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당한 농구 시합이 벌어집니다. 선수들 부모는 실리콘밸리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들. 키도 작은데 한 번도 농구를 해 본적이 없는 아이들이 대부분. 한 마디로 난쟁이 왕초보 농구 팀입니다. 코치 역시 농구 코트를 밟아본 적이 없는 순수 아마추어입니다. 상대팀은 농구로 잔뼈가 굵은 180㎝ 흑인 소녀들.
“플레이볼!” 호각 소리와 동시에 레드우드 팀 소녀들은 밀착 마크를 합니다. 양 팔을 부지런히 아래 위로 휘두르고 폴짝 폴짝 뛰며 공 잡은 선수 앞에서 두 명이 가로 막고 패스를 방해합니다. 키다리 선수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합니다. 한 번도 이런 식으로 시합을 해 본적이 없었던 거죠. 한 선수가 5초 이상 공을 잡고 있으면 파울입니다. 레드우드의 키 작은 소녀들은 상대 진영을 마구 휘저으며 패스를 못하게 방해하고 당황한 키다리들은 연달아 5초 파울을 범하지요. 난장이 팀은 4대 0, 6대 0, 8대 0, 12대 0으로 앞서 나갑니다. 어떤 경기는 25대 0까지 압도한 경우도 있습니다. 승리 비결을 묻는 인터뷰에서 한 소녀는 말합니다. “훈련의 비결이죠. 정말 막무가내였어요. 아빠는 한 번도 농구를 해본 적이 없었거든요.” 코치 딸입니다.
역사학자 아레귄-토프트의 연구에 의하면 강대국과 약소국의 전투에서 약소국이 이길 확률은 28.5% 밖에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베트남전처럼 강대국 룰을 따르지 않고 접근하면 약소국의 승률이 63.6%까지 급상승합니다. 일만시간의 법칙, 아웃 라이어 등으로 알려진 말콤 글래드웰은 약자들의 승리 비결을 파헤칩니다. “약하다고 무조건 불리한 것은 아니에요. 기득권의 룰을 깨고 역사의 수레바퀴를 돌리는 사람은 약자들입니다. 내가 약자인 것이 결코 나쁜 조건은 아닙니다. 약점에 숨겨진 아름다움과 위대함이 분명히 있는 법이니까요, 반면 강자의 강점에는 반드시 숨겨진 나약함과 한계가 있습니다.”
한없이 위축되어 한숨 짓는 때가 있으신가요? 내가 발휘할 수 있는 최고의 전략은 오히려 약점에서 출발해 발전시킬 수 있습니다. 레드우드 소녀 농구팀은 시합에 나가기 전에 동그랗게 스크럼을 짜고 한 목소리로 외칩니다. 원, 투, 쓰리... 애티튜트(Attitude)! 무대뽀 전략을 과감하게 세운 코치는 소녀들에게 강철 체력을 길러 주었고 동시에 어떤 상황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희망을 볼 수 있는 태도를 훈련시켰습니다. 나를 실망시키는 약점이야 말로 바로 내 안에 감추인 보석입니다.
/조신영 생각학교ASK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