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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하루의 위대한 반항

등록일 2019-02-10 20:01 게재일 2019-02-11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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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0년 알제리. 젊은 철학도가 살고 있습니다. 전차를 탈 돈을 아끼기 위해 아침 6시에 출발해 2시간 걸어 출근합니다. 혹독한 날들을 보내던 청년이 빠뜨리지 않고 하는 일은 글쓰기입니다. 새벽마다 노트를 펴고 생각을 치밀하게 기록합니다. 스물 여섯이던 1939년. 2차 대전이 발발하지요. 유럽 곳곳에서 목격할 수 있는 전쟁의 참혹한 모습. 갑자기 돌변한 사람들의 잔인함. 끝없는 증오와 폭력. 삶의 가치가 순식간에 한낱 짐승처럼 격하되고 살육하는 모습들은 청년의 심장을 갈갈이 찢습니다.

“세상의 종말이 온다고 외치는 사람들의 말에 너무 귀를 기울이지 말자. 가장 보잘 것 없는 임무를 가장 고귀하게 여기며 나는 계속 글을 쓸 것이다.” 자욱한 연기 속에서 그는 거침없이 글을 써내려 갑니다. 스물 아홉살 청년이 참혹한 전쟁 현장에서 한 줄 한 줄 써 내려간 작품들은 지상에서 가장 위대한 글로 아로새겨져 인류의 보물이 되었습니다. 알베르 카뮈, 포화 속에서 쓴 책은 ‘이방인’과 ‘시지프의 신화’ 그리고 ‘페스트’입니다. 태양 빛이 너무 강렬해 어쩔 수 없이 살인을 저지른 남자 이야기, 재판 과정에서 드러난 부조리한 세상의 추악함. ‘이방인’입니다. 실패할 줄 알면서도 삶과 대결하는 ‘시지프의 신화’, 연대를 통해 전염병을 극복하는 시민들의 이야기 ‘페스트’. ‘살아가는 것’을 하루 하루의 위대한 반항으로 보았던 카뮈는 1957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합니다.

우리 발 딛고 사는 2019년 현실은 잔혹한 폭력이 낳은 부조리보다 더 사악하지요. 거대 자본과 권력, 탐욕이 융합해 보통 사람들의 인간성을 굴복시키며 자유를 박탈합니다. 최악의 교육현실, 취업에 전전긍긍하는 청년, 집 한 채 장만하려 허리 휘는 가장들, 알바 자리 얻으려 긴 줄 끝에 ‘당첨’을 기다려야만 하는 고된 행군. 이해할 수도 하고 싶지도 않은 부조리한 날들의 연속입니다.

카뮈는 말하지요. “누군가 세상에 매여 있을 때, 우리는 그 사람에게 매여 있다. 자유는 모두를 위해 존재하거나,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한 영혼이라도 자유롭지 않을 때, 나 역시 자유롭지 않다는 통찰은 가슴을 때립니다. 고개만 들면 울부짖는 영혼들이 도처에 널려 있는 현실, 우리의 ‘반항’은 까뮈의 치열한 기록을 닮은 것이어야 합니다. 깨어 직시하고 기록하고 생각하며 길들여지지 말아야 합니다. 눈 앞의 달콤함에 타협하지 말고 서로 잠들지 말자, 깨어있자, 격려해야 합니다.

/조신영 인문학365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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