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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우리농산물의 수출길을 넓히자

고추농가는 어느때보다 깊은 시름에 잠겨 있다. 올해는 병충해도 없고 비도 적당히 내려 고추농사는 잘 됐지만 그 풍년이 오히려 화근이다. 인건비도 나오지 않는다며 고추 수확을 포기할 지경이다. 지난해 하루 5만원이던 품삯이 올해는 7만원을 준대도 일손이 없다. 폭염속에서 일을 할 엄두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노인들이 뙤약볕 밑에서 밭일을 하다가 일사병이나 탈수증으로 쓰러지는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8월에 수확한 홍고추는 첫물이라 5천500원 선에 거래되지만 9월에 수확하는 끝물은 3천원 받기도 어렵다고 한다. 비료 농약 종자대 급수비 등 들어가는 비용과 노력은 큰데, 그 원가에도 못 미치는 가격에 팔아야 하는 농민들의 심정은 한 없이 팍팍하다. 그래서 농민들은 이렇게 말한다.“일년 먹을만큼 마음껏 따가세요. 그리고 일손이나 거들어주세요. 물론 수고비도 드립니다”그러나 폭염이 일손을 가로막는다. 무리하게 들일 하다가 더위라도 먹을까 걱정인 것이다. 일선 자치단체나 각급 기관들은 사과농원 지원은 하는데, 고추 따는 일에는 별 관심이 없다.올해는 마늘도 풍년이다. 명품 마늘 집산지인 의성군은 발빠르게 수출길을 틔웠다. 마늘의 자극적인 냄새를 없애고, 효능을 향상시킨 흑마늘을 개발한 것이 수출의 호재가 되었다. 지난 6월에는 미국에 수출했고, 이달 16일에는 중국행 선적을 했으며, 일본과 유럽, 동남아 등지로 수출길을 열었다. 의성흑마늘영농조합법인을 이끄는 원용덕 조합장이 국내외를 뛰면서 판로를 개척한 덕이다. 원 조합장의 노력에 의해 마늘 풍년에도 가격하락을 수출로 보완, 농가는 시름을 덜었다.상주시도 해외시장 개척에 한 몫을 한다. 참배수출단지농업회사법인(회장 이만희)는 최근 상주원황배 첫 수출 선적식을 가졌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로 가는 상주배인데, 현지 롯데마트와 무궁화마트에 상주배가 진열돼 팔리게 된다. 또 상주꿀배사벌영농법인(회장 이동근)도 두바이에 상주 원황배를 수출해 아랍인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우리나라의 우수 농산물의 해외 수출은 FTA시대에 무엇보다 먼저 힘을 기울여야 할 일이다. 농민단체들이 먼저 나서야 하겠지만 자치단체는 행정적 지원을, 금융기관은 재정 지원을, 연구기관들은 기술지원으로 우리 농산물의 수출길을 더 넓게 열어야 한다.고추 수출길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는 것같다. 흉년에 중국산 고추를 수입하는 것이 관례였기 때문에 수출의 여력은 없었던 모양이다. 그러나 지금은 풍년에 대비한 수출길도 모색해야 한다. 지금 `쓰고 매운` 인도산 고추소스가 세계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달고 매운` 한국산 고추소스가 `맛경쟁`에 뛰어들 여지는 많다. 한국고추맛의 우수성과 다양성은 해외에 널리 자랑할 가치가 있다.

2013-08-20

`무궁화 심기`로 극일의지 다져야

올해의 광복절은 그 의미가 특별했다. 일본이 60여년 전의 군국주의로 돌아가려 한다. 아베 총리와 아소 부총리가 옛 군국주의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독일 나치 히틀러를 배워서라도 `일본의 자존심`을 되찾고 싶어한다. 경제 침체가 20여년 계속되고, 옛 속국이었던 한국에도 추월당하니 그 자존심을 회복하고 대동아공영권을 꿈꾸던 그 시절로 돌아가려는 일본의 야욕은 당시의 피해국이었던 한국 중국 등 동남아 여러 나라들의 구원(舊怨)을 충돌질한다.광복절을 보내며 가장 먼저 생각났던 일이 1939년 8월9일 베르린올림픽 때 손기정 선수의 마라톤 우승이었다. 엄연한 한국인이지만 일장기를 가슴에 달고 뛰어야 했고, 가장 높은 시상대에서 메달을 받았지만 가슴에 단 일장기가 부끄러워 상으로 받은 대왕참나무 묘목으로 일장기를 가려야 했던 그 한이 다시 생각났다. 당시 3등으로 동메달을 받았던 남승용 선수는 “손기정이 1등을 한 것도 부러웠지만, 그보다 더 부러웠던 것은 그가 가슴의 일장기를 가릴 수 있는 묘목을 받은 것이었다”했다. 시상식 장면을 찍은 당시의 사진을 보면 손 선수는 묘목으로 일장기를 가렸는데, 남 선수는 일장기를 그대로 노출시킨 채 고개를 푹 숙인 채 서 있다.그때 손 선수는 친구에게 엽서를 보냈다. 우승의 기쁨을 전한 엽서가 아니라 “슬푸다!!?”라고만 쓴 엽서였다. 당시 동아일보는 일등으로 테이프를 끊는 손기정 선수의 모습을 신문 1면 머리에 실으면서 가슴에 단 일장기를 지워버렸다. 그 일로 인해 여러 기자들이 면직되고, 감옥에 갔다. 올림픽 마라톤에서 1등과 3등을 하고도 부끄러움에 고개를 숙여야 했던 그 민족의 슬픔을 되새기는 올 한 해가 되었으면 한다.지난 13일부터 15일까지 3일간 포항시 북구 신광면민들은 광복 68주년 기념 `제62회 신광면민 친선축구대회`를 열었다. 매년 꾸준히 개최하는 광복기념 축구대회다. 당시 면민들은 흰 바지 저고리에 짚신을 신고 짚과 새끼로 공을 만들어 들판에서 경기를 했다. 지난해에는 포항 시장과 시의회 의장 등이 그 같은 복장을 하고 대회에 참여했었다. 시합이 있는 날에는 외지로 나갔던 출향인사들이 모두 고향을 찾아온다. 그래서 광복절 기념 신광면 축구대회는 전국에 유명하게 되었다.올해는 각 가정 마다 좀 특별한 일을 했으면 한다. 나라꽃 무궁화를 집집 마다 몇 그루씩 심어 가꾸는 `무궁화 가꾸기 운동`을 펼쳤으면 좋겠다. 일반주택에는 뜰에, 아파트 주민들은 화분에 무궁화를 심으면 된다. 무궁화 연구가들이 화분에 심을 소형 무궁화를 많이 개발했으니 그런 품종을 선택하면 된다. 일본이 군국주의로 부활하려는 올해 우리는 `무궁화 사랑`으로 극일의지를 다져야 한다.

2013-08-19

감사를 표할 줄 아는 노조

현대차 노조는`귀족노조`를 넘어 `황제노조`가 되려 하는데, 한국노총 포항플랜트 건설노조는 포스코의 신규투자에 환영한다는 현수막을 걸고 감사를 표했다. 수년전 코오롱 구미공장의 노조는 `사측과 공동보조`로 홍보·판매에 협력해 `노조의 발전적 모습`이라며 환영을 받은 바 있었다. 현대차 울산공장 노조원의 평균연봉이 9천400만원인데도 올해 임단협 요구사항이 180가지나 추가됐다. 그 요구대로 하면 노조원 1인당 1억원의 추가비용이 더 든다고 한다.노조의 운명은 국민의 호응도와 생산성에 달렸다. 적자나는 공장을 더 이상 돌릴 이유가 없다. 임금이 상대적으로 낮은 외국으로 공장을 이전한다. 회사가 노조의 이익만을 위해 존재할 수는 없다. 우리는 불행한 사례를 한진중공업과 쌍용차에서 이미 경험했다. 경험을 통해 배우지 못하면 그 불행을 다시 당할 수 밖에 없다. 과거의 좌파정권처럼 무작정 노조의 편을 들어주는 세력도 지금은 크게 줄어들고 있다. 회사들도 노조에 호락호락하지 않다. 이익이 나지 않는 공장은 문을 닫는다.이제는 법원도 태도가 많이 달라졌다. 좌파 법조인들이 득세하던 시절에는 법원도 노조편을 많이 들어주었다.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되는 판결을 내리는 법관들이 지금은 그리 많지 않다. 국민의 법감정에 그리 벗어나지 않는 합리적 판결을 내리는 추세다. 국민은 어리석지 않다. `사법부의 권위`도 국민의 법정서에 맞지 않으면 여지없이 훼손된다. 종북좌파가 발 붙일 곳은 점점 좁아지는 추세다.최근 법원은 공장 가동을 무단 중단시킨 현대자동차 전 노조 간부에게 1억362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울산지법 제4민사부(성익경 부장판사)가 내린 판결이다. 현대차에 따르면 올 상반기에만 노조 간부 등에 의해 모두 6차례 공장 가동이 중단돼 1천여대의 생산차질이 빚어졌다. 법원은 또 불법 공장 점거 농성 등으로 기소된 현대차 비정규직 전 노조 간부 등 21명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경찰도 과거처럼 관용만을 베풀지 않는다. 죽봉 폭력시위에 대해 엄격히 대응해 가차 없는 사법처리를 하는 추세다. 회사 경영을 위태롭게 하는 귀족노조에 대한 엄격한 대응은 국민의 박수를 받는다.오는 10월이면 포항제철소 3파이넥스공장이 완공되고, 여기서 일하던 건설노동자들이 떠나게 되었는데, 포스코가 포항제철소 2고로 3차 개수공사에 4천400억원 규모의 신규투자를 하게 되자 2천500~3천명 가량의 근로자가 다시 일감을 얻게 됐다. 노조는 이를 환영하는 현수막을 걸었고, 주변의 식당 등 상가들도 고마워한다. 사측과 노조는 대립의 관계가 아니라 상생 협력의 관계임을 잘 보여주었다. 이런 모습이 내내 보여져야 한국경제가 침체를 빨리 벗어난다.

2013-08-19

개성공단, 중국 업체 유치해야

개성공단 문제가 큰 틀의 합의를 이뤄냈다. 박근혜 대통령도 곧바로 성명을 냈다. “남북관계가 새롭게 출발하는 계기가 되었다. 정부를 믿고 기다려준 국민들에 감사드린다. 개성공단의 국제화를 위해 함께 노력하자”란 내용이다. 사람도 `홍역`이란 고비를 넘겨야 온전한 사람이 되는 것 같이 이번 개성공단 파동은 `남북관계의 홍역기`라 할 수 있다. 그 홍역을 치렀으니 이제 온전한 공업지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양측의 통 큰 양보가 이뤄낸 쾌거이고, 박 대통령의 “폐쇄도 불사한다”는 단호한 결단력이 거둔 성과이다. 5항목으로 된 합의문에는 정상운영 보장, 신변안전과 투자 자산 보호, 국제적 경쟁력 있는 공단 조성, 남북공동위원회 구성, 안정적 발전을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 정상화를 위한 남북 공동 노력 등이 명시돼 있다.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적 장치라든가 입주기업의 피해 보상에 대한 구체적 내용이 없는 것은 다소 서운하지만 국가간 협약에 100:0이란 없다. 그것은 교전 당사국 중 한 나라가 `무조건 항복`을 했을 때나 있는 경우이다. 자존심 강한 북한 당국이 이 정도로 합의한 것만도 `통 큰 아량과 양보`라 할 수 있다.이번에 큰 틀의 합의는 이끌어냈으나 앞으로 해결해야 할 일은 아직 많다. 공단이 정상 가동되려면 아직 1개월 가량의 준비가 필요하다. 4개월 여 멈춰섰던 기계를 보수할 시간이 필요하다. 5개월간 생산중단된 그 피해를 북한이 어떻게 보상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대두된다. 북에 납부할 세금을 몇 개월간 감면한다든가, 공당 근로자들의 임금을 깎거나 동결하는 문제도`남북공동위원회`에서 다뤄야 한다. 또 공단 근로자가 교체될 것인가 하는 것도 관심 분야다. 전에 일하던 근로자들은 이미 숙련공인데, 만약 `자본주의에 물든 근로자`를 제외하고 미숙련 신입 근로자로 교체된다면 임금을 전처럼 지급할 수 없는 문제다.무엇보다 중요한 문제는 `정세 변화에 영향 받지 않고` 즉 경제 외적 문제로 가동중단되는 일 없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실천할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일이다. 가장 좋은 장치는 중국의 업체가 들어와 국제공단으로 만드는 일이다. 기존의 개성공단 관련 법률에 외국기업 유치 조항이 있지만 중국도 북한을 믿지 못해 들어오지 않았다. 다른 외국 기업들도 “북이 핵실험을 하고 장거리 로겟을 쏘아올리는 준 전시상황이고, 끝 없는 분쟁과 도발이 자행되는 곳에 누가 투자하겠는가”라고 했다. 자업자득이다. 이를 깊이 반성하는 바탕위에서 개성공단은 새출발해야 한다.북이 언급한 대로 양측 국민에게 `광복절 선물`을 했다. 비 온 후에 땅이 더 굳어지고 홍역을 치른후 남북 간의 믿음이 더 돈독해져야 하겠다. 남북의 새시대가 기대된다.

2013-08-16

청소년이 보여준 외교적 역할

지난 7월 하순, 남북 여자축구팀은 잠실에서 감동적인 장면을 보여주었다. 우리가 일본을 꺾자 북한이 여유롭게 우승을 했고, 우리는 3위를 했다. 한·일전을 앞두고 잠시 라커룸에서 한국 선수들과 마주친 북한 선수들은 하이파이브를 하고 포옹하며 격려했다. 한·일전에서 우리가 일본을 이기자 관중석에 앉았던 북한 선수들은 일제히 쏟아져 내려와 서로 얼싸안았다. 남북 선수들은 시상대 위에서도 한팀인듯 행동했다. 자매 처럼 껴안고 사진을 찍었다. 안민석 민주당 의원은 `경평(서울·평양)축구 부활 촉구 결의안`을 발의하면서, “정치와 외교력 만으로는 남북 경색 국면을 돌파하기 어렵다. 동아시안컵 여자축구가 우리에게 주는 의미를 되새길 필요가 있다. 이번 대회로 촉발된 화해 무드는 내내 이어져야 한다”고 했다. 청소년들의 외교적 역량을 높이 평가한 것이다.김천시 자매도시인 일본 나나오시 중학생 교류단이 최근 김천을 방문, 3박4일 일정을 보냈다. 양 도시 간 청소년교류는 2004년부터 시작됐는데, 올해는 22명의 나나오시 청소년들이 와서, 연등 만들기, 탑돌이, 명상체험, 바루공양 등 사찰문화를 체험했다. 또 포도따기, 김치 담그기, 농악놀이와 전통혼례식, 국궁 쏘아보기 등 한국문화를 체험했다.일본 운난시 청소년교류단은 최근 4박5일 일정으로 청도군을 방문했다. 인솔단 4명과 청소년 7명으로 구성된 교류단은 새마을운동 발상지 기념관, 상설소싸움경기장, 와인터널 등을 돌아보고 골프체험, 농악공연, 전통한지 만들기 등을 체험하고 각 가정에 홈스테이를 배정해 한·일간 생활문화와 정서를 이해하는 시간을 가졌다. 글로벌 시대를 살아갈 청소년들이 국제적 감각을 키울 기회였다.일본 청소년들은 한일관계 역사를 모르거나 왜곡된 지식을 가지고 있다. 독도는 일본땅이라고 교과서에서 배운다. 일본이 얼마나 잔인한 식민지 통치를 했는지 교과서에 실리지 않아서 모른다. 한일관계가 발전적으로 나아가려면 `진실된 역사`부터 알게 해야 하지만, 일본 정부는 그것을 피하고 감추려 한다. 그렇다면 일본 청소년들이 한국에 왔을 때 우리가 진실을 가르쳐 줘야 한다.1905년 5월 15일에 발행된 지도가 최근 공개되었다. 일본 동아지리연구회가 편찬하고, 지도제작 전문회사인 동경시 수문관이 발행한 것인데, 일본, 러시아, 중국, 한국이 상세히 나타난 이 지도에는 `한국 전도`가 포함돼 있다. 여기에 독도가 한국령으로 표기돼 있다는 사실이다. 일본의 지리·지도 전문기관이 `독도는 한국땅`임을 기정사실화한 것이다. 이 지도를 각급 학교에 배포해 우리 학생들이 우선 알게 하고, 일본 청소년들이 왔을 때 진실을 가르쳐주어야 한다. 그것이 청소년의 외교적 역할을 돕는 일이다.

2013-08-16

포항KTX시대, 차분한 준비를

포항에 KTX가 들어왔다는 것 자체가 경이로운 일이다. 경부 KTX 경주역사에서 노선을 하나 따로 따내어서 포항까지 연결하는 사업을 성사시킨 이는 이병석 의원을 비롯한 지역정치권이다. 경부선 공사를 할 때 포항선을 함께 추진하면 비용이 훨씬 절약되며, 포항이 교통의 오지인 탓으로 많은 개발계획과 각종 유치사업이 무산되니, 무엇보다 KTX 포항노선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처음에는“지역 국회의원들이 다 덤벼들어도 (성사가) 어려울 것”이란 반응이었다. 그러나 포항에 서광이 비쳤다. 이명박 대통령 시대가 열린 것이다. 포항KTX는 즉시 국책사업이 됐고, 지체 없이 시행에 들어갔다. 포항KTX는 극적이었다. 당시 역사 위치를 놓고 두 지역이 맞섰으나 중앙행정부처의 의견이 반영되었다. 포항KTX 발전 방안을 놓고 토론회가 열렸다. 어떻게 더 잘 만들 수 있을까에 대해 전문가들이 논의를 하고, 기대 반 우려 반의 목소리도 나왔다. 교통이 편리하면 서울 등 대도시로 빠져나가는 지역자금이 많아서 이른바 `빨대효과`가 올 수도 있다. 그러나 포항KTX는 영덕 영양 울진 봉화 등 경북 북부지역과 삼척 강릉 등 강원도의 승객까지`빨아들이는` 빨대효과도 있으니 피차 상쇄하면 그리 염려할 것도 없다. 논자들은 다들 빠르고 큰 효과를 말하고 있으나 일이란 선후완급이 있으니 서두른다고 좋을 것은 없다. 과욕 내지 말고 절로절로 돼가도록 순리에 맡겨두면 될 일이다.포항은 지금 매우 이상적인 IOC를 구축해가고 있다. 국제화물선 부두가 점점 활기를 더하고 있어서 환동해안 시대·환태평양시대란 말이 실감으로 다가온다. 곧 포항~울산 간 고속도로가 완공된다. 호랑이꼬리 부분인 토함산을 지나가는 노선이라 두 산업도시를 연결하는 산업도로 겸 야외박물관인 경주의 관광도로 구실까지 한다. 여기에 KTX까지 개통되면, 포항은 결코 교통의 오지가 아니다. 게다가 포항공항이 지금까지 별 문제 없이 운영되고 있으니 KTX와 더불어 `기업을 불러들이는 매개체` 역할을 충실히 하게 될 것이다.다만 걱정되는 것은 `개발시대`가 지나갔다는 점이다. 부동산에 대한 투자열기가 식었다는 말이다. 그렇게 되면 민간투자를 기대하기 어렵게 된다. 용산역 역세권 개발 사업이나, 충북 오송역 개발사업 등에서 민간투자 유치에 실패한 사례들이 그것을 말한다.특히 지금은 대선공약을 이행하기 위한 복지예산 때문에 다른 건설사업 예산이 심한 압박을 받는 시점이다. 정부가 지역발전위원회란 것을 만들어서 지방 달래기에 나서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러니 이런 때에는 매사 너무 조급히 굴지 말고 차분히 때를 기다려 순리를 따라가는 것이 옳다. 무엇을 억지로 만들려 하면 오히려 흠집만 남긴다.

2013-08-14

개성공단 입주기업을 도울 방법

오늘 8월14일은 개성공단 생존 여부가 달린 운명적 날이다. 북이 전격적으로 오늘 7차 회담을 열자고 제안했고, 우리정부 또한 지체 없이 화답했다. 북은 `북과 남은 어떤 경우에도 정세변화에 관계 없이`개성공단을 정상화하자고 했다. “우리측의 통 큰 아량과 대범한 제안에 찬물을 끼얹지 말 것”이란 말을 통지문 끝에 넣었던 것을 통일부가 하루 늦게 공개한 그 의도가 `개성공단 정상화`에 있다는 것을 짐작케 한다.김양건 북한 통일전선 부장이 근로자 전원을 철수시켜 공단을 마비시켰고, 남한이 `봉급 인상·세금 인상`을 제시하며 사정조로 나올 줄 알았다가 박근혜 대통령이 맞불작전으로 우리 근로자들을 철수시킨지 꼬박 4개월이 지난 시점이다. 그동안 6차례 회담이 있었지만, 우리측은 `재발방지`를 줄기차게 요구했다. 우리가 경협자금으로 보험금을 지급하면서 `폐쇄`수순을 밟자 북은`전과 같은 협상수법이 안 통함`을 알았다.김양건은 평생 대남공작을 해온 사람이다. 남한의 사정을 손바닥처럼 읽고, 협상에서 기대 이상을 얻어내는 사람으로 알려졌다. 이번에도 그는 강온 양면의 전법을 구사했다. 현정은 아산 회장에게 김정은의 구두친서를 전했고, 박근혜 대통령이 미 의회 연설에서 DMZ평화공원을 이야기하자 그는 “우리의 문제를 미국에 가서 하소연하는 것은 민족 자존심 문제”라 했지만 이번에는 “개성공단이 잘 풀리면 그 일도 잘 될 것”이라는 뉘앙스를 풍기는 발언을 했다.김양건의 속셈은 모르지만 그동안 보여준 태도에서 `북은 개성공단 재개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음`이 읽혀진다. 박상권 평화자동차 사장은 김정은과 김양건의 대남 메시지를 충실히 전달했다. 그는 미국 시민권을 가진 한국인으로, 최근 자동차회사를 북에 넘기고 식당과 호텔을 경영할 것이라 한다. 그는 북한 정부의 대남 대변인 격이므로 그 말을 전적으로 신뢰할 수는 없지만 “군부가 강경책으로 나와 얻은 것이 무엇인가 해서 북한 군부 핵심 간부 절반을 물갈이 했다” “개성공단 잠정 중단은 북한 군부 강경파가 한 일”이라는 김양건의 말을 전한 것은 `해명 및 사과`로 해석해도 좋을 듯하다.오늘 7차회담에서 개성공단이 재개될 지, 회담이 장기화될지, 영구폐쇄로 갈지, 그 운명이 결정되겠지만, 어떻게 되든 어려운 입주기업을 국민이 도와야 한다. 롯데 계열 유통업소들이 전용매장을 설치, 123개 입주기업들이 생산한 양말, 속옷, 아웃도어 등 의류들을 판매키로 했다. 우리정부의 요청을 롯데측이 받아들인 결과이다. 또 제일모직, 코오롱, 노스페이스 등 주요 원청 업체도 제품 판매에 동의했다. 위기에 몰린 입주기업들이 최소한의 운영자금이라도 확보할 수 있도록 다른 유통업체들도 적극 도와주었으면 한다.

2013-08-14

이런 교육이 진정한 `교육`이다

획일적 교육을 `교육`이라 부르기 어렵다. `틀`을 하나만 만들어놓고 그에 맞춘 사람은 엘리트·유능한 자·성공한 자로 인정하고, 그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은 열등생·문제아·실패한 자·희망이 없는 자라고 비하한다. 사람은 전부 같을 수 없고, 다양한 소질과 취향을 가졌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획일적 제도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을 `비정상적인 인간`으로 취급한다. 이같은 잘못된 교육을 보완하고 나선 종교인들이 있다. 정홍규 가톨릭 신부는 2003년 영천시 화북리로 들어와 오산자연학교를 열었다. 자폐증 아이나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 장애(ADHD)에 걸린 아이들을 치유한다. 학교에는 토끼 닭 우리가 있고, 천연기념물 삽살개도 기르고, 식물을 가꾸는 온실도 있다. 여린 생명들을 오래 대하다 보면 아이들의 거친 감정이 절로 순환되는데, 실제 뜻대로 되지 않으면 소리를 지르고, 단체활동에 끼지 않는 아이들도 6개월이 지나면 변화를 보인다. 휴대폰이나 TV 없는 자연 속에서 자연의 일부가 돼 살다보면 닫혔던 아이들의 마음이 문을 열게 된다고 한다.정 신부의 교육관은 “아이들은 다 다르다”에서 시작한다. 공교육이 실패하는 이유는 그런 개성을 무시한 획일화 때문이라고 한다. 이 학교 재학생은 초 중 고 합쳐 60명 정도이고, 교사는 상근 14명, 강사 20명이다. 수업은 가급적 교실 밖 체험학습 위주다. 공부지옥이 여기서 만은 없게 하겠다는 것이다. 아이들은 수업을 듣지 않을 권리도 있지만, 대신 스스로 판단해서 자연을 관찰하거나 자연에서 느끼는 것으로 시간을 채운다. 정 신부는 말한다. “학교 부적응아는 성적 지상주의가 낳은 피해자일 뿐이다. 사랑의 눈길로 보면 나름의 장점을 가진 아름다운 존재다. 참교육이란 그런 장점을 포착하는 일이다”원불교 강해윤 교무는 1990년 출가 후 줄곧 도시빈민 교화, 교도소 교정 교화 등에 헌신하다가 2010년 경기도 용인에 `은혜학교`를 설립했다. 은혜학교는 교육법상 `각종학교`다. 학력을 인정해주지만 정부의 재정지원을 받지 않고, 외부의 후원금으로 운영한다. 현재 재적 인원은 중 고교생 합쳐서 25명 가량인데, 개중에는 `6호처분`도 5명 있다.`9호 10호 처분`은 소년원에 가는데, 그 보다는 `양질`의 아이들이지만 교사들은 순간 순간 치밀어 오르는 화를 참는 일이 가장 힘들다고 한다. 온갖 말썽을 다 부리지만 교사들은 언제나 아이들을 따뜻이 보듬어준다. `학교는 지옥`이라 생각해왔던 아이들에게는 천국이다.강 교무는 “하늘과 땅, 부모, 동포, 법률 등 4가지 은혜에 항상 감사하고, 보답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가르친다. 분노 대신 감사의 마음을 얻어 가지는 것보다 더 높은 교육의 덕목은 없을 것이다.

2013-08-13

도교육청은 소신 있는 결단력을

최근 경북도교육청은 눈에 띄는 시책들을 내고 있다. 전원 플러그를 뽑아 대기전력을 없애고, 예산을 연말에 몰아 쓰는 나쁜 관행을 깨는 일 등이다. 그러나 지자체 예산으로 성적 상위권 10% 학생들만을 위한 논술과외 강사를 초청하는 일에 대해서는 `교육행정 담당 기관`으로서 무소신이다. `교육기회 균등`은 헌법에 규정된 국민의 기본권인데, 이를 위배하는 예산 집행은 위헌의 소지가 있다. 그런데도 도교육청은 결단력 없이 어정쩡한 태도를 보였다.도교육청은 전기를 쓰지 않을 때 플러그를 뽑아 대기전력을 없앴다. 그 플러그를 뽑는 일이 곧장 용이하지 않은데, 도교육청은 쉽게 뽑을 수 있는 장치인 멀티탭을 400개 설치해서 매월 6%의 전기를 절감, 연간 1천600만원의 전기료를 줄였다. 또 매일 오전 11시 이전과 오후 5시 이후에는 모든 냉방기기 사용을 중지하고, 전 직원은 PC 절전 프로그램을 실시한다.경북도교육청은 또 연말 예산 몰아쓰기라는 나쁜 관행을 근절시키기로 했다. 다양한 이유로 예산을 제때 집행하지 않고 남겨두었다가 연말에 급히 쓰느라 불요불급한 일에 낭비하는 경우가 많았다. “공직자들의 예산낭비 관행만 없애도 국민의 주머니를 쥐어짜지 않아도 될 것”이란 말이 그래서 나온다. 도교육청은 최근 `2013년도 하반기 재정 집행 관리 계획`을 수립해 각 기관에 하달했다. 매년 12월에서 다음해 2월까지 전체 예산의 11.3%를 쓰던 관습을 개선, 월별 집행계획을 예시하고 집행실적이 저조한 기관에 대해서는 사유서를 징구하는 등 강도 높은 제재를 가할 방침이다.그러나 또 한편 소신 잃은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영양, 울진, 영덕, 고령 등 군지역들은 그동안 서울의 사설 학원 유명 강사들을 초빙해서 논술 등 과외를 맡겨왔다. 농촌학생들도 세칭 일류대학에 들어가게 하겠다는 취지였다. 그 비용은 지자체가 부담해왔다. 그런데 최근에는 구미시도 그렇게 하겠다는 `교육특성화 프로그램`을 내놓았다. 지자체 예산 1~3억원을 들여 서울 유명 강사를 시간당 25만원을 주면서, 상위 10%의 학생들에게 논술과외를 시키겠다는 것이다. 일부 학부모와 지자체는 “농촌 학생들도 명문 대학에 들어가면 좋지 않으냐”고 하고, 일부 교사들과 전교조는 “교육 불균형의 전형적 모습이다. 공교육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며 지역 교사들의 사기를 저하시키고 학력지상주의를 부추긴다”고 비판한다.이에 대해 도교육청이 관망하는 자세를 보이는 것은 비난받을만 하다. 교육환경이 열악한 농촌지역은 묵인하되 도시지역은 제재를 가한다는 등의 가이드라인을 설정할 필요가 있고, 시민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도 필요하다. 국민세금이 일부 성적 상위층만을 위해 쓰인다는 것은 분명 문제다.

2013-08-13

예산낭비에 엄한 징벌을

가장(家長)이 아무리 열심히 돈을 벌어와도 안에서 생각 없이 펑펑 쓰면 그 집안 망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나라살림도 다를 것이 없다. 국민이 열심히 세금을 내도 공직자들이 낭비하면 그 나라 금방 망조든다. 쓸 돈 없다고 빚을 내는 것은 더 위험하다. 빚은 자손에게 유산되는데, 그보다 더한 악덕은 없다. 그래서 망한 나라가 그리스다. 세계적인 문화유적을 다 팔아치워야 할 지경이다. 정치인들의 포퓰리즘과 빚 내서 흥청거린데 대한 징벌이다.세금과 복지 사이에는 모순과 딜레머가 있다. 복지를 늘리려면 세금을 더 걷어야 하지만, 국민 누구도 세금 더 내기를 바라지 않는다. “가혹한 세금은 범보다 무섭다”란 옛말도 있다. `세금과 복지 사이의 딜레머`를 잘 해결하는 방법으로 `프랑스적 수법`이 있다.`거위의 깃털을 한 두개 뽑는 정도`의 통증을 수반하는 증세(增稅)가 그것이다. 충격을 최소화하면서 세금을 올리는 수법을 말한다. 지금 우리정부가 세제개편안을 발표했는데, 소득세제를 소득공제 위주의 감면 방식에서 새액공제 중심으로 개편했고, 그대로 시행되더라도 2017년까지 더 거둘 수 있는 돈은 2조5천억원이다. 대선공약에 들 돈은 48조원이다. 정부는 `깃털 한 두개`라 생각하지만 정치권은 `중산층에 대한 세금폭탄`이라고 한다.정치권은 표를 생각해서 `국민의 뜻`을 반영하려 할 것인데, 그렇게 되면 국회에서 세제개편안이 그대로 통과될 리 만무하다. 정부가 아무리 `읍소`를 해도 깎일 것이다. 그래서 항용 정부의 안(案)에는 `국회의 몫`이 있다. 지하경제 양성화, 종교계 납세 등으로 세수를 얼마 늘리겠지만 `세금 거두는 비용`이 얼마나 될지 모를 일이다. 그런데 설상가상으로 국회의원들이 `돈 쓸 법안`을 줄줄이 내놓고 있다는 것이다. 세금 더 거두자 하면 반대하고, 돈 쓸 일은 더 만들고 있으니 이것도 모순이고, 자가당착이다. MB정부때는 경제살리기의 일환으로 대기업의 기를 살려주었는데, 현 정부에서는 경제민주화라면서 대기업 기 죽이기를 하니 “한국에서 기업 못해먹겠다”는 소리가 나온다.세입도 늘려야 하겠지만 더 중요한 것은 세출을 줄이는 일이다. 예산낭비만 줄여도 `앞으로 남고 뒤로 모자라는` 일은 막아질 것이다. 예산낭비 현장은 너무나 많다. 최근의 보도만 봐도 대구시는 730억원을 들여 국내 첫 실내육상경기장을 지으면서 준비운동구역을 제대로 만들지 않아 국제경기를 못할 형편이라 한다. 대구시는 준비운동구역을 설계에 넣지 않았고, 시공사는 그대로 지어버렸다. 국제경기를 하려면 예산 100억원을 더 들여 따로 시설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잘못을 엄히 징벌하지 않으니 부실행정이 근절되지 않는다. `뒷문 단속`이 더 철저해져야 하겠다.

2013-08-12

전기료 현실화, 이야기할 때다

전기료와 수도료는 정치포퓰리즘의 전형적 소재이다. 국민생활에 가장 가까이 있는 생활소비재여서 표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물값과 전기료는 처음부터 `원가 이하의 가격`으로 공급되었다. 올 4월 캄보디아 총선에서 그 전형적인 모습이 보였다. 수도 프놈펜의 일급 호텔과 외국인이 소유하거나 입주한 빌딩조차 전기를 끊고, 그 전기를 농촌과 서민층에 나눠주었다. 갑자기 전기를 풍부히 사용하게 된 서민들은 기분이 좋아서 여당 후보자들에게 표를 몰아줬다.우리나라도 어느새 물부족국가로 지정되었고, 해마다 여름 겨울 두 차례씩 전력대란을 겪는다. 식수와 전기는 생산에 많은 비용이 들고, 신속히 공급하지도 못한다. 그러나 쓰는 일은 순식간이다. 돈을 벌기는 어려워도 쓰기는 쉬운 것과 같다. 전기를 생산하려면 여러가지 발전소를 지어야 하는데, 그것은 엄청난 비용과 시간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소비의 증가속도는 빠르다. 수요공급의 불균형은 필연적으로 전력대란을 불러온다.물을 아껴씁시다, 전기를 절약합시다, 올 여름은 좀 덥게 삽시다, 이번 겨울은 좀 춥게 지냅시다, 해마다 계몽만으로 위기를 넘겨왔지만, 그것도 만성이 되면 효과를 잃는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가장 효과적이고 본질적인 대책은 `전기료·수도료의 현실화`다. 원가 이하로 국민에 공급하던 그 오랜 관행을 깨는 일은 결코 쉽지 않겠지만 그렇다고 언제까지나 전력대란을 겪으며 공직자들을 찜통더위속에서 공무를 수행하게 할 것인가. 전기를 아끼려면, 공장 가동률도 낮춰서 생산량도 줄여야 하고, 절전 잘 하는 곳에 보상비도 주어야 하니 예산도 더 든다.전기료를 원가 이상으로 높여서 자연스럽게 자율적으로 전기 절약을 유도하고, 국가재정을 튼튼히 하고, 생산의 차질을 방지하자고 정부가 혁신책을 발표하면 아마 여당은 입에 거품을 물 것이다. 정부는 여당과 생사를 같이 할 운명인데, 선거에서 여당 망하는 꼴 보고 싶으냐고 주먹을 휘두를 것이다. 이럴때 국민이 현명한 판단을 내려야 한다.“좋다! 우리가 전기료 더 내겠다. 고질적인 전기 대란을 없앨 길이 그 뿐이라면 정부 시책에 따르겠다”고 하면 이 일은 성공이다. 그러나 우선 먹기는 곶감이 달다고, 당장 전기료 더 내는 것이 싫어서 국회의원들과 부화뇌동하면 전기대란은 영영 해결하지 못한다.`솔라시티`를 표방하는 대구시, 일본의 `태양의 도시`인 나가노현 이다시, 그리고 독일의 탈원전 정책 등은 견학할 만하다. 원전은 우선 당장 돈이 적게 드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엄청난 비용과 위험한 부작용을 대가로 치른다.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를 봐도 그렇다. 전기료 현실화와 대체에너지 개발, 두 가지 말고는 원만한 해결의 길이 보이지 않는다.

2013-08-12

`박근혜 원칙`이 이겼다

개성공단 회담은 실로 남북간의 기세 대결이었다. `박근혜의 원칙`이냐,`북의 자존심`이냐, 벼랑끝 대결속에서 4개월을 보냈다. 과거 좌파정권시절 처럼 `퍼주고 터지고, 굽실대고 터지고, 굴복하고 터지고, 국토 헌납하고 터지는` 그런 남한이 아니라, `국제적 기준과 신뢰프로세스에 입각해서 팽팽히 맞서는` 한국을 북한은 이번에 처음 경험했을 것이다.북은 “개성 공업단지에 털끝 만한 미련도 없다”며 버텼다. 국제사회로부터 경제재제를 받아 외화 궁핍은 극에 달하고, 중국도 혈맹이 아니었다. “5만 3천 명 근로자의 일자리를 좀 만들어달라”는 북한의 요구를 중국은 거절했다. 한·중간 군사 고위 회담을 가졌고, 미국에 이어 두번째 정상회담 상대를 중국으로 정해 외교적 성공을 이뤄냈다. 당시 박근혜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지지비율이 77%나 되었다. 북한은 러시아 이란 등으로 구걸외교를 다녔지만 성공하지 못했다.남한의 종북세력도 차츰 등을 돌리자 북은 “이명박정부 때보다 더 큰 쓴맛을 볼 것”이라며 공갈협박을 했지만 남은 조금도 겁 먹지 않았다. “개성공단의 운영을 국제적 기준에 맞게, 안정적이고 발전적으로 할 것이며 국제사회로부터 신뢰받는 북한이 되라. 그것이 북을 위해 최선의 길이다”란 남한의 재발 방지 요구는 조금도 숙지지 않았다. 사실상 남한의 요구는 “개성공단 북측 근로자를 철수시킨 김정은이 사과하고,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고 약속하라”는 요구였다. `최고존엄`이 잘못을 사과한다는 것은 `체제붕괴`만큼이나 어려운 일이었다.그러나 국제사회로부터 고립된 북한이 외화를 구할 유일한 길은 개성공단이다. 연간 900억원에서 1천억원에 달하는 근로자 봉급과 세금이 그것이다. 개성공단이 풀려야 금강산과 이산가족 상봉도 풀린다. 이산가족 상봉도 상당한 외화벌이의 창구가 된다. 이 3가지 프로젝트는 북한의 `현금 자동지급기`와 같은 것이다. 그런데 그것이`북의 재발방지 약속`에 막혀 그림의 떡이 된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남측은 남북경협자금을 풀어 공단 기업인들에게 보험금을 지급하겠다 했고, 신청을 받는 하루 전인 7일 “북과 남은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한다”는 말을 넣은 성명을 급히 발표했다. `박근혜 원칙`이 승리하는 순간이었다. 통일부는 지체 없이 “14일에 7차회담을 열자는 북의 제안을 수용한다”는 성명을 냈다.8월14일은 광복절 하루 전날이다. 공동의 적이 있으면 싸우던 상대도 힘을 모아 함께 대응한다. 남북이 싸우지 말고 일본의 군국주의 부활에 맞서자는 북의 뜻이 읽혀지는 대목이다. 쥐도 궁지에 몰리면 고양이를 문다. 그동안 여러번 자존심을 접어왔던 북의 태도를 감안해서 `승자의 아량`을 보여주어도 좋을 듯하다.

2013-08-09

국고 낭비 막을 길 없나

과거 YS정권 시절에 시작한 `반값 농기계`사업은 문제점이 많았다. 농기계 귀한 줄을 모르고 고장이 나면 들판에 방치해 녹슬게 했고, 신형이 나오면 멀쩡한 기계를 버리고 새것을 사달라고 정부에 요구하는 일도 있었는데, 그 나쁜 관습은 아직 여전하다. 예천군 A조합은 2009년 군 보조금 1억4천만원에 자부담 6천만원을 보태 2억원으로 `카메라 고추 선별기`를 구입했는데,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자 구입 후 4년간이나 방치하고 있다. 그 외에도 목재파쇄기, 토마토 선별기 등도 구입 초기 잠시 사용하다가 수년째 거의 쓰지 않고 창고에 고물처럼 방치하고 있다고 한다. 작목반 한 회원은 “여러 회원들이 사용하는 기계는 사용 잘못으로 고장이 잦으며, 서로 잘못한 것을 미뤄 방치하게 된다”며 “인근 영주시는 농업기술센터에서 관리하며, 약간의 수수료를 받고 작물을 선별해주어 기계를 유용하게 쓰고 있다”고 했다. 한 주민은 “기계, 공장, 창고 등을 보조사업으로 구입·신축해 놓고 사후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5년 정도 경과하면 개인용으로 둔갑하는 부작용도 많다”고 했다.예천군은 2000년 감천면 포리 일원 6만4천평에 208억원을 투입해 종합체험 위락단지를 조성하고, 2010년에는 60여억원을 들여 충효관을 건립했는데, 지금 관람객의 외면을 받으면서 하루 50여명, 휴일 100여명 정도가 다녀가 예산낭비의 전형이란 비난을 받고 있다는 소식이다. 특히 수입은 없으면서 운영비로 매년 1억8천여만원이 들어가고 있어 열악한 지방 군지역 재정사정에 부담이 적지 않다고 한다. 민속 사료관에 전시된 품목이 너무 빈약하고 어린이를 겨냥한 애니메이션 동영상 등도 조잡해 외면받는 것이라 하는데, 제대로 좀 개선할 수는 없을까.경주시는 그동안 품위 있는 도심 미관 조성과 도심상권 살리기 일환으로 간판들을 정비하고, 거리에 각종 조형물을 설치하는 등 도심 미관 개선사업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했다. 그러나 사후관리가 미흡해 오히려 흉물화되는 경우도 있고, 조형물의 의미가 무엇인지 알 수 없고,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는지 일반 시민들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것도 많다고 한다. 또 중심상가 지역에 설치된 3색 기둥식 네온도 거리 규격과 풍경에 어울리지 않아 낮 시간대에는 흉물스럽다는 평가도 받는다.중심상가에 설치된 화분들은 꽃 한 포기 없이 2년째 방치되고, 쓰레기 버리는 곳으로 변했으며, 대형 화강암 화분 30여개는 설치 4년만에 철거되고 옹기로 대체해 `예산낭비의 상징`이 돼 있다고 한다. 시민혈세를 낭비하는 것은 악덕이다. 시장이 바뀔때 마다 예산낭비 현상이 나타나는데, 시책의 일관성을 담보할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중앙감사기관은 이런 것들을 주요 감사대상으로 삼아야 한다.

2013-08-09

`공부의 적` 스마트폰

너무나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어머니가 아들에게 밥 먹으라고 했다. 아들 김모(9)군은 스마트폰 게임에 빠져 있었다. 어머니가 몇 번 채근을 하자 아들은 “XX 짜증나네!”라고 욕설을 퍼부었다. 기가 찬 어머니는 아들의 뺨을 두 차례 때렸다. 아들은 갖고 있던 스마트폰으로 경찰에 신고를 했다. 어머니는 폭력혐의로 경찰에 잡혀갔다. 경찰에서 아들은 “신고는 했지만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했다. 스마트폰에서 배운대로 한 것이다. 문명의 이기가 사람을 이렇게 만들어버렸다. 거기 중독되면 부모도 눈에 보이지 않는다. 한국언론학회가 스마트미디어 이용 실태를 조사했는데, 80%가 버스나 지하철에서 스마트폰으로 다양한 활동을 한다고 응답했다. 그 `활동`이란 것이 인터넷이나 게임이다. 조용히 사색할 시간을 스마트폰이 뺏아간다. 통화와 문자 기능만 있는 일반 휴대폰을 사용하는 사람들 중 절반 이상은 “사색하거나 신문을 읽는다”고 대답했다. 몇몇 버스 운전기사는 매우 `인간적인 방송`으로 승객에게 즐거움을 준다. “내리실 때는 스마트폰이 아니라 발을 내려다보십시오. 스마트폰이 발 달려서 도망가지 않습니다”요즘`스마트폰과의 간헐적 이별`을 시도하는 사람들이 많다. 중독에서 헤어나오기 위한 노력인데, 특히 고시공부나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은 스마트폰에 뺏기는 시간이 너무 아깝다. A씨(25·여)는 스마트폰을 동생에게 주고, 자기는 일반 휴대폰(피처폰)을 샀다. 공부하는 10시간 중 3~4시간을 카카오톡이나 페이스북에 뺏긴다는 것이다. 모바일 슈팅게임에 중독증세를 보이는 사람, 모바일 메신저로 친구들의 게임순위를 확인하다가 어느새 자신도 게임을 하게 된 사람, 책을 펴도 메신저나 게임이 눈앞에 으른거린다는 사람 등등 많은 사람들이 스마트폰중독에서 벗어나려 애쓴다. 그래서 `구시대의 유물`인 피처폰이 꾸준히 팔린다.강의를 듣는 학생들에게도 스마트폰은 `공부의 적`이다. 한 교수는 강의계획서에 “강의시간에 스마트폰으로 필기하거나 검색하는 학생은 적발시 F학점”이라 공표하면서, “요즘 학생들은 사색하고 연구하는 대신 댓글 달고 트위터 하는데 시간을 보낸다”고 걱정했다. 어떤 교수는 “스마트폰을 사용하다가 처음 걸리면 경고, 두 번째 걸리면 F학점”이라고 강의계획서에 썼다.스마트폰의 중독성이 일상생활을 위협할 정도로 심각해지면서 `반작용`이 일어난다. 많은 사람들이 일상생활에서 자신도 모르게 스마트폰 검색창에 중독된다는 것이다. 학생이나 수험생들에게는 치명적인 중독이다. 그래서 한 달에 한 번, 일주일에 한 번, 하루에 한 시간 `간헐적 스마트폰과의 이별`을 연습하면서 중독에서 벗어나려는 사람이 늘어난다. 인간성과 인간관계를 망치는 위험성을 먼저 잘 인식할 필요가 있다.

2013-08-08

고추를 더 많이 소비하자

농사 짓기 어려운 것은 `흉년이 들어도 걱정 풍년이 돼도 걱정`이기 때문이다. 요즘 경북 북부지역 고추 생산지 농가들이 시름에 잠겨 있다. 너무 풍년이 들어서 고추 가격이 전년도에 비해 절반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국내 최대 규모의 고추 거래처인 서안동농협 고추공판장의 경매현황을 보면 올해 산 건고추 특상품 첫 경매가가 600g 한근에 6천500원으로 지난해의 60% 수준이고, 중품을 포함하면 근당 평균 5천500원에 거래되었다. 홍고추도 상품 첫경매가가 1kg당 1천550원이고 평균가는 1천200원이었다. 지난해보다 고추 재배 면적은 줄었는데, 생산량은 증가하는 기현상을 보이기도 한다. 청송군의 경우 재배 면적은 18% 줄었는데, 생산량은 10%밖에 줄지 않았다. 이런 현상은 청송 의성 영양 등이 비슷한데 풍년 탓에 가격이 지난해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올해의 기상 불균형 현상으로 빚어진 일이다. 서울 경기 등 중부지방은 연일 폭우가 쏟아지는 지겨운 장마가 이어졌고, 남부지역은 소나기 한 번 시원히 쏟아지는 일 조차 없는 마른장마가 계속되었다. 고추는 건조한 기상조건을 좋아하고, 병충해도 없고 땡볕 밑에서 원 없이 잘 자랐으니 당연히 고추풍년이 들 수밖에 없다. 게다가 지난해 수입 등으로 비축된 고추가 대량으로 이월되었으니 공급이 수요를 훨씬 넘어서게 됐다. 그러니 고추가격은 떨어질 수는 있어도 상승할 가능성은 당분간 없을 것이다.고추가격 정상화를 위한 각계각층의 노력이 필요하다. 군부대와 학교급식에서 고추반찬을 더 많이 만들어 먹는 것도 한 방법이다. 고추 중에는 맵지 않은 품종, 적당히 매운 것, 아주 매운 것이 있으니, 다양한 식품을 제조할 수 있다. 특히 꽈리고추는 멸치나 고기류와 함께 볶거나 찜을 하면 아이들도 잘 먹는 반찬을 만들수 있다. 좀 매운 것은 밀가루나 찹쌀가루를 묻혀 쩌 먹거나 말려서 튀김을 해먹어도 좋다. 올해는 고추값이 싸기 때문에 고추요리를 풍성하게 할 수 있다.고추에는 캡사이신이라는 물질이 들어 있어서 항염 항암작용도 하고, 항산화물질이 있어서 노화방지도 한다. 매운맛은 지방을 분해해서 다이어트 효과도 준다. 또 몸을 덥게 해서 감기에 효과가 있고, 스트레스 해소와 엔돌핀 생성 작용도 한다. 또 비타민C는 피부미용과 면역력 향상에 도움이 되는데, 고추에는 감귤의 9배 사과의 18배나 많이 들어 있다.안동시는 홍고추 670t을 긴급수매하고 계약재배 물량에 대한 현장수매, 계약출하 농가에 Kg당 500원의 장려금을 지급할 방침이다. 자치단체와 중앙정부는 형편 닿는대로 최선의 방안을 강구하겠지만 일반 국민들도 고추농가의 사정을 십분 감안해서 고추소비를 늘릴 방법을 다양하게 연구해야 한다.

2013-08-08

포항의 미래는 `빛`이 맡는다

“포항은 앞으로 무얼 먹고 사나?”하는 과제를 놓고 미국의 `포항과 비슷한 도시들`을 전문가들이 탐사하고 왔다. 철강 일변도의 산업구조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바꾸는 것이 해결책이란 아이디어를 내놓기도 한다. 그리고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포항의 미래는 낙관적이다”라고 말한다. 많은 이유가 있지만 그 중에서 가장 믿을만한 것은 포스텍에 건설중인 4세대방사광가속기와 인근 경주에서 시험운전중인 양성자 가속기일 것이다. 이 두 가속기가 결합한 시너지효과는 무궁무진한 신물질을 만들어낼 것이며, 수많은 연구를 도울 것이다. 현재 포항에서 가동중인 3세대 방사광가속기는 그 길이가 170m인데, 생산된 빛의 밝기는 태양의 1억배 정도다. 그리고 새로 만드는 4세대 방사광 가속기는 길이가 710m나 된다. 길이가 길수록 빛은 더 밝은데, 4세대가 생산하는 빛의 밝기는 3세대의 100억배나 된다. 방사광가속기가 생산한 빛은 `물질의 내부를 관찰`하는데 쓰인다. 머리카락 두께의 수십만분의 1에 불과한 미세한 물질의 내부를 손금 보듯 들여다보며, 분자가 결합하고 떨어지는 수십조분의 1초 순간을 연속촬영해 동영상처럼 만들 수 있다.현재 이런 성능을 가진 방사광가속기를 소유한 나라는 미국, 일본 뿐이고, 내년 말이면 한국도 세 번째 보유국이 될 것이다. 4세대 방사광가속기가 관측한 결과를 활용하면 혁신적인 신약이나 신소재를 만들 수 있다. 실제 미국 연구진은 특정 촉매물질과 일산화탄소가 결합됐다가 분리되는 과정을 실시간으로 관측했는데, 이 원리를 분자 단위로 정밀하게 규명하면 자동차 배기사스를 더 많이 정화할 수 있는 촉매장치를 만들 수 있다.방사광가속기는 물질의 내부를 세밀히 들여다보는 `눈`의 역할을 한다면, 양성자가속기, 중이온가속기, 중입자가속기는 `손`의 역할을 한다. 이 가속기들은 가속한 입자를 다른 물질과 충돌시켜 물질의 성질을 바꾸거나 새 물질을 만들어낸다. 양성자·중이온 가속기는 의료 산업용 동위원소 생산에 활용하고, 중입자 가속기는 암세포를 파괴하는데 이용된다. 현재 포항에는 3·4세대 방사광가속기를, 경주는 양성자가속기를 시험가동중이고, 부산은 2016년 중입자가속기를, 대전의 중이온가속기는 2017년 완공될 것이다. 이같은 `눈`과 `손` 구실을 하는 가속기들이 가동되면 우리나라 과학과 의학은 획기적 변화 발전을 보일 것이다.가속기는 의학, 환경, 신소재, 철강, 반도체, 디스플레이, 기타 산업분야에 걸쳐 광범위한 활용이 가능하고, 높은 파급효과와 이를 기반으로 파생된 중소·벤처기업의 창업활동을 도울 것이다. 문제는 가속기의 활용도를 높이고, 접근성을 용이하게 할 대책을 마련하는 일이다. 정부와 시민 모두가 고민해야 할 과제이다.

2013-08-07

적조 피해, 적극적 보상책을

적조는 기습적으로 양식어장을 침범한다. 포항시 남구 호미곶면 강사2리의 한 양식 어민은 “전날까지도 적조가 나타나지 않아 마음을 놓았는데 간밤에 갑자기 적조가 형성돼 양식장을 덮쳤다”고 했다. 인근 군부대에서 장병 5명과 양식장 직원이 죽은 물고기를 박스에 퍼담는데, 강도다리 25만 마리중 4만여만 마리가 떼죽음을 했다. 현재 적조는 포항 앞바다 육상양식장 6곳, 가두리 양식장 1곳의 넙치 우럭 강도다리 60여만 마리를 집단 폐사시키면서 계속 번지고 있다.포항시가 밝힌 현재의 피해상황을 보면, 3일 포항지역 3개 양식장에서 13만2천여 마리, 4일 3개 양식장에서 39만3천여 마리, 5일까지 7개 양식장에서 총 62만5천여만 마리, 시가 40억원에 가까운 피해를 봤다는 것이다. 현재 경북 동해안에는 경주시 감포읍 대본리에서 포항시 남구 호미곶면 호미곶등대앞 해안까지 적조경보가, 호미곶등대에서 울진군 기성면 사동항까지 적조주의보가 발령된 상태다. 특히 구룡포읍 해역에는 유해 적조생물 코클로디니움 폴리크리코이데스의 밀도가 ㎖당 최대 1만 개체에 이르고, 적조띠가 육지까지 닥치고 있다.올해의 기상은 이변이다. 냉수대가 형성돼 바깥은 무더위인데, 물은 차가워서 해수욕객들이 물에 못들어갈 지경이었다. 물의 온도에 민감한 물고기들이 받은 스트레스도 심했을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적조까지 기습공격을 가하니 이는 기상재앙이다. 동해안 일대에는 92개의 양식업체가 있는데, 이런 재해를 당하고 보니 영어 의욕까지 상실할 지경이다. 정부는 재해보상법에 따른 보상을 해주지만 1억원 이상 피해를 입으면 가구당 5천만원을 보조해주고, 피해금액의 30%를 융자해주는 지원을 하고 있지만, 피해액이 불어나면 이것도 근본적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영어자금 상환 기일을 연기한다든가, 이자를 감면해주고, 자녀 학자금 감면 등 간접지원책도 마련해야 한다.경북도는 포항 경주 지역 양식장에 황토와 액화산소 구입비 등 적조 방재 예산 2억600만원을 우선 지원했는데, 피해가 극심한 포항지역에 1억5천만원, 경주에 5천6백 만원을 지원했다. 도는 적조 발생 이전부터 3억5천만원의 예산을 확보해놓고 육상양식장이나 해상가두리 양식장에 황토살포, 살포선박 임대, 액화산소 구입비로 사용키로 했지만 지금의 적조 기세를 보면 터무니 없이 적은 예산이다.해양수산부는 5일 “남해안 적조 발생 해역은 수온 상승과 함께 고밀도가 지속될 것이고, 포항 등 동해안 연안 또한 냉수대 약화 및 수온 상승 등으로 적조 분포가 확대될 것”이라 했다. 무더위가 한동안 계속된다는 기상청의 예보가 있으니 적조피해는 더 극심해질 전망이다. 적조 방재비를 아낌 없이 지출하고, 피해 보상책을 미리 세워두어야 한다.

2013-08-07

주택거래 정상화 대책 급하다

지난달 취득세 감면조치가 종료되면서 7월 주택 거래량이 전달에 비해 4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지는 `거래절벽`을 맞았다. 전세수요는 상승하고, 매매수요는 내려가 역대 최고의 전세값을 보이며 매매가격이나 전세가격이 별 차이 없는 기현상이 장기화되고 있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폐지 등 4·1부동산 대책의 입법화가 늦어지면서 실수요자들도 주택 구입을 꺼린다. 전세수요를 매매수요로 전환시킬 대책이 없으면 가을 전세대란은 불가피하다.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최근 열린 간담회에서 “당정이 최근 취득세 영구인하 방침을 결정하고, 실현 방안 모색에 몰두하고 있다”며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분양가 상한제 합리적 완화, 수직 증축 완화 등의 핵심 정책이 편 가르기나 재원대책 등에 가로막혀 지지부진한 것이 사실”이라며 이들 정책의 시급한 추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 그는 “현행 제도는 가격이 상승하거나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시절에 디자인된 것”이라며 시장체질의 변화에 부응하는 정책의 수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나성린 정책위부의장은 “거래를 살아나게 하는 대책이 필요한데, 자녀에게 주택을 증여하거나 상속할 경우 증여·상속세를 면제해주면 주택거래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 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의 김현아 연구실장은 “지금의 시장은 꺼져가는 불꽃과 같다. 불쏘시개가 필요하고 시장의 구조가 변하는 만큼 새로운 땔감이 필요하다”고 했다.새누리당이 9월 정기국회에서의 부동산 활성화를 위한 입법을 준비하고 있는 가운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새누리당 간사인 강석호 의원(영양·영덕·봉화·울진)은 “분양가 상한제의 탄력적 운용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펴면서 “사안 처리가 쉽지는 않겠지만 긍정적 결과를 도출할 수 있을 것”이라 했다. 그리고 그동안 민주당이 반대해온 분양가 상한제 폐지 등을 민주당이 요구해온 전월세 상한제 도입 등과 빅딜을 통해 추진하겠다는 구체적 계획도 마련해놓고 있었다.강 의원은 “분양가 상한제,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에 관한 소득세법 등은 과거 부동산 투기 과잉 시대에 나온 제도여서 이제는 반드시 철폐돼야 한다”면서 “지금까지는 야당의 반대로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지만 국민적 기대에 부응한다는 차원에서 야당도 적극 협력해야 한다”고 했다. `부자에 대한 반감` 차원에서 법안을 다룰 것이 아니라 국가경제 전반을 바라보는 대국적 견지에서 부동산 활성화 관련 법안을 다루어야 한다는 뜻이다.부동산 경기가 다른 경기를 이끌어가는 구조인데, 과거 모기지론 같은 `주택가격거품`이 극심했고 그 거품이 꺼지는 과정에 있는 지금은 오히려 주택경기부양책을 쓰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이 일에는 여당 야당 편가르기 없는 초당적 합의가 필요하다.

2013-08-06

아베·아소의 역사 뒤집기

일본에는 `과거사 반성 3대 담화`가 있다. 1982년 8월 마야자와 관방장관이 “교과서 검정기준을 정할 때 한국 중국 등 이웃나라의 비판에 귀를 기울이고 배려하겠다”고 한 `미야자와 담화`. 1993년 8월 고노 관방장관이 위안부 문제에 대해 “이는 당시 군의 관여 아래에서 수많은 여성의 명예와 존엄에 깊은 상처를 준 문제다. 많은 고통을 경험하고 몸과 마음에 씻기 어려운 상처를 입은 모든 분들에게 진심으로 사죄와 반성의 마음을 전한다”고 했다. `고노 담화`이다. 그리고 1995년 8월 무라야마 총리는 “식민지 지배와 침략으로 아시아 각국의 사람들에게 많은 손해와 고통을 줬다. 역사적 사실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진심으로 사죄의 마음을 표명한다”란 `무라야마 담화`를 발표했다.아베 총리가 극구 부정하는 것이 `고노 담화`이다. 종군 위안부 관리에 일본 정부가 개입했고 강압이 있었다는 고노담화를 아베는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 “위안소는 당시 군 당국의 요청에 의해 설치 운영된 것이며, 위안소의 설치 관리와 위안부 이송에 대해선 군의 요청을 받은 업자가 주로 맡았으나 이 경우에도 감언·강압에 의하는 등 본인들의 의사에 반해 모집된 사례가 많으며, 더욱이 관헌 등이 직접 가담한 적도 있음이 밝혀졌다. 게다가 위안소에서의 생활은 강제적 상황 아래에서 참혹한 것이었다”는 고노담화를 거부한 것이다.아베 총리는 “위안부 문제에서 일본 정부가 개입한 적이 없고, 위안부는 돈을 벌기 위해 왔으며, 강압은 없었다”고 했다. 종군 위안부를 전선으로 이송할 때 군 함정이 이용됐으니 정부 불개입이란 말은 거짓이고, 위안소에서는 일체의 자유가 박탈되었으며, 돈을 주지 않았고, 거부하거나 도망치는 위안부는 죽음 직전까지 매를 맞거나 칼날 아래 목숨을 잃었으니 `자유로운 영업행위`란 말도 거짓이다. 고노 당시 관방장관은 “우리는 이런 역사의 진실을 회피하지 않고, 오히려 이것을 역사의 교훈으로 직시해 나가고 싶다. 우리는 역사연구와 역사교육을 통해 이런 문제를 오랫동안 기억에 남기고 같은 잘못을 결코 반복하지 않겠다는 굳은 결의를 다시금 표명한다”란 말을 담화에 넣었다.그러나 2012년 12월 아베가 총리에 취임하면서 `역사 뒤집기`가 시작됐다. 그는 “일본군이 마치 여성들을 유괴해 강제로 위안부로 만들었다는 불명예를 일본이 지고 있다”며 고노담화를 수정할 뜻을 밝혔다. 그리고 그는 전쟁과 군대 보유를 금지한 헌법의 개정을 추진하고 있으며, 아소 부총리는 “독일 나치정권이 헌법을 바꾼 수법을 배우자”고 했다가 국제적 집중포화를 맞고 취소했다. 역사란 한 정권이 뒤집자 해서 뒤집혀지는 것이 아니다. 후세에 치욕만 남길 뿐이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 미래는 없다”란 말은 만고 진리다.

2013-08-06

어린이집 규제는 늘려야 한다

손톱밑 가시 뽑기가 새 정부의 주요 정책이지만 `비리 백화점`에 대해서도 그렇게 할 수는 없다. 어린이집이 `어린이 천국`이 되게 하려면 지금의 느슨한 규제를 더 강화해서 비리를 원천차단해야 한다. 지금 `민간 어린이집`은 인가, 가정 어린이집은 신고만 하면 설립할 수 있다. 1991년 영유아보육법이 나오기 전에는 1천6백여개소에 불과하던 어린이집이 올해는 4만2천여개소로 늘었다. 물론 핵가족현상 때문에 `조부모의 의해 보육`이 줄어들고, 여성의 사회 진출이 확대된 것도 이유지만 어린이집 설립이 용이하고, 담당 공무원 수가 너무 적어 단속이 느슨한 탓으로 운영에 비리가 많이 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새 정부 들면서 보육 지원금이 대폭 늘면서 어린이집은 우후죽순으로 늘어나고, 그 단속은 경찰력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 많은 문제점에 당면한다.어린이집의 부정 비리를 보면 실로 `복마전`이라 부르지 않을 수 없을 정도였다. 영아 3명이 자신의 어린이집에 다니는 것처럼 보육정보통합시스템에 등록해 1천150만원의 보조금을 부당 수령한 경우, 보육교사 수를 부풀려 보조금을 더 타낸 경우, 울고 있는 어린이의 뒷머리를 책상에 강하게 부딪혀 아이가 한동안 멍하니 정신을 잃게 만드는 장면이 CCTV에 찍혀 방송에 공개된 일이 있었는데, 그때 전국의 부모들이 심한 충격을 받았다. 또 떠든다고 입에 반창고를 붙여 한동안 그대로 두었다가 날쌔게 떼어내 아이에게 고통을 준 어린이집도 있어서 부모로부터 고발당한 경우도 있었다. 우는 아이를 버릇 고친다며 어두운 빈방에 혼자 가두어 아이를 공포에 떨게 만들기도 했다.아이를 고문 학대하는 일 외에도 어린이 간식용 식재료 구입 내역서를 보면 커피 등 원장의 생활용품을 끼워넣어 구입한 정황도 포착되었다. 또 최근에는 쓰레기로 버린 푸성귀를 주워다가 죽을 쑤어서 아이들에게 간식으로 먹인 어린이집도 적발되었다.“어떻게 저런 음식을 아이들에게 먹일 수 있나”라고 비판하면서 직장에 사표를 내고 고발을 한 보육교사들도 있었다. 어린이집 원장들의 모임이 있는데, 해당 원장은 이 사실을 원장회의에 공개해 그 보육교사의 재취업을 조직적으로 방해한 사례도 있었다.CCTV를 증설해서 `감시 사각지대`를 줄이고, 부모들에게 정기적으로 이를 점검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 담당 공무원 수가 너무 적어서 단속에 어려움이 있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비리를 고발한 사람에게 일정한 보상금을 주는 제도를 시행할 필요도 있다. 어린이집에 보조금을 증액하는 것보다는 그 예산으로 국가어린이집을 더 짓고, 기업체를 설득해서 직장어린이집을 더 늘려야 한다. 어린이집 설치 기준을 강화하고, 신고제를 허가제로 바꾸는 등의 규제가 필요하다.

2013-08-05

음악으로 무더위를 이기는 지혜

올해 창단 10주년을 맞는 포항오페라단이 최근 포항시청 문화동 대잠홀에서 베르디 탄생 200주년 기념 `베르디 오페라 하이라이트` 갈라 콘서트를 열었다. 지역 출신 신진 성악가들과 지역에서 활동하는 중견 성악가들이 총출동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었고, 정상급 성악가 11명이 우정출연을 해 한결 돋보였다. 바리톤 임용석이 예술감독을, 피아니스트 김초롱·박종국이 반주를 맡았고, 베르디의 3대 오페라 `리골레토``라 트라비아타``일 트로바토레`등으로 한여름 밤의 무더위를 식혔다.`제13회 포항바다국제공연예술제`가 영일대해수욕장에서 펼쳐졌다. 6개국 35개 공연예술단체들이 참가해 연극과 뮤지컬, 퍼포먼스, 코미디쇼 등을 선보였다. 불빛쇼와 함께 펼쳐진 개막 작품 `한여름 밤의 꿈`은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동시대적 상상력으로 풀어낸 판타지 뮤지컬로 연희단거리패가 열연해 큰 박수를 받았다. `춤추는 바다, 바다에서 꿈꾸다`라는 부제로 4일까지 5일간 펼쳐졌던 경북 최대의 공연예술제 포항바다국제공연예술제에서는 특히 거리극을 올해 처음 선보여 관광객과 함께 어울리는 즐거움도 주었다.경주문화재단은 1일부터 매주 목요일 오후 8시 보문단지 야외공연장에서 `8월에 눈 내리는 경주예술의 전당 시즌2` 공연을 펼친다. 지역 예술단으로 구성되며, 매주 다양한 장르를 특색 있게 선보일 작정이다. 눈이 내리는 시원한 무대 연출과 얼음물을 제공해 열대야를 날려보낸다. 1일 첫공연에서는 국악을 접목시킨 라디오 공개방송 형식의 공연으로 관객으로부터 받은 사연과 신청곡을 소개하는 소통공연으로 진행됐다. 경주문화재단은 또 3일부터 매주 토요일 오후 5시 교촌한옥마을에서 `교촌음악회`를 열어 여름 무더위를 날린다. 10일에는 판소리의 명인 `정순임 명창과 두두리의 콜라보레이션`을, 17일에는 명품공연 `남사당 놀이`를, 24일에는 `경주국악의 뉴 제너레이션`등이 펼쳐진다.안동 하회마을에는 높이 64m의 천연절벽 부용대가 있고, 그 아래에 푸른 강물이 흘러가고 부용대 맞은편 강 너머에는 솔밭 만송정이 있다. 옛사람들은 여기서 줄불놀이를 했고, 부용대 위에서 불더미를 굴려내리는 퍼포먼스도 펼쳐보였다. 선비들은 배를 타고 시회(詩會)를 하며, 품격 높은 풍류를 즐겼다. (재)세계유교문화재단(이사장 김상철)은 실경수상뮤지컬 `부용지애`를 7일 첫공연을 시작으로 11일까지 5일간 만송정 일대에서 공연한다. 올해 4번째로 공연되는 부용지애는 유교사상인 `인의예지신`에 맞춰 총 5장으로 구성된다. 2010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하회마을의 절경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수상(水上) 뮤지컬은 공연계의 새로운 장르로 탄생했다. 한여름의 무더위를 음악에 실어 날려보내자.

2013-08-05

일방통행식 독단이 문제

경북 영양군은 지난해 `2012 영양김장축제`를 열어 `김장 문제 해결과 추억 만들기`에 성공했다. 단일 소재로 10일간의 프로그램을 짜는 일이고 첫행사여서 다소 미흡한 점이 있기는 했지만 그런대로 무난했다는 평을 받았고 올해의 `영양 빛깔찬 김장축제`를 기다리는 주부들이 많다는 말도 있어 지역 대표축제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그런데 최근 영양군의회 예결특위가 이 김장축제 예산 1억원 전액을 삭감해버렸다. 이에 대해 지역의 고추·배추 재배 농가들과 군민들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기대되는 축제가 막 시작됐는데 농가들과 군민들의 의견도 들어보지 않고 아무 대책 없이 예산을 잘라버린 결정은 성급했다”란 비판의 소리가 높다. 이에 대해 예결특위에서는 “집행부가 예산편성과 관련해 충분한 사전 설명이 없었고 사업계획의 부실 등이 엿보였기 때문”이라고 말했지만 그것은 `합리적인 결정`이라기 보다는 `집행부 길들이기`를 위한 또 다른 독단이며 농민과 군민의 기대를 저버렸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첫 행사의 부실은 으레 있을 수 있는 일이고, 해를 거듭할 수록 차츰 개선돼나갈 수 있으니 그것을 문제 삼아 예산을 전액 삭감하는 것은 `감정적 결정`이다. 집행부는 집행부 대로 의회는 의회대로 일방통행식 결정을 한 것이 문제다. 군의 발전은 안중에 없고 양 기관 간 힘겨루기나 하는 것은 민생보다 정쟁에 몰두하는 국회의 모습과 흡사하다. 빨리 버려야 할 구태 악습이다.대구 동구청은 냉동생선을 해동해 냉장창고에 보관한 율하동 롯데마트에 대해 관련법에 따라 영업정지 7일의 행정명령을 내렸다. 업체는 이에 불복하고 대구시에 행정심판을 청구했고, 대구시 법무담당관실은 “주민에 불편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1천100만원의 과징금 처분으로 바꾸었다. 이에 대해 동구청은 “공룡 유통업체에 솜방망이 처벌이다. 주민 불편을 이유로 들었지만 다른 마트도 있기 때문에 심각한 불편은 없고, 음식 가지고 장난치는 행위는 엄한 처벌해야 한다”며 강력히 반발했다. 시민정서와 법감정을 생각하지 않고 독단적 결정을 내려 발생한 갈등이다.포항의 경우 `효자삼거리의 사거리 변경공사`는 포항시와 포항남부경찰서 간의 마찰을 발생시켰다. 경찰은 도로공사의 중지를 요청하며 “당초 포항시가 제출한 설계도면과 달리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교통정체와 사고위험이 있어 민원이 쇄도하고 있다. 도로 선형 변경으로 교통불편과 예산 낭비만 불러왔다”고 했다. 이에 포항시는 공사를 중단하고 “주민들의 의견을 모두 수렴해 안전성이 확보될 때까지 공사를 재개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했다. 진작에 그렇게 할 일이지 왜 사후약방문식 행정을 하는가. 일방통행식 독단이 항상 문제다.

2013-08-02

신뢰를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다

경제와 국방과 신뢰 3가지 중에서 마지막까지 지켜야 할 것은 `신뢰`라고 공자는 갈파했다. 유대인이 오늘날 세계경제의 중심이 된 그 힘은 신뢰에서 나왔다. 미국 뉴욕의 보석업계를 장악하고 있는 유대인들은 계약서나 보증서가 없이 보석을 거래한다고 한다. 사람(人)의 말(言)이 바로 신(信)인데 `사람의 말`을 법으로 안다는 것이다. 중국의 공자와 유럽의 유대인의 뜻이 잘 맞아들어간다.그런데 우리나라는 국가기관의 말도 믿기 어렵다. 철도시설공단 영남본부는 2011년 6월 “KTX 포항 신역사 주변에 복합 환승시설, 터미널, 근린생활시설, 판매시설, 컨벤션센터, 오피스텔, 백화점, 멀티플랙스 영화관 등을 입주시키겠다”고 했다. 당시 이병석 의원(현 국회부의장)도 기자회견에서 “동대구역보다 큰 규모로 건설된다”고 말했었다. 그런데 2년이 지난 지금 철도시설공단측은 당시와 달리 주변 시설물들이 모두 빠진 포항신역사 조감도를 제시했다.철도시설공단 영남본부 이태균 본부장은 “당시 조감도는 신역사 역세권 개발에 민간사업자를 유치하기 위해 임시방편으로 설계된 것같다”고 했다. 그러나 포항시민들의 시각은 전혀 다르다. MB정권이 물러가기 바쁘게 KTX 역세권도 찬밥신세가 되는 모양이라며 염량(炎凉)세태를 탄식한다. “지난 15년 간 소외지역으로 천대받았는데, 다시 그 때로 돌아가는가” “KTX 노선 자체가 MB의 얼굴 보고 시도한 일이니 체면치레만 할 모양이다” “교통오지 포항이란 오명을 영영 벗어나지 못하는가”허탈한 탄식이 나온다.걱정스러운 것은 정부의 신뢰에 큰 금이 갔다는 점이다. 진나라 효공 시대에 상앙이라는 재상이 있었다. 당시 국민의 국가에 대한 불신감은 극심했다. 상앙은 우선 불신부터 씻기 위해 “남문에 있는 통나무를 북문에 옮기는 자에게 십금을 준다”했는데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 다시 “오십금을 주겠다”하니 옮기는 자가 있었고, 상앙은 그에게 약속한 돈을 주었다. 이렇게 해서 신뢰를 쌓은 후 상앙은 자신이 만든 법률을 공포했고, 그 법률을 그는 철저히 실천했다. 태자가 한번은 법을 어겼는데 `잘못 가르친 죄`를 물어 스승을 처형하고, 태사(太師)는 경형(이마에 먹실로 글자를 새기는 형벌)으로 처벌했다.포항과 대조적으로 차질 없이 추진되는 곳이 경주 KTX 역세권 신도시다. 총면적 1천372㎡에 사업비 4천259억원(공공 51%, 민자 49%)을 투입해 2019년까지 교통·문화·연구가 공존하는 복합신도시로 조성한다. 현재 경북도는 150억원을 투입해 5m짜리 진입로를 4차선으로 확장하는 공사에 착수, 내년 하반기에 개통할 계획이다. 경주와 포항은 지척인데 차별이 심하다. 포항KTX 역세권 개발이 당초 계획대로 추진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

2013-08-02

상생의 정신으로 문제를 풀어가자

지금 포항이 당면한 중대 문제는 RDF사업과 말산업이다. RDF사업은 불에 타는 쓰레기를 단단히 뭉쳐서 태운 에너지를 전기 생산에 이용하는 사업이다. 쓰레기를 매립하지 않아서 매립장 문제를 해결하고, 전기 사용량이 급격히 증가하는 시대에 전기를 생산할 수 있으니 매우 이상적이다. 8년전인 2006년 포스코가 이 사업을 제안하자 시민반응은 긍정적이었다. 다이옥신 배출 등 환경문제가 제기되기도 했으나 굴뚝을 높이는 방법으로 해결된다고 했다. 그런데 이 `바람직한 사업`이 장기간 표류하고 있는 것은 포스코-포항시 간의 협상이 원만한 타결을 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6년과는 달리 포스코는 지금 창사 이래 최대의 고비를 맞고 있다. 글로벌 철강경기 침체기를 맞아 조직 통폐합 등 경영합리화를 단행하는 상황이고, 신규 투자를 자제하는 형편이다. 더욱이 RDF사업을 먼저 시작한 부산시는 아직 시험가동중이어서 그 성패가 불확실하니 후발 주자들이 선뜻 뛰어들기도 어렵다. 가장 큰 문제는 시행사인 포스코에너지가 총 사업비 1천350억원 중 70%인 1천억원을 투자할 여력이 있느냐 하는 것이다.8년간 결론을 내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데, 이에 `열쇠`가 되는 것이 박근혜 대통령의 `착한 적자론`이다. 비록 적자를 보지만 국가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면 적자도 감수해야 한다는 뜻이다. RDF사업이 힘겨운 투자에도 불구하고 경제성에 문제가 있다면 정부가 `착한 투자`차원에서 장기 저리로 자금을 빌려줄 수도 있지 않겠는가. 그리고 지금까지 포항시와 포스코 사이에서만 협상이 진행됐는데, 경북도와 지역 출신 국회의원들이 힘을 보태주면 한결 쉽지 않겠는가.포항시는 2006년 이 일에 처음 나섰던 최규식 당시 청소과장을 복지환경국장으로 전보 발령해 진두지휘를 맡기고, 국장 과장 계장까지 총출동해서 포스코와 기획재정부 관계자들과 실무협상을 벌일 태세다. 이것은 RDF사업을 기필코 성사시키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포항시는 장차 뭘 먹고 살 것인가”란 화두를 놓고 밤낮 고심하는 박승호 시장의 노력을 봐서라도 대구 경북지역 국회의원들이 민생 차원에서 협력해주었으면 한다.말산업은 이미 영천시에서 성공사례를 보이고 있는데, 포항에서는 아직 환경문제에 걸려 매끈하게 추진되지 못한다. 양덕 승마장은 75% 진척된 상황에서 백지화돼 후유증이 만만치 않을 전망인데, 포항시의회 의원 출신 사업가가 곡강초등학교 인근 부지에 사설 승마장 건립을 추진하고 있어 `제2의 양덕승마장`이 될 모양이다. 주민들은 악취와 인접 농경지 피해를 우려하며 포항시와 의회에 반대 진정서를 냈다. 무엇이 포항의 장래를 위해 바람직한가를 생각하는 상생의 정신으로 문제를 풀어야 하겠다.

2013-08-01

현장에 민생 해결의 길이 있다

경북도 보건복지국 직원들은 사회복지 현장의 애로사항 청취와 정책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현장에서 답을 찾자`란 슬로건을 내걸고, 7월부터 사회복지시설을 방문하고 있다. 지난 26일에는 직원 40여명이 노숙인 복지시설인 영천 나자렛집을 찾아 입소자와 시설 종사자들의 건의사항을 청취했다. 이는 국민행복시대를 피부로 느끼게 하겠다는 김관용 지사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여야가 `정쟁 중단, 민생 탐방`에 나섰다. “국회의원의 본업이 싸움이냐?”는 국민의 질책에 의한 행보이다. 새누리당 원내지도부는 최근 소속 의원 전원에게 민생 경제 활성화를 위한 아이디어를 제출하라는 `여름방학 숙제`를 내줬다. 창조경제 실현과 일자리 창출 등 민생경제 전반의 활성화를 위한 여론을 수렴하고, 이를 실천하기 위한`1인 1건`의 대안을 마련하라는 공문을 최경환 원내대표가 내려보냈다. 최 대표 자신은 지역구인 경산·청도의 주요국책사업 현장을 방문하고 있다. 현재 새누리당은 `손가위`(손톱밑 가시 제거 특위)를 설치 가동한다.민주당도 “올해 여름에는 휴가 없다”고 선언한 뒤 `한 손에는 민주주의, 다른 한 손에는 민생`이란 구호를 내걸었다. 김한길 대표는 29일 `을지로위`(을을 지키고 위로하는 위원회)가 주최한 서울·대전·대구·경남 지역 대리운전 기사 피해사례 간담회에 참석했다. 을지로위는 이날 공정거래위원회에 대리운전업체들의 불공정 약관에 대한 시정을 요구하는 심사청구를 내기로 했다. 민주당은 또 피해 신고가 접수된 사업장 별로 책임위원을 배정, 분쟁 해결을 중재하고 있다.새누리당 강석호 의원(영양·영덕·울진·봉화)은 7월 초부터 폭염속에서 민생 현장을 누볐다. 봉화를 시작으로 영양 울진을 거쳐 30일 영덕에서 마무리했다. 강 의원은 장사 기념공원에서 “장사상륙작전의 빛나는 무공이 역사 앞에 떳떳하게 재조명되고 국가적 차원에서 예우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또 지역발전의 초석이 될 동해중부선 철도 건설 및 동서4축 고속도로 현장을 찾아 격려하고, 관련 민원도 챙기는 한편 동네 어르신들을 만나 불편사항을 듣고 당부를 경청했다.경북·강원·충청도의 민생문제 중에서 오랜 고질병으로 알려져온 것이 폐광산 주변의 토질 및 수질의 중금속 오염이다. 환경부는 경북도내 40여곳과 강원도 충북 등의 80개 폐석탄광산 주변을 대상으로 한 기초환경조사 결과를 29일 발표했는데, 30%가 `토양오염 대책기준`을 초과했고, 수질조사를 한 70개 폐광중 16곳은 납 니켈 망간 철 등이 기준치를 초과했다. 이 때문에 적화·백화현상이 발견되는데, 장기간 중금속이 동해로 흘러들어 `독도 갯녹음`이 발생하는 것은 아닌지 전국 국회의원들이 현장탐방에서 해결책을 강구해주기를 기대한다.

2013-08-01

미국과 한국

▲ 구자문 한동대 교수·공간환경시스템공학부30여년전 미국에 처음 갔을 때는 모든 것이 서툴고 새롭기만 했었다. 이미 제트여객기가 운항중이라 지금과 같이 10여 시간 비행 끝에 미국에 도착했지만 언어, 음식, 주거 등 모든 면에서 한국과 다른 점들이 매우 컸었다. 시카고공항에 내렸는데 폭설로 인해 연결 비행기를 타지 못하고 호텔에서 하룻밤을 묵었는데 방안이 좀 쌀쌀함에도 온도 올리는 방법을 알지 못해서 따뜻한 샤워 하며 밤을 지새웠던 기억이 난다. 아이오아주에서 미국생활이 시작되었는데 영어가 서투르니 바디랭귀지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유난히 `읍스, 익스큐스미`하는 단어가 귀에 많이 들어 왔다. 좁은 통로에서 마주치면 미국인들이 `죄송합니다` 하고 손쉽게 하는 말이었다.미국식당에 가면 음식도 많지만 주문하기가 매우 까다로워서 곤혹스러웠던 기억이 나는데 고기를 어떻게 구울 것인가 물으면 `웰 던`, 샐러드에 드레싱을 어떤 것으로 할까요 물으면 `싸우전 아일랜드` 하고 외웠던 기억이 난다. 그 이외에도 수박이 어느 것을 사나 매우 달고 맛있었던 것, 한국에서는 비싸서 잘 먹지 못하던 바나나가 매우 싸서 한동안 매우 즐겨먹던 기억도 난다.하지만 세월이 흐르고 우리 한국이 크게 발전하여 미국과 한국 두 나라 사이에 생활수준에 있어서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수 많은 건물과 자동차, 대형마트와 식당들, 극장, 커피숍…. 이들이 사는 집에 우리도 살고 이들이 먹는 음식을 우리도 먹고 있다.한국에서 갓 결혼한 조카부부가 멕시코 휴양지에 신혼여행 갔다가 필자가 몇 주 머무르는 로스앤젤레스에 들러 1박2일을 함께 지내었는데 우선 이들이 기성세대 한국인들과 달리 키들이 미국사람들 만하고 미국에 처음 왔음에도 서투르나마 당당하게 말하고 듣고 쇼핑하며 마치 이웃도시에 여행 온 것 같은 정도의 느낌을 주고 있었다. 필자가 30여년 전 느끼던 그러한 미국이 아니라는 것이다.지난 30~40년간 우리 한국의 발전은 놀라운 것이다.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꿈꾸던 `아메리칸 드림`을 이루었다고 할 수도 있겠다. 그렇다면 우리 한국사회가 정말 미국사회와 같아진 것인가? 우리의 소득, 도시시설, 사회복지, 지역정치, 그리고 국제적인 위상까지 같아진 것인가? 아직은 그렇지 못하다.우선 미국은 큰 나라이다. 국토가 넓고 갖가지 자원이 풍부하고 국민총생산이 절대적인 세계1위이며 군사적으로도 최강국이다. 잘 알려졌듯이 중앙정부의 재정적자, 소득불균형, 슬럼지역, 인종차별 등 다양한 문제점들이 없는 것이 아니며 미국식의 자본주의를 본받을 필요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미국은 아직도 다른 나라들이 경쟁하기 힘든 큰 강점을 지닌 나라이다.우리 한국은 아직 이러한 미국의 일인당 국민소득은 40%, 국민총생산은 5%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 한국은 국토가 적고, 인구도 적고, 지난 30~40년간 큰 발전을 이루었지만 아직도 자본과 기술면에서 미국과 일본 등에 비해 크게 부족한 형편이다.우리 한국의 강점이 무엇이었는가? 이는 우리의 잘 교육된 인적자원이고 국민들의 남다른 부지런함이고 그리고 무언가를 이루겠다는 신념이라고 보아진다. 이러한 자산들을 바탕으로 산업화를 이루고 첨단의 제품들을 생산해내고, 세계적인 기업들을 키워내었다.하지만 작금의 우리 한국은 세계적인 경제불황과 맞물려 있다 하더라도 너무나 긴 세월 동안 국민소득 2만불 전후에 머물러 있다. 과거 우리의 강점인 잘 훈련된 저렴한 비용의 노동인력이 지금도 존재하는지 궁금하기도 하다. 하이텍 제품으로 세계시장에서 경쟁우위를 나타내며 크게 번성해야 할 우리 산업들이 중국 등 여러 나라의 추격을 받고 있지만 이에 대한 대책이 크게 있는 것도 아님이 큰 안타까움이다.

2013-07-31

한·일관계, 정치·경제 분리해야

일본 시가현 어느 고교 학부모들은 11월로 예정된 한국 수학여행을 반대했다. “전쟁이나 테러가 일어날 수 있는 한국에 자녀를 보낼 수 없다”는 것. 개성공단 문제로 북한이 테러나 전쟁을 벌일 수도 있다는 이유다. 학교측은 “외무성에 의하면, 지금 당장 무슨 일이 벌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고 했지만 학부모측은 “우리도 외무성에 문의했더니 100% 안전한 것은 아니라는 대답이 왔다”고 했다. 돗토리현도 `한국수학여행`을 꺼리고 있다.잠실경기장에서 열린 2013 동아시아컵 최종전때 있었던 일이다. 애국가가 끝난 후 일본 응원단은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인 `욱일승천기`를 흔들었고, 보안요원들이 깃발을 뺏었다. 그러자 붉은악마 응원단이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란 글을 쓴 대형 걸개를 펼쳤다. 일본팀은 이에 항의했고, 대한축구협회는 철거를 요구했다. 붉은악마는 걸개를 거두면서 응원도 거부했다. 응원소리가 사라지자 우리팀도 힘을 잃었음인지 종료 휘슬과 거의 동시인 후반 45분에 추가 골을 허용했다.한국인으로서 일본에 귀화해 현재 다쿠소쿠대 교수로 있는 오선화씨는 지금까지 `한국합병의 길` `반일 한국에 미래 없다`등 40여권에 달하는 한국 비판서를 펴냈다. 또 그녀는 “한국은 일본이 노벨상을 받을 때 마다, 돈으로 샀다`하는데, 그럴 시간에 한자의 의미를 생각해보라. 한국은 한글우월주의에 빠져 한자를 잊고 있다”고 했다. 그녀가 최근 친척 결혼식 참석차 방한했다가 공항에서 입국거부를 당했다. 그녀는 돌아가 신문기자와 인터뷰를 했다. “문명국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한국에는 인권도 무엇도 없다”고 말한 기사가 산케이신문 1면 머리를 장식했다.한·일간의 정치·외교적 관계에는 이렇게 갈등 마찰이 잔존한다. 일본 우익들의 혐한(嫌韓) 발언이 위험수위를 넘은 지 오래다. 그러나 경제교류에서만은 별 이상이 보이지 않는다. 일본 소재산업들이 포항 영일만에 투자처를 찾아 자주 오고, 최근에는 포항과 일본 마이즈루 간 국제페리 정기항로 개설 협의가 잘 진행되고 있다. 일본측 대표단 8명이 2015년 상반기 개설을 목표로 한 국제페리 정기항로 협의차 포항국제불빛축제 관람을 겸해 포항을 방문했다. 아울러 양 도시 간 청소년 홈스테이 및 스포츠 교류 확대도 협의했다. 포항시의회도 자매결연 도시인 일본 후쿠야마 시의회 의원 10명을 맞아 불빛축제에 안내했다.정치적으로 양국은 깊은 감정의 골을 가지고 있지만 경제적 이익을 서로 나누는 일에는 그런 감정이 끼어들 여지가 없다. 정치는 `감성`에 좌우될 수 있지만 경제는 `이성`이 판단하기 때문이다. 아베정권 이후 한·일관계가 심히 흔들리지만 경제교류에서는 내내 이상이 없었으면 한다.

2013-07-31

핑계도 다양한 여름휴가 외유

여·야당이 국가정보원 국정조사특위 일정을 우여곡절 끝에 합의하고는 1주일 간의 여름 휴가를 떠났다. 일부 의원을 배제하는 문제와 국정원 보고 비공개 여부를 두고 한참을 다투다가 얼마 남지 않은 날짜를 그나마도 휴가로 1주일씩이나 보낸다. 새누리당 권성동 의원은 “7월말은 너무 더우니 8월5일 국정원 기관 보고를 시작으로 특위 일정을 재개하기로 했다”고 했다.이에 특위 위원인 민주당 신경민 의원은 이를 `악마의 합의`라 독설을 퍼부었고, 민주당 간사인 정청래 의원은 “자신만 선명한 것처럼 인기성 발언을 하는 것은 악마의 비겁함인가”라고 맞받았다. 국정원 국정조사는 여·야 갈등에다가 야당 내부의 갈등까지 겹쳐 `갈등 특위`가 된 것같다. 여기에 민변의 한 변호사는 “국기문란 범죄 진상 조사보다 여름 휴가가 먼저라고? 국정조사가 심심풀이 땅콩인가? 한심한 의원들!”이라고 비난했다. 시민들은 “국정 조사냐, 국정 휴가냐”했다.국정원 국정조사는 처음부터 난제 투성이다. 여야가 각각 `물고 늘어질 건수`가 있고, 누구를 증인으로 불러내느냐를 두고도 쉽게 결론이 나지 않았으며, 피차 큰소리 칠 여지가 없는 맞고소 상황이었다. 그래서 무더위니 휴가니 해서 어영부영 시간을 보내다가 한 10일 남겨두고 재개해서 대충 끝내려는 것이 아닌가. “민생이 먼저지, 정쟁이 먼저냐”하는 국민의 비판이 무섭다. 여론조사에서 여야 공히 지지율 하락을 보이는 것이 바로 `국민의 질책`이다.대구교육청과 경북교육청은 해외 출장을 두고 말썽이다. 우동기 교육감은 직업진로교육 연구와 선진국 사례 수집을 위해 스페인과 터키를 1주일간, 이영우 교육감은 선진국과 우리나라의 교육제도를 비교 분석하고 공교육이 지향해야 할 발전방안을 마련한다는 취지로 영국과 스페인에 갔다. 그런데 영국, 스페인, 터키가 우리나라보다 교육선진국인가. 경제력도 그렇고, 교육열에서도 그렇고, 우리나라는 이미 선진국이다. 그런데 어디 가서 뭘 배워오겠다는 것인가. 꼭 참고하고 싶다면 언론들이 해외 현장에 가서 취재해 지면에 실린 글을 보면 될 것이지 굳이 막대한 시민혈세를 써가며 1주일씩이나 돌아다닐 필요가 있는가. 독일의 마이스터 고교는 너무나 유명하다.더욱이 수행 공무원의 취지와 별 상관 없는 생활문화과장, 시설과장이 낀 것은 “출장목적은 내세운 핑계이고, 그냥 외유”라고 실토하는 것이 아닌가. 이번에 함께 가는 부산, 강원, 경기교육감들은 주무관, 정책보좌관, 비서, 담당장학사 등이 수행했다. `연구보고서`가 어떻게 나올지 모르지만 기행문을 베끼거나 남의 연구결과를 표절한 출장보고서가 나오지 않아야 하겠고, 시민들은 혈세 지출이 아깝지 않는 가치가 있는 레포트가 나오는지 감시해야 하겠다.

2013-07-31

정전60돌 콘서트가 가진 의미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최근 한국전쟁을 `승리한 전쟁`이라고 했다. 6·25는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지 겨우 5년 만에 터졌고, 세계는 `전쟁피로증`을 호소하며 “전쟁 빨리 끝내라”고 압박했다. 그래서 미국은 쫓기듯 휴전협정을 체결했으며, 이긴 전쟁인지 진 전쟁인지 제대로 정의도 되지 않은 채 종전(終戰) 아닌 정전(停戰)이 됐다. 그래서 한국전쟁은 `잊혀진 전쟁`이 됐는데, 미 대통령이 “이긴 전쟁”이라 선언했다. `6·25의 재해석`이다.이에 화답이나 하듯이 우리 국방부는 한미동맹 60주년을 맞은 올해 `백선엽 한미동맹상(賞)`을 제정해서 양국 군사동맹 발전에 공이 많은 미국측 인사를 포상할 계획이다. 상명칭에 `백선엽`이 들어간 것은 종북 좌파들은 백선엽을 민족반역자라 하지만 미군들에게도 백 장군은 6·25의 전설적 영웅으로 꼽히고, 한미연합사를 상징하는 구호인 “같이 갑시다(Go together)”를 창시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얼마전 박근혜 대통령과의 한미정상회담때도 오바마 대통령은 연설 끝머리에 분명한 한국어로“같이 갑시다”라고 말했다. 동맹상 수상자는 역대 주한미군 장성이나 참전 용사 중에서 선발한다.정전 60년이 특별한 의미를 가지는 것은 중국의 대북(對北) 태도가 변화를 보였다는 점이다. 중국은 그동안 한국전쟁을 항미원조(抗美援朝·미국에 대항하고 조선을 지원함)전쟁이라 불러왔는데, 최근에는`한국전쟁`이라 불렀다. 이는 국제사회에서 통용되는 `Korean War`를 그대로 따른 것이다. 또한 중국은 미국과 정상회담 등 상호존중 협력을 강조하고 있으니 항미(抗美)같은 용어를 자제하려는 것이다. 근래 들어 중국과 북한은 `혈맹관계`가 아니라 `정상관계`로 격하됐다.또 하나 의미 있는 일은 `정전 60주년 기념 UN 참전국 교향악단 평화콘서트`가 창설된 것이다. 김인규 한국전쟁기념재단 이사장이 주관하고, 청백리 김태영 전 국방장관이 추진단장을 맡았다. 참전 21개국에서 음악가 30명이 참여하고, 한국인 음악가 30명 등 총 60명이 구성하는 오케스트라이고, 소프라노 신영옥 등 세계적인 성악가들이 출연한다. 이는 “6·25가 잊혀진 전쟁이 아니라 이긴 전쟁”임을 외치는 모습이기도 하다. 북한도 `전승절`로 대대적인 기념행사를 하는데, 우리도 `참전국들과의 콘서트`로 승전의 의미를 부각시킨다. `서로 이긴 전쟁`이란 뜻이다. 음악회는 26일 도라산역에서, 30일 부산 유엔묘지 인근 문화회관에서 열린다.이런 의미 있는 콘서트가 두 번 공연으로 끝나는 것은 아쉽다. 전국적으로 유치해서 평화를 다짐하는 것이 좋다. 우리 대구·경북지역도 이 악단을 유치해서 시민들과 함께 즐기는 것이 바람직하다. 포항 효자아트홀이 관심을 가질만하다.

2013-07-30

적조 대책 완벽히 세워졌는가

올 여름 기상은 매우 특이하다. 중부지역은 긴 장마가 이어지고, 남부지역은 땡볕만 내려쪼인다. 게다가 동해안은 냉수대가 형성돼 해수욕철인데도 바다에 들어가 5분을 견디기 힘들 정도였다. 수온변화에 민감한 물고기가 견디기 힘들어 폐사하는 현상이 발생했다. 동해안 10여 곳의 양식장에서 100여만 마리의 어류가 냉수대 때문에 폐사했는데, 설상가상으로 적조현상까지 나타나니 어민들의 한숨은 더 깊어간다. 지구촌의 기상이 갈수록 이상현상을 보인다.북에서 내려온 찬공기와 덥고 습한 북태평양 고기압이 한반도 상공에서 팽팽하게 맞서면서 장마전선이 남북으로 오르내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기상청은 설명한다. 기상청 관계자는 “장마가 예상보다 오래가고 있지만 일단 장마가 끝나면 북태평양고기압의 확장으로 9월 초까지 무더위가 이어질 것”이라 한다. 하늘이 한반도에 호된 시련을 주는 것 같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동해안은 냉수대 후에 적조까지 겹친다. 이미 남해안은 엄청난 피해를 봤다. 강렬한 햇빛 등 적조 번식 여건이 조성되면서 양식 물고기가 떼죽음한 것이다.경남 거제에서 처음 적조가 발생한 후 통영, 남해, 거제 일대 양식장 21곳의 물고기 744만 마리(20억원 상당)가 폐사했고, 특히 통영은 양식장 40여곳 중 80%가 피해를 입었다. 전남쪽은 아직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으나 여수 앞바다에 적조가 확산돼 경보가 내려진 상태다. 국립수산과학원 관계자는 “강한 비나 태풍처럼 적조를 막을 요인이 당분간 없을 것인데, 남풍을 타고 적조가 계속 연안으로 밀려오고 있다”며 철저한 예방책이 필요하다고 했다.국립수산과학원은 포항시 남구 장기면 양포리에서 북구 청하면 월포리까지 동해안 해역에 적조가 발생해 27일 적조주의보를 발령했다. 이날 길이 1㎞ 폭 30m의 적조띠를 어민들이 발견하고 수산당국에 신고했는데, 적조생물의 밀도가 주의보 기준치보다 훨씬 높았다. 경북도 어업기술센터 관계자는 “최근 포항 등 동해안 일부 수역의 경우 냉수대가 약해지고 수온이 급속히 오르면서 적조 발생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고 했다. 아직 양식장 피해가 보이지 않고 있으나 남풍이 불어 적조대를 양식장 쪽으로 밀고, 수온 상승으로 적조 발생 해역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으니 철저한 대비책을 세워둬야 한다.경북도는 28일 하루 동안 3척의 어업지도선을 동원해 샅샅이 예찰했고, 어선들에게도 적조를 발견하면 문자메시지 등으로 즉각 신고해줄 것을 당부했다. 그리고 국립수산과학원 관계자는 “양식장에서는 가급적 적조생물 밀도가 낮은 중층으로의 가두리 이동이 요구되며, 육상 수조식 양식장은 유입수 사용시 주의가 요망된다”고 했다. 항구적인 적조대책을 위해 연구기관에서 해독제 발명에 더 힘을 기울였으면 한다.

2013-07-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