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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하루 하루의 위대한 반항

1930년 알제리. 젊은 철학도가 살고 있습니다. 전차를 탈 돈을 아끼기 위해 아침 6시에 출발해 2시간 걸어 출근합니다. 혹독한 날들을 보내던 청년이 빠뜨리지 않고 하는 일은 글쓰기입니다. 새벽마다 노트를 펴고 생각을 치밀하게 기록합니다. 스물 여섯이던 1939년. 2차 대전이 발발하지요. 유럽 곳곳에서 목격할 수 있는 전쟁의 참혹한 모습. 갑자기 돌변한 사람들의 잔인함. 끝없는 증오와 폭력. 삶의 가치가 순식간에 한낱 짐승처럼 격하되고 살육하는 모습들은 청년의 심장을 갈갈이 찢습니다.“세상의 종말이 온다고 외치는 사람들의 말에 너무 귀를 기울이지 말자. 가장 보잘 것 없는 임무를 가장 고귀하게 여기며 나는 계속 글을 쓸 것이다.” 자욱한 연기 속에서 그는 거침없이 글을 써내려 갑니다. 스물 아홉살 청년이 참혹한 전쟁 현장에서 한 줄 한 줄 써 내려간 작품들은 지상에서 가장 위대한 글로 아로새겨져 인류의 보물이 되었습니다. 알베르 카뮈, 포화 속에서 쓴 책은 ‘이방인’과 ‘시지프의 신화’ 그리고 ‘페스트’입니다. 태양 빛이 너무 강렬해 어쩔 수 없이 살인을 저지른 남자 이야기, 재판 과정에서 드러난 부조리한 세상의 추악함. ‘이방인’입니다. 실패할 줄 알면서도 삶과 대결하는 ‘시지프의 신화’, 연대를 통해 전염병을 극복하는 시민들의 이야기 ‘페스트’. ‘살아가는 것’을 하루 하루의 위대한 반항으로 보았던 카뮈는 1957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합니다.우리 발 딛고 사는 2019년 현실은 잔혹한 폭력이 낳은 부조리보다 더 사악하지요. 거대 자본과 권력, 탐욕이 융합해 보통 사람들의 인간성을 굴복시키며 자유를 박탈합니다. 최악의 교육현실, 취업에 전전긍긍하는 청년, 집 한 채 장만하려 허리 휘는 가장들, 알바 자리 얻으려 긴 줄 끝에 ‘당첨’을 기다려야만 하는 고된 행군. 이해할 수도 하고 싶지도 않은 부조리한 날들의 연속입니다.카뮈는 말하지요. “누군가 세상에 매여 있을 때, 우리는 그 사람에게 매여 있다. 자유는 모두를 위해 존재하거나,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한 영혼이라도 자유롭지 않을 때, 나 역시 자유롭지 않다는 통찰은 가슴을 때립니다. 고개만 들면 울부짖는 영혼들이 도처에 널려 있는 현실, 우리의 ‘반항’은 까뮈의 치열한 기록을 닮은 것이어야 합니다. 깨어 직시하고 기록하고 생각하며 길들여지지 말아야 합니다. 눈 앞의 달콤함에 타협하지 말고 서로 잠들지 말자, 깨어있자, 격려해야 합니다./조신영 인문학365 대표

2019-02-10

도쿄대(東京大)생은 왜 바보가 되었는가?

혜시는 왕에게 박씨를 선물받아 뒤 뜰에 심어 엄청난 크기의 박을 수확합니다.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어서 부숴 버렸네.” 장자가 묻습니다. “아깝다. 그런 희귀한 박을 왜 깨 버린 건가?” 혜시가 답합니다. “박이 쓸모 있으려면 물 떠먹을 만큼 적당한 크기여야지. 저렇게 큰 박은 아무 쓸모가 없어.” 장자가 지적합니다. “어찌 이것을 바다에 띄워 조각배로 활용할 생각은 왜 하지 못하는가?” 혜시는 박학능변가로 명가(名家)에 속하는 인물이지요. 명가는 화려한 논리와 수사로 상대의 이론을 굴복시키는 고대 소피스트와 같은 철학자들입니다.다치바나 다카시라는 저널리스트는 ‘도쿄대생은 바보가 되었는가?’라는 도발적인 제목의 책을 썼습니다. 일본의 지성계과 사회 전반을 발칵 뒤집어 놓은 책이었지요. 정확한 예를 들어가면서 일본 최고의 대학이라는 도쿄대학생들이 얼마나 지성이 결여되어 있는가를 따끔하게 지적합니다.일본은 빠른 근대화로 인해 수직적이고 중앙 집권적인 교육제도가 필요했습니다. 도쿄대는 이런 수준의 인재를 충당하기 위해 만들어진 첫 번째 대학으로, “관료 교육원”의 역할, 즉 정치권에서 요구하는 목적을 충실히 무비판적으로 빠르고 탁월하게 제대로 수행해 낼 수 있는 인물들을 대량으로 키워 내기 위한 교육이라는 것입니다. 혜시처럼 세속의 질서에 얽매인 사고 방식으로 살아가는 머리 좋은 사람들을 대량 생산해 내는 것, 그것이 20세기에 걸맞는 교육일지 모릅니다. 정답을 달달 외워 필요할 때 즉각 쏟아내는 방식으로는 조직이나 국가를 어느 정도까지 끌어 올릴 수는 있겠지만 더 이상의 진보는 일어나지 않습니다.모두가 그럴 듯하다 여기는 집단적 사고방식의 익숙함을 깨부수고 낯설고 두렵고 이방인 취급을 받는다 해도 나만의 고유한 시선, 호기심 가득한 질문을 쏟아내는 힘을 길러야 합니다. 이런 힘이 일류국가를 만드는 저력이고, 위대한 삶을 추구하는 이들의 공통적인 특성입니다. 개인의 고품격 문화인 것이지요.호기심으로 질문하는 능력은 생각의 틀을 넓혀줍니다. 혜시처럼 박이 크다고 폐기하는 어리석음을 범하는 것이 아니라, 장자처럼 건축의 재료나 바닷가 조각배로 사용할 수 있는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게 해 주는 것이지요. 생명력 가득한 삶은 남들이 추구하는 보편성을 추종하는 삶으로부터 오지 않습니다. 진정한 나의 향기, 나 다움, 내 안의 꿈틀거리는 진정한 나를 밖으로 끄집어 내는 용기를 발휘하는 이들에게만 주어지는 선물입니다. /조신영 인문학365 대표

2019-02-07

지(知)적 쿠테타, 경험해 보셨습니까?

20세기 전반 유럽 최고의 지식인으로 프랑스 시인 폴 발레리를 꼽습니다. 지중해를 바라보며 산 덕분에 그의 작품에는 늘 지중해가 어른거립니다. ‘좁은 문’ 작가 앙드레 지드와 둘도 없는 친구이며 독일의 대시인 릴케와도 친분이 두터웠습니다.13세에 이미 시를 짓기 시작했고, 고전과 문학 서적을 탐독했습니다. 19세에는 혜성과 같이 등장한 젊은 시인으로 명성을 날립니다. 스무 살이 되던 해 폴 발레리는 세 가지 사건을 겪습니다. 첫째 랭보와 말라르메 두 사람의 천재성에 압도되어 열등감에 빠진 일, 둘째 R부인과의 연애에 실패, 셋째 데카르트가 경험한 ‘지적 쿠테타’를 온몸으로 경험한 일입니다. 지적 쿠테타란 인생 자체를 송두리째 뒤집어 엎는 충격적인 지적 결단, 결심입니다. 폴 발레리는 이후 일체 활동을 중단하고 오로지 자신의 지적 능력을 키우는데만 몰입하죠. 죽을 때까지 새벽에 일찍 일어나는 습관을 갖습니다.20년 동안 폴 발레리는 사색하고 노트에 생각을 정리하고 시와 문학과 과학 영역에까지 사고를 확장하는 노력을 기울입니다. 인정과 존경, 박수 받는 일을 멀리하고 오로지 내면과 사상을 갈고 닦는데 자신을 바칩니다. 노트가 3만 페이지에 달합니다. 40대에 이르러 폴 발레리는 20년의 은둔을 깨고 ‘젊은 파르크’를 출간하며 프랑스 대표 시인으로 등극합니다. 뿐만 아니라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방법 서설’ ‘까이에’ 등의 과학이론서를 발표함으로써 존경해 마지 않았던 데카르트와 흡사한 시와 과학, 철학을 섭렵하는 화려한 지적 탐구 여정을 순례합니다.그대는 생의 어느 한 순간, 벼락에 맞은 것처럼 지적 쿠테타를 당하신 경험이 있으신가요? 모든 방어 기제를 무력화하고 홀랑 내면을 발가 벗긴 채, 눈물 왈칵 솟구치고 뼈에 사무치는 고통과 호흡조차 곤란한 극도의 아픔 가운데 스스로 돌아보는 시간. 군대가 쳐들어와 우리 삶을 온통 휘젓고 뒤집어 놓아, 도무지 이대로 살 수 없다는 항복의 백기를 들고 세상의 달콤함을 떠나 골방으로 들어가게 만드는 경험 말입니다.폴 발레리는 말합니다.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될 것이다.” 아찔한 이야기입니다. 생각을 마비시키고 그저 느낌으로 살아가는 일에 점점 길들여 가는 우리 시대를 바라봅니다. 하지만 이런 시대에 길들여지지 않을 그대가 있기에 가슴 뿌듯한 새벽입니다. 오늘 하루도 반듯하게 생각을 정비하고 언어의 씨앗을 뿌리는 멋진 날이길 기도합니다./조신영 인문학365 대표

2019-02-06

약점 때문에 괴로울 때 생각해 볼 일

황당한 농구 시합이 벌어집니다. 선수들 부모는 실리콘밸리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들. 키도 작은데 한 번도 농구를 해 본적이 없는 아이들이 대부분. 한 마디로 난쟁이 왕초보 농구 팀입니다. 코치 역시 농구 코트를 밟아본 적이 없는 순수 아마추어입니다. 상대팀은 농구로 잔뼈가 굵은 180㎝ 흑인 소녀들.“플레이볼!” 호각 소리와 동시에 레드우드 팀 소녀들은 밀착 마크를 합니다. 양 팔을 부지런히 아래 위로 휘두르고 폴짝 폴짝 뛰며 공 잡은 선수 앞에서 두 명이 가로 막고 패스를 방해합니다. 키다리 선수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합니다. 한 번도 이런 식으로 시합을 해 본적이 없었던 거죠. 한 선수가 5초 이상 공을 잡고 있으면 파울입니다. 레드우드의 키 작은 소녀들은 상대 진영을 마구 휘저으며 패스를 못하게 방해하고 당황한 키다리들은 연달아 5초 파울을 범하지요. 난장이 팀은 4대 0, 6대 0, 8대 0, 12대 0으로 앞서 나갑니다. 어떤 경기는 25대 0까지 압도한 경우도 있습니다. 승리 비결을 묻는 인터뷰에서 한 소녀는 말합니다. “훈련의 비결이죠. 정말 막무가내였어요. 아빠는 한 번도 농구를 해본 적이 없었거든요.” 코치 딸입니다.역사학자 아레귄-토프트의 연구에 의하면 강대국과 약소국의 전투에서 약소국이 이길 확률은 28.5% 밖에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베트남전처럼 강대국 룰을 따르지 않고 접근하면 약소국의 승률이 63.6%까지 급상승합니다. 일만시간의 법칙, 아웃 라이어 등으로 알려진 말콤 글래드웰은 약자들의 승리 비결을 파헤칩니다. “약하다고 무조건 불리한 것은 아니에요. 기득권의 룰을 깨고 역사의 수레바퀴를 돌리는 사람은 약자들입니다. 내가 약자인 것이 결코 나쁜 조건은 아닙니다. 약점에 숨겨진 아름다움과 위대함이 분명히 있는 법이니까요, 반면 강자의 강점에는 반드시 숨겨진 나약함과 한계가 있습니다.”한없이 위축되어 한숨 짓는 때가 있으신가요? 내가 발휘할 수 있는 최고의 전략은 오히려 약점에서 출발해 발전시킬 수 있습니다. 레드우드 소녀 농구팀은 시합에 나가기 전에 동그랗게 스크럼을 짜고 한 목소리로 외칩니다. 원, 투, 쓰리... 애티튜트(Attitude)! 무대뽀 전략을 과감하게 세운 코치는 소녀들에게 강철 체력을 길러 주었고 동시에 어떤 상황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희망을 볼 수 있는 태도를 훈련시켰습니다. 나를 실망시키는 약점이야 말로 바로 내 안에 감추인 보석입니다./조신영 생각학교ASK 대표

2019-01-29

측정의 세계에서 가능성의 세계로

벤자민 잰더(Benjamin Zander)는 1978년 보스톤 필하모닉오케스트라를 설립한 지휘자입니다. 지금도 현역으로 활약하며 그의 TED 영상은 인기가 하늘을 찌릅니다. 수십 년 지휘자 경험을 바탕으로 통념을 깨는 발상을 합니다. “지휘자는 아무 소리를 내지 않아요. 아름다운 소리는 연주자들이 만드는 거죠. 지휘자의 뜻만 강요할 것이 아니라 연주자의 힘과 열정, 사랑을 끌어내야 합니다.”단원들에게 종이를 나눠주고 오케스트라의 연주와 그의 지휘에 대해 평가하고 대안을 요청합니다. 몇 번을 반복하자 비협조적이던 단원들이 조금씩 아이디어를 내기 시작하고 이 중 좋은 아이디어를 뽑아 연주에 반영합니다. 점차 활발하게 의견이 올라오기 시작하지요. 얼마 지나지 않아 오케스트라의 분위기가 완전히 능동적으로 바뀝니다. 벤자민 잰더는 이렇게 말합니다. “진정한 리더십을 실현은 ‘측정의 세계’에서 ‘가능성의 세계’로 이동할 때 비로소 가능합니다.”측정의 세계란 서로 경쟁시킨 후 승리자에게 자원을 제공하는 세계입니다. 가능성의 세계란 모든 것이 풍족하기 때문에 경쟁이 필요 없고 원하는 것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모험으로 가득한 세계입니다. 리더는 구성원들을 측정의 세계로 몰아 부칠 것이 아니라 가능성의 세계로 인도해야 한다고 역설합니다. 잰더는 대학에서 가르칠 때 ‘가능성의 세계’를 적용한 사례를 알려줍니다.첫 수업 시간에 선포합니다. “학생 여러분 모두에게 한 명도 예외 없이 A학점을 줄 것입니다.” 학생들의 입이 쩍 벌어집니다. 측정의 세계 그 정점에 학교가 있지요. 아이들에게 지식을 나눠 주고 측정해 등급을 나눕니다. 벤자민 잰더는 학생들에게 생애 최초로 ‘가능성의 세계’를 체험하게 합니다. 학생들에게도 종이 한 장씩 나눠줍니다. “모두에게 A학점을 주는 데 한 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편지 한 통을 쓰는 겁니다. 오롯이 내 노력으로 A학점을 받았다고 가정하고 저에게 A학점을 받은 이유를 써 보세요.” 이후 학생들은 학기 중 서로 경쟁할 필요가 없게 되자 협력하기 시작하고 창조성의 물꼬가 터지기 시작합니다. 평가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으니 대담하게 사고를 확장시킵니다. 벤자민 잰더의 파격적인 실험은 대 성공으로 결말을 맺습니다.상상하기 어려운 도전이지만, 미래를 위해 반드시 해 내야 할 우리 세대의 중대 과제입니다. 우리 모든 다음 세대들이 측정의 세계가 아닌 가능성의 커다란 우주에서 마음껏 비상하는 날을 꿈꿉니다./조신영 생각학교ASK 대표

2019-01-28

사막을 숲으로 바꾼 여인

네이멍구(內蒙古) 마오우쑤 사막 징베이탕은 과거 비옥한 초원이었지만, 무분별한 벌목 때문에 사막으로 변했습니다. 새도 날지 않고, 풀 한 포기 없는 황폐한 죽음의 땅입니다. 여기에 20세 꽃다운 처녀가 시집옵니다. 그녀의 아버지는 죽은 친구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친구 아들이 사는 장베이탕 사막 토굴 앞에 노새에 싣고 온 딸과 짐 한 꾸러미를 내려놓습니다. “이제부터는 여기가 네 집이다”눈물로 한 달을 지냅니다. 어느 날 멀리 사람이 지나가는 것을 보고 미친 듯 달려갑니다. 왠 여자가 자기를 쫓아오자 겁에 질린 사막 행인은 뛰어 달아나죠. 털썩 주저앉아 눈물을 쏟다가 세숫대야를 가져와 발자국을 덮습니다. 사람이 그리울 때마다 한 번씩 열어보며 마음을 달랩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생각합니다. 사람을 마냥 그리워할 것이 아니라 이곳을 사람들이 올 수 있는 곳으로 만들자. 사람들이 오게 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꽃이 피고 나무가 있으면 사람들이 올 것 아닌가?그날 왕복 19㎞ 사막길을 걸어 묘목 한 그루를 사와서 심습니다. 사막에 물이 있을 리 없습니다. 우물까지 또 걷습니다. 양 어깨에 물통을 지고 하루에 40번씩 우물을 오가면서 물을 길어 옵니다. 정수리에 불을 붙일 것처럼 이글대는 태양 아래 물기 하나 없는 곳, 모래바람이 아무런 징조도 없이 갑작스럽게 찾아와 금이야 옥이야 업어 심은 나무들을 무차별 습격합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습니다. 매일 19㎞를 왕복하고 40번씩 물을 길어 나릅니다.그녀는 매일 새벽 3시에 일어나 우물을 오가는 일을 30년 넘도록 포기하지 않고 반복합니다. 묘목을 사서 심고, 죽은 나무를 뽑는 일을 멈출 수 없습니다. 눈물과 피와 땀을 누가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요? 30년의 시간이 흐릅니다. 그녀는 여의도 면적 10배의 크기 땅(1천400만평)을 울창한 숲으로 일궈냅니다. 첫 아이를 사막에 묻었지만, 지금은 세 아이의 엄마가 되어 있습니다. 사막의 토굴이었던 신혼 방은 이제 어엿한 숲 속 저택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녀의 이름은 인위쩐(殷玉珍), 제 평생 절대 잊을 수 없는 이름입니다. 그녀는 책 한 줄 읽을 줄 모르는 문맹입니다. 그러나 이 위대한 사막 여인은 모든 식자들 앞에서 인간 정신의 위대함을 보란 듯이 외칩니다. 멈출 것이냐, 한 걸음 더 내 딛을 것이냐, 갈등하는 우리에게 인위쩐은 빙그레 웃으며 도전합니다. 멈추지 말고 가던 길을 계속 가라 말합니다./조신영 생각학교ASK 대표

2019-01-27

보라색 고무 밴드가 만든 기적

2006년 7월. 윌 보웬은 캔자스 시티에서 여름 독서클럽을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당시 그들이 읽었던 책은 불평을 멈추자는 내용이었습니다. 여름 내내 고생한 회원들에게 윌 보웬은 무언가 의미있는 기념품을 만들어 주자고 결심하지요. 고민하던 윌 보웬에게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릅니다.고무밴드 제작 업체를 찾아내 보라색 팔찌 밴드에 문구를 새겨 달라고 주문합니다. Complaint Free World(불평 없는 세상). 윌 보웬은 한 가지 게임을 제안합니다. “혹시라도 입에서 불평과 불만이 밖으로 튀어나오면, 밴드를 당겨 손목을 때린 다음 오른 손으로 밴드를 옮겨 차는 겁니다.” 사람들이 폭소를 터뜨립니다. 도전해 보고 싶다는 눈빛입니다. “팔찌를 볼 때 마다 불평을 멈추겠다는 각오를 되새겨 보세요. 하지만 어느 순간 불평이 입 밖으로 튀어나올 겁니다. 걱정 마세요. 다시 밴드를 튕겨 스스로에게 각인시킨 후 밴드 다른 팔로 바꿔 끼우는 겁니다.” 사람들은 까르르 웃습니다.모두 21일 동안 불평 제로의 삶에 야심차게 도전합니다. 그러나 대부분 하루 15~30회 정도 팔찌를 옮겨 찹니다. 깜짝 놀랍니다. “내가 이렇게 불평을 많이 하는 사람이었구나!” 불평하는 자신을 인식하기 시작하면서 조금씩 변화가 일어납니다. 팔찌 갈아 차기가 조금씩 줄어갑니다. 최초로 21일을 돌파한 사람이 4개월 만에 나타나지요. 대부분 6~8개월이 소요되고 맨 마지막에 팔찌를 벗은 사람은 10개월이 걸립니다. 윌 보웬의 작은 실험은 금방 지역 사회에 알려집니다. TV에서 연락이 오기 시작합니다. 오프라 윈프리 쇼 출연 후 이 운동은 전 미국으로 확산되기 이르지요. 마침내 106개 국가에 1000만명 이상의 사람들이 손목에 보라색 밴드를 차고 자신의 불평 습관과 투쟁하는 일들이 벌어집니다.불평을 멈추는 변화는 4단계를 거치며 이뤄집니다. 의식도 못한 채 불평하는 단계, 의식하면서 불평하는 단계, 의식하면서 불평을 억제하는 단계, 마지막으로 무의식 가운데 불평하지 않는 수준에 이릅니다.기름 값을 불평하는 것은 당신이 자동차를 가진 덕분이고, 교통 체증 때문에 화가 나는 것은 직장이 있는 덕분입니다. 영국의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경은 말합니다. “행복의 비결은 간단하다. 불평불만에 스스로 속지 않으면 된다.” 불평이 줄어들면 분명 지금보다 훨씬 행복하고 풍요로운 삶을 누릴 수 있습니다. 2019년 불평 제로에 함께 도전해 보면 어떨까요?/조신영 생각학교ASK 대표

2019-01-24

사무실 벽에 구멍을 뚫은 이유

커닝 페이퍼를 전달하기 위해 부모들이 떼 지어 5층 건물 벽을 타고 오릅니다. 가난의 굴레를 아이들이 벗어났으면 하는 절박한 심정이지요. 인도 뉴델리의 빛과 어두움이 교차하는 곳에서 일하던 엘리트 과학자가 있었습니다. 사무실은 문만 열면 빈민 지역으로 나갈 수 있는, 부자들의 거리와 중간 지점에 위치하고 있습니다.벽 너머 사는 아이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하던 수가타 미트라 박사에게 번쩍 영감이 떠오릅니다. 사무실 한쪽 벽에 구멍을 뚫기 시작하지요. 가난한 아이들이 득실거리는 그 벽입니다. 구멍에 컴퓨터를 설치합니다. 밖에서 보면 모니터가 보이지요. 작은 구멍 하나를 더 뚫어 마우스를 쓸 수 있게 하고 키보드를 밖에서 조작할 수 있게 만듭니다. 벽 속의 구멍(Hole in the wall) 프로젝트의 시작입니다.아이들이 길거리를 지나가다가 벽에 뚫린 구멍 속 컴퓨터를 보고 벌떼처럼 몰려들지요.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자 이것 저것 만지기 시작합니다. 전원 버튼을 눌러 화면이 켜지자 환호성을 지르며 기뻐합니다. 몇 달의 시간이 흐릅니다. 수가타 박사는 도저히 믿기 어려운 경험을 합니다. 아이들이 자유롭게 인터넷을 탐색하고 음악이나 영화를 보고 심지어 메일 계정을 만들어 편지를 나누기까지 한 겁니다. 서로 자신이 깨달은 바를 나누고 토론하며 배운 것을 가르친 것입니다. 컴퓨터와 인터넷이라는 피드백 시스템이 주어지자 이들은 스폰지가 물을 흡수하듯 필요한 모든 지식을 흠뻑 빨아들였던 것이지요. 수가타 박사는 온몸에 전류가 흐른 느낌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합니다. “정말 놀랐지요. 영어를 전혀 배우지 못한 아이들입니다. 어떻게 이런 아이들이 프로세서라는 표현을 하는지, 마우스라는 단어는 어떻게 알게 됐는지 영문을 알 수 없었지요.”가난한 지역에서 못 배운 아이들도 불과 3개월이면 도시의 정상 교육을 받은 아이들을 따라잡을 만큼 놀라운 결과를 만들어 낸 것을 토대로 수가타 박사는 학습자 스스로가 자신을 가르치고 공동체가 서로를 가르치는 시스템 연구에 매진합니다.누군가는 벽을 보며 절망합니다. 또 다른 누군가는 벽에 구멍을 뚫습니다. 할 수 있는 가장 작은 일을 실천합니다. 그렇게 세상은 바뀌어 갑니다. 저도 클래식북스를 통해 오늘도 고전이라는 창문 하나를 뚫습니다. 이후의 일은 걱정하지 않기로 합니다. 일단 고전을 한 벗 맛본 사람들은 이전과 삶이 달라진다는 것을 늘 경험하기 때문이지요. /조신영 생각학교ASK 대표

2019-01-23

충격점에 집중할 것

톨스토이 단편 ‘세 가지 질문’은 성찰과 지혜가 담겨있는 인류의 보배지요.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데 늘 자신이 없었던 왕이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때는 언제인가? 가장 중요한 사람은 누구인가? 가장 중요한 일은 무엇인가를 모르기 때문입니다. 큰 상을 걸었지만 시원한 답을 얻을 수 없습니다. 가장 지혜롭다는 은자(隱者)를 몰래 찾아갑니다. 왕의 질문에 대꾸도 하지 않고 혼자 땅을 파며 밭을 갈고 있습니다. 기분이 상한 왕은 그만 떠나려다가, 기력이 쇠한 은자가 헐떡이며 노동하는 모습이 가슴 아파 마음을 고쳐먹고 돕기 시작합니다. 이때 갑자기 숲 속에서 한 남자가 피를 흘리며 나타납니다. 외면할 수 없었던 왕은 정성껏 치료해 줍니다. 다음 날 아침 남자는 용서를 구하며 이렇게 말하죠. “왕이여. 저는 당신을 암살할 작정으로 숨어 있다가 호위병에게 큰 상처를 입게 된 것입니다. 원수인 내 생명을 구해 주셨으니 이제 저는 당신의 가장 충직한 종이 되겠습니다.”떠나기 전, 왕은 세 가지 질문을 은자에게 던집니다. “왕은 이미 답을 얻었소! 어제 저를 돕지 않고 바로 떠났더라면 암살당했을 겁니다.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때는 저를 불쌍히 여겨 돕기로 결심한 그 순간이었습니다. 가장 중요한 사람은 왕의 앞에 숨을 헐떡이던 저였고 가장 중요한 일은 그 순간 제게 선행을 베푸신 일이었습니다. 기억하십시오. 가장 중요한 때는 바로 지금, 가장 중요한 사람은 지금 내 앞에 있는 사람, 가장 중요한 일은 그에게 선행 베푸는 것임을!”베스트셀러 작가 팀 페리스는 테니스 광입니다. 하루는 유명한 테니스 코치에게 레슨을 받습니다. 공이 자꾸만 엉뚱한 곳으로 날아가자 코치가 말합니다. “당신은 공을 보지 않고 목표 지점을 보는군요. 네트 너머 목표를 보지 말고 오직 공이 라켓에 맞는 순간의 충격점(Point of Impact)에 집중해 보세요.” 팀 페리스는 이 순간 큰 깨달음을 얻습니다. 부드러운 자세로 모든 에너지를 공과 라켓이 맞 부딪치는 순간에만 집중하자 공이 목표물 근처로 날아가기 시작합니다.위대한 꿈을 품는 것도 중요하고, 가슴 뛰는 비전을 갖는 일도 멋진 일이지만 목표 지점을 바라보기만 한다고 저절로 우리 인생이 충만해지는 것이 아님을 기억해야 합니다. 바로 지금 내 곁에 있는 한 사람에게 가장 좋은 것을 베푸는 일. 이런 순간들이 모이고 또 쌓일 때 우리의 삶은 더욱 풍요로우며 한 발짝 목표 지점에 도달해 있겠지요. /조신영 생각학교ASK 대표

2019-01-22

별 볼일 없는 사람이 해낼 수 있는 일

창작으로 역사상 가장 많은 돈을 번 사람은 누구일까요? 그가 저작권으로 벌어들인 돈은 1조 2천억원이 넘습니다. 작품은 21개 언어 2천600개 신문에 연재하며 어마어마한 팬을 확보합니다. 찰리 브라운과 스누피를 창조해 낸 만화가 찰스 슐츠입니다.그는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냅니다. 별볼일 없는 캐릭터는 어린시절 경험의 반영이죠. 학생 때는 전과목 낙제. 커서는 여성들에게 늘 어정쩡하게 접근하다 대부분 퇴짜를 맞습니다. 평생 술, 담배를 하지 않는 삶. 2차 대전 때 포병으로 참전하는데, 강아지가 다칠까 봐 적의 진지를 포격하지 못한 심약한 사내. 숱한 좌절에도 불구하고 꿋꿋이 만화를 그립니다. 자신의 만화를 팔기 위해 수없이 많은 신문사와 잡지사를 전전하지만 모두 거절당하죠.나이 28세에 첫 만화가 팔립니다. 이후 10년 동안 인기없이 그럭저럭 생계를 유지하는 삼류 만화가의 삶이었지요. 1960년 마침내 그의 만화에 ‘스누피’가 등장하면서 돌연 슐츠의 작품은 빛나는 태양처럼 세상에 떠오르기 시작합니다. 이후 슐츠는 50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만화를 연재합니다. 홀로 이야기를 짓고 그림을 그리고 도판을 완성해 넘기는 방식으로 50년 동안 그린 코믹 스트립(Comic Strip)은 1만7천897개. 참고로 50년을 365로 곱하면 총 1만8천250일입니다. 숙연해 지는 순간이지요. 별볼일 없는 외톨이 만화가의 별볼일 없는 주인공들. 하지만, 이들이 쏟아내는 끝없는 이야기는 비슷한 모습으로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들을 감싸주고 품어주었습니다.50년 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연재를 하며 찰스 슐츠가 한 번도 어기지 않은 철칙이 있었습니다. 미리 준비하기. 하루 연재는 3~4컷이 필요합니다. 마감일 6주 전에 끝내기를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지켜냅니다. 8~10컷이 필요한 일요일 판을 위해서는 10주 먼저 작업을 끝내는 치밀함을 평생 유지했습니다. 슐츠는 죽음의 순간까지 펜을 놓지 않았습니다. 1999년 12월 말, 대장암이 악화되어 더 이상 만화를 그릴 수 없었지만 6주 미리 그려 놓은 작품들로 죽음과의 싸움을 벌이는 한달 반 동안 꾸준히 연재를 지속할 수 있었습니다. 2000년 2월 12일 마지막 신문 초판이 나오기 한 시간 전에 찰스 슐츠는 세상을 떠납니다.불꽃 같은 삶을 태우고 간 별볼일 없었던 이 남자는 오늘 그대와 나에게 속삭입니다. “만약 그대가 신이 부여한 재능을 가지고 있다면 그 재능을 배은망덕하게 사용해서는 안됩니다”/조신영 생각학교ASK 대표

2019-01-21

아름다움에 관하여

“왜 가난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가?” 답을 찾던 작가가 있습니다. 취재 중 8년째 복역 중인 여 죄수 한 사람을 만나지요. “사람들이 왜 가난하다고 생각합니까?” 그녀는 뜻밖의 대답을 합니다. “아이들에게 시내 중심가 사람들의 정신적 삶을 가르쳐 주지 않아서 그래요” 작가는 되묻습니다. “정신적 삶이란 뭘까요?” 대답이 거칠게 날아옵니다. “극장, 연주회, 박물관, 강연회 참가하기, 미술작품 감상하기 이런 거요” 깜짝 놀란 작가는 말합니다. “아! 그러니까 인문학을 말하는 거군요!” 죄수는 작가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말합니다. “그래요. 인문학!” 얼 쇼리스는 회상합니다. “그 여인 눈빛을 저는 결코 있을 수 없었습니다.”얼 쇼리스는 야심 찬 계획을 세웁니다. 빈민들, 마약 중독자들, 거리의 노숙자들에게 인문학을 가르치겠다는 프로젝트. 공익 재단에 수십, 수백통의 지원 요청 편지를 써 보내지만 답변은 한결 같습니다. “지원 불가! 빈민들에게 인문학이라니, 말도 안됩니다. 직업 교육이라면 몰라도” 얼 쇼리스는 주머니를 직접 털어 일을 시작합니다. 무언가 홀린 사람처럼, 문학, 역사, 미술사 등을 가르칠 교수진을 꾸립니다. 재능기부를 원치 않습니다. 정규 대학 강사 수준의 급여를 보장하며 제대로 가르칠 것을 요청합니다.진짜 문제는 학생을 모으는 일이었습니다. 갖은 고생 끝에 마약 중독자, 매춘부, 노숙자 등 첫 수강생 31명을 모으는 데 성공합니다. 차비가 없는 경우도 많아서 버스 토큰을 제공하기도 하지요. 안타깝게 14명이 첫 해 탈락하지만 나머지 17명은 코스를 거뜬히 이수합니다. “겨우 글만 읽을 줄 알던 학생들과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를 함께 읽었어요. 소포클레스 비극 ‘안티고네’를 읽을 때는 학생들이 가족과 전통 법도와 국가 법이 충돌할 수 있다는 사실을 나보다 더 잘 이해하더군요. 교수들이 훨씬 많이 배웠습니다.”14명은 뉴욕 하버드대 정식 대학생이 되었고 2명은 치과의사가 됩니다. 한 여성은 약물중독자 재활센터 상담실장이 되죠. 얼 쇼리스의 목표는 단 하나였습니다. 인문학을 통해 삶을 성찰하는 방법 가르치기. 취업에 성공한 다혈질의 한 남자는 말합니다. “회사 여직원과 말다툼을 했어요. 평소처럼 여자를 벽에다 내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하지만 그 순간 잠시 멈춰 스스로에게 물었습니다. 이 상황에서 소크라테스라면 어떻게 했을까?” 어느 작가의 꿈으로 시작한 클레멘트 코스는 이제 민들레 홀씨처럼 아름답게 전 세계로 퍼지고 있습니다./조신영 생각학교ASK 대표

2019-01-17

최고봉을 오르는 이유

한 산악인이 있습니다. 배낭을 꾸릴 때마다 너무 무서워 운다고 하지요. 장비를 풀고, 다시 눈물을 흘리며 장비를 꾸리는 일을 반복합니다. 라인홀트 메스너. 오스트리아 남티롤 출신의 세계 최고의 산악인, 철학자, 예술가입니다. 자랑삼아 산에 오르는 일을 하지 않습니다. 정상에 올랐을 때만 오롯이 누릴 수 있는 감격에 취해 산을 오릅니다.메스너는 8천m 이상 14개 정상을 모두 등정한 최초 인물입니다. 쉐르파 도움 없이 혼자 무산소 등정으로 완등합니다. 자기 주머니를 털어 비용을 충당합니다. 산악인들이 정상에서 스폰서 로고와 국기를 펄럭이는 사진을 찍습니다. 메스너는 오직 손수건 한 장을 흔들며 말하지요. “나의 국기는 손수건이다.” 산을 오르는 데 무슨 국가 간 경쟁이 필요하냐는 표현입니다.1970년. 동생 퀸터와 함께 낭가파르바트의 정상을 밟았습니다. 하지만 눈사태로 동생을 잃고, 악천후 속에서 간신히 목숨을 건집니다. 이때 발가락 6개를 절단했죠. 야망을 위해 동생을 희생시켰다는 비난을 오랫동안 견뎌야 했습니다. 7년 후, 홀로 낭가파르바트로 떠나기로 결심하며 메스너는 말합니다. “이 고독감을 그곳에 묻어 버리든지 아니면 고독감이 나를 쓰러뜨리든지 둘 중 하나!” 어리석은 저는, 히말라야 등반하는 분들을 보며 측은한 생각을 하곤 했습니다. 헬리콥터를 타고 올라가면 간단할 것을 그리 몸으로 올라가야 하나 의문을 품었지요. 간단한 이유였습니다. 헬기로 정상에 오르는 것은 불가능한 일은 아닙니다. 그러나 기압 차이 때문에 폐에 순식간에 물이 차 죽게 된다고 하더군요. 자연은 손쉽게 얻고자 하는 이에게 자신의 가장 소중한 것을 보여주지 않는 법입니다.메스너는 고백하지요. “정상이란 분명 산의 꼭대기만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하나의 종점, 모든 선이 모여드는 곳, 만물이 생성하고 그 모습을 바꾸는 지점. 이 지점은 적어도 상징직으로 세계가 ‘무’로 바뀌는 곳으로 모든 것이 완결되는 끝이며 마력이나 자력처럼 나를 끌어 당긴다.”그대는 지금 어떤 산을 오르고 계신가요? 그럭저럭 즐거운 산행으로 만족하고 있는 걸까요? 눈물이 핑 돌만큼 두려움에 떨리지만, 위대한 삶, 저 높은 최고봉이 줄 지고의 경험을 향해 모든 것을 불태우고 있는 중인가요? ‘위대함’이란, 몇몇 천재들의 전유물이 아니라 한 번 밖에 없는 내 삶에 주어진 특권이자 삶의 목적임을 잊지 않기로 다짐하는 새벽입니다./조신영 생각학교ASK 대표

2019-01-16

굿모닝, 미스터 빈센트

20대 후반까지 제대로 붓을 잡아본 적 없는 한 남자가 있습니다. 아버지와 불화가 심해지자 집을 떠나 홀로 서기를 시도합니다. 28세에 비로소 첫 그림을 그립니다. 새로운 세상에 눈뜨지요. 그림이야 말로 자기 길이라는 것을 마침내 알아차립니다. 혼자 묵묵히 그리며 스스로 가르치고 홀로 배우기 시작합니다. 고독하게 캔버스와 씨름합니다. 동생에게 쓴 편지에서 이렇게 말합니다.“희망에 부풀었다가 절망에 빠지는 일을 또 다시 반복하고 있다. 그래도 계속해서 노력하면 수채화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겠지.”심지어 그는 밤에도 모자 위에 초를 올려놓고 그 촛불 아래 그리기도 했습니다. 작품은 팔리지 않습니다. 화상이었던 동생이 애써 노력해도 세상은 낯선 그의 그림에 지갑을 열지 않습니다. 평생 딱 한 점이 팔립니다. 붉은 수수밭이라는 격렬한 그림입니다. 안나 보쉬가 400프랑을 지불했습니다. 그 동안 쓴 물감 비용을 충당하기조차 턱없이 부족한 금액입니다.팔리지 않는 그림이 쌓여 갈 때 절망 가운데서도 그는 결심합니다. “아무리 발버둥을 치면서 그림을 그려본들 넌 화가가 아니라고 내면의 목소리가 말할 때, 그 목소리를 잠재우는 유일한 방법은 오직 그림을 그리는 것뿐이다.”37세로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8년 동안 유화 900점, 스케치 1천100점을 남깁니다. 1주일에 평균 유화 두 작품을 8년 연속 그려내는 무서운 작업량입니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상태에서, 오로지 동생이 보내주는 돈에 의지해 자신과 고독한 싸움을 하던 남자는 이렇게 편지합니다. “다른 사람들 눈에는 내가 어떻게 비칠까? 괴벽스러운 사람, 사회적 지위도 없고 앞으로도 갖지도 못할 한마디로 최하급 사람…그래. 좋다. 설령 그 말이 옳다 해도 언젠가는 내 작품을 통해 그런 보잘 것 없는 사람의 마음 속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보여주겠다. 그것이 내 야망이다.”빈센트 반 고흐이야기지요.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일. 빛나는 꿈을 향해 자신을 온전히 던지는 삶이란 과연 어떠해야 함을 고흐는 삶으로 우리에게 보였습니다. 그 야망은 백년 후 보란듯 현실로 이루어졌습니다. 쇼펜하우어는 모든 진리가 세 단계를 거친다고 말합니다. “첫 단계에서 조롱당하고 두 번째 단계에는 심한 반대에 부딪치고 마지막으로 자명(自明)한 것으로 인정받는다.”우리 안에 가슴 뛰게 하는 꿈이 있다면,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그 길을 따라 걷는 저와 그대의 2019년 이기를 기도합니다./조신영 생각학교ASK 대표

2019-01-15

삶에서 눈길 주지 말아야 할 것들

최고 부자 워렌 버핏은 건강한 철학, 정직한 삶, 소박한 생활 등으로 누구에게나 매력을 뿜어내는 소중한 인류의 자산입니다. 플린트는 버핏 전용기 조종사로 10년을 넘게 일한 베테랑이지요. 한 시간에 수십억을 지불해야 하는 버핏과의 대화를 자주 할 수 있는 기회를 갖습니다.2016년 초, 플린트는 자기 인생 목표에 대해 조언을 구합니다. 버핏은 답하지요. “자네가 정말 꼭 이루고 싶고 가슴 설레는 목표 25가지를 적어 볼 수 있겠나? 지금 당장 하는 일과 관련이 없더라도 떠오르는 대로 목표들을 적어보는 거야.”플린트는 그 자리에서 25개 리스트를 작성합니다. 버핏의 입가에 미소가 번집니다. “아주 좋군. 그러면 이 중에서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 5가지만 체크해 볼 수 있겠나?” 플린트는 끙끙거리며 몇 십 분을 갈등해 최종 5개를 선택하지요. 그러자 버핏은 이렇게 말합니다. “좋네. 그러면 동그라미를 친 5개 목표는 목록 A, 나머지 20개 목표 목록 B라고 이름 붙이기로 하세.” 목록 A를 이루기 위해 시간을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 플린트와 버핏은 대화를 나눕니다. “와! 이거 대단한데요? 제가 지금 당장 해야 할 일들이 무엇인지 금방 눈에 보입니다. 집에 돌아가면 당장 이 5가지 목표들을 실천해야겠어요.”버핏은 덧붙입니다. “한 가지 더 궁금한 게 있네. 목록 B의 20개는 어떻게 할 작정인가?” 플린트는 주먹을 불끈 쥐고 답합니다. “목록 A가 더 중요하긴 하지만 B도 여전히 중요한 목표들입니다. 가까운 미래에 꼭 해낼 겁니다.” 버핏은 정색하며 말하지요. “아닐세. 틀렸네. 목록 B의 의미가 무엇인지 아나? 무슨 수를 써서든 피해야 할 목록(Avoid at all cost list)일세. 목록A 목표를 모두 달성하기 전까지는 절대로 목록B에 눈길을 주어서는 안되네.”아인슈타인은 소박한 2층 목조 가옥에서 20년을 살면서 가구도 들여 놓지 않았습니다. 아침에는 산책하고 낮에는 강의하는 심플한 삶의 패턴을 평생 유지합니다. 주변 환경이 복잡하면 연구에 집중할 수 없다는 것이 아인슈타인의 확고한 믿음이었지요.“이제 어떻게 살 것인가를 캐묻는 삶” 생각학교 모토입니다. 삶을 얽히게 만드는 분주한 일들을 잠시 멈추고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다섯 가지가 무엇인지 생각에 잠겨보는 그대와 나의 하루였으면 좋겠습니다. 아! 한 가지 덧붙입니다. 플린트는 버핏에게 배운 지혜를 통해 모 항공사의 CEO가 되었다고 하는군요./조신영 생각학교ASK 대표

2019-01-14

뒤센 미소 vs 팬암 미소

폴 에크만은 얼굴 근육 42개를 조합 모두 19개 미소를 만들어 낼 수 있지만 딱 하나만 즐거워 웃는 것이고 나머지 18개는 가짜 미소임을 연구를 통해 밝힙니다.광대뼈와 입술 가장자리를 연결하는 협골근, 입술 가장자리 구륜근을 미소 지을 때 주로 움직이지만 진짜 웃음은 눈 가장자리 근육인 안륜근을 사용합니다. 안륜근은 의도적으로 움직이기 어려운 근육입니다. 폴 에크만은 이 사실을 처음 밝혀낸 19세기 프랑스의 학자 기욤 뒤센(Guillaume Duchenne)을 기리기 위해 진짜 기쁨과 행복으로부터 우러난 미소를 뒤센 스마일(Duchenne‘s Smile)이라 이름 붙입니다. 반대로 가짜 미소의 대명사로 팬암 스마일이라는 용어가 있습니다. 과거 미국의 팬암 항공사 승무원들이 전형적으로 보여주는 인위적 미소를 빗댄 표현이지요.하커(Harker)와 켈트너(Keltner)는 오클랜드 밀즈칼리지 졸업생 141명을 대상으로 30년간 추적 조사를 합니다. 졸업사진을 분석, 50명의 졸업생은 환한 뒤센 미소를 짓고 있고 나머지 91명은 카메라를 보며 그저 인위적인 미소를 지어 보인 것에 착안합니다.사진 주인공들이 각각 27세, 43세, 52세가 되는 해에 인터뷰합니다. 더불어 그들 삶의 다양한 측면에 대한 자료를 수집해 비교하지요.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뒤센미소를 지었던 집단 50명은 인위적 미소를 지었던 나머지 91명 집단에 비해 훨씬 더 건강했습니다. 병원에 간 횟수도 적었고 생존율도 높았지요. 결혼 생활의 만족도 역시 비교 안될 정도로 높았고 이혼율도 낮았습니다. 평균 소득 역시 절대적으로 높았습니다.이들은 미소라는 중요 요소 이외에도 개인의 매력이라는 요소를 함께 체크했는데, 개인의 매력은 이들의 삶에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납니다. 사람의 건강이나 행복한 삶, 소득 수준은 개인의 매력과 아무런 상관이 없으나 미소를 통해 자연스레 드러난 내면 상태와는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밝혀낸 거지요.셰익스피어는 말합니다. “그대 마음을 웃음과 기쁨으로 감싸라. 그러면 일천가지 해로움을 막아주고 생명을 연장시켜줄 것이다.”오늘 하루는 뒤센 스마일의 날로 만들면 어떨까요? 작은 일에도 마음을 다해 활짝 웃는 연습을 해 보는 겁니다. 내 밝은 웃음이 주변을 빛내며 타인의 마음 속에 작은 행복의 씨앗을 심어주는 커다란 사회 공헌이 될테니까요. 돈 한푼 안들이고 사회를 변화시키는 멋진 일입니다./조신영 생각학교ASK 대표

2019-01-13

손거울을 선물한 이유

한 임금이 있었습니다. 공주의 남편감을 찾기 위해 세 사람을 선발합니다. “3년의 시간을 주겠다. 여행하며 왕으로서 꼭 필요한 성품을 갖추고 돌아오라.” 작은 손거울 하나씩을 선물로 주고 길을 떠나게 합니다.도날드와 헤일리 두 사람은 유명하다는 이들을 찾아갑니다. 지혜와 리더십, 왕의 덕목에 대해 많은 것을 배웁니다. 손거울은 거의 쓸모가 없습니다. 한편 케빈은 틈만 나면 손거울을 들여봅니다. 오랜 시간이 흘러도 손거울의 비밀을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하루는 길가에 앉아 쉬는 도중 손거울에 비친 얼굴을 찬찬히 살펴봅니다. 거울 속의 눈동자를 바라보며 케빈은 생각에 잠깁니다.3년 후 세 젊은이는 왕에게 시험을 받습니다. “너희들 앞에 세 사람의 가난한 사람들이 있다. 금화 20냥으로 세 가난한 이들 모두 만족할 수 있도록 공평하고 어질며 현명하게 금화를 나눠주라.”도날드는 6냥씩 세 사람에게 나눠 주고 나머지 2냥은 제 주머니에 넣습니다. 헤일리는 제비를 뽑아 두 사람에게는 7냥을 한 사람에게는 6냥을 나눠 줍니다. 케빈은 제 호주머니에서 금화 한 냥을 꺼내 지갑에 있던 20냥에 보탭니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각 7냥씩 나눠 줍니다. 왕은 감탄하며 큰 소리로 외칩니다. “여기 진정 어질며 현명한 이가 있구나!” 케빈은 아름다운 공주와 결혼해 왕이 되었고 선하고 훌륭한 정치를 베풀어 왕국을 풍요롭고 행복하게 다스립니다.무엇이 차이를 만든 걸까요? 두 청년은 유명한 사람, 현명하다는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듣기 바빴습니다. 케빈은 문득 손거울을 바라보며 깨닫습니다. ‘나 자신을 들여다보라는 것’, 문제의 해결책은 언제나 내 안에 있는 것, 나 자신과 대화를 나누고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라고 준 왕의 선물임을 깨달은 거지요. 두 청년은 주어진 상황만 보고 문제를 해결하려 했지만, 케빈은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는 것이 습관이 되어있어 언제나 문제 해결책이 내 안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요. 그래서 금화 한 냥을 자기 주머니에서 거침없이 꺼내 문제를 쉽게 해결해 버린 겁니다.지금 이 시대에 왕의 손거울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연필 한 자루와 노트입니다. 머리 속으로 생각만 하는 것이 아니라 노트에 질문을 쓰고 찬찬히 답을 연필로 쓰면서 캐물어야 합니다. 나는 누구인가? 내가 원하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조신영 생각학교ASK 대표

2019-01-10

달에 있는 대사관 이야기

2018년 7월 13일자 뉴욕 포스트 23만부가 순식간에 다 팔립니다. 1면 전체를 텅 비우고 ‘슈프림(Supreme)’ 로고를 찍은 광고 때문입니다. 완판 소식이 알려지자 사람들은 이베이에 7월 13일자 뉴욕 포스트를 경매에 붙이기 시작합니다. 신문은 금새 20배로 폭등합니다.슈프림은 패션계의 ‘애플’입니다. 고객 충성도는 하늘을 찌릅니다. 판매 방식도 독특합니다. 매주 신제품을 소량 발매합니다. 순식간에 동이 나도 재판매하지 않습니다. 세계적 인기에도 불구하고 매장을 늘리지 않습니다. 전 세계에 11개밖에 매장이 없습니다. 그래서 슈프림이 만든 것은 무엇이든 순식간에 팔립니다. 2016년에는 슈프림이 벽돌에 로고를 찍어 30달러에 판 적도 있습니다. 온라인에서는 즉시 2000달러로 가격이 폭등했지요.데니스 호프라는 미국인이 “달의 소유권은 내게 있다.”라고 주장합니다. 1980년 미국과 소련 정부에 달 소유권을 주장하는 편지를 보냅니다. 반대 의견이 있으면 알려달라 했지만, 양국 정부로부터 어떤 답변도 듣지 못합니다. 1980년 11월 샌프란시스코 지방법원에 태양계의 모든 행성과 위성 표면에 대한 소유권을 인정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합니다. 놀랍게도 법원은 그의 소유권을 인정합니다. 한 가지 단서를 달지요. ‘만약 국가나 단체들이 이 소유권 주장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경우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데니스 호프는 ‘달 대사관’(Lunar Embassy)이란 회사를 차리고 사람들에게 달 토지를 분양하기 시작합니다. 1200평에 약 19.9달러. 소유권 증명 수수료로 10달러가 붙고, 달나라 세금 1.5달러가 더 붙지만 다 해야 기껏 4만원도 채 되지 않습니다. 달의 땅을 산 사람은 구입증명서와 토지 위치를 표시한 달 지도를 받습니다. 175개국 130만명이 달에 땅을 샀습니다. 봉이 김선달보다 더 지독한 이 남자가 달의 땅을 판 돈만 500억원이 훌쩍 넘습니다. 요즘은 금성과 목성의 땅을 분양하려 준비 중이라 하네요. 새로운 것을 떠올리는 상상력이 개인과 국가를 먹여 살리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제조업의 시대에는 정답을 달달 외운 후 문제가 생겼을 때 ‘즉답’을 내 놓는 능력이 필요했습니다. 이제 4차 산업 혁명 시대입니다. 보이지 않는 영역에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힘이 세상을 바꾸고 우리의 운명을 바꿉니다. 문제를 풀고 답을 맞추는 일, 학생들의 서열을 매기는 행위의 반복으로는 이 시대를 따라 잡을 수 없습니다./조신영 생각학교ASK 대표

2019-01-09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방법 하나!

일본에서 태어난 한국인 2세 청년이 있습니다. 넓은 세계를 경험하고 싶은 뜨거운 야망에 불타오르지요. 미국으로 전격 유학을 떠납니다. 2주만에 검정고시로 고등학교 과정을 마치고 명문 UC버클리에 입학하지요.돈을 보내주던 아버지가 쓰러지는 불상사가 일어납니다. 학비와 생계를 고뇌하던 청년은 돈을 벌며 공부하기로 결단하지요. 문제는 학업을 따라가려면 아르바이트를 할 짬을 내기 어렵다는 겁니다. 최소한의 시간투자로 학비와 생활비를 벌 묘안을 찾습니다. “매일 5분을 발명에 투자해서 1억원을 벌겠다.” 목표를 세웁니다.명함 크기로 카드 500개를 자릅니다. 한 장에 단어 하나씩 모두 500장 단어 카드를 만들지요. ‘시계’ ‘연필’ ‘사전’ ‘동전’ ‘꽃’ ‘전화기’ ‘TV’ ‘책’ 등. 방법은 간단합니다. 바구니에 500개 카드를 넣고 휘휘 손으로 저어 카드 세 장을 뽑습니다. 곰곰이 바라보며 세 단어를 연결하기 시작합니다. 처음 뽑았을 때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으면 다시 카드를 바구니에 재빨리 집어넣고 새로 석장을 뽑습니다. 이렇게 그는 세 개의 아이템을 연결해 창출할 수 있는 가치있는 사업 아이디어를 매일 한 가지씩 노트에 적어 나갑니다. 투자한 시간은 하루 5분. 결과가 어땠을까요?1년 동안 250개가 넘는 발명 특허를 냅니다. 그중 하나가 일본 샤프전자에 우리 돈 10억에 팔립니다. 목표 1억원의 10배를 달성합니다. 청년의 이름은 손정의. 현재 일본 최고의 부자입니다. 소프트뱅크 회장이지요. 스티브잡스는 말합니다. “창의력은 서로 다른 것들을 연결시키는 것이다. 창의적인 사람들에게 어떻게 무언가를 해냈는지 물어보면 그들은 약간 죄책감을 느낀다. 왜냐하면 그들은 정말로 무언가를 만들어 낸 것이 아니라 무언가를 연결한 것이기 때문이다.”클래식북스에서 고전을 함께 읽고 토론하면서 낯선 것들을 서로 연결하는 방법을 배웁니다. 작품에 담긴 온갖 은유와 상징들을 파헤치면서 점과 점들을 연결하는 일을 자연스레 훈련하게 되지요. 고전을 읽으면 머리가 좋아진다는 이야기가 괜한 소리는 아닌 것을 느낍니다. 저자와의 만남, 책을 통해 사람을 만나는 경험은 낯선 점들을 연결시켜주는 힘이 있습니다. 이 만남들이 삶의 은유를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 주고 생각을 조금씩 자라게 해 줍니다. 오늘은 또 어떤 연결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까? 설레는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새벽입니다./조신영 생각학교ASK 대표

2019-01-08

파이프라인에서 플랫폼으로 변하는 세상

버븐(Burbn)은 현재 위치를 친구들과 공유할 수 있는 체크인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돋보이는 가치를 만들기 어렵자 이미 쏟은 노력을 포기하고 회사 방향을 사진 공유 서비스로 살짝 틉니다. 창업자 케빈이 학생시절 대용량 사진을 업로드하는 앱을 만들어본 경험이 있었거든요. 버븐은 마침내 간단하게 사진을 공유할 수 있는 앱 개발에 성공합니다.스타트업과 투자자들이 만나는 파티 자리에서 케빈은 베이스라인 벤처스라는 투자회사의 스티브 앤더슨에게 우연히 앱을 보여줍니다. 스티브는 그 자리에서 3억원을 투자하지요. 이후 10개월, 케빈과 유일한 직원 마이크는 미친듯이 일합니다. 버븐의 기능을 더 많게 하고 좋게 하고 화려하게 꾸민 것이 아닙니다. 정반대의 일을 했지요. 어떻게 하면 더 단순하게 만들 수 있을까? 두 사람은 10개월 동안 오직 이 목표 하나에 전념합니다. 2010년 10월 6일. 이들은 정들었던 버븐이라는 이름을 포기하고 이 앱에 새로운 이름을 붙여 애플 앱스토어에 올립니다. 새로운 역사를 쓰는 순간이었지요. 인스타그램의 탄생입니다.1년 반이 흐른 후 케빈은 전화 한 통화를 받습니다. “인스타그램을 나에게 팔 용의가 없으신가요?” 페이스북 주커버그입니다. 10억 달러를 제시하지요. 48시간 만에 협상은 결실을 맺습니다. 당시 인스타그램의 직원이 몇 명인지 아십니까? 단 12명. 매출은 제로였습니다.에어비앤비는 객실 한 칸도 없지만 힐튼, 하이얏트 등 최고의 호텔 체인들을 모두 앞지르고 숙박업계의 판도를 완전히 바꾸었습니다. 우버는 차 한 대도 갖고 있지 않지만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운송사업체로 승승장구합니다. 유튜브 역시 방송용 카메라 한 대, 프로듀서 한 명 없지만 세계 최고의 방송사들을 쉽게 따돌렸지요. 알리바바는 물건을 단 점 생산하지 않고 세계 최고의 유통 회사로 우뚝 섭니다.파이프라인의 시대는 저물고 플랫폼의 시대가 열렸습니다. 강하고 크고 넓고 많은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부드럽고 작고, 정확하고 효율적인 것이 최고의 가치로 인정받는 시대가 성큼 다가온 겁니다. 유연한 사고방식이 가장 중요한 시대가 되었습니다.나는 지금 어디에 서 있는가를 둘러보며 이제 어디로 갈 것인지를 생각해 보는 새벽입니다. 그대가 만들고 있는 플랫폼에서 세상 사람들이 함께 가치를 나누고 즐거워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응원합니다./조신영 생각학교ASK 대표

2019-01-07

나답게 사는 일

햇볕에 드러나면 짜안해지는 것들이 있다 / 김이 모락모락 나는 흰 쌀밥에 햇살이 닿으면 왠지 슬퍼진다 / 실내에 있어야 할 것들이 나와서 그렇다. / 트럭 실려 가는 이삿짐을 보면 그 가족사가 다 보여 민망하다 / 그 이삿짐에 경대라도 실려 있고, 거기에 맑은 하늘이라도 비칠라치면 / 세상이 죄다 언짢아 보인다 다 상스러워 보인다.이문재 시 ‘햇볕에 드러나면 슬픈 것들’ 첫 구절입니다. 자기 자리에 있어야 할 것들이 그곳을 떠났을 때의 슬픔을 시인은 노래합니다. 저택에서 끄집어 낸 이삿짐이나, 골목길 원룸에서 자취하는 이들의 이삿짐이나 별반 다를 바 없습니다. 안방에 있어야 할 침대와 경대는 안방에, 거실에 두어야 할 소파는 제 자리에서 삶에 녹아들 때 아름답습니다. 부자나 빈자의 살림이 다를 리 없습니다. 남의 시선을 의식하며 살아가는 것은 이처럼 골목길에 내다 놓은 이삿짐과 비슷합니다. 누구의 시선도 닿지 않는 나만의 세계, 즉 단단한 내면이 자리매김해 있을 때, 곧 내가 나다울 때 비로소 우리는 존재 그 자체로 빛납니다.어떻게 나다운 삶을 찾아갈 수 있을까요? 낯선 지역에 조난당한 이들은 탈출하기 위해 애쓰지만 결국 큰 원 형태를 그리면서 제자리를 빙빙 도는 현상을 반복합니다. 이를 윤형방황(輪形彷徨)이라고 하지요. 이 상태에서 빠져나오는 유일한 방법은 더듬더듬 잰 걸음으로 걷지 않고 과감하게 성큼 앞으로 나가는 발걸음입니다. 이처럼 나다운 삶을 찾는 것도 인생의 큰 그림을 과감하게 그려보는 작업을 통해 찾아낼 수 있습니다.글쓰기 수업을 할 때, 첫 시간에 늘 강조하는 것이 있습니다. ‘너 자신의 글을 쓰라’는 것입니다. 대개는 글쓰기를 두려워하죠. 문자로 어렵게 꺼낸 나의 내면을 보고 사람들이 붉은 펜으로 그어대며 재단한 경험으로 인해 우리 안의 천재성은 잔뜩 움츠러듭니다. 내면의 검열관이 등장하기 시작하고 아예 글쓰는 것 자체를 포기하게 만들지요.인생은 한 권의 책쓰기와 다르지 않습니다. 검열관의 시선을 의식하면서 남의 기준에 맞춰 골목길 이삿짐처럼 살 것인지, 내면의 검열관을 과감하게 찌르고 나 자신으로 살 것인지를 선택하는 일이 우리 앞에 놓여 있습니다.Aliquid et de tuo profer! (알리꾸이드, 에뜨 데 뚜오 프로퍼). “이제 너 자신의 것을 보여 주어라!” 로마의 철학자 세네카의 말입니다. 2019년은 그대와 제가 노철학자의 현명한 조언에 귀 기울이는 아름다운 한 해이기를 소망합니다. /조신영 생각학교ASK 대표

2019-0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