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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교육 백신 4 - 초등학교 7학년?

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감‘코로나 19’와 같은 대형 사건들이 여럿 있지만, 필자가 생각하는 올해의 가장 큰 뉴스는 ‘겨울 실종 사건’이다. “내 인생 90년 만에 이런 겨울은 처음이다.” 내복 없이 겨울을 나셨다는 어느 할아버지의 이야기이다. 올겨울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의 패턴은 앞 숫자만 다를 뿐 똑같다. 필자 또한 이런 겨울은 난생처음이다. 아무리 바빠도 겨울방학에 아이들과 스키장은 꼭 갔는데, 올해는 필자도 필자이지만 아이들이 스키 이야기를 일절 꺼내지 않았다.겨울 추억 하나 갖지 못하고 봄꽃을 보는 느낌은 기억상실증에 걸렸다가 깨어난 것과 같은 기분이다. 영화를 보면 중요한 것을 기억하지 못해 고통스러워하는 인물이 나오는데 흡사 요즘의 필자 모습이다. 겨울답지 않은 겨울을 보내는 지금이 필자는 너무 고통스럽다.겨울에 대한 기억만큼이나 우리가 잊고 사는 것이 있다. 그것은 전면 시행을 앞두고 있는 ‘중학교 자유학년제’이다. EBS는 작년에 “2020년까지 전면 시행되는 자유학년제, 당신의 아이는 준비되었나요?”라는 프로그램에서 자유학년제를 다음과 같이 미화하였다. “평소에 공부에 관심이 없고 진로에 목표가 없던 자녀가 다양한 체험을 통해 적성을 찾을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습니다. (중략) 학생의 변화에 대해 평가하고, 취약 부분과 보완할 점에 대하여 기록하는 방식으로 학생에게 학습 동기까지 심어주는 평가방식 (….)”마지막까지 쓰고 싶었지만, 필자의 양심이 허락하지 않아 생략한다. 정말 1년 만에 학생들이 이렇게 변하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데 언제나 희망은 희망일 뿐이다. 자유학년제의 이론만 놓고 보면 이상적인 교육제도임이 분명하다. 그런데 우리나라 교육 현실은 어떤가? 교육 이상주의자나 어용(御用) 정치 교육 관료 말고 자유학년제의 내용을 믿는 국민은 과연 얼마일까?다른 내용은 그렇다 치더라도 필자가 절대 믿지 않는 것은 평가 관련 내용이다. 과연 이 나라 교사들은 학생의 변화에 대해 평가할 능력이 있을까? 아니 그 방법은 알기나 할까? 몇 번의 교사 연수로 그런 능력이 길러질까? 생활기록부 기재요령에 갇혀 단어 하나 때문에 벌벌 떠는 사람이 이 나라 교사인데 과연 그들이 어떻게 학생의 취약 부분과 보완할 점에 대하여 기록을 한다는 말인지 필자의 상식으로는 이해가 안 된다.초등학교 7학년! 이 말은 학부모는 물론 학생들이 자유학년제를 두고 하는 말이다. 필자는 이 말을 3년 전부터 듣고 있다. 다음 학부모님의 말을 교육 관료들이 제발 마음으로 듣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래서 우리 아이들이 더 고통받기 전에 자유학년제를 중학교 3년 전 과정에 걸쳐 실시하든지, 아니면 과감히 수정하기를 강력히 건의한다.“(….) 자유학년제인 1학기를 순탄하게 보내는 것처럼 보였으나 2학기에 접어들면서 전체적인 학교 분위기가 시험과 입시로 흐리기 시작하면서 아이가 목적의식 없이 방향을 못 잡고 방황하기 시작했습니다. 학부모로서 자유 학년제의 모순을 직접 경험해봄과 (중략) 현재 학교 환경에서 자신감과 자존감을 잃은 아이에게 의미 있는 학교생활을 찾아주어야겠다는 결심으로 입학을 희망하게 되었습니다.”

2020-02-19

기생충은 누구인가

장규열 한동대 교수문화는 힘이 세다. 봉준호 감독이 만든 영화 ‘기생충’의 성공이 모두를 들뜨게 하였다. 아카데미 4관왕이라는 역사적 기록을 남겨, 영화계뿐 아니라 국가와 국민의 자긍심에도 큰 획을 더하였다.수상의 영광이 높게 빛났던 만큼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의 그늘은 한참 깊고 서글프다. 반지하에 사는 한 가족이 신분상승을 위해서 반칙과 편법을 사용하면서라도 더 나은 삶을 낚아보려 한다는 스토리. 그런 와중에 자신들 뿐 아니라 더욱 힘든 상황에 몰린 또 다른 지하층 신분의 사람들과 얽힌다는 이야기. 영화는 이들을 누군가의 삶을 잠식하며 갉아먹는 기생충으로 표현하였다. 그러면서, 오늘 세상에 펼쳐지는 경제적 불평등을 고발한다. 여기서 잠깐! ‘기생충’에서 진짜 기생충은 누구일까?기생충은 주인에게 기생한다. 우리 사회의 주인은 누구인가. 헌법은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하여 나라의 주인이 국민임을 선언한다. 국민은 잘 살고 싶다. 일상을 영위하며 굴곡없이 안전하게 살고 싶다. 국민의 삶이 순조롭게 나아가도록 소통하고 협력하며 방법을 찾아 실행에 옮기도록 하는 일을 소위 ‘정치’가 맡는다. 오늘 국민이 목격하는 정치는 어떠한가. ‘높은 사람들’이 되는 게 아니라 국민을 섬기는 심부름에 나서는 일이 아닌가.국민은 평안한 일상을 바랄 뿐인데, 정치는 어찌 이토록 시끄러운가. 탈당과 복당을 거듭하더니만 결국 옛 모습으로 보이는 게 정치의 현실이라니! 당신들의 생각 속에 당신의 주인은 어디에 있는가. 국민을 핑계삼아 욕심만 채우는 정치는 국민에게 기생충이다.언론.‘독자’라는 다른 이름을 가지는 국민은 언론에게도 봉이 잡힌다. 사실과 사건들이 실제로 어떻게 벌어지는지 알 수 없는 독자를 언론은 제대로 섬기고 있는가. 아니면 특정 의견집단에 복무하며 사안을 들여다보는 틀을 만들어 내어, 사실이 왜곡되고 독자가 호도되지는 않는가. 독자가 적절하게 판단하려면 언론이 바르게 알릴 책임이 크다.작은 것이 부풀려 지거나 있었던 일이 보도되지 않으면 국민이 바르게 알 길이 없다. 벌어진 일들과 국민의 귀를 연결해 주어야 할 언론이 아닌가. 디지털과 온라인 언론환경에서 우리 미디어의 자리를 살펴야 하지 않을까. 21세기 미디어가 수행할 역할과 소임을 다시 들여다보아야 한다. 독자를 볼모삼아 편들기만 부추기는 언론은 독자에게 기생충이다.영화는 일그러진 모습을 고발하였다. 정치는 그 모습에 주목하여야 한다. 언론도 그 모습을 관찰하여야 한다. 보다 평등하고 보다 공정하며 보다 평온한 세상이 다가오도록 문화도 정치도 언론도 생각을 모아야 한다. 수상의 기쁨에 머물 일이 아니라, 누구든 기생하지 않고도 제 몫을 다 하는 세상이 되어야 한다. 국민에 기생하는 정치와 독자에 기생하는 언론은 이제 모두에게 들켜버렸다. 본연의 자리를 어떻게 회복할 것인지도, 정치와 언론의 몫이 아닐까.

2020-02-19

제로금리 시대

제로금리는 단기금리가 사실상 0%에 가깝다는 뜻으로 명목이자율이 아니라 실질이자율이 0%에 가깝다는 의미다. 이같은 초저금리는 국가경쟁력을 높이며 소비촉진을 통해 경기침체 가능성을 줄여준다는 이점이 있다.반면에 노년층 등 이자소득자들의 소득이 불안정해짐에 따라 중·장년층의 소비가 위축될 수 있고, 부동산투기, 주택가격 폭등 등 자산버블이 우려되며, 근로의욕을 저하시킬 수 있다. 제로금리 정책을 시행한 대표적인 국가는 일본이다. 일본은 1999년부터 공식적으로 제로금리정책을 선언했다. 일본은행의 제로금리정책은 내수자극을 통한 경기회복, 엔화 강세 저지, 기업의 채무부담 경감, 금융회사들의 부실채권 부담 완화 등 여러 효과를 겨냥한 것이다.우리나라에서도 초저금리가 굳어지면서 예적금 상품의 기본금리가 0%대로 떨어지고 있다. 물가상승률과 이자소득의 15.4%를 세금으로 떼어가는 것을 고려하면 사실상 마이너스 금리다. 실제로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은 지난주부터 일부 예금 상품의 금리를 낮췄다. 우리은행은 가입 기간에 따라 0.5~0.9%였던 ‘WON 예금’의 금리를 0.5~0.87%로 내렸다. 12개월 만기 기준 기본금리는 연 0.84%다. 위비정기예금의 1년 만기 금리도 연 1.4%에서 연 1.1%로 0.3% 포인트 내렸다. 국민은행도‘국민수퍼정기예금 단위기간금리연동형’상품의 연동단위기간(1~6개월) 금리를 0.7~1.1%에서 0.6~1.0%로 인하했다.한국은행이 2015년 3월 기준금리를 1.75%로 내리면서 처음으로 기준금리 1%대 시대를 열었고, 이후 시중은행의 예적금 금리도 연 1%대가 됐다. 앞으로 은행에 돈을 맡기고 보관료를 내야할 시대가 다가오는 듯하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0-02-19

박쥐가 이중적이라고?

이재현 동덕여대 교수·교양대학박쥐 때문에 세상이 뒤숭숭하다. 그것도 경자년 쥐띠 해에 말이다.동굴 등 음습하고 어두운 곳에서 살고 활동도 주로 밤에 하는 데에다가 검은 몸 색깔에 얼굴 모양도 흉측하기까지 하여 그리 호감이 가지는 않는 박쥐는 바이러스의 숙주라는 이유로 지금 불호가 더 심해졌다. 서양에서도 박쥐는 여전히 혐오스러운 동물로 대접받고 있다. 혹, 영화 ‘배트맨’ 덕에 조금은 나아졌을까?날다람쥐도 하늘을 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활공을 하는 것이라서, 스스로 날 수 있는 포유류는 박쥐가 유일하다고 한다. 박쥐는 설치류인 쥐와는 전혀 다른 포유류 종이다. 그렇지만 한자로도 비서(飛鼠), 선서(仙鼠), 천서(天鼠)이라 하여 날아다니는 쥐로 묘사하고 있으니 박쥐가 쥐처럼 인식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이솝은 새 무리에 붙었다가 짐승 무리에 붙었다가 결국은 양쪽 모두에게 버림받은 박쥐를 통해 ‘양다리 걸치기’를 꾸짖고 있다. 홍만종(洪萬宗)도 ‘순오지(旬五志)’에서 기회주의적인 사람의 행동을 편복지역(蝙蝠之役)이라 표현하고 있다. 편복(蝙蝠)은 박쥐의 또 다른 한자 이름으로, ‘편복지역’은 ‘박쥐같은 구실’이라는 뜻이다. 고대 그리스의 아이소포스(이솝)가 지은 우화를 조선시대 홍만종이 읽었으리라고는 생각되지 않지만,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박쥐는 이러한 이중성 때문에 긍정적인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그러나 박쥐는 양다리 걸치기를 하지도 않고 이중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지도 않다.(하기야 사람 말고 이중적인 동물이 또 어디 있을까 싶다.) 더욱이 모기, 나방, 작물을 해치는 벌레들을 하루에도 수백 마리씩 잡아먹음으로써 인간에게는 이로운 동물이다. 중국에서는 ‘편복’의 ‘복’이 복(福)자와 소리가 같아 박쥐를 먹는 것이 복을 받아들이는 행위로 여겨졌다고 한다. 우리나라 전통 가구나 생활용품, 노리개의 장식에도 박쥐문양을 넣음으로써 복과 행복을 생활 속에 담고자 했다. 이처럼 박쥐가 사람들에게 부정적 인식과 함께 긍정적으로도 받아들여진 것이 박쥐의 이중성이라면 이중성이라고나 할까.뜬금없어 보일지 모르지만 박쥐 이야기를 하나 더 하자. 이육사는 시 ‘편복(蝙蝠)’에서 “가엾은 박쥐여! 영원한 보헤미안의 넋이여!”, “가엾은 박쥐여! 멸망하는 겨레여!”라고 노래하였다. 시인에게 일제 강점기 국권을 빼앗긴 조국은 어두운 동굴이었고, 그 동굴 속을 떠돌며 살아가는 신세가 된 우리 겨레는 가엾은 박쥐와 같은 존재였다. 그러나 우리는 이제 더 이상 가엾은 박쥐가 아니다. 일본은 크루즈 선을 바이러스의 배양 접시처럼 만듦으로써 많은 나라들에서 비난을 받고 있는 반면에 한국은 신속하고 적절한 대응으로 칭찬을 받고 있지 않은가!박쥐는 혐오스럽게 보일망정 이중적이지도 가엾지도 않은 동물이다. 복이라는 소리가 같다고 박쥐를 잡아먹는 인간이 어리석고, 어떻게 해서라도 복을 좇는 인간의 욕심이 비난받을 일이지 자연에 순응하여 살고 있는 박쥐는 죄도 잘못도 없다.억울한 박쥐를 자연에 놓아주고, 인간의 욕심을 탓하고 거둬들여야 할 것이다.

2020-02-18

언론의 자유

미국 3대 대통령 토머스 제퍼슨은 뛰어난 문장가로 미국 독립선언문을 기초했으며 역대 대통령 중에도 가장 훌륭한 대통령의 한 사람으로 손꼽힌다. 미국역사 초기에 제퍼슨 같은 지도자가 있었다는 사실은 미국의 크나큰 행운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그는 대통령을 지냈지만 그의 묘비에 자신이 대통령이었다는 사실을 적시하지 않았다. 대통령이었다는 사실에 큰 의미를 둘게 없다는 본인의 뜻이다. 그의 유언대로 묘비에는 독립선언문 기초자, 버지니아 대학의 아버지라는 사실만 기록했다.언론의 자유와 관련, 그는 “나는 신문 없는 정부보다 정부 없는 신문을 택하겠다”는 유명한 명언을 남겼다. 프랑스 계몽사상가 볼테르는 “나는 당신의 말에 찬성하지 않지만 당신이 그렇게 말할 권리를 지켜주기 위해서라면 내 목숨이라도 기꺼이 내놓겠다”는 말을 했다. 표현의 자유를 지키려는 두 사람의 생각은 지금도 많은 공감대를 준다.언론의 자유는 정치권력에 대한 비판 기능을 포함한 개념이다. 언론은 정부가 잘못하는 사실을 여과 없이 비판하란 뜻이다. 그것이 언론의 본분이다. 한 나라의 민주주의가 보장되느냐 아니냐는 언론의 자유 보장 여부가 중요한 잣대다.중국이 코로나19 사태를 키운 것은 언론의 자유가 없었기 때문이라는 게 대세적 판단이다. 코로나19를 최초 경고했던 30대 중국인 의사의 죽음은 이제 중국의 언론자유를 부르짖게 만들었다. 언론의 입만 막으면 될 것 같았던 코로나 사태가 이젠 최고 권력자의 자리까지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여당인 민주당이 자당을 비판한 교수를 검찰에 고발했다가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권력에 빠져 오만방자함이 도를 넘었다는 비판이 쇄도했다. 언론의 자유를 모른 무지일까 권력에 눈이 멀어 버린 것일까./우정구(논설위원)

2020-02-18

생각을 바꾸기만 한다면

영국의 정신의학자인 하드 필드가 밝힌 실험 결과는 대단히 흥미롭습니다. 그의 실험은 사람의 정신력이 육체를 다스리는 데 있어서 얼마나 영향을 주는가에 대한 내용이었습니다.3명의 남자에게 보통의 상태에서 힘껏 악력계를 쥐게 했을 때 그들의 평균 악력(손아귀로 쥐는 힘)은 101파운드였는데 그들에게 ‘당신은 참으로 약하다’고 말해 준 뒤 다시 재어보았더니 겨우 29파운드에 불과했습니다. 보통 힘의 1/3 이하로 떨어진 셈입니다. 이번에는 반대로 ‘당신은 강하다’는 말을 해 준 후 측정하니 무려 142파운드에 달하는 결과가 나왔습니다.나는 강하다는 적극적인 정신 상태로 충만해지자 그들의 악력은 소극적이고 부정적이었던 상태 때보다 무려 500%나 증가했다는 것을 이 실험은 보여주었습니다. ‘나는 약하다, 나는 못한다’는 마음으로 포기하려는 유혹만큼 우리를 쉽게 무너지게 하는 적은 없습니다.자신의 생각을 ‘난 강하다, 난 해낼 수 있다’라는 마음으로 바꾸기만 한다면 적어도 그저 포기해버릴 때보다 다섯 배는 나아집니다.무산소 등정으로 에베레스트 정상에 최초로 오르고, 히말라야 14좌를 역시 산소호흡기 도움 없이 모두 완등한 라인홀트메스너라는 예술가에 가까운 산악인이 있습니다. 그는 낭가파르밧 등정에 실패할 때 동생을 잃고 자신도 발가락 6개를 자르는 절망적인 상황을 겪습니다. 그럼에도, 그는 늘 새로운 불가능에 도전합니다. 그가 선천적으로 강심장이라서 그런 것일까요? 새로운 도전을 위해 배낭을 꾸릴 때 라인홀트메스너는 눈물을 흘리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너무 무섭기 때문이라고 하지요. 짐을 풀었다 싸기를 여러 차례 반복합니다. 그리고 마침내 자신을 믿고 새로운 도전에 나섭니다. 메스너가 남긴 유명한 말이 아직도 제 심장을 울립니다.“머리가 포기하지 않는다면 다리는 견뎌낼 수 있다.”/조신영 인문고전독서포럼 대표

2020-02-18

‘기생충’ 찬스! “애비야, 머라카노?”

박화진전 경북지방경찰청장‘기생충’ 아카데미상 4개 부문 석권, 92년 오스카상에 처음 있는 외국어 영화의 수상! 세상의 모든 수식어를 동원하더라도 흥분이 가라앉지 않는 일이다. 얼마 전 70세를 훌쩍 넘기신 숙모님을 모시고 영화관을 찾았다. 인기리에 상영 중인 ‘남산의 부장들’이란 영화를 선택했다. 숙모님과 함께 역사적 사건이 있던 동시대에 살았기에 비록 영화적 픽션이 가미되었지만 몰입도는 상당했다. 영화 중간 중간에 숙모님은 “애비야, 머라카노?”라며 놓친 대사를 물으셨다. 노령에 따른 약간의 난청과 빠른 대사 때문이다. 숙모님보다 더 난청인 나 역시 효과음이 깔린 대사는 놓치기 일쑤다. 그런 탓인지 모처럼 몰입하며 본 영화의 감흥이 오래 가지는 않았다.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평소처럼 편치 않은 마음이 밀려왔다. 영화내용 때문이 아니었다. 어느 날 불쑥 40대의 나이에 난청이 찾아왔다. 보청기를 착용해야 할 정도의 난청, 기계적으로 증폭된 음으로 듣게 되니 뇌의 청각작용과 달리 모든 소리를 듣게 되어 혼음현상이 있다. 효과음이 깔리는 영화대사를 듣는 것과 같은 것은 청취에 지장이 생긴다. 영화대사나 음악을 정확하게 듣는 것은 작품 감상의 중요한 요소다. 난청이 있는 사람들은 결국 작품성에 상관없이 보통 사람들보다 질이 떨어진 예술품을 감상할 수밖에 없게 된다. 난청은 대개 노인성 질환으로만 여겨졌으나, 지나친 생활소음에 노출되는 현대생활에서 연령과 관계없이 많은 사람들이 난청을 겪고 있다고 한다. ‘한국영화는 왜 한글자막이 없지’하는 아쉬운 생각을 갖게 된다. 이번에도 흥미로운 영화를 감상하고도 감흥이 오래가지 않았다.국내에서 개봉되는 외국 영화는 대개가 한글 자막이 있는데 한국 영화는 대부분 없다. 관객이 모두 다 한국말을 잘 알아듣는다고 전제하기 때문일 것이다. 작품의 완성도에 지장을 주지 않는다면 TV처럼 자막을 넣으면 어떨까? 청각장애인, 난청인, 노년층(청력의 문제가 아니라도 젊은 층의 랩과 같은 빠른 말투를 잘 못 알아듣겠다고 한다)을 위해 한글 자막이 있었으면 좋겠다. 백세 시대를 맞아 영화관람, 음악회 같은 문화예술을 향유하는 노년층이 늘고 있음을 감안하면 꼭 필요한 일이 아닐까 싶다. 시각장애인용 보도블록, 휠체어 이동시설 보호대 등등, 장애인을 위한 시설들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그럼에도 아직까지는 부족한 것 같다. 장애인으로서 겪게 되는 단순한 불편해소 차원을 넘어 정상인과 같은 삶의 질을 누릴 정도가 되어야 진정한 선진국이라고 생각된다. 영화감상을 하며 “머라카노?”라고 동행한 사람에게 자꾸 묻는 사람이 많이 있다면 아직은 더 분발해야 할 일이다. 세계적인 거장과 작품을 낸 나라의 자존심을 세우고 세종대왕의 위대한 업적도 알릴 겸 한글 자막 삽입은 성숙된 공동체 의식을 보여줄 기회다. 물론 졸다가 효과음에 놀라 ‘자기야, 머라카노?’라며 흘린 침을 슬쩍 닦는 사람은 해당 없겠지만….‘기생충’ 찬스, 살렸으면 좋겠다.

2020-02-18

개문만복래

류영재 포항예총 회장겨울 같지 않은 따뜻한 날씨가 이어지니 뒤뜰의 매화가 꽃망울을 터뜨린 지 벌써 일주일이 지났다. ‘꽃샘바람’이라던가. 어젯밤부터 바람이 쌀쌀해지더니 오늘은 강추위가 예보되었고, 아침에 창을 여니 진눈깨비까지 흩날려 입춘절이 언제 지나가기는 했던가 싶다. 지난 입춘에는 오랜만에 친한 친구로부터 입춘첩을 받았다. ‘원화소복 일신무강’.입춘첩(立春帖)은 입춘 날 대문이나 들보, 기둥, 천장 등에 써 붙이는 글귀로 ‘입춘대길’이나 ‘건양다경’이 대표적이며, ‘소지황금출 개문만복래’(땅을 쓸면 금이 나오고, 문을 열면 복이 온다.)도 자주 쓰이는 편이다. 그런데 개문만복래라…. 과연 그런가? 대문에 입춘첩을 써 붙이던 시절은 주로 농사일을 하던 때였으므로 부지런한 사람의 집은 대문이 먼저 열렸을 것이고, 그 부지런함 덕분에 부자가 되었을 것이다.개문만복도 세월 따라 변하는 것인지 요즘은 하루 종일 대문을 꽁꽁 닫아둔다. 외출이라도 했다가 귀가하면 대문이 잘 닫혔는지를 확인하고 또 확인한다. 외부인의 침입을 막기 위해서다. 물론 도둑이나 잡상인 같이 꼭 막아야 할 자들도 있으나 이웃 간의 소통까지도 단절하고 마는 극도의 개인주의가 팽배한 것이 오늘날의 현실이다. 그만큼 남을 믿지 못하는 ‘불신의 시대’가 되어버린 까닭이다.문은 원래 열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다. 그 문이 끝내 닫히고 말면 벽과 다름없이 된다. 우리가 매일 먹는 음식물도 소화, 배설되기까지는 여러 개의 문을 거친다. 입을 통과한 음식물은 식도를 지나 분문(噴門)을 통과해야 위로 갈 수 있으며, 위에서 십이지장으로 가려면 유문(幽門)을 지나야 하는 등 여러 개의 관문을 통과하여 항문으로 배설이 잘 되어야 육신의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법이다. 따뜻한 마음의 문을 열고 이웃과 잘 소통해야 건전한 사회가 형성되어 정신의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법이다.꼭꼭 걸어 잠근 문을 열기 위해서는 열쇠, 카드키, 비밀번호, 지문인식 등 여러 가지 수단이 있으나 가장 중요한 것은 이웃에 대한 배려와 존중의 따뜻한 마음이다. 소통을 게을리 하면 불통이 되고, 그 불통의 낙인이 주는 패널티는 엄청나게 가혹하다.제21대 총선 투표일이 코앞에 다가왔다. 늘 그랬듯이 선거를 앞둔 정치권은 혼란스럽기 짝이 없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투쟁인지 언론은 온통 난장판이고, 국민들의 피로감은 안중에도 없는 듯 스스로의 이득을 쫓아 이합집산하는 후진적 행태는 여전하다.그 혼돈의 와중에서 후보들은 제각기 당선이 되면 어떤 일을 할 것인가에 대하여 공약을 발표할 것이다. 신선한 약속이 있는가 하면 허황된 공약도 횡행하기 마련인데, 소통하고 화합하겠다는 공약은 모든 출마자들의 공통된 약속이다. 어떤 후보가 진정으로 마음을 열고 소통하여 서민들의 아픔을 어루만져 주고 지역사회의 발전을 위한 비전을 가지고 봉사할 것인가를 잘 가려서 투표하는 시민들의 감식안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이다.

2020-02-18

능력을 갖춘 시스템과 친절함으로 다가온 경찰

조현명 시인나의 아버지는 올해 여든여섯, 치매도 없고 건강하다. 단지 무릎이 나빠 먼 길은 자전거로만 다니신다. 오후 세시쯤 자전거로 사시는 연일읍 한 바퀴 돌고 여섯시에 귀가 하는 게 하루 즐거움이다. 그런데 며칠 전 밤 열시가 되어도 돌아오시지 않으셨다.노모와 가족들은 큰일이 일어났음을 직감하고 찾아 나섰다. 그러나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몸에 신분을 확인할 만한 것은 없었다. 혹 신원미상으로 응급실에 있을까 해서 큰 병원 응급실에 전화문의도 해보았지만 그런 내원자는 없다는 대답이 왔다.20년 전 쯤 할아버지가 치매로 길을 잃어버린 일 대한 기억이 겹쳐서 매우 힘이 들었다. 그때 경찰에 신고해두었지만 거의 연락이 없었고 가족들은 일주일간 구역을 나누어 주변 지역을 헤매고 다녔었다.이번에도 역시 경찰에 신고하고 난 뒤 가족 모두 잠을 이루지 못하고 연락을 기다렸다. 그런데 경찰에 신고단계에서부터 옛날과는 차원이 달라진 것을 느꼈다. 친절함은 물론이고 최대한의 정보를 수집해서 도움을 주어야하겠다는 마음이 느껴졌다. 또한 시스템의 공조를 통해 CCTV를 확인 동선을 추적하고, 직접 나가 주변을 탐문하고 얻어진 정보를 연락해왔으며 초조해하는 가족들과 늦은 시간까지 함께해 주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드디어 새벽 2시쯤 아버지가 집으로 돌아왔다. 옛 효자검문소 앞에서 길을 잃고 쓰러져있던 아버지를 지나가던 사람이 지구대에 제보해준 것이었다. 연락하고 집근처까지 데려온 경찰은 치매노인 신고에 대해서도 자세하게 안내하고 돌아갔다. 아버지는 치매가 아니지만 오랜만에 의욕적으로 시내까지 자전거를 타고 나갔다가 어두운 길에 늦게 집으로 돌아오시다가 효자삼거리에서 그만 길을 헷갈린 것이었다. 마침 그날 밤 이상하게도 추위가 없었기 망정이지 매서운 추위가 있었다면 객사하실 뻔 했다.돌이켜보면 제보해준 분에게도 감사하지만 밤늦도록 근무 중이었지만 친절하게 자신의 가족이 당한 일같이 함께해준 경찰에게 깊이 감사하는 마음이 든다.이 과정에서 알게 된 것은 경찰의 대민봉사의 수준이 매우 높아진 사실이었다. 특히 실종 신고를 대하는 자세가 매우 달라져있었다. 근년에 일어난 여러 사망사건들을 통해 밝혀진 사실은 실종은 초기 대처가 매우 중요하다. 정상인이 실종되었다면 어떤 사고에 연루되었을 지도 모르고, 범죄에 노출 되었을 수도 있어 매우 위험한 상태가 된다.위험에 노출되었을 때 초기대처를 잘하면 쉽게 범죄를 예방하고 위험에서부터 사람을 구할 수 있게 된다. 실종자에 대한 대처는 초기가 매우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그런 의미에서 경찰의 초기대응은 아무리 민감해도 과하지 않을듯하다. 그런데 우리나라 경찰 조직은 이미 상당한 정도의 민감함과 능력을 갖춘 시스템이란 것을 확인했다고나 할까. 거기다가 친절함까지 갖추고 있었다.우리지역의 경찰이 가진 특징이 아닌 것이 이번 일을 통해 경찰 시스템과 조직의 철저한 매뉴얼에 따른 대처 같은 것을 느낌으로 감지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국민과 소통하는 따뜻하고 믿음직한 경찰로 국민과 함께 하겠습니다’는 슬로건이 진심으로 다가왔다.

2020-02-17

발에 박힌 쇳조각

오래전 유럽의 한 소년이 경험한 일화입니다.깊은 밤, 소년이 집으로 걸어가는데, 낭랑한 말발굽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마부는 마치 자는 듯했고, 말은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걸음으로 고독하게 길을 갔습니다.문득, 소년은 말의 발에서 번쩍이는 검은 빛을 봤습니다. 그것은 편자(말발굽)였습니다. 소년의 어린 마음에 사람들이 너무 잔인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살 속 깊숙이 박혀 있는 쇠붙이가 말을 얼마나 아프게 할까?’어느 날 소년은 할머니에게 물었습니다. “왜 말의 발에는 쇠가 박혀 있나요?”할머니가 대답해 주었습니다. “말이 어느 정도 자라면 발을 보호하기 위해 편자를 박아준단다. 그러면 길가에 떨어진 쇠붙이나 못, 유리 같은 날카로운 것으로부터 상처를 입지 않아, 그래야 멀고 험한 길을 잘 갈 수 있지.”소년은 그 말을 들은 후 비로소 편자를 다르게 볼 수 있었습니다. 편자는 말의 살을 파고들어가 고통을 주는 도구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말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도구라는 역설을 알 수 있었습니다.우리 삶에도 편자의 존재가 필요합니다. 편자를 박아 단련하는 과정은 반드시 상처를 동반하고 고통스럽습니다. 우물 안 개구리 같은 인생을 원치 않는다면 발아래 박혀있는 편자의 고통을 인내해야 합니다. 발에 박힌 편자가 차츰 익숙해지면 그와 함께 강인해지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유발 하라리는 앞으로의 시대에 인간은 호모 사피엔스로 남느냐 호모 데우스로 변화하느냐 두 부류로 갈라진다고 예견합니다. A.I와 로봇, 유전공학의 급속한 발달을 충분히 예견하고 이를 잘 이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인생과 이런 과학 기술의 발전이 주는 달콤함에 젖어 서서히 자신을 잃어버리는 삶으로 나뉠 것이 분명합니다. 발에 편자를 박는 고통이 있어도, 스스로의 가치를 잃지 않아야 할 일입니다. /인문고전독서포럼 대표

2020-02-17

새 법보다는 원칙을 지켜야

강희룡 서예가‘승정원일기’ 영조 7년 2월 27일의 기록을 보면 ‘새 법을 세우지 말고, 옛 법을 바꾸지 말라.’고 적혀있다. 영조 7년 2월 27일 경상도 암행어사 이흡은 자신이 둘러보았던 고을 중 재해가 가장 심한 고을의 상황을 임금에게 아뢰면서 고을 현감이 백성들을 진휼하기 위해 감영(監營)에서 빌려와 쓴 돈은 공적으로 쓴 것이니 규정을 조금 고쳐서라도 그 일부를 관찰사가 탕감해 줄 수 있게 해달라고 건의하였다. 그런데 이 자리에 함께 입시한 우승지 조명신은 이 건의를 반박하며 탕감 받는 사례가 늘어나서 새로운 규례가 된다면 나중에는 재정이 고갈될 것이고, 그러다 보면 결국 백성들에게 다시 세금을 거둬야 하는 폐단이 생긴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옛 법인 수령칠사(守令七事)의 정신을 거론하며, 백성들을 아껴야 하는 본래의 도리에 힘쓰도록 수령들을 이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수령칠사란 새로 임명된 수령이 임금을 하직하고 부임지로 갈 때에 외던 일곱 가지 조목으로, 농업과 잠업을 이루는 일, 인구를 늘리는 일, 학교를 일으키는 일, 군정의 정리, 부역을 고르게 매기는 일, 송사를 간명하게 처리하는 일, 간교한 행위를 종식시키는 일 등으로 관리들이 백성을 위해 반드시 지켜야 할 임무였다. 조명신은 고을 수령들이 이런 기본 원칙은 소홀히 한 채, 칭송 받을 욕심으로 이리저리 변통에만 애쓰는 것을 비판한 것이다. 즉 가장 중요한 원칙만 제대로 지킨다면 굳이 새로운 법을 만들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추미애 장관이 검찰 내 수사와 기소 주체 분리 방안 등 검찰 개혁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전국 검사장 회의를 소집했다. 검찰과 논의 없이 주요 법무행정 절차를 바꾸겠다고 발표한 건 문제라는 지적이 일자 뒤늦게 의견 수렴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수사와 기소를 각각 다른 검사가 판단하게 되면 사건에 대한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지는 데다 외압 등이 끼어들 우려가 크다는 문제점이 있는데다 또한 이미 비슷한 제도로 인권수사자문관을 도입해 운영하고 있는데도 느닷없이 생소한 제도를 또 제안한 건 다른 의도가 있을 거라는 의구심도 적지 않다.법안의 내용이 어떻게 귀결될지는 모르겠지만 이제 저 조명신의 주장에도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본다. 새로운 법이 없어서 문제가 아니라 법과 원칙을 지키지 않아서 문제인 경우가 대부분이기에 하는 말이다. 새로운 법을 만들든 옛 법을 다듬어 쓰든 핵심은 억울한 국민들에게 피해가 돌아가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는 점이다. 4+1협의체라는 희한한 정치구도로 그들의 입맛에 맞게 통과시킨 공직선거법개정은 벌써부터 기득권에만 유리하게 적용돼온 선거법의 모순이 벌써부터 드러났다는 분석도 있다.사회질서를 위해 원칙이 제도화된 것이 법이다. 권력자들은 이 법을 마음대로 고무줄처럼 적용한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과거 대통령들이 취임할 때마다 원칙이 지켜지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외쳤지만 어찌된 일인지 우리 사회에서 원칙은 더 무력화되고 있다. 그 이유는 고위층부터 기본과 원칙을 지키지 않기 때문이다. 참된 민주주의는 새 법보다 원칙을 지킨다.

2020-02-17

공짜뉴스 사라진다

포털사이트들이 언론사들의 뉴스 콘텐츠를 공짜로 사용하면서도 오히려 큰 소리치는 풍토가 앞으로 사라질 전망이다. 전세계적으로 포털사이트들이 언론사들에게 뉴스 전재료를 지급하는 쪽으로 저작권법이 제정되고 있기 때문이다.실제로 세계 최대 검색 엔진인 구글이 글로벌 언론사들과 뉴스 전재료(轉載料) 지급 방안을 협의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구글이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언론사들과 뉴스 콘텐츠 사용료 지급과 관련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WSJ는 “(이번 협상은) 검색 공룡(구글)과 언론사의 관계가 변화하는 분수령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지금까지 구글은 언론사의 기사를 검색 결과로 노출하면서도 직접적인 사용료 지급을 거부해왔다. 구글 검색 결과로 노출된 기사가 해당 언론사 홈페이지에 막대한 트래픽을 제공한다는 이유였다.하지만 지난해 3월 유럽연합(EU)이 ‘인터넷 사이트에 뉴스 콘텐츠가 사용되면, 해당 언론사는 대가를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 저작권법을 채택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프랑스 언론사 단체는 구글을 상대로 지난해 11월 공정거래 당국에 소송을 냈다. 이처럼 유럽에서 빚은 마찰이 구글의 생각을 바꿔놓은 것으로 보인다. 또 뉴스 사용에 대해 사용료를 지급하기로 한 구글 경쟁자가 하나둘씩 늘어나고 있는 것도 계기가 됐다.페이스북은 지난해 10월 새롭게 선보인 뉴스 서비스에 사용되는 기사 콘텐츠에 대해 언론사에 연간 수백만 달러를 지급하기로 했고, 애플도 지난해 다수 언론사와 제휴를 맺고 뉴스앱인 ‘애플 뉴스+’를 선보이면서, 언론사에 콘텐츠 사용료를 지급하기로 했다. 공짜뉴스 사용하는 국내 포털사이트들의 각성이 요구된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0-02-17

신문읽기를 너머

신희선 숙명여대 기초교양대학 교수·정치학 박사오래된 습관이다. 신문을 읽고 스크랩하는 일이. 대학생 때부터 시작된 습관이 삼십여 년 계속되고 있다. 이른 새벽, 배달되는 두 신문을 비교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신문읽기는 나를 변화시킨 혁명이었다. 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신문을 통해 해결하였고 문제의식도 신문을 통해 키우게 되었다. 공적 권위를 지닌 신문에 기사화된 사실 이면에 무엇이 과연 진실인지, 동일한 사건조차 다르게 해석되는 이유는 무엇인지 질문했다. 신문읽기 습관은 ‘왜’ 공부를 하려고 하고 어떤 공부가 가치가 있는 것인지 생각하게 만들었다.대학에서 ‘글쓰기’와 ‘토론’과목을 가르치며 신문을 활용한 교육을 하고 있다. 수업 주제와 관련해 스크랩했던 칼럼을 함께 살펴보거나 그날의 중요 이슈로 논의를 시작하곤 한다. ‘글을 잘 쓰려면 많이 읽어야 한다’는 점에서 매일 읽기를 실천할 수 있는 쉬운 습관이 신문읽기임을 강조한다. 토론을 하려면 ‘지금 여기’ 뜨거운 이슈가 무엇인지 알아야 하고, 또 쟁점을 잘 이해하려면 성격이 확연히 다른 신문들을 비교해 읽으면 도움이 된다고 학생들에게 말한다.신문은 ‘모자이크적이며 참여적’이다. 먀셜 맥루언은 ‘미디어의 이해’에서 신문이 “공공의 참여를 제공하는 집단적 고백의 형태”라고 하였다. 사설만 보더라도 주제나 방향이 회의를 거쳐 결정되고 기사는 기자들이 발로 뛰며 취재한 공동 작업이기도 하다. 신문의 각종 지면은 세상의 다양한 이야기들을 매일 시끄럽게 쏟아낸다. 결국 신문을 읽는 일은 외부세계를 자신의 삶으로 옮겨놓는 과정이다. 남의 문제가 아니라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이웃의 일이자 공동체의 문제라는 점을 신문읽기를 통해 인식하게 되는 일이다.신문의 활자를 ‘읽는’ 일은 스크린을 ‘보는’ 것과 다른 맥락에 있다. 신문읽기는 행간을 파악할 수 있는 힘을 필요로 한다. 신문이 사실상 정치권력과 자본의 영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기에, 신문이 어떻게 편집되고 유통되고 있는지 꿰뚫어보는 독자의 시선은 중요하다. 따라서 사회 현실을 통찰력 있게 바라보는 깨어 있는 시민은 유튜브 소비자가 아니라 지금도 신문을 읽는 독자다. 그들은 날마다 신문을 통해 문제의식을 새롭게 갖고 더 나은 공동체를 위한 비판적 시선을 내려놓지 않는다.그런 점에서 경북매일신문과의 인연을 생각해 본다. 독자로서 신문을 읽는 것을 너머 신문에 칼럼을 쓰는 저자로서의 기쁨을 누렸다. 종이신문을 꼼꼼히 읽는 습관 덕분에 신문이라는 매체에 글을 쓰는 부담은 덜했지만, 좋은 글을 쓰고 싶은 욕심이 앞서는 두려움도 있었다. “성장하는 영혼이 세상을 성장시킨다”‘청파서재’ 코너의 문을 닫으며 다시 마음에 새기는 말이다. 조금이라도 세상이 나아지게 하는데 쓰임이 되고 싶다는 바람, 나를 통과한 말과 글이 누군가에게 의미 있게 다가갔으면 하는 소망이, 여전히 있다. 신문을 읽으면서 또 신문에 글을 쓰면서 많이 배우는 시간이었다. 생각을 나누는 길에 함께 해주신 경북매일신문의 독자들에게 굿바이 인사와 함께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2020-02-17

보헤미안의 음악정서를 세계화 하다

드보르작은 그의 나이 51세인 1892년에 뉴욕의 내셔널 음악원 원장직을 수락하여 미국으로 향하게 되는데, 약 2년 반 동안 미국에 머물며 교향곡 9번 ‘신세계로부터’를 비롯해 현악 4중주 12번 ‘아메리카’, 첼로 협주곡 B단조 등 그 생애 최고의 작품들을 짧은 시기에 완성하게 된다. 드보르작이 세계 문화의 용광로라 할 수 있는 미국에 간 것은 그의 작곡 활동에 새로운 국면을 제시한 것이다.당시 미국의 음악은 정체성이 없었다. 재즈가 존재하긴 했으나 아프리카계 미국인에 의해 이뤄지는 변방의 음악에 불과했다. 드보르작은 특히 인디언 음악과 흑인들의 영가에 주로 주목했으며 아일랜드나 이탈리아 등 다른 서구유럽에서 온 이민자들의 음악은 음악적으로 많은 작곡동기를 줬을 것이다. 드보르작은 “미국의 미래 음악은 흑인 선율에 기초해서 만들어져야 하며 이것이 미국에 세워진 진지하고 근원적인 작곡의 기초가 돼야 한다”라고 언급하는 등 한참 태동하고 있는 미국 음악의 앞날을 정확하게 예측했다.드보르작의 교향곡 9번 ‘신세계로부터’는 가장 많이 접하면서도 클래식 곡으로 인지를 하지 못하는 곡 중의 하나이다. 그리고 이 곡에는 당시 미국을 구성하던 다양한 음악의 원천들이 녹아들어 있다. 드보르작은 기차에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그의 교향곡 ‘넬라호제베스’에는 드보르작이 9살이 되던 1850년경부터 역이 생기고 기차가 다니기 시작했는데 매일 기차역에 가서 증기기관을 관찰할 정도로 관심이 많았다. 1악장의 느린 서주부에서 이어지는 ‘알레그로 몰토’의 빠른 부분에서부터 기차가 서서히 출발하는 듯한 묘사와 관악기로 이어지는 기차의 경적 소리를 느낄 수 있으며 1악장의 제 2주제는 흑인 영가 ‘Swing low, sweet chariot’와 매우 유사하다. 2악장의 유명한 잉글리쉬 혼으로 시작되는 느리고 아름다운 선율은 그의 제자 윌리암 피셔에 의해 ‘꿈속의 고향’으로 가사가 붙어 불려지는데 보통 사람들은 이 곡이 교향곡의 2악장임을 모르고 부르는 경우가 많다. 3악장은 인디언 춤곡의 리듬을 가져왔다고 보여지는데 리듬의 구성이 이국적이며 이전의 스케르초 악장에서는 볼 수 없었던 리듬의 메커니즘이 보인다. 4악장의 선율은 너무나 유명한 선율이며 주로 응원가로 자주 쓰인다. 영화음악 작곡가 존 윌리엄스의 블록버스터 영화의 주제곡과도 비슷한 한번 들으면 잊혀지지 않은 파퓰러한 멜로디 라인이 있다.드보르작의 명곡을 하나 더 소개하자면 ‘첼로 협주곡 B단조’를 꼽을 수 있는데 첼로 연주자들에게는 오케스트라와 같이 협연할 수 있는 곡이 그리 많지 않다. 그 중에서도 엘가, 랄로와 더불어 가장 많이 연주되는 첼로 협주곡 중의 하나이며 첼로를 전공하는 학생이라면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다. 원래 이 곡은 나이아가라 폭포를 보며 그 영감이 떠올랐다고 한다. 드보르작은 나이아가라 폭포의 웅장한 모습을 보며 “이건 B단조의 교향곡 이 되겠군!”이라고 감탄했다지만, 이 곡은 교향곡이 아닌 첼로 협주곡으로 작곡된다. 브람스는 후에 이곡을 듣고 “만약 내가 이곡을 좀 더 일찍 들었더라면 이 같은 첼로협주곡을 써봤을 텐데….”라고 한탄했으며 브람스가 세상을 떠난 뒤 그의 악보 서재에 드보르작의 악보가 가장 많았다고 전해진다.드보르작은 미국에 머물던 당시 매우 검소한 생활을 했다. 가족 중심의 지극히 가정적인 생활을 했으며 사교계 출입은 거의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리고 고향이 그리울 때는 뉴욕의 항구나 센트럴 파크에서 산책을 즐기는 등 그의 음악적 업적과는 어울리지 않는 평범한 가장이자 소시민이었다.드보르작은 세계적으로 인정받게 된 보헤미아 최초의 작곡가였다. 당시 대립하고 있던 바그너의 혁신적인 화성법과 브람스의 전통적인 음악 전체의 구성과 주제 전개를 융합시켰으며, 여기에 보헤미아 특유의 민속음악과 미국이 품고 있던 다양한 음악적인 내용을 모두 받아들인 진정한 음악의 보헤미안이었다./포항예술고 교사

2020-02-17

외로운 날엔 무작정… 양산 통도사 사명암(泗溟庵)

일주문을 지나 소나무 숲길을 접어들 때 기억 속의 자장매가 마중을 나온다. 무작정 달려와 홍매 앞에 서던 때가 있었다. 외로움도 아름답던 시절이었다. 오늘은 산내 암자 중 가장 아름답다는 사명암을 찾아 가는 길이다.절은 사명대사가 모옥을 짓고 수도하면서 통도사의 금강계단 불사리를 수호하던 곳을 1573년(선조 6년) 사명대사를 흠모하던 이기(爾奇)와 신백(信白) 두 스님이 창건했다. 그 뒤 조사당을 비롯해 두 동만 남은 것을 동원(東園) 스님이 중수, 증축해 지금의 모습을 갖췄다고 한다.크고 아름다운 사명암을 바라보며 매화 한 그루 꽃을 피워 고독하다. 수줍고 은은한 자태가 겨울 사명암을 지킨다. 기품 넘치는 당우들과 잘 꾸며진 정원은 쉽게 접근하기 힘든 명문가를 연상시킨다. 연못 위의 다리를 건너야 극락세계에 이를 수 있다는 걸 알지만 선뜻 다가설 수 없다. 몸도 마음도 조심스럽다.부처님 계신 법당부터 들러야 하는데 종종 걸음으로 서편에 있는 요사채로 향한다. 아담한 대나무 숲 아래 스님의 공방과 차실이 딸린 별채가 보인다. 소박하다. 간헐적으로 풍경소리 홀로 울고 스님은 열심히 작업 중이다. 난롯불에서 갓 구워낸 고구마와 커피 한 잔이 기다리는 곳, 결코 어색하거나 낯설지가 않다.오랜만에 뵙는다. 여전히 차실에는 스님 닮은 소품들이 시간을 품고 살아간다. 독특한 안목과 감각들이 살아 숨 쉬는 작품들은 꽃 진 자리를 노래하거나 그리운 시간들을 향해 달려간다. 어수선한 인사 속에서도 음악은 무심히 흐르고 스님은 커피를 내리신다. 이 모든 것이 변함없이 익숙하다. 커피 맛은 여전히 깊고 안정적이다. 맛의 팔 할쯤은 공간이 주는 아늑함과 스님의 그 무심한 듯 편안한 거리 때문이리라.커피도 차도 잘 어울리는, 내게 처음으로 낙관을 만들어주신 도심(道尋) 스님이다. 누군가 불교는 믿는 것이 아니라 닦는 것이라고 했지만, 스님 앞에서는 즐기는 것으로 변한다. 믿는 것도 닦는 것도 힘겨워질 때, 나는 스님의 공간이 생각난다. 성직자와 예술가의 경계를 넘나드는 스님의 세계를 엿보다 보면 내 안에 숨어 있는 내가 방향을 제시해 주기도 한다.오늘도 별 말씀이 없으시다. 떠드는 이야기 들어주고 희미하게 웃어주실 뿐, 찻잔이 비지 않도록 차를 따르는 모습은 마치 오래도록 알고 지낸 단골 찻집의 주인 같다. 그 무심의 편안함을 찾아 전국 각지에서 불자들이 먼 길을 달려오곤 한다. 그들도 나처럼 격식과 틀에 끌려 다니지 않고 위안 얻으며 자기 찾는 일에 기쁨을 얻는지 모른다.외로움이 피워낸 스님의 작품들은 늘 따뜻한 곳을 향한다. 마주보는 외로움이 상쇄될 정도로. 중요무형문화재 48호 단청장이신 동원(東園) 주지 스님의 전통적인 예술혼과 영혼을 밝히는 도심 스님의 자유로운 예술관이 더해져서일까. 사명암은 여느 절집과 다르다. 대부분의 사찰이 주지 스님의 분위기를 닮아가듯 집도 주인을 닮는다. 두 스님은 어떤 분인지 명료하게 그려지는데 정작 나는 어떤 유형의 인물인지 가늠하기가 힘들다.스님이 매화꽃을 따서 찻잔 속에 띄운다. 친구의 여유로운 화술도 내 불면의 날들도 찻잔 속에 녹아들고, 우리는 잠시 말을 끊고 봄을 영접한다. 겨울을 건너온 생명의 전령에 대한 예의다. 한 잔의 매화차 앞에서 기도하듯 겸허해질 수 있다는 건 얼마나 사랑스러운 일인가. 은은한 차향이 외롭고 가난해진 마음을 적신다.군자를 연상시키는 격조 높은 꽃, 한평생 춥게 살아도 향기를 팔아 안락함을 구하지 않는다는 매화는 세한삼우(歲寒三友) 중 하나다. 올곧은 지조를 상징하는 그윽한 자태는 벚꽃처럼 야단스럽지 않고 배꽃처럼 고독해 보이지도 않는다. 매화향에 취해 겨울이 또 그렇게 가고 있다. 스님의 입춘지에 앉아 있던 한 마리 노랑나비가 무심코 날개를 파닥인다.조낭희 수필가차실을 빠져나와 혼자 극락보전으로 향한다. 불 꺼진 법당은 차고 썰렁한데, 수미단 위에는 아미타불을 중심으로 관음보살과 대세지보살이 봉안되어 있다. 가만히 앉아 두서없이 엉켰던 한 주를 돌아보고, 노화된 육체의 경고 앞에서 당혹스러웠던 순간의 서글픔도 풀어낸다. 어쩐 일인지 법당 안 부처님이 나보다 더 외로워 보인다.절은 화려한데 오늘은 인적이 없어 쓸쓸하다. 법당을 나서다 무작정(無作停)과 눈이 마주치고 말았다. 미리 정한 것 없이 무작정 찾아올 인연이 있다는 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부처님의 온화한 시선이 느낌으로 앉아 있는 곳, 그 작은 위안을 찾아 언제나 함께 나서주는 문우가 있어 고맙다. 온통 내 주변이 따뜻해져 온다.오래된 배나무와 감나무가 상흔으로 얼룩진 거친 수피로 영각을 지키고, 담장 아래에는 이름 모를 새싹들이 다투어 고개를 내민다. 목련과 만리향의 눈빛도 심상치 않다. 사명암은 온통 소생의 기쁨을 알리는 봄소식으로 술렁인다. 눈물겹도록 경이로운 이 모든 것들도 외로움의 소산이리라.내 안에 어룽어룽 차오르는 봄날을 위해 사명암이 가만히 손을 내민다. 부처님은 여태 밖을 서성이셨던 모양이다. 매화향 은은히 지는 겨울에도.

2020-02-17

“웃음이 보약”

미국 하버드 대학에서는 5분간 웃으면 면역세포 중 하나인 NK세포(암세포 증식 억제) 활성화 시간이 5시간 늘어난다고 발표했다. 면역세포 중 림프구 생산을 돕는 감마 인터페론이라는 물질이 200배나 더 나와 혈액을 통해 우리 몸의 면역력 증강을 돕는다는 것이다.의학적으로 웃음이 건강에 유익하다는 보고서는 얼마든지 있다. 노르웨이의 한 연구에서는 유머감각이 있는 사람은 웃지 않는 사람보다 오래 산다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조선시대 최고의 의서인 동의보감에도 “웃음이 보약”이라는 말이 등장한다. 웃음은 그야말로 돈 안드는 만평통치약이라 해도 부인할 사람 없다.“한번 웃으면 한번 젊어진다”(一笑一少)나 “웃는 문으로 복이 들어온다”(笑門萬福來)라는 우리의 속담이 그냥 만들어진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서양에서도 “건강은 실제 웃음의 양에 달렸다”는 말을 한다.얼마 전 세계 최고령 인증을 받았던 일본의 나카타현에 거주하는 112세 할아버지한테 장수 비결을 물었더니 “웃는 일”이라고 말해 웃음이 또한번 주목을 받았다.한번 웃을 때마다 우리 몸의 231개의 근육이 운동을 해 1분 동안 웃으면 10분 조깅한 것과 같다고 하니 웃지 않을 이유가 없다. 의학적으로 웃음은 면역력 증강 외에도 심장병을 예방하고, 혈압을 낮추며, 소화를 잘되게 하고, 통증을 경감케 하는 효과 등이 있다. 우리의 뇌는 거짓 웃음조차 웃음과 비슷하게 인지한다고 하니 많이 웃어야 할 일이다.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마땅한 백신이 개발되지 않아 면역력 증진이 최고 방책이라 한다. 건강한 사람은 자가 면역만으로도 치료된다고 하니 더 많이 웃을 일을 찾아봐야겠다. 돈 들 일도 없으니 금상첨화 아닌가./우정구(논설위원)

2020-02-16

‘오만방자(傲慢放恣)’ 증후군

안재휘 논설위원4·15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이 한껏 예민해지고 있다. 여야 정당 지도부의 일거수일투족에 서로 감정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날 선 비난의 언어 포탄들을 쏘아대기 시작한 모습이다. 지금의 추세로 볼 때 올 총선은 유례를 찾기 힘든 과열 양상을 빚을 개연성이 높다. 첨예해지고 있는 ‘문재인 정권에 대한 심판’ 전선으로 인해 총선이 죽기살기식 권력 쟁탈 대전으로 번져갈 공산이 커졌기 때문이다.지난해 ‘조국 대란’으로 촉발된 진영 간 극한대결에 이어 청와대의 울산시장선거 불법개입 혐의가 드러나면서 양상이 급변했다. 급기야는 ‘대통령 탄핵’ 구호까지 쏟아지면서 여권은 ‘정권 위기’를 실감하는 듯하고, 야권은 민주주의 위기론을 화두로 ‘정권심판론’의 화염을 무한대로 늘려가는 몸짓이다. 처음에는 될까 싶은 마음이 깊게 들지 않았던 중도보수 통합작업도, 비록 아직은 외형 갖추기 수준일망정 성사돼가는 형국이다.현재 시점에서 예상되는, 올 총선을 좌우할 가장 큰 변수는 무엇일까.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여야, 공수(攻守)를 불문하고 가장 큰 변인은 ‘오만방자(傲慢放恣)’ 지수가 될 것으로 예측된다. 2중대 3중대와 함께 야당의 존재가치를 깔아뭉개며 정치보복만을 탐닉해온 정권의 행태는 겸양(謙讓)을 온전히 상실한 자만(自慢)의 끝판이었다. 조국 사태나 유재수 감찰 중단, 그리고 울산시장선거 청와대 개입 의혹 역시 그 뿌리의 성격은 다르지 않다.아직은 미지수로 남아있지만, 아무래도 수상한 금융 비리 풍문에 이르기까지 국민적인 의혹은 모두 정권의 자가당착에 직결돼 있다. 혐의로부터 자유롭지 않은 듯한 임종석 전 비서실장의 검찰청 앞 훈계 발언은 염치를 모르는 권력의 이중성을 상징한다. 어찌 보아도 집권 더불어민주당은 선거전 초입에서 오만한 이미지에 발이 묶일 공산이 높다.그러나 게임이 이렇게 간단하면 얼마나 좋으랴. 정치사의 그림자를 톺아보면, 결코 그냥 그렇게만 흘러가지는 않을 것이다. 결국 ‘닥치고 통합’ 형태의 이합집산 로드맵을 따라가고 있는 중도보수 통합의 속살은 많은 위험성을 내포한다. 통합은 있고, 혁신이 없다는 판단이 드는 순간 ‘폭망’으로 갈 수밖에 없다. ‘정권을 심판해야 한다’는 명분만으로는 태부족하다. 대안세력으로서 인정받지 못하면 진보 민심의 결집만 촉발할 따름이다.‘미래통합당’은 제대로 된 혁신, 미더운 미래비전 깃발을 내놓아 민심을 감동시키지 못하면 성공하지 못한다. 국민들의 변별력은 이제 외눈박이 수준이 아니다. ‘부패’와 ‘무능’ 모두를 함께 볼 줄 아는 건강한 두 시력을 되찾고 있다. 범보수진영의 ‘어떻게 해도 이긴다’는 방자한 심사는 벌써 싹수를 내밀고 있다. 육두문자투성이인 가짜 김지하 시인의 글을 SNS에 퍼 날라 뭇매를 맞고 있는 한국당 민경욱 의원의 일탈은 그 어리석은 기류를 엿보게 한다. 여야를 불문하고, 이기고 싶으면 ‘오만방자’의 마수(魔手)를 끊어낼 준비부터 단단히 하는 게 옳다.

2020-02-16

시답잖은 겨울

강성태 시조시인·서예가도무지 겨울답잖은 날씨다. 겨우내 평년기온을 웃돌던가 싶더니 어느새 입춘이 지났다. 연중 가장 춥다는 소한(小寒)에 장마같은 비가 내리고 대한(大寒)마저 양광에 맥을 못추니, 엄동설한이 무색하게 겨울날이 실종된 듯하다. 한반도 동장군의 직무유기(?) 탓인가,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우리나라는 점차 아열대성 기후로 바뀌어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겨울인데도 날씨가 그다지 춥질 않으니 거의 매일 자전거를 타고 형산강 둑길로 출퇴근하는 필자는 올 겨울 들어 내복 한번 입은 적이 없어도 거의 한기를 느끼지 못했다.산골마을에서 태어나 유년과 초·중등시절을 보내면서 겨울이면 살을 에는 듯한 추위와 칼바람에 얼굴과 머리를 꽁꽁 싸매고 다녀도 눈물 콧물을 흘리기가 일쑤였다. 더욱이 10리가 넘는 길을 걸어서 학교에 갈 때는 장갑마저 변변찮아 쇠죽 끓인 아궁이에 묻어 놓은 뜨거운 돌을 종이에 싸서 요즘의 손난로처럼 들고 가며 추위를 달랬으니 오죽했으랴. 그렇게 추위가 혹독해도 뛰놀기를 주저하지 않았고 학교를 오갈 때는 나름의 방법으로 방한의 슬기를 찾으며 추위와 시련에 내성(耐性)을 키워왔었다.요즘 아이들에게 그런 얘길 하면 춥고 어려웠던 시절의 소설같은 일이라고 치부해버리고 말겠지만-.그래도 동장군은 체면이라도(?) 세우려는지 막바지 겨울에 바싹 추위의 고삐를 당기고 있지만, 이미 봄날은 저만치서 기웃대는 듯하다. 추워야 할 겨울에 이상고온의 영향으로 인해 농작물 경작이나 각종 행사 등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겨울철 기온이 높아지면 해충이 쉽게 번식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질 뿐만 아니라 일찍 싹을 틔운 작물의 경우 갑작스러운 꽃샘추위에 냉해를 입을 수도 있다고 한다.또한 지역의 특색있는 축제가 비상이 걸리거나 일정이 축소되어 끝난 곳이 더러 있다고 한다. 그렇게 된 가장 큰 요인은 날씨였다. 하긴 이런 현상은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라 수년 아니, 십 수년 전부터 차츰 나타났었던 기후변화이니 그다지 새삼스러운 일도 아닐지 모른다. 그러나 날씨로 인한 차질과 피해가 우려되고 예상되는 바 이에 대한 대응책을 미리 세우는 것이 중요하리라고 본다.시답잖은 겨울날씨 탓인가? 요즘 정치권이나 사회적인 판세가 날씨만큼이나 갈팡질팡하는 듯하다. 한마디로 여는 여당답지 못하고 야는 야당답지 못하다. 또한 진보는 누구를 위한 진보인가 의심의 눈총을 받고 있고, 보수는 아집만 내세우는 생떼의 보수인가 의아하게 만들고 있으니, 시민과 국민은 과연 무엇을 바라보며 무슨 생각을 하게 될까?이념과 견해는 개개인이 다를 수 있겠지만 진실과 정의, 공익과 공동선을 추구하려는 노력은 그 궤를 같이해야 하지 않을까? 겨울은 겨울답게 추워야 제 맛이듯이, 너는 너답게 나는 나답게 궁극적으로 우리는 우리답게 처신해 나갈 때 우리 모두는 개개인의 조화로운 삶의 양태 속에서 진정한 가치와 행복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2020-02-16

어떤 선택

휘셔라는 건축 설계사가 2차 대전 중 겪은 체험담입니다. 그는 수백만 유대인들과 함께 죽음의 수용소에 갇혀 있었습니다.열악한 환경 속에서 점점 기력을 잃고 죽어가고 있던 한 사람이 자기가 먹는 딱딱한 빵 조각과 휘셔가 배급받은 수프를 바꾸어 먹자고 간곡하게 부탁했습니다. 딱딱하게 굳은 빵 조각보다는 차가워도 수프가 먹기에도 좋고 배도 부르게 했기 때문에 휘셔도 수프를 원했으나 죽음을 향해가는 그 사람의 청을 거절할 수가 없어서, 자기의 수프를 그에게 주고 자기는 늘 그의 작은 빵 조각을 받아먹었습니다.2차 대전이 끝나고 휘셔는 죽음의 수용소에서 해방이 되어 미군의 병원에서 건강진단을 받게 되었습니다. 진단 중에 휘셔는 자기가 수프와 빵 조각을 바꾸어 먹은 이야기를 의사에게 말했습니다. 그러자 의사가 놀라면서 말을 했습니다.“당신은 그 사랑을 베푼 일 때문에 살아난 것입니다. 당신이 오늘날 이렇게 살아있는 단 하나의 이유는 당신이 수프를 먹지 않고, 그 빵 조각을 먹었기 때문입니다. 조사 결과 그 수프에는 영양이라고는 조금도 없는 상태였습니다. 당신은 그 빵 조각을 먹었기에 지금까지 살 수 있는 영양을 공급받았던 겁니다.”이순신 장군이 했던 유명한 말, “생즉사(生卽死) 사즉생(死卽生)”은 원래 ‘오자병법’에 나오는 표현입니다. ‘필사즉생(必死卽生) 행생즉사(倖生卽死)’안정적인 삶을 보장한다는 이유 때문에 젊은이들은 비슷한 선택을 합니다. 의사, 변호사, 공무원 등. 그런데 과연 앞으로도 그럴까요? A.I.가 일으키는 격변의 시대에 지금 기준으로 안전해 보이는 목적지는 순식간에 끝도 없이 추락할지도 모릅니다.남들이 가지 않고 선택하기를 꺼리는 고독하고 힘든 일을 정면으로 돌파할 때 예상치 못한 최고의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지금 그대가 걷는 길은 안전한가요?/인문고전독서포럼 대표

2020-02-16

코로나19를 통해 본 ‘중국식 사회주의’체제의 모순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코로나19가 중국뿐 아니라 아시아를 강타했다. 중국은 이미 확진자가 7만명에 육박하고 사망자도 1천600여 명에 이른다. 중국 우한은 전시처럼 교통이 통제되고 긴급 의료 조치를 취하고 있으나 희생자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중국 의료인까지 2천명이 감염되고 6명이 사망했다. 다행히 우리 정부는 철저히 대비하여 확진 자 29명 중 7명은 이미 퇴원하였다. 그러나 이번 코로나19사태는 아시아뿐 아니라 세계 경제에도 상당한 타격을 주고 있다. 이번 사태는 국가의 방역체계의 중요성을 일깨우고 있다.코로나19의 확산은 G2 국가인 중국의 국가 위상을 여지없이 흔들어 버렸다. 인구 14억의 중국은 방역체계의 허술함이 전 세계에 노출되었다. 중국 의료체계로는 그들의 생명권을 보호하기 어렵다는 점이 입증된 셈이다. 중앙당의 눈치를 보고 보고조차 못하는 의료 체계, 환자의 통계까지 조작했다니 더욱 기가 찰 노릇이다. 최초로 코로나19 전염병을 알렸던 이원량은 공안에 끌려가 고생하고 이미 세상을 떠났다. 이를 감시해야할 언론은 통제되고 이를 고발한 언론인은 행방불명되었다. 모두가 중국식 공산당 공안 통치가 초래한 비극이다.나는 젊은 시절부터 중국을 수십 차례 방문하였다. 처음에는 중국 사회주의 체제에 대한 단순 호기심에서 출발하였다. 중국 사회주의 시장경제는 급속하게 확산되었다. 중국의 시장경제가 확대할수록 그들의 GNP는 성장하였다. 그러나 공산당 권한은 교묘하게 확대되고 당 통제는 강화되었다. 중국 공산당은 공안 통치의 손길을 곳곳에 뻗치고 외국 여행객까지 통제하게 되었다. 우리나라의 여행객 중 백두산에서 태극기를 펼쳤다가 구금된 사람도 있다. 사드문제로 심각할 때 중국은 북한 땅을 볼 수 있는 한국인에게 두만강 투어까지 금지시켰다.여러 해 전 중국 상해 교통대학 교수를 우리 대학에 초청하여 학술 토론회를 개최한 적이 있다. 그 대학 마르크스 연구소 소속 교수를 초청하였는데 막판에 중단될 뻔하였다. 그들은 초기의 참가 약속과 달리 갑자기 참석이 어렵다는 것이다. 이유인즉 한국 언론에서 국제학술대회 개최 사실을 보도하였기 때문이란다. 우리는 학술대회 개최를 언론에 홍보하는 것이 관례인데 중국 측 입장은 완전히 달랐다. 중국의 학자들은 아직도 당국의 허가로 국제 학술대회에 참가한다. 중국당국은 언론과 학문 자유까지 공산당과 공안에서 통제하고 있다.이번 코로나19 전염병도 이러한 중국식 사회주의 체제가 초래한 비극이다.아직도 중국 공산당은 언론과 집회, 정보의 흐름까지 엄격히 통제하고 있다. 1989년 중국 천안문광장의 시위는 폭압적인 탱크가 막아 버렸다. 56족으로 구성된 거대 국가 중국이 하나의 깃발아래 살기는 어렵다. 이번 사태에서 보듯 ‘중국적 특색의 사회주의’는 반동은 쉽게 잡을지 몰라도 코로나19는 잡을 수 없다. 의료 정보까지 통제되는 중국사회의 모순 때문이다. 언론의 자유가 보장되지 못한 중국에서 오렌지 혁명은 더욱 어렵다. 코로나19는 중국사회주의 모순을 점검하는 계기임이 틀림없다.

2020-02-16

지역경제를 위협하는 또 다른 바이러스

지금 세계는 중국발 전염병에 숨을 죽이고 있다. 중국 우한에서 발생하였다는 코로나19가 빠른 속도로 퍼지는 가운데 사망자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세계 각국은 광범위한 감염 발생 지역을 기준으로 삼아 자국으로 입국하는 중국인에 대한 철저한 검역과 더불어 조금이라도 이상 증세가 느껴지면 입국 거부도 불사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사람들이 최소한의 예방조치로서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다양한 형태의 축제, 행사들을 취소 내지는 연기하고 있다. 경제, 사회, 정치 어느 분야이건 가장 불안한 심리는 불확실성에서 파생된다. 초기의 전염병이 그 자체가 지닌 파급력보다 크게 느껴지는 것도 그 때문이다. 점차 불확실성(전염병이라면 바이러스)에 대한 정보가 갖추어지고 이해가 높아지는 가운데 대책이나 백신이 개발되고 나면 점차 사태는 진정되기 마련이다. 최근 일부에서는 주요 전염병의 발원지 내지는 범인으로 중국을 지목하면서 중국을 혐오하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사실 1997년의 조류인플루엔자, 2002년 11월 광둥성에서 최초 발견되었지만 2003년 2월이 되어서야 WHO(세계보건기구)에 보고하여 국제 대응을 지연시켰다는 비난을 받았던 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에 이어 이번 사태까지 중국발 전염병이 많기는 하였다. 하지만 인간에게 치명적인 위협을 가하는 국제적인 전염병이라고 하면 중국 이외의 다른 나라들도 만만치 않다. 지난 2월 2일 로이터통신은 중국당국이 코로나19의 치료를 위해 조류독감치료제와 에이즈치료제(항HIV약)를 복합 투여하자 개선 효과를 보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여기에서 언급된 에이즈야말로 치료제도 대처방법도 알려져 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치명적인 바이러스다. 유엔합동에이즈계획(UNAIDS)이 발표한 2018년 기준 전 세계 에이즈환자(HIV양성자) 수는 3천790만 명으로 추계되고 있다. 1997년 290만 명에서 2018년 170만 명으로 연간 신규 감염자 수가 줄어들고는 있지만, 여전히 가장 강력하고 은밀하면서 치명적인 전염병이다. 이 AIDS(후천성면역결핍증)는 1981년 6월 미국 LA에서 처음 보고되고 1984년 에이즈 바이러스가 확인된 지 10년 동안 전 세계 감염자 수가 100만 명까지 확대된 바 있다. 비슷한 시기인 1982년 EHEC(장출혈성대장균감염증, 일명 O157), 1989년 C형간염 등도 미국에서 발생한 전염병이었다. 얼마 전까지 두려움에 떨었던 MERS(중동호흡기증후군)는 이름 그대로 중동지역에서, 2014년 7월 에볼라바이러스는 서아프리카 수단에서 발생하였다. 오랜 과거가 되었지만 전 유럽을 강타하였던 흑사병(페스트)까지 생각해보면 전 세계 어느 지역도 전염병이 절대 발생하지 않는 지역임을 장담하지 못한다. 지금 우리가 주목해야 할 관심의 초점은 이미 발생한 지역에 대한 비난이 아니다. 우리도 예외가 될 수 없다는 점에서 어떠한 프로토콜을 의료시스템에 접합시키고 어떠한 국가적인 보건 시스템을 구축하여야만 전염병 발생을 최소화하고 또 초기의 이상증세를 접하였을 때 신고하고 대처해 나갈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할 때다.포항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물론 이번 사태는 국내는 물론 포항지역 경제에도 영향이 없을 수는 없다. 당장 울산의 자동차공장이 일시 가동을 중단하게 된 만큼 전혀 지장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지역경제 규모 내지는 지역 철강산업의 전체 크기를 가늠해 볼 때 포항의 철강업계가 공급한 철강재를 이용하여 경주에서 부품을 생산하고 울산의 완성차 생산에 공급되는 절대적인 비중이 그리 높지 않다는 것이다. 오히려 이번 사태는 지난번 일본의 수출규제조치와 마찬가지로 특정 국가에서만 부품을 수급할 경우 발생 가능한 위험을 새삼 깨닫게 해주었다는 점에서 새로운 예방주사 효과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관광과 전염병은 서로 상극이라는 점에서 관련 업계는 타격이 예상된다. 지난해 영일만 관광특구 지정으로 프로그램을 개발하던 곳이나, 모 방송국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으로 인해 기대하지 않았던 관광객이 급증하였던 구룡포의 경우 일시적으로 급증하였던 방문객이 급감함으로써 이번 사태로 인한 체감경기의 하락 폭은 다른 곳보다 컸을 것이다. 게다가 3월부터 다시 개장한다는 영일만 친구 야시장, 연말경 본격화될 영일만항의 크루즈산업 등에도 어느 정도는 영향이 있을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단지 걱정만 하기보다는 오히려 이번 기회에 공개된 장소에서의 위생 관련 문제를 보완하고 출입국절차와 관련한 검역프로토콜을 재점검하였으면 한다.그러나 포항경제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바이러스부터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지역경제도 일종의 생물체나 마찬가지다. 지역경제는 생산, 고용, 투자와 같은 공급적인 요소는 물론 소비, 유통 등의 수요측면 거기에 행정, 환경, 정치 등 다양한 분야들이 유기적으로 활동하는 복합적인 시스템이 포항이라는 지리 공간적인 활동 구역에서 자유롭게 움직인 결과로 그 성과가 결정된다. 이러한 공간적인 터전은 대체로 눈에 보이는 하드웨어지만 실제 시장경제 활동은 경제학에서 이야기하는 ‘보이지 않는 손’이라는 말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또 다른 시스템이라고 부를만한 소프트웨어에 의해 이루어진다. 흔히 기업들이 투자하거나 본거지로 삼기를 선호하는 도시의 특징 중 하나는 단지 그 지역 땅값이 저렴하다는 원초적인 원가요인도 중요하겠지만 그에 못지않게 행정서비스의 편리성도 의사결정의 큰 요소이기도 하다. 그래서 전국 지자체들은 다들 원스톱 행정서비스를 내세우고 있다. 기업활동에 필요한 서류처리를 위해 온종일 담당관들을 찾아 헤맬 필요도 없이 한 부서만 찾아가면 필요한 모든 행정처리가 일사불란하게 이루어진다면 그야말로 기업을 하는 경영자에게는 최고다. 이러한 행정서비스는 행정기관 청사가 화려하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며, 원스톱 행정서비스라는 명패가 붙어있는 부서가 존재한다고 해서 되는 것은 더욱 아니다. 경제활동의 유기적 활동은 이처럼 특정 건물, 장소와 같은 하드웨어가 아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다양한 경제활동 요소들이 얼마나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시스템 즉, 소프트웨어가 제대로 효율적으로 작동하는가에 달려있다. 하지만 대부분 어떠한 사업목적이 있는 경우 그 성과를 결정짓는 것이 소프트웨어임에도 불구하고 시스템이 완성되기까지는 장기간이 소요되는 데다 성과의 측정도 쉽지 않다는 점에서 일단은 보이는 것을 먼저 선택하고 만다. 이것을 필자는 지역경제를 저해하는 ‘HBS(하드웨어최고증후군; hardware best syndrome)’라 명명하고 싶다. 예를 들어 고령자에 대한 복지사업이 필요하다면 핵심은 고령자들에게 불편함이 없는 무장벽(barrier free) 실현이 최종목적일 것이다. 하지만 사업입안자들은 HBS에 쉽게 감염된다. 소프트웨어가 정상 작동하려면 비교적 장시간이 걸리고 성과 확인이 어렵다는 점에서 복지회관, 복지센터 등과 같은 간판이 붙은 그럴싸한 하드웨어부터 만든다. 이후 해당 사업은 눈에 띄게 완료(?)되었으므로 정작 필요했던 소프트웨어인 복지시스템의 작동은 확인할 길이 없이 건물만 남게 된다. 지속 가능한 포항지역 경제를 위해서는 어떤 분야라도 HBS부터 박멸할 필요가 있다. 이번 총선후보자들의 공약에는 HBS의 감염증세가 없었으면 좋겠다./한국은행 포항본부 부국장 김진홍

2020-02-16

송구영신(送舊迎新), 그러면 우리의 축제가 시작된다!

윤경희 청송군수경자년 새해가 밝았고, 우리 대표 명절인 설이 지났다. 이맘때쯤이면 서로 주고받는 인사말로 자주 쓰이는 사자성어가 있다. 바로 옛것을 보내고 새로운 것을 맞이한다는 뜻의 송구영신(送舊迎新)이다. 새로움을 맞이하는 것만큼 설레는 일이 또 어디 있을까. 마찬가지로 묵은 것을 떠나보낼 때의 아쉬움이나 미련의 크기 또한 못지않으리라.그런데 우리네 살아가는 일상에서 보내는 일, 즉 송구(送舊)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싶다. 그리고 본론인 청송의 사과축제를 언급하기에 앞서, 해마다 우리나라 방방곡곡을 떠들썩하게 하는 크고 작은 지역 축제들의 문제를 지적하려고 한다.실로 우리나라에는 매년 1천200여 개의 축제가 개최되고 있다. 243개의 지자체에서 주관하는 축제의 숫자치고는 형평성에 어긋나리만큼 많아도 정말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든다. 선거를 인식한 ‘퍼주기식’ 혹은 과시성, 부실한 콘텐츠와 유사 축제의 남발 등으로 정체성을 잃고 대한민국을 그저 축제공화국으로 만들어버리는 과오를 저지르고 있는 셈이다. 더욱이 이런 축제들은 경제적 효과를 떨어뜨리고 막대한 예산만 낭비한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반면에 청송군은 대표 축제 중 하나인 ‘수달래축제’를 잠정 중단했다. 예전에는 주왕산에 수달래가 많았지만 요즘은 꽃이 피지 않아 구경하러 오는 사람들도 곧잘 실망의 목소리를 내곤 했다. 이에 군은 축제의 개연성과 원동력이 부족하다는 판단 아래, 축제추진위원회 회의를 거쳐 수달래축제를 과감하게 잠정 중단하기로 결정한 것이다.대신 새로운 시도와 함께, 청송을 상징하는 청송사과와 이를 소재로 한 청송사과축제에 더욱 집중하자는 결론에 이르렀다.그 결과 첫날부터 구름 인파가 모이면서 축제가 활기를 띄었다. 각종 체험·홍보 부스와 사과 판매 부스, 식당 등에는 문전성시를 이뤘고, ‘산소카페 청송군! 황금사과의 유혹’이란 축제의 주제는 청송의 깨끗한 공기와 자연의 아름다움을 잘 표현해 관광객들에게 ‘청송은 산소카페’라는 이미지를 깊게 심어 주었다.축제 프로그램들도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참여하고 즐길 수 있어 큰 인기를 끌었고, 방문객들 또한 “그 어떤 축제보다 구성, 운영, 프로그램 등이 훌륭해 만족도가 높았다”며 “대한민국을 대표할 수 있는 축제다운 축제”라고 호평을 쏟아 냈다. 또 축제 기간 중 35만여 명의 관광객이 다녀가며 연일 북새통을 이룬 가운데, 사과 또한 엄청난 판매고를 올리며 지역의 소득창출로 이어져 그야말로 대성공을 이뤄냈다.일련의 성과들로 마침내 청송사과축제는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지정한 ‘2020 ~ 2021년도 문화관광축제’에 선정됐다. 대한민국 대표축제로 당당히 그 이름을 올리게 된 것이다. 이로 인하여 앞으로 2년간 국비(보조금) 지원과 함께 문화관광축제 명칭사용, 한국관광공사를 통한 국내외 홍보·마케팅 등을 지원받는다.축제(祝祭). 말 그대로 축하를 기원하는 큰 행사이다. 그런 본질을 상실한 채 단순히 업적 홍보나 정치의 도구화로 이용되는 축제는 페스티벌이 아닌 것이다. 고로 한 개의 행사라도 더 개최해 어떻게든 외부에 보여주려는 일부 지역 축제들의 방향성은 옳지 않다고 여긴다.그와는 반대로 선택과 집중을 통해 지역을 대표하는 하나의 축제에 오롯이 매진하고, 더불어 지역민에게 이익을 가져다주는 일에 몰두했으므로 우리 청송사과축제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페스티벌의 명단에 올라설 수 있지 않았을까.재차 이야기 하지만 필자는 허례허식으로 점철된 전시성 행정을 기피한다. 임기 초반부터 수없이 되풀이한 말이지만, 행정은 결국 지역민을 잘 살게 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결국은 민생을 보듬어야 하고 이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주어지도록 하는 것이 바로 행정이다.송구영신. 정답은 의외로 가까운 곳에 있을지도 모른다. 케케묵은 생각과 패턴들은 과감히 보내버리고 모두가 웃을 수 있도록 ‘새로움’을 설렘과 겸허로 받아들이는 건 어떨까. 그러면 우리의 축제가 시작될 것이다.

2020-02-16

금각사와 불국사

용문중 포스텍 신소재 공학과 박사과정얼마 전 일본 출장을 간 적이 있다. 일을 마치고 귀국하는 비행기는 저녁 시간이라 남는 시간을 활용해 교토에 있는 금각사를 방문했다. 예전에 읽은 소설 ‘금각사’에 나오는 실제 금각사의 모습과 현장을 직접 눈으로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금각사는 1950년에 한 견습 승려가 지른 불 때문에 누각이 불타고 말았다. 소설 ‘금각사’는 그 견습 승려의 성장 배경을 그리며, 그가 왜 불을 질렀는지 이유를 다룬다. 주인공은 어렸을 때 금각사가 아름답다는 말을 들으며 자란다. 하지만 직접 수도자로 경험한 금각사는 상상만큼 아름답지도 않았고, 금각사의 아름다움에 기대 주위 사람들이 생계를 유지하는 모습밖에는 경험할 수 없었다. 그래서 주인공은 금각사의 아름다움을 타락의 근원이라는 생각을 굳힌다. 결국 타락의 뿌리를 뽑기 위해 불을 지른다는 내용이다. 실제 금각사 방화범의 범행 동기도 ‘금각의 아름다움이 탐나서’라고 밝혔다. 대체 금각사는 어떤 모습이었길래 그런 행동을 했는지가 궁금했다.정문에 도착해 입장권을 내고 들어가니 바로 황금색 금각이 보였다. 금각은 총 3층 구조인데, 위의 2층만 황금색으로 밝게 빛나고 있었고, 맨 아래층은 흰색으로 칠해져 있었다. 금각 주위에는 연못과 나무들이 있었는데, 금각의 화려함과 자연의 모습이 선명한 대비를 이뤄 아름다웠다. 산속에 오로지 금각만이 밝게 빛나는 모양이었다. 주위의 관광객들은 금각과 주변 나무 풍경이 잘 어우러지는 자리에서 사진을 찍느라 바빴다.소설 속 주인공처럼 금각의 아름다움에 너무 큰 기대를 품었기 때문일까, 실제로 금각사를 보니 금세 시시한 마음이 들었다. 그저 금빛 3층 건물인데, 왜 이 건물을 그토록 아름답다고 할까? 이런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금각사를 나와 산책길을 걷다가 문득 가까운 경주 불국사 내부의 석가탑과 다보탑이 떠올랐다. 아무래도 금각의 외형에서 석가탑의 단정하고 반듯하며 단단한 모습이 오버랩 되어 보였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종종 친구들과 불국사에 갈 때면, 대웅전 앞에 서서 석가탑과 다보탑 중에 어느 게 더 낫냐고 묻곤 했다. 친구들마다 선택은 달랐지만, 나는 언제나 석가탑에 더 끌렸다. 다보탑의 화려한 모습과 개성도 인상적이지만, 그래도 단단하고 편안한 석가탑 모습이 더 좋았다. 그렇게 두 탑을 보고 있으면, 서로가 각자의 부족한 점을 채워주는 느낌이 들곤 했다.그런 생각을 하며 다시금 금각을 생각해 보았다. 금각은 산속에 홀로 서 있고, 오로지 연못에 비친 자신의 모습만 비춰볼 수 있을 뿐이다. 인간은 자신의 눈으로 자신을 볼 수 없기에, 아무리 스스로를 열심히 바라본다고 해도 타인이 보는 나를 명확히 알 수 없는 법이다. 어쩌면 소설 금각사에서 금각 주위가 타락하는 이유가 금각 혼자만이 아름답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문득 스쳤다. 스스로의 아름다움에 취하면 다른 사람의 진면목을 제대로 못 보는 것처럼.삶의 여정 가운데 다양한 사람을 만나곤 한다. 금각처럼 화려하고 멋진 사람, 석가탑처럼 단단하면서도 조용한 사람, 다보탑처럼 개성이 넘치면서도 자신만의 뚜렷한 색을 지닌 사람. 첫눈에 그런 모습을 보여주는 사람들도 있고, 오래 만나면서 서서히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는 사람도 있다. 그중에는 사회에서 인정받아 금각처럼 빛나는 사람도 있고, 보이진 않지만,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히 존재하는 석가탑 같은 사람도 있다.아무리 금각처럼 반짝이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스스로 잘난 맛에 취해 사는 건 아무 의미가 없을지 모른다. 자신이 빛날 수 있는 건, 그런 빛을 인정해주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무인도에서는 부와 권력이 아무 의미가 없듯, 한 개인의 잘남은 결국 사회 속 사람과의 관계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그러기에 어쩌면 모든 것을 다 갖춘 인간보다, 스스로 부족함을 알고 메꾸려 애쓰는 사람이 더 알찬 삶을 살지도 모른다. 삶에서 끊임없는 변화와 성장을 기대할 수 있는 것처럼, 석가탑과 다보탑이 서로의 부족함을 메꿔주는 것처럼. 삶이란 자신의 부족한 점을 직면하고 자신보다 더 나은 사람과 함께하며 나아가는 행위의 연속일지도 모르겠다.

2020-02-16

코로나19

지난 2월7일 중국 후베이성 병원 의사 리원량이 34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그는 유언비어를 퍼뜨린다는 혐의로 경찰에 체포되었다 풀려난 후 코로나19 환자들을 치료하다 본인도 감염되어 급성 폐렴을 앓아 왔다고 했다.10일자로 중국의 코로나19 확진자는 4만171명을 기록했다고도 한다. 사망자는 908명에 달한다고도 하고. 하지만 이렇게 홑단위까지 정확하게 나오는 숫자를 액면 그대로 믿을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 한국의 코로나19 감염자는 그러고 보면 놀라울 정도로 적다고나 할까. 12일 현재 ‘물경’ 28명이나 된다고 하며 그중 7명이 완쾌 판정을 받았다고 하니 말이다. 중국인을 입국 금지를 시켜야 한다는 둥 너무 늑장 대처를 했다는 둥 비판이 많았지만 한국의 코로나19 예방 시스템은 나쁘다고는 할 수 없을 것 같다. 정작 한국에서 더 놀라운 것은 코로나 바이러스 유행이라기보다는 코로나를 밤낮으로 문제 삼는 열풍일 것이다. 언론이 밤낮으로 시시각각 감염자 수를 카운트 해가며 이동 경로까지 상세히 밝혀내는 바람에 코로나 바이러스는 저 옛날 콜레라 정도 되는 융숭한 대접을 받고 있다고 할 수 있다.학교에서도 난리가 났다. 우선 개강일을 전면 연기한다는데, 그게 개강은 해놓고 수업은 안 하는 방식의 ‘절묘한’ 기법으로 15주 학기는 채우되 학생들은 모이지 않도록 하는 방식을 취한다던가.중국에서는 웨이보라는 인터넷에 리원량 타계 소식에 추모 댓글이 10억개를 넘어섰다고 한다. 중국의 정보 통제에 대한 불만, 비판이 추모 댓글로 나타나는 형국이다. 심지어는 시진핑 체제가 흔들린다는 소식마저 들리는 판이니 남미의 나비의 날개짓이 서울의 주가를 떨어뜨리는 격이라고나 할까.한국은 그러고 보면 민주주의가 넘쳐나는 나머지 코로나 바이러스보다 혹여 뒤집어쓸지 모르는 감염경로 책임을 더 무서워 하는 형편이다. 때마침 선거 때가 가까워 오기도 하고.어제 학생들과 함께 하는 논문 발표 ‘집담회’에 중국 유학생들이 한 사람도 보이지 않았다. 한국 사회의 중국 코로나 공포증이 유학생들의 마음을 움츠러들게 한 까닭이다. 나는 학생들 발표 중에 우리 유학생 셋에게 간단한 아쉬움의 메일을 보내 주었다. 공부하러 오고 싶어도 참아야 했다는 여학생의 답신이 마음을 아프게 한다. 코로나 열풍이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다면 모두 모여 공부를 할 수 있었을 테다.그리고 하나 더. 나와 아주 가까운 처지의 젊은이 하나가 이 코로나 바이러스 열풍으로 3월 실직 예정이다. 여행 스케줄이 200건이나 취소되는 바람에 작은 여행사가 견딜 수 없었다고 한다.일 년 교통사고 사망자 수, 자살 숫자, 암으로 인한 사망자 수 등에 비교해 보면 아무 것도 아닌 한국 코로나가 회사 문을 닫게 하고 젊은이의 직업까지 빼앗을 판이라니. 민주주의도 좋고, 정보화도 좋지만 사건이나 사태의 무게에 맞게 뉴스도 저울에 달아 생산해야 할까 보다. 마스크 회사라도 이참에 대목을 맞았을 테니 그나마 다행이라면 다행이라고나 할까./방민호 서울대 국문과 교수 /삽화 = 이철진한국화가

2020-02-13

2등이 1등이 되기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4·15총선을 앞두고 여야 정치권이 참신한 인물의 영입·공천에 힘을 쏟고 있다. 여야 막론하고 새로운 얼굴을 영입하고, 구태의연한 인물은 물갈이하겠다는 열의로 넘친다. 국회 과반수 의석을 확보하면 자신들의 맘대로 국회를 끌고 갈 수 있고, 차기 대권확보에도 월등히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는 상황이니 어느 누가 용쓰지 않을 수 있겠는가. 특히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이라는 전대미문의 사태로 정권을 잃은 자유한국당 입장에서는 재탈환을 향한 갈증이 더욱 심하리라 짐작된다. 그러나 2등이 1등되기란 참으로 힘겨운 노력과 실행과정이 필요하다. 이는 정치판에서도, 기업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런 차원에서 화장품 업계에서 2등에서 1등 브랜드로 올라선 사례를 살펴 타산지석으로 삼아보면 어떨까.화제의 브랜드는 ‘대한민국 최초의 자연주의 화장품 브랜드’로 소개하는 ‘이니스프리’다. 이전까지 만년 2위 꼬리표를 떼지 못했던 이니스프리는 2016년 더페이스샵을 넘어 이미지, 매출, 영업이익 모두 1위를 차지하면서 화장품 브랜드 1위에 올랐다. 설화수에 이어 아모레퍼시픽그룹에서 두 번째 ‘1조 브랜드’에 이름을 올렸다. 이니스프리의 1위 원동력은 브랜드 이미지에서 나온다. 자연주의를 콘셉트로 내세운 화장품들은 많았지만 이니스프리는 추상적인 자연주의가 아닌 ‘제주’라는 키워드를 통해 이미지를 더욱 구체화했다. 제주산 자연원료를 강조한 마케팅을 통해 이니스프리 하면 곧바로 제주가 떠오르게 했다. 제주도 산 녹차와 화산송이를 활용한 ‘더 그린티 씨드 세럼’과 ‘제주 화산송이 모공 마스크’는 밀리언 셀러에 올랐다. 이를 통해 제주가 가진 자연환경과 청정 섬이라는 이미지를 브랜드에 그대로 녹여낼 수 있었다. 또 제주도를 신비의 섬으로 여기는 중국에서 큰 인기를 얻는 요인이 됐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이니스프리는 브랜드 체험을 위한 공간으로 2013년 이니스프리 제주 하우스를 오픈, 공간을 통해 브랜드 가치를 체험할 수 있게 만들었다. 기업문화를 바꾸는 노력도 뒤따랐다. ‘아무 말 아이디어 대잔치’ 콘셉트로 연 2~4회 사내행사인 ‘그린비어파티’를 여는데, 음료와 음식을 자유롭게 즐기며 기획이나 제품 관련 아이디어를 내면 행사에서 사용할 수 있는 코인을 주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같은 일관성 있는 브랜드 철학과 유연한 업무 환경 등이 2등 브랜드를 압도적인 1등으로 만드는 열쇠가 됐다고 한다.이쯤되면 야당인 자유한국당이 1등 정당이 되기 위한 해법도 제법 선명해진다. 이니스프리처럼 브랜드 이미지를 일관성있게 ‘개혁보수’로 맞추고, 콘셉트에 맞는 참신한 인물들을 영입해 밀리언 셀러로 만들자. 곁들여 새 아이디어나 쓴 소리도 잘 소통될 수 있는 유연한 정당문화를 조성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쇄신이나 통합이 산뜻하게 진행되지도 못하고, 인재영입 실적도 마땅찮아 대박제품을 기대하기 어려워보이고, 이런저런 제안에도 피드백없는 자유한국당 커뮤니케이션 문화가 눈에 거슬려 해보는 혼잣말이다.

2020-02-13

혈액난

‘바넘효과’라는 것이 있다. 사람이 일반적으로 가지고 있는 성격이나 심리적 특성을 마치 자신만의 것인 냥 착각하는 현상을 말한다. 미국의 유명한 서커스단장이었던 ‘피니어스 바넘’은 무작위로 관객을 불러내 성격을 맞추는 신통력을 발휘해 인기를 모았다고 한다.그는 사람들에게 “당신은 때론 이런 면도 있고 때론 이런 면도 있다”는 식으로 성격을 풀이하자 사람들은 자신 성격을 어떻게 잘 아느냐며 신기해했다고 한다. 그의 이름을 딴 것이 바넘효과다.바넘효과의 대표적 사례 중 하나가 ‘혈액형 성격론’이다. 과학적 근거가 없으면서 우리 일상에서 사람들은 혈액형과 성격의 상관관계를 믿는 경우가 많다. A형은 “소심하다” B형은 “자기중심적이다” AB형은 “천재가 아니면 바보다”고 하는 것 등이다. 전 세계에서 혈액형 성격론을 믿는 나라는 일본과 우리나라뿐이다. 일본은 바넘효과를 이용하여 혈액형별 상품까지 개발한다.의학계는 사람의 성격은 유전자나 뇌의 구조에 의해 만들어지며 혈액 자체는 성격을 좌우할 유전인자가 없다고 밝히고 있다. 혈액형 성격론은 사실상 의학적 근거가 없는 허무맹랑한 이야기라는 것이다.혈액은 인간의 생명을 유지하는 필수 요소다. 우리 몸의 세포가 필요로 하는 산소 및 영양물질을 공급하며, 세포에서 생성된 노폐물 등도 몸 밖으로 배출시킨다. 기능적으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이를 인위적으로 만들수는 없다. 헌혈 외 마땅한 공급원을 찾을 수 없는 것이다.코로나19 사태로 혈액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헌혈도중 감염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으로 헌혈자가 급감한 때문이다. 생사를 다투는 긴급환자의 헌혈 호소도 높아졌다. 헌혈 부족 사태에 국민적 호응이 지금 바로 절실하다. /우정구(논설위원)

2020-02-13

아직도 담배를 피우시나요?

지난주 고교, 대학을 함께 다닌 친한 친구가 세상을 떠났다. 사인은 폐암. 부인은 40년간 흡연을 말렸는데 말을 듣지 않고 전자담배까지 피웠다고 오열한다. 사실 지난 2년간 3명의 친구들이 흡연으로 인한 폐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아주 유명한 학계의 선도적 역할을 했던 친구들이다.아직도 담배를 피우시나요? 이런 질문을 흡연자 모두에게 던지고 싶다. 캠퍼스에서 담배를 피우는 학생들을 보면 나의 친구들의 죽음을 알리고 흡연을 말린다. 공손한 학생도 있지만 “무슨 참견이냐”는 식으로 쳐다보는 학생들도 있다. 그들이 나중에 가족들이 오열하고 슬퍼하는 모습을 상상한다면 지금 당장 금연해야 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게 정말 슬프다.담배는 담배값에 쏟는 비용도 문제이지만 일산화탄소와 타르 니코틴과 수십여 가지의 해로운 화학물질로 인하여 몸이 망가진다. 일산화탄소는 만성저산소증을 일으켜 심장 조임을 느끼거나 걷거나 뛸 때 쉽게 호흡이 힘들어지게 된다. 결국 폐는 서서히 망가진다.때로는 증상없이 합병증을 일으켜 사망하기도 한다. 담배를 피면 300가지 이상의 화학물질이 있고 그 중 수십 가지가 발암 물질이라고 한다. 폐암으로 사망한 사람들의 폐를 보면 정말 보기 힘들 정도로 처참하다. 니코틴과 타르는 폐암·간암 등을 일으키는 원인이다. 되도록 일찍 끊어야 한다. 나중에 끊으려고 하면 금단현상 등 끊기가 정말 힘들어진다. 한마디로 흡연자는 돈을 주고 병을 사고 있는 것이다.또 환경적으로 길거리에서 쉽게 담배꽁초를 볼 수 있다. 하루에 버려지는 담배꽁초가 평균 한국의 인구수와 같은 5천만 개피 정도라고 한다. 때로 직접흡연보다 간접흡연이 더 안좋다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 친구 중 한 명은 담배를 안피는데도 최근 폐암 수술을 받았다. 왜 그런가 했더니 과거 대학원 시절 담배를 엄청 피는 연구실에서 거의 10년 가까이 있으며 간접 흡연의 고통을 겪었다고 한다.아파트 복도나 베란다에서 흡연시 아파트 전체가 간접흡연의 피해를 알게 모르게 겪을 수 있다. 특히 어린아이들은 간접흡연을 하게 되면 담배를 피우지 않아도 경우에 따라서는 나중에 폐암에 취약한 신체를 형성할 수 있다. 임산부가 간접흡연에 시달리면 기형아를 낳을 수도 있다고 한다.간접흡연은 사실상 직접 담배를 피는 것과 별 차이가 없을 정도로 해롭다. 수많은 간접 흡연의 기회에 우리는 시달리고 있다. 거리에서 사무실에서 아파트에서. 흡연자들은 간접 흡연자들에겐 사실상 ‘살인자’에 가깝다.아직도 친구 부인과 가족들의 오열이 귀에 쟁쟁하다. 그들이 무슨 죄가 있는가? 친구의 흡연을 수십년 간 말렸지만 그는 듣지 않았다. 오직 자신이 니코틴에서 느껴지는 쾌감만을 즐겼고 가족의 고통을 생각하지 않았다.주변의 흡연자들은 자신의 일시적 쾌감을 위해 가족과 친지 그리고 친구들에게 엄청남 고통을 주고 있다는 걸 깨달아야 한다. 그래도 아직 담배를 피우시겠습니까?

2020-02-13

겨울 들판을 읽다

김병래시조시인특별한 일이 없으면 거의 날마다 들판으로 산책을 나간다. 산책을 하노라면 들판은 살아있는 책이다. 철마다 새롭고 풍성한 내용으로 발간되는 계간지인 셈이다. 종교인들이 날마다 경전을 독송하듯이 하루에 한 페이지씩 신간 겨울호를 읽는다. 아는 것이 힘이라는 말도 있지만, 자연이라는 살아있는 책을 읽는 것은 일종의 충전과 같은 것이다. 사람이 밥으로만 살 것이 아니라 수시로 정신의 배터리도 충전을 해야 몸과 마음이 정상작동을 할 것이다.오늘의 페이지엔 수백 마리 청둥오리들과 오십여 마리 고니들이 운집해 있다. 청둥오리들은 보통 몇 십 마리씩 무리를 지어 다니는데 오늘처럼 수백 마리가 모여 있는 건 드문 일이다. 아마도 이 인근의 청둥오리들이 총집결을 한 것 같다. 거기다가 고니들까지 다 모여 시끌벅적 야단법석인 걸 보니 뭔가 중대한 의논이 있는가보다. 걸음을 멈추고 한참을 읽어보아도 그들의 사정까지는 독해(讀解)가 되지 않는다. 자연의 독법에는 모범답안 같은 게 없다. 저마다 안목과 기분에 따라 읽히는 대로 읽으면 그만이다. 저 철새들에 대해서 내가 뭘 아는 척 속단을 하거나 사람이라고 우월감 같은 걸 가져서도 안 되겠다는 것이 오늘의 독후감이다.이번 겨울은 그다지 춥지가 않아서 산 채로 월동하는 풀들이 많다. 자세히 보면 양지에는 냉이, 광대나물, 별꽃, 봄까치꽃 등이 겨우내 꽃을 피우기도 한다. 벌이나 나비가 날지 않는 계절에 꽃을 피운들 열매를 맺지는 못할 터이니 한갓 무모하고 부질없는 일이 아닌가. 하지만 그런 계산 따윈 하지 않고 사는 데까지 최선을 다해 살아있는 것이 생명의 본질임을 읽는다. 어느 철학서나 경전의 말씀보다도 절실하고 생생하게 읽히는 생명의 메시지다.하지만 이 겨울들판의 주역은 마른 풀대들이다. 억새와 갈대는 물론 쑥, 명아주, 망초, 씀바귀 등 마르고 억샌 풀대들이 덤불을 지어 겨울풍경을 이룬다. 비록 생명이 다 빠져나간 껍데기에 불과하지만 이 들판의 생태계에서 그들의 역할이 다 끝난 것은 아니다. 겨울 들판을 지키는 파수꾼이랄까, 바람막이 역할이라도 하다가 새 풀들이 자라나면 삭아서 거름이 될 것이다. 살아서 월동하는 풀들과 마른 풀대들은 별개의 사물이 아니다. 어느 하나만 가지고는 끝과 시작이 맞물려 있는 이 계절의 진면목을 읽을 수가 없다. 삶과 죽음이 어떻게 공존하는지를 원리나 설명이 아닌 현상으로 보여주는 거라고나 할까.겨울 들판은 마르고 앙상한 논리도 아니지만 비유나 추상도 아니다. 숨기거나 가린 것 없이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들려준다. 왜곡이나 오류가 없고 넘치거나 모자람도 없는 존재와 생명의 자명한 진실일 뿐이다. 그것을 어떻게 읽느냐는 각자의 몫이다. 난해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누구나 제대로 잘 읽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욕심이나 어리석음에 눈이 멀어 오독이나 곡해를 할 수도 있고, 타성에 젖어 건성으로 읽거나 휴대폰에나 코를 박고 아예 거들떠보지도 않는 사람도 적지 않다. 하지만 하루라도 산 책을 읽지 않으면 영혼이 방전된 좀비가 된다.

2020-02-13

마음을 고쳐먹으면

영국에 헨리 포세트라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대학생 시절 사냥을 하러 갔다가 아버지가 엽총을 오발하는 바람에 양쪽 눈을 다 잃는 사고를 겪습니다. 헨리 포세트는 원망과 비탄, 절망에 빠졌습니다. 얼마후 헨리는 아버지가 이 일 때문에 너무 괴로워 거의 미칠 지경이라는 사실을 알았습니다.헨리 포세트는 아버지를 사랑했기 때문에 이때부터는 마음을 고쳐먹고 절망한 모습을 보이지 않기로 했습니다. 마치 야망을 되찾은 것처럼 늘 큰소리로 웃고 떠들며 부지런히 무엇인가를 했고 일부러 기쁜 듯 활기차게 행동했습니다.놀라운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아버지를 위해 우울한 내면 상태와 달리 기쁜 척하며 살았는데 얼마 후에는 삶이 진짜 기쁨으로 가득 차기 시작한 겁니다. 결국, 그는 훗날 영국에서 국회의원이 되고 나중에는 체신부 장관까지 지내며 사회에 큰 공헌을 했습니다.수명을 100년으로 치면 잠자는 데 30년, 일하는 데 25년, 먹는 데 8년, 기다리는 데 7년,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는 데 1년을 사용한다는 통계가 있습니다. 웃는 시간은 겨우 13일에 불과하지요. 웃음에 얼마나 인색한지 알 수 있습니다. 웃음치료 전문가 한광일씨는 말합니다.“신체적 반응이 감정을 유도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어요. 웃을 일이 없더라도 입 꼬리를 올리고 미소를 짓거나 소리 내 웃으면 몸속에서 유쾌한 감정이 생겨납니다. 억지웃음도 90%의 효과가 있고 여럿이 함께 웃으면 33배나 더 효과가 있어요. 잘 웃지 않는 사람에 비해 웃음이 많은 사람이 평균 8년이나 더 장수한다고 하니 웃음이 오래 사는 비결이라는 말이 괜한 말이 아닙니다.”우리 국민 2/3가 우울감에 빠져 있다는 슬픈 소식이 들려옵니다. 잃어버린 웃음을 되찾아야 할 때입니다. 마음을 고쳐먹고 웃을 일이 없어도 큰 소리로 웃으며 하루를 시작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조신영 인문고전독서포럼 대표

2020-02-13

세상이 바뀌길 정말로 원하시는지요

장규열 한동대 교수좋은 말이 듣기는 좋다. 금방이라도 살림이 나아질 것인가 꿈에 부푼다. 당신을 선택하면 우리네 인생에 꽃이 필 것인지. 정치의 계절, 사람이 모인 곳이면 낯선 이들이 명함을 돌리고 부르지도 않았는데 허리를 굽힌다. 어디서 뭘 했는지 몰랐던 사람들이 갑자기 나타나 인사를 하고 악수를 청한다. 우리 동네만 고약해서 그런가 했더니, 이건 전국적인 현상으로 보인다. 기성정치인도 지난 몇 년 간 무엇을 했는지 도무지 기억이 없다. 새로운 얼굴들도 그냥 얼굴과 이름뿐이다. 때로 나이가 젊기는 한데, 그냥 어리기만 할 뿐 생각은 마찬가지다. 정치판에 나서면 그렇게 변하는 것일까. 싱싱한 모습은 오간 데 없고 무턱대고 들이대기만 배우는 것일까.좋은 소리에도 지쳐만 간다. 누구에게도 귀가 번쩍 트이는 소리를 들은 적이 없다. ‘그 나물에 그 밥’은 이럴 때 쓰는 말일까. 변화, 혁신, 개혁, 통합. 누구나 들먹이고 언제나 듣는 소리가 아닌가. 변화를 하나같이 같은 모습으로 하겠다니. 통합을 했다는데 이제보니 이전의 모습이었다니. 국민이 바보인가. 유권자를 그렇게 해서 속일 수 있을까. 국민은 나라가 새롭게 변하길 원한다. 유권자는 살림이 정말로 나아지기를 바란다. 어떻게 바꿔갈 것인지 보여줘야 한다. 어떻게 나은 세상을 당겨올 것인지 드러내야 한다. 듣기만 좋은 공염불로 유권자의 선택을 기대하는가. 들리지 않는 당신의 계획은 언제 내어놓을 것인가. 유권자는 당신 목소리에 지쳐만 간다. 유권자는 당신의 ‘생각없음’에 이미 지쳤다.다른 목소리를 듣고 싶다. 다른 생각을 만나고 싶다. 다른 계획이 있어야 한다. 다른 꿈을 보여줘야 한다. 젊은 사람을 영입했다고도 들었고 새 사람을 맞아들인다고도 했다. 그런데 그냥 젊기만 하고 처음 본 사람이었을 뿐, 그들의 생각을 들어본 적이 없다. 청년들에게 어떤 새로운 세상을 열어줄 것인가. 새 사람이 펼쳐 낼 세상은 어떻게 바뀌어 갈 것인가. 선거에 이기는 방법으로 ‘정책’이 후순위라고 한다. 그게 말이 되는가. 유권자에게도 책임이 있다. 생각을 듣고 뽑기 보다 이름만 듣고 선출했다는 게 아닌가. 얼굴만 보고 선택했다는 게 아닌가. 선거에 나서는 후보가 바뀌려면 유권자의 태도가 바뀌어야 한다. 잘 듣고 판단해야 하고 잘 살펴 결정해야 한다. 나라가 바뀌고 살림이 나아지려면 ‘생각깊은 정책’으로 겨루어야 한다.극작가이자 배우였던 오손 웰즈(Orson Welles)는 ‘후보의 인기가 선거 결과를 갈라서는 안 된다. 잘못하면 미키마우스나 도널드덕을 뽑을 수 있지 않을까’라고 물었다. 이름과 얼굴 그리고 나이에 휘둘리는 선거는 그만 둬야 한다. 생각을 묻고 정책을 살피는 선거가 되어야 한다. 유권자도 바뀌고 후보자도 달라진 ‘선거혁명’을 기대해 본다. 나라의 내일이 변화하고 우리집 살림이 정말로 나아지기 위하여. 선거가 바뀌어야 세상이 바뀐다.

2020-0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