아버지의 손과 발이 되어주던 연장들아버지 제 살붙이처럼 어루만지고 있다휘어지고 부러진 녹슨 연장보다흰 머리 삐걱대는 팔다리캄캄한 눈, 들리지 않는 귀,자신의 몸뚱이가 더 늙고 병들었지만아직까지 밥만 축낸다며 볼멘 소리를 한다저 연장들 잠만 잔다고 안타까워 그렁거린다아버지의 오래된 낡은 연장들을 보며 시인은 늙은 아버지를 떠올리며 평생을 그 연장들과 함께 힘겨운 노동의 한 생을 산 아버지를 안타까워하고 있다. 새벽부터 늦은 저녁까지 아버지와 함께 한 연장이 이제는 낡고 헐어서 곳간 속에서 깊은 잠에 빠져있듯이 늙고 병들어 노동력을 상실하고 집에 계신 아버지와 같은 처지라는 것이다. 천천히 늙어가는 농촌공동체의 시간을 안타까운 눈으로 읽고 있음을 본다. 시인
2019-04-02
작년에 핀 꽃과 올해 핀 꽃이 함께 피어있다하나는 시컴한 숯덩이처럼 검은 불을 켜고다른 하나는 붉은 불을 밝혀 펄펄 끓고 있다지난 겨울 철새처럼 모두가 떠나간 후왜 앙상한 가지에 남아 눈보라에 떨었는지 모르지만살갗 에이는 풍장의 세례 끝에견고하고 환한 검은 꽃을 피웠다까치밥도 되지 못한 시디신 고집이신생의 붉은 꽃과 함께가는 봄 푸른 불꽃 속에서검고 환한 불을 밝히고 있다작년에 핀 꽃과 올해 핀 꽃이 함께 석류나무에 매달려 있다는 시적 발상을 통해 시인은 죽음과 삶이 공존하는 세계를 그리고 있다. 우리 사는 세상에도, 아니, 우리 자신에게도 어쩌면 이 두 세계가 공존하고 있는 것인지 모른다. 시인은 거센 눈보라 속에서 견디며 꽃을 피우고 결실에 이르는 석류나무의 생명력이 죽음마저도 아름다운 생명의 폭인 꽃으로 피어나게 한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세상을 향해 던져넣고 있는 것이다. 시인
2019-04-01
초등학생처럼 앳된 얼굴다리 가느다란 여중생이유진상가 의복 수선 코너에서엉덩이에 짝 달라붙게청바지를 고쳐 입었다그리고 무릎이 나올 듯 말 듯교복 치마를 짧게 줄여달란다그렇다몸이다마음은 혼자 싹트지 못한다몸을 보여주고 싶은마음에서해마다 변함없이 아름다운봄꽃들 피어난다이른 봄날 의복수선 코너에서 목격한 재미난 풍경 하나를 보여주면서 넘쳐흐르는 봄의 생동감, 생명감을 표현하고 있다, 아름다운 봄꽃이 피어나는 것도 봄의 에너지가 넘쳐나고 있다고 생각하고, 옷을 줄여 멋을 부리는 소녀의 행동에도 생동감 넘치는 봄날이 오고 있음을 느낄 수 있게 하고 있다. 희망이 크다. 시인
2019-03-31
그것이 왔다내일은 비가 왔다비린 후회의 추억처럼오늘은 마른 눈이 온다벗은 살의 먼 기억처럼거리를 지탱하고 사라지지 않는다차를 한 잔 마시고잊을 수 없는 것을 잊고정교한 헛짓으로 번지는 벽입을 다문 슬픔의 모습그림자의 순간을 견디는그림 없는 그리움실패의 구축에 실패하다완전한 망각을 권유하는 향기그것이 왔다매우 자극적이며 돌발적인 시어와 시행의 나열로 의미를 해독하기 힘든 난해한 시다. 특별히 눈에 띄는 부분은 ‘실패의 구축’이라는 부분인데 현대사회의 왜곡된 의식의 반영과 함께 소통의 부재, 관계의 단절 같은 불능의 세태를 야유하는 시인정신을 읽을 수 있다. 시인
2019-03-28
외로울 때 얼음처럼 엉키지도 말고바람처럼 멀리 달아나지도 말고스스로 겨울 속으로 들어가야지감당하기 어려울 눈이 펑펑 쏟아진대도뿌리가 얼 추위가 눈앞에 닥친대도겨울이 주는 슬픔을 받아들여야지슬픔이란 견디기 어려운 겨울 벌판 같지만눈을 떠서 슬픔 속을 들여다봐야지지금 기댈 곳이 꽁꽁 언 언덕일지라도뿌리는 땅속에 묻어두고 참아야지슬픔에 빠지지 않는다면슬픔도 기댈만한 언덕이지쓰라린 세월이 주는 외로움과 슬픔을 피하거나 굽히지 말고 기꺼이 수용하면 슬픔도 기댈만한 언덕이 된다는 시인의 말이 매우 인상적이다. 시인의 긍정적인 인생관과 따스한 심성을 읽는다. 쉬 무너지거나 포기하지 말고 담담히 받아들이고 극복을 위한 노력과 이겨내겠다는 의지를 잃지 않아야 한다는 시인의 목소리를 듣는다. 시인
2019-03-27
아우 먼저 보내고, 관에 흙을 뿌리며선생님처럼 ‘좌르르 하직’했습니다. 아우는 눈감으면서 그랬듯이 아무말 않고말을 다 잃은 나는 아무도 안 보이는데서얼마나 서럽게 울었는지요 울고있는지요봄날인데도, 선생님 말씀처럼‘여기는 눈과 비가 오는 세상’입니다모든 게 무너지는 세상입니다왜 그렇게 떠나야 했는지, 아우는여기에서의 그 빼어남 펴다 말고모두 팽개쳐버리면서형님! 하는 목소리 한 번 들려주지 않고처자식은 도대체 어쩌라는 건지, 불현듯‘초월적 지상’을 ‘지상적 초월’로바꿔버렸습니다. 선생님, 아프게도‘다만 여기는/ 열매가 떨어지면 /툭 하는 소리가 들리는 세상’입니다내가 툭 떨어져 흔들리는,그런 세상입니다시의 제목 ‘하관‘은 박목월 시인이 아우의 죽음 앞에서 건널 수 없는 이승과 저승의 거리감을 절감케하며 쓴 시의 제목이기도 하다. 시인은 스승인 박목월의 죽음 앞에서 요곤조곤 얘기하듯 스승의 생전을 그리며 애도하며 쓴 이 시는 잔잔한 감동을 거느리고 있다. 시인
2019-03-26
이십여 년 훌쩍 저쪽 사람이다뚝 끊어진 근황에구설수가 오르락내리락했지만이미 저승길 가고 있는 사람도둑고양이처럼 살금살금 문상만 하고 올까,그간 뭘 하며 살았는지죽은 뒤의 만남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애잔한 맘은 줄어들고 부담만 늘어가는데대학병원 장례식장 담벼락에 늙은 흰동백 한 그루내 맘 읽기라도 한 듯 물끄러미 바라본다소복 입은 여자들, 햇볕 쬐러 나왔는지흰동백꽃처럼 창백한 얼굴로 서성인다아침햇살에 차츰차츰 화석되어가는기억들바람에 떨어져 날리는 흰동백꽃잎 따라간다아침햇살도 소복 입은 여자들도제 갈 길로 가버리고장례식장 가는 길은 저승길보다 멀어진다시인은 연락이 끊긴 지 20년이나 된 어떤 지인의 장례식장을 찾아가는 길이다. 담벼락에 핀 흰동백꽃을 보고 삶과 죽음에 대한 생각에 잠기고 있다. 인생이란 모두가 죽음을 향해가고 있고 날마다 생명의 양이 줄어가는 운명적인 존재다. 죽음이라는 보편적 운명을 피할 수 없는 것임을 담담한 어조로 노래하고 있다. 시인
2019-03-25
쇠숟가락으로 온기 먼저 담겨 오는민물새우뭇국 받아들고남루한 가족 모여 따듯하게 먹는 저녁이 있었다여흘여흘 흘러가던 저녁강 깊어지며 비로소 잠드는데기다릴 사람 돌아올 사람 없지만바람길 따라 애두른 돌담 위로노란 등불 맑게 켜지는 밤이 있었다시인은 가난하여 남루하지만 가족이 함께 모여 먹는 저녁을, 사랑과 인정이 넘치는 따스한 풍경 한 장을 보여주고 있다. 평화롭기 그지없는 풍경이 아닐 수 없다. 시인이 지향하는 세계가 그림처럼 펼쳐져 있어 그윽하기 이를 데 없다. 시인
2019-03-24
저물녘 시골장 모퉁이에 가보라노점에 몇 무더기의 풋 채소를 가지런히 놓고칠순 어머니의 입에서 건네는 따스한 말‘떠리미’그 말엔 잠시 멈춘 노을도 한 자락 걸려 있다마지막이라는 뜻도 있지만 내일을 위해 몽땅 준다는 뜻도 있다하루 종일 발갛게 잘 익은 노을빛 말파는 사람도 사는 사람도 흐뭇하다‘떠리미떠리미….’몇 번을 곱씹으면어머니 냄새같은 단내가 난다시골 5일장의 저물녘 풍경이 정겹다. 시골 장터 가장자리에서 풋채소를 파는 칠순의 어머니가 건네는 떠리미라는 말이 참 따숩기 그지없다. 얼마남지 않은 것들을 헐값으로 팔아버리고 붉은 노을길 따라 따스한 집으로 돌아가는 어머니를 생각하면 눈물겨워지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시인
2019-03-21
내 몸 속에 등나무가 자라고 있다끝내 닿을 수 없는하늘 집하늘로 길 여는 것일까영동군 학산면 조령누구도 살지 않는구멍 숭숭 뚫려 하늘 빤히 보이는버려져 낡은 집허물어진 담벼락 타고 올라다시 기둥 세우고썩어 내려앉은 서까래 갈아지붕을 덮는다흘러가는 봄날비탈진 굽이마다보랏빛 꽃등 내걸고무심하게 피는 것일까부딪치는 바람흔들리는 만큼세상의 경계를 지우는꽃등 아래 서내 시린 등이 따습다시인은 자신의 몸 속에 등나무가 자라고 있음을 느낀다. 넝쿨의 촉수로 세상의 담을 넘어갈 수 있어 세상의 가파른 경계를 지우고 싶은 시인의 열망을 느낄 수 있다. 무한히 뻗어나가 하늘에 닿고 싶지만 땅에 발 붙이고 살아가는 인간의 운명적인 한계를 느끼는 시인의 목소리를 듣는다. 시인
2019-03-20
목련화가 하늘궁전을 지어놓았다궁전에는 낮밤 음악이 냇물처럼 흘러나오고사람들은 생사 없이 돌옷을 이고 평화롭다목련화가 사흘째 피어 있다봄은 다시 돌아왔지만 꽃은 더 나이도 들지 않고 피어 있다눈썹만한 높이로 궁전이 떠 있다이 궁전에는 수문장이 없고 누구나 오가는 데 자유롭다어릴 적 돌나물을 무쳐먹던 늦은 저녁밥때에는앞마당 가득 한사발 하얀 고봉밥으로 환한 목련나무에게 가고 싶었다폭련화 하늘궁전에 가 이레쯤 살고 싶은 꿈이 있었다봄이 와서 새하얀 목련화가 피어 어린 시절 시인이 꿈꾸고 염원했던 아름다운 하늘 궁전이 이뤄진 것이다. 그야말로 이 궁전에는 누구나 드나들 수 있는 자유로운 궁전이라는 것이다. 목련화가 불러온 봄의 환희와 생명감을 느낄 수 있는 자서(自序)와 같은 작품이다. 시인
2019-03-19
이 봄날 게으른 햇살 속에꽃은 떨면서 피고 있다발가벗은 알몸으로꽃은 주저리 져 피고꿀벌 한 마리 꽃잎에 들어 앉아종일토록 떠날 줄 모른다꿀벌도 꽃이 되는 날에는먼 산엔 우내가 자욱하다꽃이 옷을 벗는 것은 순수한 일봄날에는 꽃도 옷을 벗고 피어난다시인은 왜 알몸으로 꽃을 피운다고 표현했을까, 알몸은 꾸밈이나 가식이 없는 순수하고 참됨을 의미한다. 시인의 평생 시업(詩業)에서 추구해온 순진무구의 세계는 바로 정결한 정신세계를 말하는 것이리라. 그런 순수함이 아름다운 꽃으로 피어난 세계 속에 시인은 벌이 되어 오래오래 자연에 동화되려는 욕망과 의지를 펴 보이고 있는 것이다. 시인
2019-03-18
오는 나비이네그 등에 무엇일까몰라 빈 집 마당켠기운 한낮의 외로운 그늘 한 뼘일까아기만 혼자 남아먹다 흘린 밥알과 김칫국물비어져나오는 울음일까나오다 턱에 앞자락에 더께지는땟국물 같은 울음일까돌보는 이 없는 대낮을 지고눈시린 적막 하나 지고가는데, 대체어디까지나 가나 나비그 앞에 고요히무릎 꿇고 싶은 날들 있었다장자의 나비의 꿈을 연상케하는 시다. 고요한 어느 시골 마을의 대낮 풍경을 그리는 시인은 의미 깊은 메시지를 세상을 향해 던지고 있다. 살랑거리며 날아오는 나비는 삼라만상 중의 미물이지만 삶과 죽음이라는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고 여기고 있으며 동시에 신성을 가지고 날아가는 나비는 생성과 변화, 소멸의 세계를 보여주는 매체로 인식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시인
2019-03-17
태백산 산정의 주목나무는너무 웃자라지 말자고속으로 다짐하면서일 년에 한 번씩제 몸 안에차고 정갈한 울타리를 세웁니다나이테는 수목의 성장점의 기록이다. 나무의 수령을 가늠할 수 있는 준거가 되는 표시다. 시인은 태백산 주목나무를 보며 웃자라지 말자고 제 몸 안에 정갈한 울타리를 쳤다고 말하면서 우리네 인생들도 저 나무처럼 절제와 철저한 자기 관리를 하며 살아야한다는 것을 넌지시 건네고 있는 것이다. 시인
2019-03-14
해가 지는데왜가리 한 마리물속을 들여다보고 있다저녁 자시러 나온 것 같은데그 우아한 목을 길게 빼고아주 오래 숨을 죽였다가가끔있는 힘을 다해물속에 머릴 처박는 걸 보면사는 게 다 쉬운 일이 아닌 모양이다시인은 해질녘 목이 길고 우아한 왜가리 한 마리가 물가에 선 것을 바라보면서 평범한 생의 이치 하나를 깨닫고 있다. 그 우아하고 수려한 목을 길게 빼고 머리를 쏜살같이 처박아 먹이를 잡는 걸 보며 자연물이든 사람이든 먹고 사는 일이 그리 수월치 않음을 다시한번 깨닫게 된다는 시인의 목소리를 듣는다. 시인
2019-03-13
누가하늘과 거의 뒤섞인강물을 바라보고 있는가편안하게 등을 굽힌 채빛이 거룻배처럼 삭아버린모습을 보고 있는가누가고통의 미묘한발자국 속에서울다 가는가빛은 생성과 긍정과 확장과 상승의 본질성을 가진다. 이 시에서 빛은 영혼을 조용히 가라앉히고 치유와 정화의 매체로 쓰이며 확장되어 뻗어나가는 빛처럼 새롭게 열리고, 열어가는 미래에 대한 확신을 펼쳐 보이고 있다. 시인
2019-03-12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처럼북악산은 날마다 내 눈에 들어오고흰 구름이 보석처럼 박힌파아란 하늘에는 내 마음이 산다밤이면 빛나는 별이 네 머리 위에 떠내 눈길을 끌어당기고어둠을 쫓으며 어서 오라고손짓하며 숨을 고른다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처럼 북악산의 모습이 눈에 들어오고 파란 하늘에는 시인의 마음이 산다고 고백하면서 자연과의 진지한 대화를 나누고 있음을 본다. 자연과 하나가 되어 서로 교감을 나누는 것은 얼마나 행복한 삶일까. 노 시인의 깊은 시심을 따라가보는 아침이다. 시인
2019-03-11
스스로의 생 지키기 위해까마득히 절벽 쌓고 있는 섬어디 지랑풀 한 포기키우지 않는 섬눈 부릅뜨고달려오는 파도머리칼 흩날리며내려앉는 달빛허연 이빨로 물어뜯으며끝내 괭이갈매기 한 마리기르지 않는 섬악착같이 제 가슴 깎아첩첩 절벽 따위 만들고 있는 섬섬은 아무리 거센 파도가 밀려도 단단히 자신을 지키며 무너지지 않는다는 얘기를 하면서 시인은 인간을 향하고 있음을 본다. 자기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엄격한 자기 절제와 자기 관리, 자기 수호의 정신으로 살아야한다는 것을 역설하고 있다. 자기 본원성을 견지해 나가기 위해 투명한 마음과 정의롭고 정직한 심성을 유지하면서 끊임없는 내적 성찰이 동반되어야 함을 일러주고 있는 것이다. 시인
2019-03-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