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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팬데믹’ 경고

팬데믹(Pandemic)은 국경을 넘어 광범위한 지역으로 번지는 전염병을 일컫는다. 우리말로 범유행전염병이라 한다. 세계보건기구는 전염병 경고단계를 6단계로 나누고 그중 최고 경고등급을 팬데믹이라 한다.역사적으로 팬데믹으로 지칭된 사례는 여럿 있다. 6세기경 이집트에서 시작한 ‘유스티니아누스 역병’은 최악일 때 도시인구가 40%까지 떨어졌다고 한다. 동로마제국의 확장을 멈추게 한 배경이라는 설도 있다. 정확한 병의 원인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페스트 계열로 짐작하고 있다.14세기 유럽 전역을 휩쓴 페스트도 팬데믹의 사례다. 페스트는 사람의 피부가 검은색으로 변해 썩는다하여 흑사병이라고도 부른다. 지금까지 발견된 전염병 중 가장 단시간에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하는 병이다. 당시 유럽에서는 이 병으로 1억명 가량이 목숨을 잃었다니 놀랍다.1918년 유행한 스페인 독감도 2년 동안 5천만명의 목숨을 뺏어간 바이러스에 의한 전염병이다. 당시 우리나라에도 들어와 15만명 가량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세계보건기구는 범유행전염병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있는 질병으로 2009년 멕시코에서 시작해 세계로 번진 신종플루와 사스, 아프리카 전역에서 유행한 AIDS 등을 손꼽고 있다. 특히 중국 우한에서 이번에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도 팬데믹의 일종으로 본다.우한 폐렴으로 전세계가 긴장감에 빠져 있다. 발생지인 중국에서는 연일 감염자가 늘고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어가고 있다. 당국의 조치가 거의 속수무책처럼 보여 안타깝다. 빌게이츠는 2017년 뮌헨 안보 콘퍼런스에서 “전염병이 핵폭탄이나 기후 변화보다 훨씬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해 주목을 받았다. 그의 발언이 실감 나는 지금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20-01-30

중국발 코로나 바이러스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한국이 미군 지프차를 해체하여 차를 만들기 시작한 게 50년대이다. 그리고 1960년대 한국에서 차를 생산한 새나라 자동차가 있었다. 그러나 전적으로 일본의 기술과 부품에 의존한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 채 외환사정의 풍랑을 겪으며 몇 년을 못 버티고 생산라인이 가동을 멈추고 말았다. 그리고 그 후 등장한 것이 신진자동차의 ‘코로나’택시였다.일본 도요타자동차와 기술제휴로 1966년 5월 처음 나온 코로나는 우리나라 도로사정에 알맞게 만들어져 나오자마자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었고 70년대 중반 현대 ‘포니’가 나오기까지 10년 가까이 한국의 도로를 지배했다.코로나는 라틴어로 ‘왕관’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의미로 보면 참 좋은 단어이다. 그런데 그 왕관인 코로나 때문에 지금 전 세계가 난리가 났다. 정부가 중국을 옹호하기 위해 우한폐렴을 ‘코로나 바이러스’로 불러달라고 요청을 한다고 해서 세간의 여론이 분분하다. 동기야 어쨌든 50년 전 인기였던 ‘코로나’라는 단어가 다시 우리 곁으로 왔다.이번엔 아주 악성으로 다가왔다.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코로나 바이러스는 수백 명의 목숨을 앗아가고 감염 확진자가 수천 명에 이른다고 한다.전파속도가 2002년의 사스, 2012년의 메르스 보다 빠르다고 한다. 그런데 코로나 사스 메르스 모두 중간숙주가 박쥐라고 한다. 메르스는 중동이 발원지라고 하나. 사스는 중국 광동성에서 발생하였기에 이번 중국 우한의 코로나까지 세 개 중 두 개가 중국발 바이러스이었다.사진에서 보는 중국 음식점 메뉴는 가히 충격적이다. 중국은 박쥐는 물론 일반 쥐까지 각종 설치류를 날것으로도 먹는 지독한 미개한 음식문화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도저히 음식이 될 수 없는 것들이 인간 몸속에서 변이를 일으켜 폐렴같은 것을 일으키는 바이러스가 형성되고 이것이 접촉, 호흡기 등으로 급속히 전파되는 것이다.혹자는 중국이 미국을 뛰어넘어 세계 1위의 국가가 될 것이라고들 말한다. 그런데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것들은 장차 세계 1위의 국가의 모습이 전혀 아니다. 물리적으로 1위가 될 수는 있어도 문화적으로 도덕적으로 1위가 될 수 없다면 중국은 영원한 후진국일 뿐이다. “도대체 중국은 우리에게 무엇인가?”라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 멀리 6·25시절 통일을 방해한 것도 중국 때문이다. 북한이 저리 날뛰면서 핵실험을 하면서 한국을 깔보는 것도 모두 중국 때문일 것이다. 겉으로는 핵실험에 반대하고 유엔의 제재 결의에 찬성하는 척하지만 제재에 적극적이지 않고 개별국가 제재에는 반대하는 등 그 속내를 알 수가 없다.매캐한 황사와 미세먼지를 발생하는 것도 중국의 근원일 경우가 많다.이제 바이러스 전파로 중국 때문에 난리이다. 그것이 중국의 미개한 음식문화에서 발생하였기에 당하는 한국은 더욱 억울하다. 제발 중국이 정신 차렸으면 한다. 북한의 핵문제에서도, 환경관리에서도 음식문화에서도 이제 큰 나라의 정도를 찾았으면 한다. 그렇지 않으면 중국은 영원한 미개국일 뿐이다.

2020-01-30

배움의 자세에 대해

첫 독주회를 갖는 첼리스트 피아티고르스키는 무대 위에 오른 순간 온몸이 굳고 말았습니다. 맨 앞 자리에 세계적인 첼리스트 파블로카잘스가 있었기 때문입니다.‘저분에게 내 연주는 얼마나 우습게 들릴까?’그는 덜덜 떨면서 연주를 시작했고,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이미 연주가 끝나 있었습니다. 쥐구멍이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으로 인사를 하는데, 열렬히 박수를 치는 카잘스와 눈이 마주쳤습니다. 형편없는 자신의 연주를 비웃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 피아티고르스키는 자존심이 상한 채 도망치듯 그곳을 빠져나왔습니다.그 후 피나는 연습을 거듭한 그는 마침내 세계적인 첼리스트가 되었습니다.어느 날 한 모임에서 카잘스를 만났습니다. 첫 연주회를 회상하며 카잘스에게 조심스럽게 물어보았습니다.“그날 내 연주는 형편없었는데 왜 그리 열렬한 박수를 보내셨습니까?” 카잘스가 대답합니다. “글쎄요, 그날 연주가 잘 기억나지는 않지만 한 가지는 분명히 기억해요. 그날 밤, 당신은 내가 오랫동안 고민해 오던 음을 휼륭히 연주해내었소. 바로 이런 자세로.”카잘스는 피아티고르스키가 연주하던 자세를 취해 보이며 말했습니다. “설사 당신의 연주 중 열 가지 음이 엉망이었다고 해도 한 가지 음은 분명히 나보다 월등히 좋았소. 나는 그날 당신의 연주회에 간 덕분에 그 음을 정확히 연주하는 법을 배울 수 있었답니다. 당신은 분명 그런 큰 박수를 받을 만한 자격이 있었어요.”피아티고르스키는 카잘스 말에 저절로 머리를 숙였습니다. 세계적인 대가는 자신보다 한없이 부족한 사람에게서도 얼마든지 배울 점을 찾아내고 그것을 자기 것으로 만드는 힘이 있음을 깨달았던 것이지요. 21세기 문맹은 읽고 쓰는 법을 모르는 사람이 아니다. 배울 의지가 없는 사람입니다.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누구에게나 배우려는 자세를 다짐하는 새벽입니다./인문고전독서포럼 대표

2020-01-30

확실한 행복

김병래시조시인살다보면 어떻게 살 것인가를 생각할 때가 있다. 하는 일이 잘 풀리거나 분주할 때는 그럴 겨를이 없지만, 삶이 여의치 않아 고달프거나 진퇴양난의 곤경에 처했을 때는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고민하게 된다.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인지는 각자의 처지와 경우에 따라 다를 것이다. 종교인들이라면 신의 뜻이나 교리에 따라 사는 것을 최선으로 칠 것이고, 특정한 이념이나 가치관을 삶의 목표로 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오로지 재물이나 권세, 명예를 얻기 위해 노심초사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대다수 사람들은 성공하고 출세했다는 사람들을 롤모델 삼아 그들의 성공전략과 처세술을 배우고자 한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그렇게 한다고 모두가 성공하고 출세하지는 못하는 게 현실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라는 절박한 질문에 맞닥뜨린다. 그러나 그것은 비단 실패하고 좌절한 사람들뿐만 아니라 사람이면 누구나 마땅히 가져야할 가장 본질적인 물음이고 삶의 명제라는 것이 성인 현철들의 한결같은 가르침이다.어떻게 살 것인가를 묻기에 앞서 왜 사는가를 물어야 한다. 목적이 있고서야 방법을 찾을 수 있을 테니까. 왜 사는가에 대해서도 사람에 따라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한 마디로 줄이면 ‘행복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불행하기를 원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누구나 행복을 바라지만 모두가 행복한 것은 아니다. 바란다고 다 이루어지지는 않는 것이 세상이기 때문이다. 행복하지 못한 것을 비관하고 생을 포기하는 사람도 없지 않지만 대다수 사람들은 살아 있는 한 행복해지려는 바람과 노력을 그치지 않는다. 그럼에도 막상 행복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별로 깊은 생각을 하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아무튼 행복하기 위해서는 먼저 불행의 요인들을 제거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우선으로 버려야 할 것은 탐욕이다. 인간세상에서 벌어지는 온갖 불행과 비극은 대부분 탐욕에서 비롯된다. 인간의 욕망을 채우기 위한 노력은 것은 바닷물을 마시는 것과 같아서 채울수록 갈증이 더 심해진다고 한다. 욕망이란 채울수록 좋은 것이 아니라 적당한 선에서 절제를 할 줄 알아야 불행을 막을 수 있다는 얘기다. 다음으로 버려야 할 것은 타인과 비교하거나 지나치게 남의 눈을 의식하는 버릇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우리보다 경제수준이 훨씬 낮은 나라에 비해서 행복지수가 낮고 자살률이 높은 것은 상대적 박탈감 때문이라고 한다. 나보다 풍족한 사람들과 비교를 하고, 그들의 눈에 초라하게 보일 것을 비관하기 때문에 불행해진다는 것이다. 매사에 남과 비교를 하고 남의 이목을 살피기에 급급하다 보면 소위 자아상실의 상태가 된다. 세상을 다 얻고도 자신을 잃어버리면 공허할 뿐이다.행복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찾는 것이고 멀리 있는 게 아니라 바로 곁에 있다고 한다. 요즘 ‘소확행’이란 말이 유행한다. 작지만 확실한 행복이란 뜻이라 한다. 주변이나 이미 가진 것 중에서 찾은 행복이야말로 가장 확실한 것이라는 얘기다.

2020-01-30

당신의 오늘을 파괴하라

장규열 한동대 교수세상이 바뀌었다. 변화의 물결이 거세다. 디지털과 온라인은 이미 생활이 됐다. 인공지능은 생활의 지평에 변혁을 예고하고 있다. 불안정과 불확실이 오히려 상수가 됐다. 내일을 예측하고 미래에 대비하는 태도마저 이전과는 달라야 한다. 전통과 관습이 푯대가 됐던 어제와는 결별해 오늘 우리는 다르게 생각해야 한다. 사이버 세상에는 정답이 실종됐다. 이전의 상식과 누군가의 권고에는 늘 물음표가 달린다. 트렌드의 유효기간이 짧아졌으며 유행의 속도는 상상을 넘는다. 이제,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새해를 맞으며 우리 자신은 이전과 어떻게 달라졌을까. 세상이 바뀐 만큼 나는 변화하고 있는가.‘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을 주창했던 경영학자 클레이튼 크리스텐슨(Clayton Christensen)이 최근 별세했다. 방대한 경영 사례들을 통해, 진정한 미래가치를 열어가는 방법이 ‘파괴적 혁신’임을 증명했다. 현대 경영의 모든 영역에서 그런 방식의 변화가 상식이 되어간다고 했다. 조금씩 바뀌어 가는 변화로는 부족하다고 하였다. 정답이 없어진 세상에 진정한 변화를 가져오려면, 상식을 거부하고 격식을 파괴하며 새롭게 만들어가는 혁신을 불러와야 한다는 것이다. 20세기 후반에 시작된 현대경영의 트렌드는 2010년 이후에는 상식이 됐다고 했다. 파괴의 수준에 이를 만큼 오늘의 모습에서 벗어나야 한다. 파괴를 통해 혁신에 이르는 경영으로 의미있는 성과를 도모해야 한다. 완전히 다른 내일을 만들어 내겠다는 다짐이 있어야 한다.우리의 모습은 어떠한가. 정치의 계절, 구호로만 변화를 외치는 정당들과 겉으로만 바꾸겠다는 정치인들이 차고 넘친다. ‘새정치’가 뭘 말하는지 아무도 모른다. 새롭다는 외침 가운데 옛 모습이 춤출 뿐, 변화와 혁신이 이처럼 공허하게 들릴 수 있을까. 풍성한 말들이 실제로 무엇을 바꿀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아니, 어느 한 자락 바뀔 것으로 아무도 믿지 않는다. 우리의 미래는 어디에 있는가. 세상은 빛의 속도로 바뀌어 가는데, 우리가 어제의 모습만 반복하고 있다면! 정치가 ‘변화’의 참뜻을 구부리고 있다면, 우리는 어떤 내일을 맞을 것인가. 이런 고답적인 정치환경이 혹 문화와 경제, 종교와 언론에도 나쁜 영향을 끼쳐, 누구도 진정한 변화를 도모하지 않고 아무도 바뀌기를 기대하지 않는다면!변화를 포기하면 내일이 없다. 과거를 반복하면 미래가 없다. 변화는 거부할 수 없는 현실이 아닌가. 변하지 않고 살아남을 길은 없다. 변화를 위해 우선 부수어야 한다. ‘파괴적 혁신’은 경영뿐 아니라 삶의 모든 과정에 적용돼야 한다. 변화하기 위해 부수어야 할 것이 무엇인지 돌아보아야 한다. 당신의 오늘을 파괴하지 않고, 내일의 변화를 만날 재간이 없다. 불확실성을 극복하는 지름길은 먼저 파괴하고 앞서 변화에 이르는 게 아닐까. 당신의 오늘을 파괴하길 기대한다.

2020-01-29

다크넛지 마케팅

‘다크 넛지’마케팅은 소비자가 비합리적인 구매를 하도록 유도해 기업이 이익을 취하는 행태를 말한다.넛지(nudge)는 ‘옆구리를 슬쩍 찌른다’는 뜻으로 강요에 의하지 않고 유연하게 개입함으로써 선택을 유도하는 방법이다. 반면 ‘다크 넛지’는 선택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유도하는 것이 아니라 부정적인 결과로 유도하는 것으로, 소비자들이 번복하기 귀찮아하는 점을 노려 비합리적인 소비를 하도록 유도하는 마케팅 기법이다. 최저가를 찾아 결제하려고 하면 추가 비용이 생기는 것, 디지털 음원 할인행사 후에 이용권이 자동으로 결제되는 것 등이 대표적인 다크 넛지의 예이다. 온라인에서 자동 결제나 서비스 해지 방해 등도 포함된다. 한국소비자원이 최근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에서 구독 결제를 제공하는 애플리케이션 50개를 임의로 조사한 결과, 무료 서비스 기간 경과 후 유료로 전환하는 앱 26개 중 유료 전환 3일 전 ‘결제 예정’을 고지한 앱이 2개(넷플릭스, 유튜브뮤직)에 불과했다. 이용약관에 ‘매월 일정 시기에 정기 결제 내역을 고지한다’고 명시한 곳은 한 곳밖에 없었다. 모바일로 계약했는데도 전화로만 해지 신청이 가능한 곳도 있었다. 모두 다크 넛지 마케팅을 의식한 공급자의 횡포다.온라인 결제에 익숙치 않은 기성세대에게 다크 넛지 마케팅은 소비자의 눈을 속이는 불쾌한 마케팅 기법이다. ‘눈 감으면 코베어가는’세태를 그냥 둬선 안 된다. 한국소비자원이 이번 조사를 바탕으로 사업자에게 자율 시정을 권고하고 유료 전환 시점이 가까워져 오면 소비자에게 고지하도록 ‘콘텐츠 이용자 보호 지침’을 개정해야 한다고 관계부처에 건의한다니 모두 눈 크게 뜨고 지켜볼 일이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0-01-29

날 선 합리성 속에 우리가 잃어가는 것

서구문물이 들어오고 근대화가 한참 진행된 후에도 여전히 긍정적 의미를 가져왔던 인정(人情)이나 의리(義理)와 같은 말이 언제부턴가 ‘합리적’이라는 말에 의해 대체되어왔다. 말 자체로 보자면 ‘합리적(合理的)’이라는 수식어는 이치에 맞는, 그에 합당하고 부합하는 것이라는 뜻을 갖는다. 그에 대한 영어의 대응어인 rational이라는 말에는 이성(理性, reason)에 부합하는, 즉 어디에서나 옳고 현실에 부합하는 규범과 법칙에 따라 행동한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그런데 어쩐지 우리가 쓰는 ‘합리적’이라는 말에는 우리 본래의 것이 아닌 앞선 서구에서 들어온 더 발전되고 세련된 태도를 지칭하는 뉘앙스가 담겨있는 듯하다. 어찌 되었건 이 말은 젊은 세대나 도회적 삶의 정서와 사고방식을 대변하는 것으로, 그리고 이들을 정치, 경제적으로 유인하기 위한 마케팅 슬로건으로 광범하게 쓰이면서 자신을 전통적인 보수가 아닌 ‘합리적’ 보수로 지칭하는 정치인들도 등장하게 되었다.합리적이라는 말의 현재 쓰임은 뭔가 이해득실을 꼼꼼히 따지거나, 단지 이전부터의 관행이라는 이유로 통용되는 것을 거부하고 비판하는 모습을 연상시킨다. 우리가 마트에 가면 바로 보게 되는 합리적 가격, 합리적 소비라는 말은, 부풀려져 있거나 그렇게 비쌀 이유가 없는 상품의 유통비용을 줄이고 브랜드 로열티를 없앤 가격에 제공하고 구매한다는 의미이다. 그런데 이 합리적이라는 말이 ‘납득할만한(reasonable)’이라는 의미보다는 조금도 손해 보고 살지 않겠다는 근래에 들어 더욱 강팍해진 한국사회의 분위기, 지고는 못사는 현대 한국인의 메마른 성벽을 비추어주는 말처럼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필자는 오랜 유학생활과 수도권에서의 생활을 마치고 대구에서 또 다른 이방인으로서의 삶을 시작한지 1년이 되어간다. 이런저런 예상과는 달리 대구에서의 삶은 사람들 사이가 조밀하고 서로 밀치고 당기고 문제 삼고 삿대질이 빈번한 수도권에서의 삶과는 다른 것이었다. 무엇보다 인구 250만이 넘는 대도시임에도 낯선 이들 간의 만남에조차 인정과 예의가 여전히 상당한 정도로 남아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가장 신선했던 것은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사람들이 처음 보는 사이임에도 서로 마주칠 때마다 인사를 나눈다는 것이었다. 이웃사촌이나 공동체적 삶 같은 말에 딱히 열렬히 공감해본 적이 없음에도 필자는 같은 아파트에 살고있는 사람들 간에 서로 우호적인 감정과 관심을 ‘갖고 있는 척’이라도 하는 것, 그 정도 ‘수고’를 할 자세가 되어있다는 것은 꽤 중요한 차이(쓸모있는 것을 넘어서)를 낳는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건전하고 쾌적한 사회를 유지할 수 있게 하는 것은 기실 눈에 안 보이는 ‘진심’이라기보다는 이런 ‘척’과 ‘제스처’의 관행들, 그리고 사람들이 그에 부여하는 의미라고 믿기 때문이다.김찬호 선생같은 사회비평가들은 한국사회의 사회적 삶이 서로 주고받는 모멸감과 그 과정에서 쌓여가는 원한으로 가득 차 있음을 보여주었는데, 필자의 체험으로 보건대 이 점은 수도권 도시에서 더욱 그러한 것 같다. 수도권에서의 삶을 떠올릴 때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손해 볼까 봐 늘 전전긍긍하고 자신을 문제 삼을까 싶어 먼저 공격할 태세를 취하고 있는 모습이다. 물론 이는 일차적으로 수도권이라는 그 좁은 지역에 비인간적이고 비상식적으로 많은 사람이 몰려 산다는 단순하고 기본적인 사실에 기인한다. 어이없을 정도로 상승해 있는 부동산 가격과 천만 자영업자의 파산을 먹고 사는 높은 월세는 수도권에서의 삶을 강팍하고 성마르게 만든다. 이는 단지 의식변화의 촉구만으로는 뛰어넘을 수 없는 물질적 조건이지만 사태의 더 본질적인 면은 사회와 타인을 대하는 우리의 기본적인 태도에 있는 것 같다.10년 만에 돌아온 한국사회는 어느 곳을 가던 어디에 전화하건 똑같은 ‘아기 목소리,’ 걸그룹의 말투를 듣게 되는 곳이었다. 매장에서의 친절은 번지르르하고 표준화되어있고, “2만원 되시겠습니다”라는 표현처럼 돈 액수에까지 경어를 붙이는 이상한 존대법의 인플레가 극에 달했지만 정작 그런 말들에서 조금의 마음도 배려도 느낄 수 없다. 그에 비해 필자의 집 주변에서건 포항에서건 안동에서건 사람들은 악에 받쳐 장사하는 모습이 별로 없다. 애써 호객행위하고 일부러 친절한 척하지도 않으며 적당히 일하고 적당히 판다. 그럼에도 무언가를 물어보면 스스럼이 없고 성의를 보이며 응대해준다. 물론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걸린 상황이나 필자가 이들 속에 이웃이 되었을 때는 다를지도 모르지만 그런 수준과 상황에 국한되서라도 그런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은 대단히 고무적인 일이었다.사회학자 알랭 뚜렌(A. Touraine)은 현대적 인간(modern man)을 가장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짐가방을 들고 이제 낯선 곳으로 떠나려는 여행객의 모습이라고 했고, 뉴미디어의 철학자 삐에르 레비(P. Levy)는 정보화시대로 불리는 오늘날에 있어 가장 중요한 윤리는 ‘환대(歡待)’라고 했다. 현대화된 세상에서 우리는 모두 일종의 여행객이고 늘 어느 정도 낯선 이로서 서로와 조우하고 세상을 접한다. ‘환대’는 단지 능란한 처신과 체면을 위해 면식있는 이들을 열심히 대접하는 척하고 떠받들어 주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동등한 존엄을 가진 또 다른 동류 인간으로서 낯선 타인을 대접하고 최소한의 예의를 갖추는 것이다. 우리는 이런 환대의 전통을 민중적 차원에서 ‘인정(人情)’이라는 말로 간직해 왔다. 공자가 말한 ‘인(仁)’이라는 유교적 덕목은 차마 그럴 수 없다, 인정 상 그럴 수 없다는 보통 사람들의 상식적인 정서와 정오(正誤) 관념에 의존하는 윤리였다.물론 현대화된 사회, 수많은 산업과 직종, 이질적인 사회계층, 집단으로 분할되고 복잡해진 근대사회에서 이 인정의 윤리는 결코 충분치 않다. 합리적, ‘합리성’이라는 구호는 인정과 의리, ‘인간적인’ 등의 말이 끈끈하고 불합리한 결탁과 부패, 권위주의적 태도와 부당한 기득권의 옹호하는 말에 다름 아닐 때 힘을 발휘한다. 하지만 우리의 사회적 삶은 합리성과 합리적 태도가 퍼지고 우세해지면서 더 경쟁적이고 공격적인 것이 되었을 뿐 획기적으로 더 공정한, 무엇보다 더 견딜만한 것이 된 것 같지는 않다. 맹목적이고 날이 선 합리성이 발달하는 동안 우리의 삶은 인정이란 말을 통해 어느 정도 보존하고 있었던 서로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와 배려를 잃어버린 것이다.인정과 합리성, 이 두 말 사이에서 우왕좌왕할 수밖에 없는 처지의 혼란스러움은 산업화와 근대화의 선도지역으로서뿐 아니라 전통과 보수의 상징으로도 자천타천 비쳐지고 있는 우리 대구경북지역에서 더 가중되는 것 같다. 서로 갈등하고 있는 양 진영 중 어느 한 편을 맹목적으로 따르기에는 복잡한 현실과 가치의 상태를 ‘양가적(兩價的)’이라고 부른다면 우리가 우리의 정치와 사회, 문화의 문제를 바라보는 기본 관점 또한 그런 양가성과 복합성에 충실한 것이어야 할 것이다. 바로 이 점을 충분히 그리고 정직하게 의식하면서 한국정치, 대구경북지역의 정치가 갖는 고유한 난맥을 살펴보는 일로부터 우리의 사회적 삶이라는 엉켜있는 실타래를 함께 풀어보기로 하자. /구자혁 경북대 강사(사회학)구자혁 서울대 법대 졸업 후 사회학과에서 석사, 미국 Virginia 대학교에서 사회학박사 취득. 성공회대학교 사회문화연구원에서 박사후연구원, 학술연구교수 역임, 현재 경북대사회학과 강사. 최근의 저서로 꿈의 사회학(공저), 역동적 현대화와 한국인의 ‘우리’: 한국 집단주의의 논리와 역사적 형성이 있다.

2020-01-29

교육 백신 1 - 교사 재교육부터

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감바이러스의 대공습이 시작됐다. 세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공포에 갇혔다. 사스, 메르스 등 과거의 바이러스들이 처음 등장했을 때도 그랬듯이 이번에도 예방백신이나 치료 약은 없다. 그 이유는 지금까지 못 보던 변종 바이러스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의료 과학이 발달했다고 해도 인류 과학 기술은 바이러스의 진화를 따라가지 못한다. 신종 바이러스가 나타나면 그때서야 인간들은 야단법석이다. 우한 폐렴 역시 마찬가지이다. 이러다 국가봉쇄령이 내려지지 않을지 이미 바이러스의 공포는 경제성만 따지는 돈벌레 인간을 이겼다.바이러스들이 인간이 가진 단어 중에서 제일 우습게 생각하는 단어는 면역력이다. 이 단어가 사어(死語)가 되기 전에 그 뜻을 적어본다. “사람이나 동물의 몸 안에 병원균이나 독소 등의 항원(元)이 공격할 때, 이에 저항하는 능력”. 그런데 적어보니 얼마나 인간 위주의 이기적인 단어인지 얼굴이 화끈거린다. 또 이 말만 보면 인간은 방어만 하는 존재라는 착각마저 든다. 인간이 면역력을 가졌다면 바이러스는 내성(耐性)이라는 힘을 가지고 있다. 과연 이 둘을 비교한다면 어느 것이 강할까? 우한 폐렴만 봐도 내성이 훨씬 더 강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이 바이러스가 공포로 느껴지는 이유이다.문제는 지금이 아니다. 인류 문명이 현재처럼 인간 편의로만 흐른다면 가까운 때에 상상도 못 할 바이러스의 대공습에 인류는 초토화될 것이다. 어쩌면 인간은 재난 영화처럼 지하로 숨어들어 살아야 할 날도 멀지 않은 것 같다. 그러기 전에 인류는 인간만을 위한 이기적인 발전을 멈춰야 한다. 인간 간의 상생을 넘어 자연과의 상생을 위한 방법을 반드시 찾아야 한다. 그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은 교육뿐이다. 교육만이 대위기에 처한 인류의 희망이다. 그러니 지금부터라도 교육다운 교육을 해야 한다. 이것은 선택사항이 아닌 인류 생존을 위한 필수 의무사항이다. 교육다운 교육이 무엇인지 우리는 잘 안다. 인간을 인간답게 키우는 교육이 바로 그것이다. 인간다운 인간이란 인성교육 핵심 덕목에 잘 나와 있다. “예, 효, 정직, 책임, 존중, 배려, 소통, 협동” 교육이 이 덕목들만 학생들에게 잘 인지시키고, 학생들이 실생활에서 이들만 정확하게 실천한다면 세계는 이토록 혼란치 않을 것이다.그런데 문제는 이 나라에는 제대로 된 인성교육을 할 교사가 없다는 것이다. 학교 교실에서 교사가 진지하게 인성 이야기를 한다면 학생들은 어떤 반응일까? 물론 이런 이야기를 할 교사도 없지만, 듣는 척이라도 해줄 학생은 더 없다. 시험과 성적이 교육 전부라고 생각하는 교사들을 학생들은 신뢰하지 않은 지 오래다. 세상을 떠받치고 있는 교육이 더 무너지기 전에 교육을 살려야 한다. 그 시작은 교사 재교육이며, 그 방법은 인성교육이다. 과연 이 나라 교사들의 인성 지수는 얼마나 될까? 교사들이 먼저 배려하고 존중하면서 인성의 사표(師表)가 된다면 교사들에게 등을 돌렸던 학생들도 다시 신뢰의 눈으로 교사를 볼 것이다. 그 순간이 바로 바이러스가 대공습을 멈추는 시간이다.

2020-01-29

강과 호수

어느 마을 큰 강 옆에 작은 연못이 있었습니다. 어느 날 연못이 강에게 말했습니다. “당신은 참 불쌍하군요. 항상 쉬지도 못하고 흘러가야 하니까요. 화물을 가득 실은 배를 운반하기도 하고, 뗏목을 운반하기도 해야 하고요. 그뿐인가요? 폭풍우가 몰아치면 바위에 몸을 부딪치기도 하고, 흐르다 폭풍을 만나면 온몸은 상처를 입게 되지요. 그러나 나는 언제나 평화롭고 행복하답니다. 언덕에 둘러싸여 늘 평안하고 조용하게 지내지요.”호수의 말을 듣던 강이 말했습니다. “내가 강이 된 것은 안락함을 버리고 끓임 없이 흐름으로써 깨끗함을 간직하기 위해서랍니다. 몸은 고달파도 자연과 인간에게 유익을 선물하고 칭송을 받습니다.”강의 말이 맞았습니다. 연못의 물은 세월이 흐르면서 썩고, 말라서 고기도 살 수 없게 되었지만, 강은 지금까지 깨끗하게 흐릅니다.미국 캘리포니아 연안에 있는 몬트레이 마을은 오랫동안 게으름뱅이 펠리컨의 천국이었다고 합니다. 어부들이 그물로 잡은 물고기를 씻을 때 잔챙이는 해변에 버렸는데 펠리컨들에게는 기가 막힌 먹을거리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몬트레이의 펠리컨들은 점점 살이 찌기 시작했습니다. 어느 날부터 어부들은 잔챙이 고기를 더 이상 버리지 않고 재활용하기 시작합니다. 먹잇감이 다 사라졌음에도 펠리컨들은 여전히 버려진 물고기만 찾아다녔습니다. 결국, 몬트레이의 펠리컨들은 굶어 죽기 시작했습니다. 어부들이 궁리한 끝에 남쪽 지방에서 먹이를 스스로 잡을 줄 아는 펠리컨을 몇 마리 포획해 풀어놓았더니 비로소 몬레이 펠리컨들도 열심히 뛰어다니며 물고기를 잡기 시작했다고 합니다.도산 안창호 선생은 집회를 마칠 때 참석자들과 함께 이렇게 외쳤습니다. “너도 행동하고, 나도 행동하고 우리 모두 행동하자!” 안주하지 않고 행동으로 옮길 때 삶의 기적은 나를 향해 활짝 웃음 짓습니다./인문고전독서포럼 대표

2020-01-29

성묘하고 나서

김규종 경북대 교수조상의 산소를 찾아 인사하고 묘소 돌보는 것을 성묘라 한다. 성묘는 설날과 한식, 추석에 주로 이뤄진다. 지난 설에도 나의 성묘는 어김없이 이어졌다. 서울 모친댁에서 100킬로미터 떨어진 음성군 생극 공원묘지에 19년째 누워계신 선친을 찾은 것이다. 급작스레 닥친 아버지의 별세로 인해 사촌형이 서둘러 구한 묘터가 공원묘지였다. 나는 기회 닿는 대로 그곳을 찾아 선친께 소주 한 잔 권하고 잠시 생각에 잠긴다.설이나 추석 당일에는 그야말로 입추(立錐)의 여지 없을 만큼 인산인해다. 고속도로가 막히는 일이 다반사(茶飯事)여서 당일을 피해 이튿날에 묘소를 찾는다. 온화하기가 4월 중순 같은 1월 26일 정오 무렵 산소에 당도한다. 차를 세워두고 비탈진 언덕길을 느릿느릿 오른다. 등에 실린 소주병이 듬직하다. 언제부터인지 선친묘소까지 차 타고 가는 일을 그만두었다. 게으름과 속도에 대한 자발적인 저항이랄까?!소주 한 잔 올리고 묵상에 든다. 까마귀 울음소리와 어린아이 우는 소리 들린다. 사방팔방 눈길 닿는 모든 곳에 자리하는 묘소들의 장려(壯麗)한 대열. 그리고 넘쳐나는 햇살과 정밀(靜謐)에 가까운 고요가 공원묘지임을 알려준다. 시원스레 열린 전망 아래 수백 수천의 사연을 담은 사자들의 집이 묵연(默然)하다. 아하, 삶과 죽음의 경계가 이토록 단출하다면 생사의 갈림길 역시 멀지 않겠구나, 하는 생각.나이 먹고 나서 결혼식은 가지 않아도 장례식은 거의 빼놓지 않는다. 경사에는 사람 하나 없어도 그만이되, 애사에는 인총 하나 그리운 법 아닌가. 설령 무연한 분이라 해도 그의 자제와 맺은 연이 각별하니 짬을 내서 상가에 들르는 것이다.아버지 산소에서 병풍처럼 서 있다가 홀연히 찾아온 생각은 단순한 것이었다. 죽음이 지척인데 인간은 영원히 살 것처럼 욕망하고 다투며 욕하고 사는구나.세월이 흘러서 나와 형제들마저 소멸하게 되면 아버지 묘소는 어찌 될 것인가. 여기 누워있는 저들의 묘소는 또 어떻게 될 것인지, 사념한다. 모친은 화장(火葬)을 주장했는데, 형과 아우가 산소 쓰자 해서 이리로 오게 된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잠깐 세월 아니겠는가. 한 세대 남짓 지나면 불귀의 객이 될 것은 자명한 이치. 이런 묘터를 구하고자 했던 형제들의 바람 또한 더불어 스러질 터.길을 달리고 달려 당도한 산소에서 인생의 허망함과 일상의 누추함을 떠올리자니 마음이 짠하다. 살아서 영화를 누리지 못한 부친이나, 늘그막에 병들고 쇠약해진 육신 탓에 괴로운 모친을 생각하니 마음이 무거워진다. 그러하되 그것 역시 우리에게 허여된 숙명 같은 굴레라고 서둘러 변호한다. 다만, 한 가지. 허욕과 탐욕에서 자유롭고 싶은 마음은 간절하다.저이들도 얼마나 많은 욕망과 희망과 기대를 이고 지며 살았을까, 생각하니 안쓰럽다. 들숨은 있되 날숨이 없는 지경에 이르러서 망연히 깨우친 미망 아니었을까, 하는 상념. 성묘하고 나서 만감이 교차하는 산등성이에 태양만 홀로 장렬(壯烈)하다.

2020-01-29

세습정치의 폐해

강희룡 서예가세습(世襲)은 신분이나 재산, 생활양식 및 각종 규범 등이 혈연이나 지연에 의하여 다음 세대로 전수되는 행위를 말한다. 우리나라 왕조사회에서는 세습이라는 말을 그 대상에 따라 여러 가지로 표현하여 왔다. 왕권세습 경우에는 정치적, 법률적 용어에 한정하여 사용되어 왔으며 재산세습은 특별히 상속(相續)이라는 말로 표현했고, 학문이나 기예의 세습은 사사(師事)라는 용어가 널리 쓰였다. 이처럼 다양한 의미들을 담은 포괄적인 생활언어로는 대물림이라는 말을 사용했다. ‘경국대전, 예전편(禮典篇) 노비토전사패식조(奴婢土田賜牌式條)’에는 왕이 공이 큰 신하에게 ‘종과 토지 몇 결(結)을 상을 주어 영구히 세전(世傳)할 수 있도록 한다.’는 교지가 있다. 이 기록을 보면 왕이 특정 가문에서 노비와 토지를 세습할 수 있도록 법으로 인정하였음을 확인할 수 있다.다 열거할 수는 없지만 과거제도는 조선시대의 신분구조를 결정지었던 교육제도로 각 신분에 따라 시험을 치를 수 있도록 문과·무과·잡과·역과 등으로 과거의 분야가 결정되었다. 결국 한 가문의 신분이 대대로 세습되도록 하는 법적 근거였다고 할 수 있다. 물론 과거시험을 치를 수 있는 자격조차 없었던 노비나 죄인은 자연히 신분세습이 될 수밖에 없었다.학문의 세습은 학연에 따라 이루어졌기에 일정한 학통(學統)을 형성했다. 그리하여 한 학자의 학통을 보면 그의 가문, 학문적 성향을 쉽게 알 수 있었다. 예컨데 ‘계문(溪門)’이라는 말이 있다. 이는 퇴계 학파를 줄여서 부르는 말로 안동지역에서는 학통이 계문과 연결되어야만 그 정통성을 인정받을 수 있었다. 이런 이유로 학문의 세습은 당파싸움이나 각종 시비의 원인을 제공하게 되었다.현대의 민주주의사회에는 모든 국민이 법 앞에 평등하며, 모든 분야에서 균등한 기회가 주어진다. 2018년 말 민주노총 금속노조가 산하 기업노조에서 간부들에 의한 고용세습이 있었던 것이 드러나서 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다. 근로기준법과 고용기본정책법, 직업안정법 등을 위반한 불법행위를 ‘오래된 노사 간의 관례’라고 변명한 것을 보면 고용세습이 흔한 일이었음을 알 수 있어 우리 사회의 어두운 한 면을 보여주었다.결혼 후에도 자립되지 못하고 부모에 기대어 사는 사람을 ‘캥거루족’이라 한다. 정치판에도 캥거루족이 있다. 대표적인 예로 문희상 국회의장의 아들이 아버지의 지역구에서 출마하겠다고 하면서 지역구세습 시비에 휘말렸다. 문 의장 역시 의장 역할은 잊은 채 아들 공천을 염두에 두고 작년 연말 제1야당의 강한 반대에도 선거법 개정안과 공수처법을 4+1협의체를 만들어 앞장서서 밀어붙여 통과시켰다. 하지만 아들이 아버지 지역구를 세습한다는 싸늘한 민심의 벽을 넘지 못하고 지난 23일 총선출마를 포기했다. 세습 정치의 폐해는 바로 부녀 대통령시대를 연 박 전 대통령으로 정치인으로서 스스로 이뤄낸 성취보다 아버지의 후광에 힘입어 권력 정점까지 올랐다 국민들 손에 의해 권좌에서 내려왔다. 그의 몰락은 오늘날 정치인들에게 많은 점을 시사해 준다.

2020-01-28

상가지구(喪家之狗) 유감

박화진전 경북지방경찰청장죽음 앞에는 모든 이들이 경건합니다. 원수처럼 싸우던 형제도 부모의 상사(喪事)를 계기로 화해하기도 합니다. 혼사는 초대받지 않은 사람이 가는 것이 부자연스럽지만 상사에는 초대받지 않더라고 가게 됩니다.​​​​​​​죽음을 맞이하는 일은 그만큼 다른 어떤 일보다 엄숙하고도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천수를 누리고 돌아가신 분의 상사를 호상(好喪)이라 합니다.호상을 치르는 상갓집은 때로는 잔칫집 분위기같이 떠들썩하기도 합니다. 호상이라도 황망한 죽음을 맞이한 슬픔에 비할 바는 못 되지만 영원한 이별을 해야 하는 유족의 마음은 마냥 즐거운 일은 아닐 것입니다.그래서 문상객은 복장에서부터 언행에 경건함을 잃지 않아야하는 것이 기본예의입니다. 장례의식도 많이 변했습니다. 가정에서 이뤄지던 장례식이 결혼식처럼 식장에서 이루어져 상갓집이라는 말이 틀릴 수도 있겠습니다. 문상 후 모처럼 만난 지인들끼리 새벽까지 이어지던 화투판도 사라졌습니다. 건전한 장례문화로 바뀐 것입니다. 문상은 고인이나 유족과의 인연으로 하게 됩니다.문상객의 규모나 면면이 죽은 자나 유족의 사회적 지위를 가름하게 합니다. 문상은 고인과 유족에 대한 추모와 애도행위입니다. 더하여 얽히고설킨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사회관계망이 드러나는 자리이기도 합니다. 이런저런 얽음으로 함께 자리하면서 고인에 대한 추념보다는 그동안 바쁜 사회생활로 못다한 문상객끼리 만남의 장이 됩니다. 세상살이 이야기 경연장이 됩니다. 직장 상사, 친구, 거래처 등 스펙트럼이 넓은 만남의 장입니다. 얼마 전 모 기관의 사람들이 상갓집에서 업무적인 견해로 상하간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였다고 합니다.상갓집에서 가족끼리 언쟁이 일거나 죽음에 대한 부당함이나 억울함으로 유족이 고성을 지르는 일은 가끔 있습니다. 그런데 문상객으로 온 사람들이 말다툼을 해서 언론에 대서특필되었습니다. 알 만한 사람은 아는 기관의 고위 공무원들이었습니다. 상황의 심각성을 반영하듯 소속 장관이 힐난을 하며 경고를 할 정도였습니다. 공적인 일이라도 사석에서 논의할 수 있습니다.그러나 때와 장소가 분명히 있습니다. 사회적 민감 이슈에 대해 감정 관리를 하지 못하고 고성으로 장례식장에서 말다툼을 했습니다. 특종을 놓친 언론은 후속 기사를 위해 장례식장에 뒤늦게 뛰어들었을 겁니다. 망자가 누구인지? 말다툼을 한 사람과 어떤 관계인지? 당시 상황은 어떠했는지 등등. 조용하고 경건해야할 상갓집이 북새통이 된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참 개가 웃을 일입니다. 상을 당한 유족은 그 기관과 관련된 사람일 것입니다. 경건하게 추모해야할 사람들이 오히려 남의 상사를 망치는 행위를 했습니다. 말다툼 내용의 옳고 그름을 떠나 어이없는 일입니다. ‘상가지구(喪家之狗)’란 말이 있습니다. 사람들이 북적되며 드나드는 상갓집 구석에 앉아 꾸벅꾸벅 졸고 있는 개라는 말입니다. 춘추전국 시절, 노력과 재능에도 불구하고 알아주지 않는 공자의 처량한 처지를 빗댄 말입니다. 남들이 거들떠보지 않는 사람을 상갓집 개 취급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하찮게 취급받는 상갓집개로부터 한 소리 듣게 되었습니다.“잠 좀 자게 남의 초상집에서 쌈질하지 마시요. 왈 왈”

2020-01-28

인생 책을 만나려면

일찍 아버지를 여의고 어머니와 어렵게 사는 고등학생이 있었습니다. 책을 좋아했지만, 마음껏 공부할 수 없었던 그는 도서관에서 심부름하며 틈틈이 책을 읽었습니다.하루는 서가 맨 끝에 먼지가 수북이 쌓인 책 한 권을 뽑았습니다. 에밀 드페브리에가 쓴 ‘동물학’이었지요. 동물에 흥미가 있었던 그는 단숨에 읽어 내려갔습니다. 그러다 맨 마지막 장을 넘겼을 때 빨간 잉크로 쓴 손 글씨를 발견합니다. “이 책을 읽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나와 깊은 인연을 맺은 당신에게 성의를 전하고 싶습니다. 법원으로 가서 엘제이(L.J)14의 보관 서류를 수령해주세요.”법원 담당자가 건넨 봉투에는 문서가 들어 있었습니다. “이것은 나의 유언장입니다. 나는 평생 동물을 연구하고 한 권의 책을 썼습니다. 당신은 처음으로 내 책을 끝까지 읽어 주었습니다. 그런 당신에게 전 재산을 드립니다. 나는 하늘에서나마 기쁠 것입니다.”4백만 달러를 상속한 소년은 곳곳에 도서관을 세워 누구나 책을 읽게 했습니다. 소년의 이름은 생 장 포로 라코스트입니다.책을 읽는다고 해서 당장 금전적 혜택이 생기지는 않지만, 책에는 그보다 더 값진 지혜가 담겨 있습니다. 한 권의 책이 때로 사람의 운명을 바꾸기도 하니까요. 빌 게이츠는 말합니다. “오늘의 나를 있게 한 것은 우리 마을 도서관이었다. 하버드 졸업장보다 소중한 것이 독서하는 습관이다.”좋은 책은 나를 불편하게 만드는 책입니다. 내 지식수준을 뛰어넘어 글을 이해하기 위해 많이 생각하고 곱씹어 사색하고 책을 덮은 후에도 한참 지나서야 울림이 계속 머무는 책을 읽어야 합니다. 1년 동안 운동을 10번 했다고 건강해지기를 기대하는 일은 터무니없는 생각입니다. 책도 마찬가지입니다. 꾸준히 읽는 습관을 만들 때, 우리는 그 과정에서 내 삶을 뒤바꾸는 운명의 책을 만날 수 있습니다./인문고전독서포럼 대표

2020-01-28

대구·경북 정치권의 고민거리

김영태 대구취재본부 부장총선이라는 큰 일정을 두고 여야 각 당은 인재영입과 각종 공약발표 등을 통해 국민의 마음을 얻는 데 주력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20∼30대 층을 공략하는 차원에서 젊은층 인재영입에 총력을 기울이며 오는 총선을 디딤돌로 삼아 2년 뒤 대선에서 정권 재창출의 기회로 삼으려 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보수통합과 인적쇄신 등을 통해 당의 면모를 바꾸는 행보를 통해 오는 총선을 치르려는 의도를 보이며 중산층 공략을 위한 인재영입에도 열을 올리는 상황이다. 여야의 이 같은 움직임과 함께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등 양대 노총은 세 결집을 통해 여야에 무언의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만큼 오는 총선이 가지는 의미가 크다는 것을 내포한 셈이다.대구·경북지역도 예외는 아니다. 민주당은 대구 수성갑과 북구을 교두보를 더욱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며 경북지역에서 첫 지역구 의원 배출을 노리는 상태다. 본격적인 총선에서 여당 측이 대구·경북지역에 대한 집중포화가 예상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당은 대구·경북지역의 경우 현역 70% 물갈이론 등을 통해 인적쇄신을 거듭 천명하며 당 지지세 부상에 노력하고 있다. 이로 인해 과거와 달리 대구·경북지역에 정치신인들의 도전이 만만찮다.하지만, 대구·경북지역민들은 한국당의 이런 움직임에 맘이 편치만은 않다. 현역 70%를 물갈이한다는 데 따른 반응으로 지난 20대 총선에서 대구의 경우 12명 중 9명을 친박 인사로 과감하게 교체했다. 이번 총선에도 역시 공천 물갈이의 우선 대상을 대구·경북지역으로 언급하며 강도 높은 인적쇄신을 한다고 했다.대구·경북에서 대폭 물갈이를 하는 것이 강도 높은 것인지는 지난 20대 총선을 봐도 그 근거를 찾아보기도 힘들다. 심지어 지역 식자층은 대구·경북을 정치 식민지로 다루는 듯한 한국당의 공천룰이 무척이나 불쾌하다는 표현도 서슴지 않는다.기회가 있을 때마다 각종 말 잔치를 통해 대구·경북을 칭송했던 한국당이 총선에서 또다시 지역을 타깃으로 삼는다는 불멘소리가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대구 신공항 이전이나 대구 상수원이전, 포항 지진 등 지역의 최대 현안이 발생해도 꿀 먹은 벙어리처럼 적극적인 모습이 거의 없었던 정치권이 총선만 되면 지역을 거론하느냐고 반문하는 지역민들도 많아졌다. 대구 경북 70% 물갈이론은 한국당의 대구·경북에 대한 이상한 애착이라는 지적마저 나온다. 만만한 것이 대구·경북이냐는 내용이다. 4년이 지난 시점에서도 한국당은 똑같은 공천룰을 제기한다면 과거 중앙당에서 찍어 내리면 무조건 표를 주었던 지역민들도 이제는 바보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지난 20대 총선에서 민주당 국회의원 2명, 지방선거에서는 민주당 구미시장을 선출하는 모습을 통해 이미 경고를 날린 셈이다.대구·경북지역이 우파성향의 유권자가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지역민들도 이제는 학습효과가 충분하다. 부동산에만 풍선효과가 있는 것이 아니라 정치에도 발생한다는 사실을 지역민들은 이미 표로서 드러냈다. 과거보다 더 똑똑해진 지역민을 고민해야 할 때이다.

2020-01-28

‘라테 파파’

1974년 스웨덴은 세계 최초로 부모휴가제를 도입했다. 부모휴가 중에 아빠는 의무적으로 3개월의 휴가를 사용해야 한다. 이 제도로 스웨덴은 여성에게 집중됐던 육아와 가사노동의 부담이 아빠에게 자연스럽게 넘어가는 계기가 된다.복지의 나라 스웨덴에서는 이젠 아빠의 육아 등 돌봄 참여문화는 지극히 당연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라테 파파는 한 손에는 카페라테를 들고 다른 한 손에는 유모차를 미는 아버지라는 뜻으로 쓰이는 말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육아에 적극적인 아빠를 라테 파파라 부른다. 그 유래는 당연히 스웨덴이다.직장과 가정이 균형을 이루는 워라벨 문화가 시작되고, 남녀 성평등이 강조되면서 우리나라도 남성의 육아휴직이 크게 늘고 있는 것이 통계로 확인된다.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민간부문의 남성육아 휴직자가 2만명을 넘어섰다. 2001년 육아휴직제도가 도입 후 가장 많은 아빠가 육아휴직을 한 것이다. 남성의 육아휴직 비율도 21.2%로 사상 처음으로 20%대를 넘었다고 한다. 남성의 가사 참여가 빠른 속도로 달려가고 있는 셈이다.남성의 육아 및 가사노동 참여가 늘어나는 현상이 새삼스러울 것은 없지만 남존여비(男尊女卑)를 부르짖던 우리 조상의 모습을 떠올려보면 가히 격세지감이 있는 변화다. 아내는 반드시 남편의 뜻에 좇아야 한다는 여필종부(女必從夫)의 의미 역시 무색해지는 요즘이다.대구에서도 지난해 남성의 육아참여 비율이 전국 평균보다는 뒤지는 12%선에 머물렀으나 큰 폭의 증가세를 드러냈다. 대기업이 없는 대구의 처지를 생각하면 2015년 3.4%와 비교하면 급진적 변화다.남성은 바깥 일, 여성은 집안 일로 구분되는 종전의 성 역할의 고정관념이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20-01-28

우리의 삶이 더욱 환해지는… 의성 수정사(水淨寺)

첫눈이 내린다. 잔디밭에도 집 앞 상수리나무 가지에도 하얗게 눈이 내린다. 전원을 적시는 설경을 사진에 담아 친구에게 보냈다. 며칠 간의 해외 연수로 잠은 설쳤다던 그녀가 푸석한 목소리로 절에 가자고 제안한다.방점 찍히듯 남아 있는 그녀와의 추억을 떠올리며 흔쾌히 집을 나섰다. 생각이 많고 소심한 나와 달리 그녀는 늘 적극적이고 대범하다. 눈은 녹고 하늘은 무심히도 맑지만 모처럼의 수다가 눈꽃처럼 화사하다.“저 산에 묘를 쓰면 후손이 큰 부자가 되지만 마을에는 심한 가뭄이 든다네. 그래도 기어코 밤을 틈타 몰래 묘를 쓰고, 마을 사람들은 화가 나서 오물을 갖다 뿌리고…. 지금도 산에 가면 오물을 뿌린 구덩이가 남아 있대.”차가 금성산을 끼고 달릴 때, 친구가 전설 같은 이야기들을 풀어낸다. 고단하던 시절의 어두운 탄식들이 들릴 것만 같은데 산은 늠름하고 기품이 넘친다. 잘 생긴 기암괴석이 뿌리를 박고 있는 명산이다. 길은 비봉산과 만나는 지점에서 끝이 났다. 금성산과 비봉산 그 사이 계곡을 끼고 수정사가 자리 잡고 있었다. 아늑하다.고운사 말사로 신라 신문왕 때 의상이 창건한 절, 동국여지승람에는 수량사(修量寺)라고 소개된 절이다. 임진왜란 때는 사명대사 유정이 머물며 승병의 보급기지 역할을 하였다고 한다. 조선 헌종 때 대광전만 남기고 불에 탄 것을 뒤에 중수하였으며, 월산 스님과 탄허 스님 같은 대선사가 머무시기도 했다. 이 지역의 불자들에게는 성지처럼 사랑받는 절이지만, 내게는 친구의 유년을 담고 있는 곳이라 더 특별한 곳이다.수년 전 동짓날, 그날도 눈이 왔다. 불자인 그녀는 나를 이곳으로 데려와 팥죽을 먹였다. 좋은 곳이면 어디든 나를 데리고 가는 친구가 있어 절집은 더 편안했고 팥죽도 기가 막히게 맛있었다. 눈 쌓인 절을 배경으로 찍은 사진에는 환한 미소와 함께 커다란 대접에 팥죽을 떠주던 공양주보살의 후한 마음이 아른거린다.금성산의 기운이 약수로 변하여 사시사철 샘물이 마르지 않는다는 수정사(水淨寺), 오늘도 절의 입구에는 약수를 받는 사람들이 보인다. 오래 된 벚꽃나무 한 그루와 돌에 새겨진 약사여래불이 일주문을 대신한다. 크기와 높이가 다른 돌들이 어깨를 맞댄 채 운치를 더하고 앙상한 벚나무 그림자와 낮달이 우리를 경내로 이끈다.다행히 절은 변화의 물결을 비켜나 소박한 고졸미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고향집을 찾아온 듯 포근하다. 대광전을 받치는 돌너덜을 연상케 하는 돌무더기는 아무도 흉내낼 수 없는 걸작이다. 새파란 이끼 옷을 입은 돌들이 부처님을 모시는 수미단처럼 주법당과 나무들을 받쳐주고 있다. 이 질박하면서도 이색적인 풍경은 말더듬이 박 처사의 불심이 담긴 역작이라고 한다.오래도록 머물고 싶어지는 공간이다. 나는 법당에 들어가는 것조차 잊고 요사채 마루에 걸터앉아 돌무더기를 바라본다. 박 처사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은데 아는 이가 없다. 분주히 경내를 오가며 궂은 일을 하는 그의 젖은 목덜미와 활짝 열린 법당문 안에서 말없이 지켜보던 부처님의 온화한 미소가 한 편의 영상처럼 흐른다.땔나무와 잡일, 절간의 궂은일을 도맡아 하면서도 묵묵히 돌을 쌓아올렸을 박 처사의 불심을 생각한다. 그는 전생에 조금은 게으르고 절밥만 축내는 불목하니였을지도 모른다. 고단한 몸 하나 절집에 얹혀살면서 무슨 소원이 그토록 간절했을까? 돌무더기 옆에 시멘트 옷을 입고 서 있는 수정 같은 샘물은 알고 있으리라. 큰 법회나 예불에는 참석하지 않았지만 그는 날마다 염불소리 들으며 업을 씻어 내렸고, 내면에는 종소리 같은 평화로움을 그를 즐겁게 했으리라. 오래된 돌무더기가 그가 어떤 사람인지 말해 준다.조낭희 수필가높은 곳에서 나를 내려다보는 대광전을 향해 나는 박 처사를 생각하며 가운데로 나 있는 돌계단을 오른다. 세월의 무게가 느껴지는 좁고 가파른 계단은 편리하고 정갈한 것을 외면하고 있는 그대로 세월을 다독이고 있다. 살다보면 묵직한 세월의 힘이 야속할 때도 있지만 때로는 감동의 눈시울을 젖게도 한다. 시간의 흔적이 만들어 낸 아름다움을 고집스럽게 지키는 주지 스님의 지혜로운 안목도 고맙다.비로자나 부처님이 봉안되었을 거라 생각했던 대광전에는 석가모니부처님이 계신다. 불목하니 박 처사의 외로운 불심이 더해져서 일까. 겨울 법당이 따뜻하다. 불목하니 박 처사에게 숙제처럼 따라붙던 업과 그의 길고 외로웠을 기도가 자꾸 내게 말을 건다. 숨 가쁜 세월 나는 어쩌면 빚쟁이로 세월을 보내고 있는 것은 아닌가?풀어야 할 이승의 업은 많은데 절간의 풍경은 쓸쓸하고 삭막하다. 공양주 보살 없는 절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불목하니는 이미 사라진 말이며, 불심 없이는 할 수 없는 일들이 물질에 밀려 외면 받는 세상이 되었다. 법당을 두리번거리는 나와 달리 친구는 다소곳이 절을 하고 있다. 어디에서나 생각보다 몸이 앞서는 친구다.뒤늦게 나도 오래된 것들을 위해 기도한다. 박 처사의 역작처럼 별 특징없고 평범한 돌도 기도와 정성이 더해지면 아름다워지듯, 우리의 오래도록 이어져온 우정에 감사했다. 사랑 없는 세상에 때때로 우리의 삶이 환해지도록, 수정사 앞뜰에 피는 벚꽃처럼 자비를 베푸시길.

2020-01-27

문학의 ‘인간다움’… 여전히 중요한가

프란츠 카프카인간이 언어를 만들고 그 언어를 가지고 눈에 보이는 세계와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를 그려내기 시작하면서부터 ‘인간’의 ‘인간성’을 규정하는 것은 가장 큰 과제였다. 오래전 그리스 비극의 사례로까지 올라갈 필요도 없이, 우리가 ‘문학’이라는 대상 속에서 느끼는 일말의 휴머니즘의 기운이 그러하고, 최근 문학 불황의 시대에 파편화된 인간성에 대한 이해에 대한 당혹감을 통해서도 역설적으로 증명된다.인간은 무엇을 위해서 사는가, 단지 생존만을 위해 산다고 한다면, 여타의 동물들과 다른 점이 무엇인가. 지금까지 인간이 문학을 창작해온 과정은 언어를 가진 인간이 던질 수밖에 없는 필연적인 질문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부친을 살해하고 모친과 결혼한다는 금기를 피하기 위해 몸부림치다 결국 운명을 피할 수 없다는 서구 비극의 모티프가 지금까지도 우리에게 압도적인 영향을 주는 까닭은 인간이 인간다움을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 하는 문제와 관계된다.여타의 동물과 구분되는 인간의 윤리를 지키는 것이 인간다움인가, 아니면 그것을 지키고자 애쓰지만, 결국 신의 섭리에 압도되는 한계를 만나는 것이 인간다움인가. 이 간단하지만 모두가 고민할 수밖에 없는 문제가 시대를 통해서 반복될 수밖에 없는 까닭은 인간성의 규정이란 한 번의 창작으로 달성되는 것이 아니라 세대를 새롭게 바꾸면서 새롭게 확인하지 않으면 안 되는 대상인 까닭이다.한편, 죽느냐 사느냐 하는 문제를 고민했던 햄릿의 가장 인간다운 고뇌는 어떠한가. 우리가 그 고뇌에 깊이 공감할 수밖에 없는 것은 단지 생존만이 인간임을 증거하는 유일한 가치가 아닌 까닭이다. 그러니 결국 인간이 세워 올린 문학은 애초부터 인간의 인간성에 대한 규정의 문제와 뗄레야 뗄 수 없는 것이었는지도 모른다.물론, 인간다움에 대한 문학의 규정은 단순히 그것이 어떤 가치를 갖는가 하는 것에 대한 순진한 서술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문학에서 이뤄지는 인간성에 대한 규정은 언제나 극단적인 비인간성에 대한 반대급부로 주어지게 마련이다. 그것이 아니고서 인간은 인간다움의 영역을 체감할 수 없는 것이다. 대개의 휴머니즘의 문학이 ‘전쟁’과 같은 극단적인 상황에서 비롯되는 것은 바로 그러한 이유에서이다.또, 어느 날 아침에 벌레가 되어 버린 카프카의 ‘변신’속 주인공 ‘그레고르 잠자’는 어떠한가. 그가 벌레가 된 것은 결코 ‘은유’가 아니었다. ‘은유’ 즉 ‘메타포(metaphor)’는 인간이 언어를 통해 외부 세계를 규정해온 표상의 기술 중 하나였으니, 인간이 외부 세계를 인간화된 방식으로 이해하는 것이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전쟁 속에서도 피어나는 꽃’ 같은 은유가 결국 인간성을 표상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것은 자명하지 않은가.단지 비-인간성에 대한 은유가 아니라 진짜 벌레가 된 이 작품 속 주인공을 보고서 독자 모두가 느꼈을 놀람과 충격은 분명히 일종의 부조리에 닿고 있다. 분명 그것은 언어화되지 않는 물질적인 당혹감이다. 메타포의 기술에 익숙한 인간은 어떤 언어를 할애하더라도 규정하기 어려운 사무엘 베케트의 ‘고도’나 알베르 카뮈의 ‘뫼르소’의 파편화된 맥락과 닮아 있다.하지만, 그는 왜 벌레가 되었는가 혹은 카프카는 이 상황을 통해서 무엇을 말하고자 했는가 하는 물음에 이르게 되면, 독자의 해석은 다시 ‘인간다움’이라는 문제와 마주할 수밖에 없게 된다. 마치 순수한 악이나 폭력 같은 비윤리적 신화를 마주하고서 충격을 받은 인간이 다시 어떻게든 그것을 인간다움으로 봉합할 수밖에 없는 것처럼.그러니, 문학에서 인간다움에 대한 규정이 여전히 중요한 과제인가, 묻는다면, 인간이 언어를 세계 표상의 도구로 쓰는 한 그럴 수밖에 없다고 답해야 한다. 인류가 가진 어쩌면 가장 비인간적이고 가장 비언어적인 작품일 카프카의 ‘변신’이 그렇게 말하고 있다./송민호 홍익대 교수

2020-01-27

국가의 원수인가 진영의 보스인가

변창구 대구가톨릭대 명예교수·국제정치학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5월 10일 취임사에서 “오늘부터 저는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저를 지지하지 않았던 국민 한분 한분도 저의 국민이고, 우리의 국민으로 섬기겠습니다. 저는 감히 약속드립니다. 오늘은 진정한 국민통합이 시작된 날로 역사에 기록될 것입니다.”라고 하면서 “약속을 지키는 대통령이 되겠습니다”라고 역설하였다.이처럼 철석같이 약속했던 대통령이 국정운영을 어떻게 하고 있는가? 경쟁의 룰을 정하는 선거법개정 협상에서 제1야당은 배제하고 진보진영(4+1)의 정치적 야합으로 공수처법을 끼워서 패키지로 통과시켰다. 또한 신년기자회견에서는 “조국 전 장관이 지금까지 겪은 고초만으로도 아주 크게 마음의 빚을 졌다”고 했다. 참으로 어이가 없다. 대통령이 수많은 범죄혐의로 기소되어 재판 중에 있는 피의자는 감싸고, 그 피의자 때문에 이루 말할 수 없는 마음의 고초를 겪었던 국민에게는 진정성 있는 사과 한마디가 없다. 이게 국민에 의해 선출된 민주공화국의 대통령이란 말인가?더욱이 재판 중에 있는 피의자를 대통령이 감싸는 것은 검찰과 재판부에 대한 압력이 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과거에 자신이 했던 발언을 뒤집는 것이기 때문에 자기모순이다. 문 대통령은 2012년과 2017년의 대선에서 두 차례나 “대통령 및 청와대가 검찰 수사와 인사에 관여했던 악습을 완전히 뜯어 고치겠다”고 공약하였고, 현재의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주는 자리에서도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해서도 성역 없는 수사”를 주문하였다. 그런데 검찰수사의 칼날이 청와대와 진보진영으로 향하자 법대로 수사 중에 있던 ‘수사팀을 교체’하면서 ‘대통령의 인사권을 행사한 것’이라고 강변하였다. 지나가는 개가 웃을 일이다. 국민을 바보로 생각하지 않고서는 감히 이런 행태를 보일 수가 없다.사람(人)의 말(言)은 믿음(信)이 있어야 한다. 하물며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력을 행사하는 대통령이 국민 앞에서 한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진보진영의 장기집권이라는 권력욕 때문에 이성을 잃어버리는 순간 그는 국민의 대통령이 아니라 한 진영의 보스로 전락하게 된다. 그리고 국가의 원수가 진영의 보스로 전락하는 순간 그의 불행은 시작된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요 ‘권불십년(權不十年)’임을 왜 모르는가? 한국정치사가 증명하고 있는 대통령들의 비극적 종말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문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밝혔던 포부들, 즉 ‘대통령의 새로운 모범, 역사가 평가하는 성공한 대통령, 국민의 자랑으로 남는 대통령’ 등은 이미 코미디가 되어가고 있다. 견제 받지 않는 제왕적 대통령의 권력이 폭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의 포부는 진영논리에 갇힌 독재정치가 아니라 비판을 경청하는 공화정치에서 이루어진다. 부디 공화국의 원수로서 초심으로 돌아가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기를 바란다. 만약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국민이 4월 총선에서 확실하게 심판하는 수밖에 없다.

2020-01-27

부동산 경찰

부동산 경찰은 내달 21일 출범하는 국토부 산하 부동산 조사팀을 가리키는 말로, 특별사법경찰이다. 부동산 경찰은 시장질서를 해치는 투기꾼에 대한 추적에 나서고, 전국 지방자치단체 특사경의 수사를 조율하는 역할을 맡는다. 국토부는 15명 내외로 상설 부동산 조사팀을 구성하고, 세종청사 내부에 사무실도 연다. 기존에 지정된 부동산 특사경 6명 외에 추가로 특사경을 증원하고, 국세청과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한국감정원 등지에서 직원을 파견받는다. 주요 조사·수사 대상은 불법 전매와 청약통장 거래, 무자격·무등록 중개, 주택 구매 자금 조달 과정의 증여세·상속세 탈루 등이다. 여러 지방을 오가며 불법전매나 청약통장 거래 등 투기를 저지르는 전국구 투기세력에 조사와 수사 역량이 집중될 예정이다. 시장 과열지역에 대해서는 자금조달계획서를 정밀 분석하면서 주택 구입 자금을 형성하는 과정에서 이뤄질 수 있는 탈세 등 불법을 찾아내고 부정 대출도 가려내게 된다. 조사팀은 관련 기관에 필요한 자료를 요청해 받아볼 수 있는 권한도 부여받았다. 부동산 신고 요건도 까다로워진다. 우선 내달 21일부터는 실거래 신고 기한이 계약일 60일 이내에서 30일 내로 단축된다. 부동산 거래를 신고한 이후 계약이 취소될 경우에도 이 사실을 신고해야 한다. 3월 중순부터는 부동산 구매 자금조달계획서 내용이 대폭 보강되고, 투기과열지구 9억원 초과 주택 매수자는 계획서 내용을 증빙할 서류도 직접 제출해야 한다. 자금조달계획서 제출 대상도 기존 투기과열지구 내 3억원 이상 주택에서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 3억원 이상 주택과 비규제지역 6억원 이상 주택으로 확대된다. 부동산 경찰이 투기꾼 근절을 위한 최선의 패가 되어주길 바란다.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0-01-27

스물두 번째 일기장

김현욱 시인작년 6월, 그림일기를 시작으로 은유는 지금까지 스물두 번째 일기장을 쓰고 있다. 권수보다는 은유가 1년 6개월 동안 날마다 꾸준히 일기를 써왔다는 점을 자주 칭찬하고 격려해주었다. 일기 쓰는 때가 꼭 정해진 건 아니지만 은유는 주로 저녁 8시쯤에 습관적으로 일기를 썼다. 일기를 써야 하루 일과가 끝나는 것이다. 날마다 조금씩 꾸준히 일기를 쓰는 것은 날마다 식사 후에 양치를 꼼꼼히 하는 것처럼 분명 좋은 습관이다. 나쁜 습관은 저절로 자라는 잡초처럼 가만두어도 무성해진다. 좋은 습관은 밭을 갈고 씨를 뿌리고 가꾸고 돌보아야만 거둘 수 있는 열매 같은 것이다. 세상 농사 중에 자식 농사가 가장 어렵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자식에게 좋은 습관을 만들어 주는 것이 가장 어렵다는 뜻이다.‘우리 아이 독·토·글(독서, 토론, 글쓰기) 습관 기르기’라는 책을 준비하고 있다. 2003년부터 학교에서 영재교육원에서 도서관에서 수많은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고 토론하고 글쓰기를 했던 경험들을 담은 것이다. 2011년에 딸, 은유가 태어나면서 부모로서 자녀에게 독·토·글 습관을 길러 주기 위해 노력했던 이야기도 담았다. 오랜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한 가지 깨달은 점은 정답이 없다는 것이다. 세상에 똑같은 아이는 한 명도 없다. 유전도 환경도 부모도 그렇다. 경우의 수가 무궁무진하다. 다만, 독·토·글 습관을 길러주기 위해서는 교사나 부모의 인내와 꾸준함, 모범보이기와 실천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우리 아이에게 날마다, 조금씩, 꾸준히, 일기 쓰는 습관을 길러주고 싶다면, 부모도 날마다, 조금씩, 꾸준히, 글을 써야 한다. “일기 써라!”는 오래 먹히지 않는다. “같이 쓰자!”가 오래 간다. 우리 아이의 오늘 일기거리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맞장구를 쳐주고 거들어주고 꾸준히 칭찬과 격려를 해줘야 한다. 은유가 일기 쓸 때, 나는 옆에 앉아서 시를 필사했다. 시를 필사하니 은유가 시에 관심을 가졌다. 가끔씩 일기장에 시를 쓰기도 한다. 겨울방학 과제로 자작 동시집을 만들어가겠다고 계획을 세운 것도 참 기특한 일이다.1월 7일부터 22일까지 운영한 영일도서관 겨울방학 프로그램에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참여한 것도 은유와 내게는 참 뿌듯한 일이다. 그림책 읽어주기와 보드게임을 합친 도서관 수업은 아이들이 무척 재미있어 했다. 은유는 몇 번이나 도서관 수업 이야기를 일기로 썼다. 그러면서 아빠에게 당부했다. “아빠, 올해도 포은도서관 도서관 수업 꼭 신청해줘!” 매년 포항시립도서관(포은, 대잠, 오천, 석곡)에서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도서관 수업을 운영한다. 선착순으로 모집하는데 웬만한 클릭으로는 어림도 없다. 1분 안에 완료된다. 올해도 그 긴장감을 맛 볼 준비를 하고 있다. 역시나 그 긴장감과 과정, 결과는 나만의 비밀 일기장에 기록할 것이다.은유가 열두 살을 넘어서도 꾸준히 일기를 쓸지는 미지수다. 그때는 그냥 은유에게 맡기는 수밖에 없다. 좋은 습관의 힘을 느꼈다면 쉽게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게 믿는다.

2020-01-27

세시(歲時) 풍습은 사라지고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한국사회의 세시(歲時)풍습이 사라진 지 오래다. 우리의 아름다운 미풍양속마저 사라지고 있으니 안타깝기 그지없다. 내 어릴 때 시골 농촌의 섣달 그믐은 새해맞이 준비 기간이었다. 가난하지만 집집마다 쌀강정을 만들고 찹쌀로 유과를 만들기도 했다. 조청을 고아 엿을 만들고 집집마다 밀주를 담가 제주로 썼다. 당시 맷돌에 콩을 갈 때 어머니 곁에서 팔이 아프도록 도운 기억이 난다. 설 며칠을 앞두고는 이웃 동네의 물레방앗간에서 가래떡을 뽑아 오기도 하였다. 가래떡을 싣고 오던 우리 집 소가 얼음판에 넘어져 일으켜 세우느라 애태운 적도 있다. 지금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섣달 아름다운 풍광이다.다시 2020년 구정(舊正)이다. 어릴 때처럼 기다려지고 설레던 마음이 사라진지 오래다. 그러나 내 고향 어릴 때의 세시풍습은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구정 전야 섣달 그믐날, 우리 또래는 모두 친구 집에 모여 밤을 새우기도 하였다. 배고프던 시절 우리는 어려운 살림에도 쌀을 한 홉씩 추렴하여 밤늦게 밥을 해 먹던 기억이 난다. 친구들과 목이 쉬도록 노래하고 윷놀이도 하였다. 내일 입을 새 옷을 생각하면 신명나는 그믐날 밤이었다. 그믐밤에 잠을 자면 눈썹이 쉰다는 말까지 있었다. 같이 놀던 그 고향 그 동무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설날이 되면 더욱 고향 사람들이 그립다.설날 아침 우리 집안은 10촌까지 모여 합동 제례를 지냈다. 당시 우리 집안의 제관은 30명이 넘었고 마루뿐 아니라 댓돌위에서도 제사를 지냈다. 제일 서쪽의 큰집부터 작은집까지 제사 후 명절 음식을 나누다 보면 정오가 넘었다. 합동 제례 후 우리는 모두 동네 어른을 찾아 정성껏 세배를 드렸다. 6살 때 나는 동네의 천민인 고직이 어른께도 세배를 드려 조부로부터 핀잔을 들었다. 명절 막걸리에 취하여 호기를 부리던 집안의 어른들 모두 세상을 떠났다.당시 정월 한 달 동네 이곳저곳에서는 재미있는 윷놀이가 벌어졌다. 아랫동네와 윗동네로 나누어 놀기도 하고, 며느리와 딸네들이 편을 지어 윷을 놀았다. 당시 동편이 이기면 풍년이 들고 서편이 이기면 흉년이 든다는 속설까지 있었다. 정월대보름 뒷산의 달불놀이는 아직도 기억에 뚜렷이 남아 있다. 둥그렇게 쌓아 올린 생솔나무 달집에 불을 붙였다. 불이 활 활 타오르면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달을 향해 소원을 빌었다. 마을입구에서는 동서로 나눠 줄 당기기기도 하고 제기차기와 팽이놀이도 하였다. 지금은 고향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이러한 세시풍습은 대부분 사라져 버렸다. 며칠 전 고향을 찾아가지만 그 옛날의 그 풍습은 어디에서도 찾을 길이 없었다. 이웃의 아픔을 보듬어 주고 인정이 넘치던 고향의 풍습은 찾을 수 없다. 옛날의 함께하던 놀이 문화는 흔적 없이 사라져 버렸다. 요즘 아이들은 눈만 뜨면 게임에 빠져 들고, 이제 스마트폰이 그들의 노리개가 되어 버렸다. 공동체가 아닌 혼자 즐기는 개인주의 문화가 판을 치고 있다. 우리 모두는 각박한 세상의 ‘고독한 군중’이 되어 풍요 속에서도 정신적으로 빈곤하게 되었다.

2020-01-27

다시 시작하기

명조 말, 청나라 초기 역사학자인 담천은 20년 동안 혼신의 힘을 다해 쓴 역사서 ‘국각(國69B7)’을 완성했습니다.“드디어 내가 해냈어. 명나라의 역사를 후세에 전할 수 있게 된 거야.”오랜 세월 기울인 노력이 크나큰 결실이 되어 눈앞에 펼쳐지자 지난 세월 겪었던 수많은 고초가 한꺼번에 떠오르며 그를 감회에 젖게 했습니다.며칠 후 그의 집에 도둑이 들었습니다. 도둑은 담천의 살림이 워낙 궁핍해 변변한 물건이 없자 대나무 상자에 고이 담아 둔 ‘국각’을 값진 물건이라 생각해 가져가 버렸습니다.60세를 훌쩍 넘긴 담천에게는 청천벽력이었습니다. 20년 노력이 순식간에 물거품이 되었습니다. 너무나 허탈했지만, 그는 곧 훌훌 털고 일어섰습니다.“그래. 여기에서 주저앉을 수는 없어. 그동안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게 할 수는 없지. 다시 시작하는 거야. 나에게는 역사를 전해야 할 사명이 있어!”담천은 이후 10년을 다시 투자해 보다 훨씬 새롭고 완성도가 높은 ‘국각’을 썼습니다. 새로 집필한 ‘국각’은 총 104권에 500만 자가 넘는 어마어마한 분량이었습니다. 내용도 전에 쓴 ‘국각’보다 현실적이며 생동감이 넘쳤지요. 그가 만일 그 일로 좌절해 책을 만드는 일을 포기했다면 우리는 역사서 ‘국각’을 영원히 만나지 못했을지 모릅니다.플라톤이 그의 대표작 ‘국가(politeia)’에 만족하기까지는 다른 방법으로 이미 아홉번을 써 본 다음이었습니다. 대영박물관에는 토마스 그레이가 쓴 ‘Elegy Written in a Country Churchyard’의 각각 다른 초고 75권을 볼 수 있습니다.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노인과 바다’를 쓰기 위해 원고를 200번이나 고치고 또 고쳐 썼습니다.설 명절 후 첫날, 2020년 새해 결심이 무너졌다고 실망하지 말고 다시 시작하는 우리는 분명히 행복한 사람입니다./인문고전독서포럼 대표

2020-01-27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코로나 바이러스는 포유류와 조류에서 감기 등 호흡기 질환을 일으키는 RNA바이러스의 일종이다. 전자 현미경으로 봤을 때 태양 외곽의 붉고 둥근 띠를 뜻하는 ‘코로나(corona)’와 비슷해 붙여진 이름이다. 이 바이러스는 1930년대 닭에게서 처음 발견된 후 개·돼지·조류 등의 동물에 이어 사람에게서도 발견됐다.처음에는 소나 돼지와 같은 일부 동물에겐 매우 치명적이지만 사람에게는 대개 가벼운 감기만 일으키고, 어린이들에게선 설사 등의 장 질환을 일으키는 등 위험성이 높지 않은 질병으로 여겨졌다.그러다 다른 형태로 변이된 바이러스가 사람에게 치명적인 감염병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대표적인 것이 바로 우리나라를 강타한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evere Acute Respiratory Syndrome:SARS)와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Middle East Respiratory Syndrome:MERS)다. 지난 2003년 세계적으로 유행한 사스는 약 8천명의 사람이 감염돼 이중 10%가 사망했고, 지난 2005년 우리나라에 상륙한 메르스 역시 전 세계적으로 1천400여명이 감염돼 그중 37%인 557명이 사망했다.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이달 초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를 중심으로 발생한 집단폐렴 유발 병원균의 염기서열을 분석한 결과 호흡기 질환을 일으키는 새로운 형태의 코로나 바이러스로,‘우한폐렴’이라고도 한다. 중국 우한시 화난 수산시장에서 첫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경우 수산시장 내 상인들이 토끼나 뱀 등 야생동물을 도축하는 과정에서 감염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적 재앙이 될 수 있는 치명적 전염병인 만큼 철저한 방역대책이 필요할 때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0-01-22

생각이 달라도 같은 산을 오른다

장규열 한동대 교수힘들고 어렵다. 거친 세상에 버티고 서 있는 일마저 버거울 지경이다. 사람마다 삶의 무게를 지탱하느라 안간힘을 쓴다. 지난 세월을 돌아보면 여기까지 오느라 허덕였던 굽이굽이가 보이지만, 앞으로 헤쳐갈 날들도 그게 어디 쉬울까.우리에겐 좁은 땅에 사람이 또 많아 어쩌면 곱절로 힘들었을까. 여유가 없고 위로가 없으며 칭찬이 없고 격려가 없다. 경쟁과 아귀다툼으로 가득한 끝에 혐오와 차별, 질시와 반목이 넘치는 세상. 정치와 종교, 언론과 교육에 화합보다 편가름이 주제가 되고 소통보다 단절이 화두가 된다. 갈라진 편들끼리 모인 집회에서 ‘우리가 이겼다’는 환호가 들리고, 생각이 다른 상대를 향해서 ‘얻어맞지 않은 게 다행’이란다.우리는 왜 그럴까. 힘이 없던 시절 남들이 갈라놓은 민족의 운명이 역사의 덫이 되었다. 남과 북이 헤어진 것이 이토록 질긴 질곡이 될 줄 누가 알았을까. 나뉜 둘이서 다시 뭉치면 될 줄 알았겠지만, 그게 마음대로 안 되는 일이라는 걸 알아버렸다.그런 처지는 마음에도 들어와 박혀 사람들의 생각마저 갈라놓았다. 세상은 이념의 벽을 넘어섰다지만, 한반도는 갈등의 굴레에 맴돌고 있다. 이제는 역사를 놓아줄 방법이 없을까. 겨레가 갈등에서 헤어날 방도가 없을까. ‘이게 나라냐’는 물음이 내 마음대로만 돌아가는 나라를 기다리는 것일까.이긴 편과 진 편이 끝도 없이 험담과 욕설을 날리는 나라는 정상국가가 아니다. 싸움에 이겨서 좋은 게 아니라, 정말로 나라가 잘 되는 길로 나아가야 한다.생각이 달라도 같은 산을 오른다. 방법이 달라도 같은 방향을 겨냥한다. 그래서 만나고 겨루며 토론하고 협상하는 것이 아닌가.나만 언제나 맞고 상대는 항상 틀린 세상은 정상이 아니다. 조절하고 수정하며 보완하고 협의하며 나아가야 한다. 완벽한 사상은 있을 수 없으며 다 틀린 생각도 불가능하다. 누구에게도 정답은 없으며 지혜는 누구나 조금씩 가지고 있다. 절대선을 기대해서도 안 되고 절대악으로 깔아뭉갤 일도 없어야 한다. 오른쪽도 귀하고 왼쪽도 소중하다. 새는 두 날개로 나르지 않는가. 서로 도와야 하고 함께 보태야 한다.좌우가 첨예하고 맞선 정치판에서 ‘우리는 어차피 한 편이 아니냐’라던 미국 레이건(Ronald Reagan) 대통령의 생각이 보이지 않는가. 냉전이 물러간 세상에 우리만 무한경쟁에 시달린다면, 이젠 좀 겸허하게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같은 산이었음을 인정해야 한다. 오르고 있었던 그 산이 다른 곳이 아니었음을 깨우쳐야 한다. 대한민국이 잘 되어야 하고 우리 국민이 행복해야 한다. 정치와 종교, 언론과 교육은 나라와 국민이 편안하고 행복한 길을 준비해야 한다. 다툼과 경쟁에 몰두하기보다 화합과 소통을 만들어내야 한다.나라 안에 대화가 통하고 격려가 넘쳐야 한다. 한 편이 쓰러지는 경기판보다 모두가 살아나는 한마당을 만들어야 한다. ‘같은 산’을 새기며 나아가야 한다.

2020-01-22

쥐의 해 ‘쥐’ 대신 ‘미세먼지 잡는 날’ 어떤가요?

금년 2020년 경자년(庚子年)은 힘이 아주 센 ‘흰쥐의 해’라고 한다. 쥐는 생명력이 강한 동물이라 먹을 복과 강한 생활력을 상징한다고도 한다. 어두운 곳에서도 활동력이 뛰어난 습성을 가졌으니 난관을 재치있게 해결하는 행운이 있다고도 한다. 그러나 과거 60~70년대의 쥐는 사람들의 삶에 있어 해를 입히는 존재여서 ‘쥐잡는 날’이 있었다. 당시에는 저녁 6시가 되면 사이렌 소리가 온 동네를 울렸다. “오늘은 쥐약 놓는 날입니다. 동민 여러분은 일제히 쥐약을 놓아 주십시오.” 한달에 한번씩 같은 날에 전 주민이 동시에 쥐약을 놓아 효과적으로 쥐를 잡았다. 그런데 이제는 당시의 협동 정신과 지혜가 미세먼지를 해결하는 데 쓰여야 할 것 같다.미세먼지(PM10, PM2.5)는 WHO 지정 1군 발암물질대구경북 초미세먼지 나쁨일 수 많고, 12~3월에 집중국가기후환경회의 거쳐 미세먼지 ‘계절관리제’ 시행관계부처 합동 ‘미세먼지관리 종합계획’ 역대 최강미세먼지 대구시민원탁회의 통해 합리적 대안 도출□ 고농도 미세먼지에 국가적 ‘사회재난’으로 대응작년 2019년 1월과 3월에 유례없는 고농도 미세먼지가 장기간 지속되어 미세먼지의 심각성이 어느 때보다도 크게 높아졌다. 그래서 미세먼지가 해롭다는 인식은 하게 되었지만 주배출원, 조성성분, 자연과 인간에 영향 그리고 삭감대책 등에 대한 상세한 정보는 잘 알지 못한다.미세먼지는 대부분 대기오염물질 덩어리로 이루어져 있고, 크기가 매우 작아서 몸속 깊이 침투하여 호흡기, 심혈관 질환 등을 유발하여 세계보건기구(WHO)는 2013년에 1군 발암물질로 지정하였다. 그리고 2014년 한 해에 미세먼지로 인해 기대수명보다 일찍 사망하는 사람이 전 세계적으로 무려 700만 명에 이른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에 지난해 3월 국회는 재난안전법에 미세먼지를 화재, 폭발, 교통사고 등과 같은 ‘사회재난’에 포함했다.2018년에 관측된 시·도별 초미세먼지 연평균 농도를 보면 대구와 경북지역이 각각 22㎍/㎥와 24㎍/㎥로 전국 최대농도를 보인 충북(27㎍/㎥) 보다는 낮았으나 중상위의 농도였다. 국가에서 설정한 환경기준 농도인 15㎍/㎥보다도 매우 높다. 이와 같은 원인으로는 미세먼지 축적이 유리한 분지지형과 적은 강수량에 있고 대구경북 지역내 산업체에서의 높은 배출량도 주요한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대구경북지역을 포함한 전국의 초미세먼지 연간 농도변화를 보면 겨울과 봄철 농도가 높으며, 특히 12~3월 중 월평균 농도는 연평균 대비 매우 높은 수준(30~32㎍/㎥) 이다. 고농도일수는 연간 10~18일 발생하였는데 12~3월 중에 50~100% 집중하였다. 이러한 12~3월의 고농도 현상은 작년 1월 14일과 3월 5일에는 서울기준 일평균 초미세먼지 농도가 129㎍/㎥과 135㎍/㎥로 치솟아 2015년 관측 이래 최고치를 보였다. 이에 따라 미세먼지가 국가 최우선 해결과제로 부상되었다.□ 12~3월 고농도 미세먼지에 ‘계절관리제’로 강력 대처정부는 근본적인 미세먼지 해법을 도출하기 위하여 대통령 소속 국가기후환경회의(위원장 반기문 전UN사무총장)와 국무총리소속 미세먼지특별대책위원회(국무총리·민간 공동위원장)를 조직하였다. 이들 협의체가 중심이 되어 지난 연말 관계부처 합동의 미세먼지 고농도시기(2019년 12월~2020년 3월) 대응특별대책과 미세먼지관리 종합계획(2020~2024)을 수립하였다.두 계획은 지금까지 정부에서 내어놓은 미세먼지 대책 중에서 가장 강력한 수준의 대책들을 포함하고 있다. 미세먼지 고농도시기(2019년 12월~2020년 3월) 대응특별대책은 ‘계절관리제’로 약칭되고 있는데, 비상저감조치의 시행에도 불구하고 고농도 극복에는 미흡하다는 판단에서 수립되었다.비상저감 조치는 고농도 미세먼지가 일정시간 지속될 경우 단기간 국내요인을 최소화하기 위해 시행된다. 공공기관 차량 2부제, 배출가스 5등급 차량(대부분 15년 이상 경과된 노후 경유차) 운행제한, 사업장·공사장 조업단축 등의 조치를 포함한다.‘계절관리제’ 기간에 고농도 미세먼지 지속 또는 악화 시에는 단계별로 기존 비상저감조치보다 더욱 강화된 추가조치가 시행된다. 추가조치는 산업·발전·수송·생활 배출원별 추가삭감, 한·중협력강화, 위기관리체계구축 등으로 고농도 상황을 최대한 완화한다는 것이 기본방향이다. 미세먼지관리 종합계획(2020~2024)은 이전 대책의 체감효과가 매우 미흡하여, 12~3월에 특화된 ‘계절관리제’뿐만 아니라 연중 국내 감축량을 획기적으로 증대하는 방향으로 사업이 추진된다.□ 미세먼지 해결을 위해 적극적 동참 의지 보인 대구 시민작년 11월 25일 “시민과 함께 ! 잡아라 미세먼지, 숨 쉬는 맑은 대구”를 모토로하여 ‘미세먼지 대구시민원탁회의’가 개최되었다. 대구광역시내 8개 구군에 거주하는 1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약 250여명이 참가하여 열띤 토론을 통해 각자의 의견을 개진하였다. 다년간 축적된 원탁회의 노하우를 살려 참가자 의견을 효율적으로 취합하여 공유하고 합리적인 토론으로 정책 당국이 참고할 만한 대안이 제시되었다.이번 원탁회의는 미세먼지 ‘계절관리제’에 대한 참가자의 인식과 석탄발전소(미세먼지 최대배출원) 운행중단과 전기요금인상, 배출가스 5등급차량 운행제한 및 차량 2부제 등 ‘계절관리제’핵심제도의 세부시행방안에 대해 집중적으로 토의하였다.집계결과 미세먼지 ‘계절관리제’에 대해 알고 있는 참가자 비율은 64%로 상당히 높았다. 미세먼지를 감축하기 위한 효과적 방법에 대한 질문에는 5등급차량 운행제한(34%), 석탄발전소 운행중단과 전기요금인상(25%), 차량 2부제 시행(24.5%) 순으로 높게 응답하였다. 4인 가구당 전기요금 추가부담 가능 금액으로는 월 1천200원(33%), 월 5천원(30%) 순이었고 부담을 반대하는 응답자는 23% 정도로 낮았다. 5등급 차량 운행제한 방법에 대한 질문에는 전지역 44%, 시내일정지역 22%, 특정시간대 18%의 순으로 높게 응답하였고, 반대는 13% 정도로 낮았다. 차량 2부제 시행방법은 민간부문확대 37%, 민간부문 자율확대 37%, 공공부문만 시행 17%의 순으로 높게 응답하였고 반대는 7% 정도로 낮았다. 이상에서 참가한 시민들은 미세먼지의 획기적 감축을 위해 유례없이 강력한 제도인 ‘계절관리제’에 적극적으로 동참할 의지가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대구형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집중분야에 대해서는 교통수단의 전환(전기차, 대중교통), 시민인식 확산 캠페인(미세먼지 잡는 날), 에너지 생산방식의 전환에 대해 높은 찬성의견이 나왔다. 이상의 원탁회의 결과에서 알 수 있듯이 미세먼지를 줄이는 데 동참하는 방법에 대한 의견은 매우 다양하고 반대도 적지 않다. 그러나 우리는 국민의 건강권을 우선시하면서도 자영업자 등 이해당사자들의 피해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지혜를 모아야 한다.올해 경자년 흰 쥐의 해에 추억의 ‘쥐잡는 날’을 떠올리며 시도민이 힘을 합쳐 침묵의 살인자로 불리는 미세먼지를 완전히 몰아내는 계기가 될 ‘미세먼지 잡는 날’의 원년을 만들어 보자./대구경북연구원 연구위원남광현 고려대 석사, 경북대 토목·환경공학 박사, 일본국립환경연구소 공동연구원, 대한환경공학회 대구경북지회장 역임, 한국환경공단 기술자문위원, 포항시 환경정책위원, 대구지속가능발전협의회 위원으로 활동하면서 환경문제 해법을 현장에서 실천하는 환경인으로서 활동중이다.

2020-01-22

올빼미야 도와줘

어느 환한 대낮. 숲 속에 사는 올빼미와 여우, 원숭이가 건넌마을 토끼의 생일잔치에 초대를 받았습니다. 앞이 안 보이는 올빼미가 나뭇가지에 앉아 여우와 원숭이에게 말했습니다. “얘들아, 앞이 안 보여. 나 좀 도와줘.”“어휴, 이런 멍청이는 대체 왜 태어난 거야!”원숭이와 여우는 올빼미를 비웃으며 원숭이의 머리에 앉혀 토끼 집으로 데리고 갔습니다. 재미있게 놀다가 깜깜한 밤이 되어 집으로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여우와 원숭이는 앞이 안 보여서 돌부리에 채여 넘어지고 야단이었습니다. “올빼미야, 우리 좀 도와줘.” 올빼미의 인도로 원숭이와 여우는 겨우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원숭이와 여우는 남의 약점을 비웃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린다 리처드 에어 부부는 ‘자연에서 배우는 행복의 기술’에서 꽃게에 대한 흥미로운 관찰기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꽃게를 잡아 얕은 양동이에 넣으면 금방 밖으로 빠져나옵니다. 그런데 게 두 마리를 같은 양동이에 넣으면 서로 빠져나가겠다고 싸우다 결국 두 마리 모두 나오지 못합니다. 꽃게는 서로 끌어내리는 본능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양동이를 꽃게로 가득 채워넣으면 게들은 밖으로 나오려고 기를 쓰지만 결국 한 마리도 나오지 못하는 거지요.구룡포 호미곶에는 해마다 새해 첫 떠오르는 태양을 맞으려는 사람들로 붐빕니다. 그곳 바다에 불쑥 나와 있는 손 조형물을 기억하십니까? 이 조형물에는 ‘상생의 손’이라는 작품 이름이 붙어 있습니다. 바다 안에는 오른손이, 육지에는 왼손이 서로 마주 보는 형태로 전시되어 있지요. 우리 각자는 서로 바다와 육지처럼 다른 성격과 외모, 개성을 갖고 있지만, 상생의 정신으로 서로 지지하고 격려할 때 큰 힘을 낼 수 있습니다.설 명절이 내일부터입니다. 떠오르는 찬란한 태양의 기운을 받아 서로 돕고 사랑하면서 힘차게 전진하는 우리의 2020년을 기대합니다./인문고전독서포럼 대표

2020-01-22

겨울이 교육에게 말하다

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감“겨울을 지내보아야 봄 그리운 줄 안다”라는 속담이 있다. 겨울의 다양한 의미를 잘 나타내는 관용적 표현이다. 이 속담이 가지고 있는 함축적 의미는 겨울은 성찰과 준비의 시간이라는 것이다. 겨울이 되면 하늘은 성찰과 준비에 집중하라고 기온을 점강적으로 내려 자연의 성장점을 잡는다. 그러면 나무를 비롯한 자연은 겨울로 거울 벽을 만들어 면벽 좌선에 들어간다.면벽에 든 겨울나무의 깨달음이 깊어질수록 겨울은 더 엄동(嚴冬)으로 향한다. 무념무상에 든 자연은 겨울을 보낸 힘으로 봄을 그린다. 욕심 없는 자연이 그린 그림은 겨울을 난 모습 그대로이다. 바로 이것이 봄이 아름다운 이유이다.그런데 그런 겨울이 사라졌다. 겨울 실종 소식으로 전국이 야단이다. 겨울 축제를 준비한 지자체와 단체들의 울상은 통곡 수준이다. 이상 기후로 인한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치부해버리기에는 그 심각성이 위험 수준을 넘었다. 겨울 추억이 바뀔 날도 멀지 않았다.필자는 2020년 1월 7일을 오래 기억할 것 같다. 그날 필자는 한겨울에 여름 장맛비를 보았다. 이튿날 모든 뉴스의 머리기사는 겨울 홍수 피해 소식이었다. 정말 물 폭탄이 따라 없었다. 더 놀란 건 그날의 기온이었다. 그날 밤은 분명 겨울이 아닌 봄이었다. 밤 10시가 넘었는데도 기온은 영상 16도를 웃돌았다. 세찬 비와 함께 강한 바람이 불었는데 그 바람은 모든 봄꽃이 만개한 5월 하순의 따뜻한 바람이었다. 1월에 느끼는 5월은 낯섦이 아니라 공포였다. 그런데 우리에겐 실종된 것이 또 있다. 바로 교육이다. 겨울다운 겨울이 없듯이 우리에겐 교육다운 교육이 실종된 지 오래다. 정부는 아니라고 하지만 정권이 바뀔 때마다 우리 교육은 특정 정치 이데올로기에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면서 본래의 모습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누더기가 되었다. 본질을 잃어버린 교육은 흉기로 둔갑하였다. 정부가 휘두르는 교육 흉기에 학생과 학부모들이 치명상을 입고 있다. 필자의 말이 믿기지 않으면 겨울방학을 보내고 있는 학생들의 모습을 보면 된다. 종잡을 수 없는 교육정책은 학생들을 사교육 현장으로 내몰았다. 많은 학원이 자리가 없을 정도로 방학 특수를 누리고 있다.필자는 교육에 상처받은 많은 이들과 지난주 이야기를 나누었다. 어떻게든 공교육의 끈을 놓지 않기 위해 수도권에서 산자연중학교를 찾은 한 학생에게 물었다. “학생에게 학교는 무엇인가요?” 학생은 한동안 말을 하지 않았다. 시간이 좀 지나고 작정한 듯 입을 열었다. “학교는 무섭고, 불안하고, 슬프고, 재수 없는 곳이요.” 학생의 눈엔 살기에 가까운 증오가 가득했다.아프지만 필자는 그 눈빛이 낯설지가 않다. 우려되는 것은 눈빛의 강도가 매년 강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정말 이대로 가다간 지금의 학생 문제와는 비교될 안 될 끔찍한 사건들이 우리 교육 현장에서 일어나지 않을지 걱정이다. 유난히 따뜻해 공포스럽기까지 한 1월 중순, 인간들의 이기심에 본질을 잃어버린 겨울이 정치 편향 교육 관료들에게 외치는 소리가 들린다.“학생 없이 지내봐야 학생 그리운지 아는가! 억지 교육 정책들로 학생의 봄을 빼앗지 말라!”

2020-01-22

살처분과 공장축산

김규종 경북대 교수세종은 젊어서부터 고기가 아니면 밥을 먹지 못했다고 한다. 세종실록 2년 8월 29일 기록이다. 하지만 세종은 상사(喪事)를 당하면 짧게는 며칠, 길게는 한 달 넘도록 고기반찬 없는 소찬(素饌)으로 일관했다. 21세기 대한민국은 수많은 고기로 넘쳐난다. 소와 돼지, 닭과 오리는 물론 바다에서 잡고 기른 허다한 어류가 밥상에 오른다. 5천년 한민족 역사에서 이토록 먹을거리가 풍요를 구가했던 때는 일찍이 없었다.새옹지마(塞翁之馬) 호사다마(好事多魔)라 했던가?! 세상에 좋은 일만 있을 수는 없는 법. 우리에게 자신의 몸을 내주고 불귀의 객이 되어야 하는 수많은 생명을 생각하면 미안한 마음이다. 더욱이 각종 전염병 때문에 살처분된 숱한 생명을 돌이키면 가슴이 먹먹하다.보도에 따르면, 2010년 구제역 발생 이후 2018년까지 여덟 차례 구제역으로 38만 마리의 소와 돼지, 일곱 차례 조류인플루엔자로 6천900만 마리의 닭과 오리가 살처분되었다고 한다. 2019년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살처분된 돼지 47만 마리까지 더하면 지난 10년간 7천만 마리의 생명이 가축 전염병 예방이라는 목적으로 죽임을 당해 이 땅에 묻혔다.어디 그뿐인가. 2010년 이후 가축 전염병으로 인한 살처분에 소요된 비용만 4조원에 이른다. 농가 피해보상 외에도 가축사체와 오염물을 소각-매립하고, 전염병 발생지역의 소독과 매립지 관리에 거금이 소요된 것이다. 여기에 매몰지에서 발생하는 사체 침출수 유출로 인한 토양과 수질오염이 추가된다.요즘에는 살처분 가축을 묻을 매몰지를 구하는 일도 어렵다고 한다.살처분에 참가하는 사람들의 트라우마도 우심하다. 2017년 국가인권위원회가 실시한 ‘가축매몰 참여자 트라우마 실태조사’에 따르면 대상자의 76%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유사증상을 보였다고 한다. 2011년 충남의 축협 직원이 살처분 작업으로 인한 극심한 트라우마를 견디지 못하고 자살하는 사태가 벌어진 바 있다. 살겠다고 몸부림치는 생명을 산 채로 땅에 묻어야 했던 인간의 비극적인 운명이 눈에 밟힌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대안(代案)을 찾아야 한다. 전염병이 발생할 때마다 수십만 수백만 마리의 가축을 생매장하는 하는 일은 그만두어야 한다. 그것은 생명을 존중하는 인간의 기본적인 도리일 것이다. 가축 전염병 창궐은 멧돼지나 야생조류뿐 아니라, 공장식 밀집축산에도 있다. 가축 전염병이 급속도로 전파되는 이유는 공장식 밀집축산에 있기 때문이다. 비좁은 축사 안에 대규모로 가축을 양산하는 방식은 지양해야 한다,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율을 올리는 것도 좋겠지만, 인간과 가축이 공존하는 토양은 마련해야 한다. 인간을 위해 무차별적으로 도살되고 매몰되는 가축이 아니라, 기본적인 동물복지라도 준수하는 환경이 요구된다. 세종이 드신 소와 돼지, 닭과 오리는 평온한 환경에서 자란 가축이었을 터다. 우선 거기까지라도 가면 어떨까.

2020-01-22

무엇을 담고 있을까?

1890년 영국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세발자전거를 타고 놀던 아들이 크게 부상을 당했습니다. 이 당시 자전거 바퀴는 나무와 무쇠로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이 타는 자전거는 작은 충격에도 심하게 흔들렸고 다치는 아이들이 많았습니다.아들의 상처를 치료하던 아버지는 더 안전한 자전거가 없을까 고민하기 시작합니다. 어느 날 아들이 축구공에 공기를 좀 넣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아버지는 이때 중요한 사실을 깨닫습니다. “자전거 바퀴에 공기 타이어를 사용하면 훨씬 안전하고 안락할 수 있을 것 같은데….”아들을 지켜 주고 싶은 마음과 사람들의 안전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공기타이어를 만들었습니다. 이 공기 타이어는 전 세계로 급속히 퍼져 나갔지요. 미국 포드사와 독일의 벤츠사도 이 타이어를 사용했습니다. 이 아버지가 세계 최초로 공기 타이어를 개발한 던롭입니다. 자녀를 사랑하는 마음과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마음에서 위대한 발명품이 나온 셈입니다.마음은 저수지와 같습니다. 안에 담은 것을 내 줍니다. 좋은 것을 나누어 주려면 먼저 마음속에 좋은 것을 채워야 합니다. 과거 독일이 분단 상태에 있을 때의 일입니다.한번은 동베를린 사람들이 쓰레기 더미를 서베를린 진영으로 쏟아 부었습니다. 서베를린 사람들은 어떻게 대처할지 고민합니다. 쓰레기를 모아 다시 동베를린 쪽으로 투척해 복수할까 했지만 결국 그런 식으로 일을 처리하지 않기로 정했습니다. 오히려 덤프트럭 한 대에 통조림과 또 쉽게 부패하지 않을 식량을 채워 동독으로 가서 멋지게 쌓은 후 그 옆에 표지판을 하나 세웠습니다. “사람은 각자 자기 속에 있는 것을 준다.”쓰레기를 소유한 사람은 상대에게 쓰레기를 주고, 음식을 소유한 사람은 음식을 줍니다. 선한 말, 진실한 마음을 나누려면 먼저 마음을 선하고 아름다운 것으로 가득 채워야 합니다./인문고전독서포럼 대표

2020-01-21

배려의 각도

박화진전 경북지방경찰청장민족의 명절인 설날이 다가왔습니다. 설을 준비하는 모습도 많이 변했습니다. 방앗간 가레떡, 장터 뻥튀기, 설빔 같은 것들이 흑백 영사기가 돌리는 빛바랜 모습이 된 것 같습니다. 완성된 제수용품을 마트에서 준비하는가 하면 심지어 차례를 대행하는 업체까지 생겼습니다. 조상님께서 제대로 적응하고 계신지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설 명절은 즐겁고 행복한 날입니다. 그런데 가끔씩 즐겁고 행복해야할 명절에 형제간 말다툼, 부모와의 갈등으로 예기치 않은 끔찍한 사건이 발생하고 있어 안타깝습니다. 평소 왕래가 뜸한 핵가족 시대에 익숙한 탓인지 모처럼 대가족 행사가 서로에게 짐이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런 일들이 혹시 가족, 친지간 잘못된 배려로 생긴 건 아닌지 생각해볼 일입니다.# 장면1(월남에서 돌아온 새까만 김상사)월남전에서 돌아온 일가친척 아저씨, “이 놈 많이 컷구나!”라며 당시 5살인 나의 여린 갈비뼈가 짓눌릴 정도로 잡고서 번쩍 들어올렸다. 아저씨의 사랑표현에도 불구하고 빨리 내려놓기만을 기다렸다. 이후 갈비뼈 통증 트라우마가 생겼다. 조카에 대한 사랑의 감정을 표현이었을 것이다(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쪼그리고 앉아서 얘기를 하는 어른의 모습이 아른거린다).# 장면2(기분 좋아 회식하자는 서장님)아침 회의시간, 서장님께서 상부로부터 칭찬 전화를 받고 과장들에게 그 소식을 전했다. 회의 분위기는 급상승하고 서로 수고했다는 덕담을 나눴다. 서장님께서 자축하는 의미라며 그날 저녁 회식제안을 불쑥 던졌다. 회의실 안은 갑자기 정적이 감돌았다. 서장님은 과장들의 사기 진작을 위해 회식을 제안했다(과장들 중 일부가 동창모임, 결혼기념일 등 개인 일정이 있었다).# 장면3(오! 아버지 같은 원사님)어느 신병훈련소, 훈련병 A는 겨울날 찬물로 식기를 세척하고 있었다. 옆을 지나가던 하사는 A에게 “식당에 가면 더운 물이 있으니 가져와서 씻어”라고 했다. A는 감읍하고 식당으로 달려가 더운물을 찾았다. 취사반장으로부터 “쫄병이 군기가…”라는 문전박대를 당했다. 다시 찬물로 식기를 씻던 A를 본 원사님, “손 씻으려는데 식당에 가서 더운 물 좀 가져와” 이후 일사천리로 물공급이 진행돼 원사님 앞에 대령된 더운물 한 바케스, “응 이걸로 식기 씻어”사람의 본성이 선하다면 누구나 약자를 향해 마음을 엽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가끔 잘못된 배려로 상대에게 상처를 주게 됩니다. 배려한다는 것은 남에게 우월적 지위에서 내려 보며 베푸는 것이 아니라 최소한 수평적이거나 오히려 위를 보며 이뤄져야 합니다. 남에게 배려함은 상대의 입장에서 해야 합니다. 위의 장면 #1, #2처럼 배려받지 않은 것이 나을 수 있습니다. 배려는 각도가 중요하다고 봅니다. 명절에 대가족이 모인 자리에서 서로를 위한 배려는 세심하게 해야겠습니다. ‘가족이니까’ 쉽게 생각하며 내 위주로 배려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생각해 볼 일입니다. 잘못된 배려가 가족관계를 배리게할 수 도 있지 않을까요?“설겆이 다했냐? 수고했다! 가족화목을 위해 즐겁게 윳놀이 한판하자”“…….”

2020-0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