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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ㆍ연예

“연기는 고통을 이겨낼 어떤 것이 있죠”

배우 김고은(23)은 또래 여자 배우 중 독보적이다. 2012년 신인상을 안긴 데뷔작 `은교`가 대중이 접한 유일한 영화지만 `은교`가 남긴 그의 존재감은 뚜렷하다.또래 여배우로 박보영, 고아성, 고아라 등이 있지만 이들처럼 아역으로 데뷔하지도 않았고, 작품 편수가 많은 것도 아니다.그는 데뷔작으로 말간 얼굴의 여고생 역으로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를 택했고, 가장 `핫` 할 때 학교로 돌아갔다. 그리고 두 번째 작품인 스릴러 영화 `몬스터`로 2년 만에 돌아왔다.영화 개봉을 앞두고 지난 10일 만난 그는 “그 사이에도 욕심을 부리면 할 수 있는 작품도 있었지만 내가 준비가 안 된 상태였다”고 했다.“`은교`는 정말 행복하게 촬영했어요. 감독님도, 함께한 배우도, 작업 환경도 정말 좋았고 거기서 연기하는 게 정말 좋았어요. `은교` 이후 지금 당장 사람들이 나한테 주는 관심에 부응하려면 한시라도 빨리 다른 모습을 보여줘야겠다는 마음도 물론 있었지만, 그런 마음이 드는 순간 오히려 지금은 안 되겠다고 생각했어요.”그는 잠깐의 관심에 혹해서 거기에 부응하려고 노력하다 보면 “충분히 즐기지 못할 것 같았다”고 했다.그래서 학교(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로 돌아갔다. 한 학기 동안 연극 무대에 서고 단편 영화도 찍으면서 온전히 연기에만 집중했다고 했다.`몬스터`에서 그는 지능이 9~10살 수준에 머무는 복순을 연기했다. 할머니가 물려 준 노점에서 채소를 팔며 씩씩하게 잘 살다가, 하나밖에 없는 동생을 죽인 연쇄 살인범 태수(이민기 분)와 쫓고 쫓기다 맞붙는 역할이다.데뷔작에 이어 선택한 두 번째 작품도 쉬운 선택으로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그는 `파격적`이라든가, `부담 없느냐`는 말을 듣고 나서야 `그런가?`,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구나` 한다고 했다.“대본을 처음 봤을 때 여태 본 적 없는 느낌에 재밌었어요. 스릴러 장르에서 피해자로만 등장하는 여성의 역할에 대해 아쉬움이 있었거든요. 왜 여자만 당하지?, 왜 여자는 못 죽이지? 하는 아쉬움을 해소해 주는 느낌이었어요. `어? 나랑 같은 생각을 하는 분이 계시네` 라는 생각에 별 고민도 없이 택했죠.”첫 작품이 남긴 이미지가 워낙 강렬했던 터라 그만큼 기대도 높았으니 부담이 클 법도 했을 텐데 그는 “워낙 단순해서 그런 건 별로 생각하지 않았다”고 했다.은교도, 복순이도 그에게 맞춤하게 어울렸던 건 연기에 앞서 그의 깨끗하고 맑은 얼굴 덕이기도 하다.그는 “예고 다닐 때 주변 친구들이 (성형 수술을) 많이들 하고 왔다. 나도 내 얼굴에 만족하지 않았고, 수술을 해보고 싶기도 했는데 지금은 (수술하지 않은 것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7살 무렵 큰 수술로 입원했을 때 팔은 물론 목에까지 주사를 맞아야 했던 게 트라우마가 됐다. 옷을 피팅하면서 꽂은 핀이 느껴져 벗지도 못하고 벌벌 떨며 눈물을 흘릴 정도다.그런 그의 다음 작품은 무협 영화인 `협녀: 칼의 기억`이다. 촬영하다가 손가락이 찢어져 살이 벌어졌는데도 `안 꿰맬 방법은 없냐`고 묻고, 응급실에서 치료받으며 실신 직전까지 갔단다. 액션 장면이 많았지만 “칼은 오히려 괜찮다”며 웃었다.그는 부끄러움도 많고 낯도 가린다고 했다. 영화를 좋아한 부모 덕에 어렸을 때부터 영화를 많이 접했고, 감독이 아니더라도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어 계원예고에 진학했다.“처음 연극에서 덜컥 주연을 맡았어요. 친구들이랑 연습할 땐 재밌었는데 무대 올라갈 시간이 다가오면서 점점 부담스럽고 싫어지는 거에요. 공연 전날엔 무대에서 뛰쳐나가는 꿈을 꿀 정도로요. 다행히 무사히 마치기는 했지만 무대 위에서 불안과 긴장이 너무 고통스러워서 다시는 연기 안 하겠다고 했어요. 그걸 매일 견디고 살면 너무 힘들 것 같아서요.”그런 그에게 연출 선생님은 한 번만 더 해보면 어떻겠냐고 제안했고, 좋아하고 존경하는 선생님의 제안이 이유가 있겠지 싶어 알았다고 했다. 그에게 주어진 건 아주 작은 역할이었다.“응, 아니 같은 대사들뿐이었어요. 괜히 자존심도 상했고, 분량이 워낙 작아서 내가 중요한 존재가 아니라고 생각해 연습 때 졸기도 하고 충실히 안 했죠. 어느 날 선생님이 불러 `내가 널 잘못 본 것 같아`라고 하신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어요. 내 행동과 생각이 얼마나 경솔했는지 알았죠. 그때부터 내가 할 수 있는 걸 총동원해서 캐릭터를 만들었고, 그 캐릭터가 `대박`이 났어요. 연기하는 데 부담도 없었고 신이 났죠. 붕붕 날아다니는 느낌이 들 정도로요.”그날 암전이 되고 나서도 무대에서 내려가기 싫었고, 다시 이런 감정을 느낄 수 있을까 하는 아쉬움에 펑펑 울었던 건 살면서 느껴보지 못했던 소중한 감정이었다.“무용을 그만둔 건 고통을 이겨낼 만한 즐거움이 없어서였어요. 칭찬을 들어도 별로 좋지도 않았고요. 연기도 행복하지만 고통의 순간도 있어요. 하지만 그 고통을 이겨낼 만큼의 어떤 것이 있으니까 하는 것 같아요.” /연합뉴스

2014-03-14

“저희들과 싱싱한 음악 추억 풀어봐요”

1980~90년대를 주름잡은 연예계 고수들이 한자리에 모여 입담 대결을 펼친다.tvN이 새롭게 선보이는 `근대가요사 방자전`(이하 방자전·방송을 잘 아는 자들이 전하는 이야기)은 과거 유명 노래를 재료로 연예계 `레전드`들이 추억을 나누는 음악 토크쇼다.11일 오후 서울 종로에서 열린 `방자전` 기자간담회에서 프로그램 진행을 맡은 주병진은 “젊은 세대와 나이 든 세대가 하나 돼 교훈도 얻고 추억 여행도 하는 훌륭한 프로그램이 되리라 확신한다”고 강조했다.`방자전`은 1980년대 중반에서 1990년대 초 한국 가요계가 화려한 꽃을 피웠던 시절 전성기를 누린 스타들이 출연해 당시 히트한 노래를 바탕으로 가요계 비하인드 스토리를 풀어낸다.CJ EM 계열 케이블 채널이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에서 그간 꾸준히 시도해온 `복고` 콘셉트의 연장선에 있다.제작진은 “남진·나훈아의 1970년대를 `고대`, 서태지 이후를 `현대`로 보고 그 사이인 80~90년대를 `근대가요`라고 이름 붙였다”고 설명했다.프로그램은 무엇보다 화려한 패널들이 눈에 띈다. 지금 가장 `뜨거운` 가수라고 하기는 어렵지만 분명 한 시대를 풍미한 `레전드` 스타들이 모였다. 여섯 출연진의 연예계 경력을 합하면 무려 179년이라고 한다.2년 만에 MC로 복귀하는 `개그계의 신사` 주병진을 중심으로 `원조 아이돌 그룹` 소방차의 정원관, 발라드의 전설 변진섭, 한국의 마돈나 김완선, 록의 자존심 김태원에 `안방마님`으로 박미선이 참여한다.주병진은 “`응답하라 1994`가 그 시절 이야기를 연기를 통해 드라마 형식으로 보여줬다면 우리는 싱싱한 이야기를 갖고 토크 형식으로 풀어낸다. `응사`가 냉동 회라면 방자전은 살아있는 회가 아닌가 생각한다.(웃음)”고 설명했다.그는 이전 프로그램의 흥행 실패 이후 2년 만에 복귀하는 부담에 대해서는 “방송을 오랜 세월 하지 않다가 다시 해 어색함을 떨칠 수 없다”면서도 “참패한 경험이 좋은 약이 됐다. 구성 단계에서부터 열심히 땀 흘리고 있다”고 자신감도 보였다.변진섭은 “당시 주옥같은 한국 음악이 너무 많다. 그런 음악들을 토대로 당시에는 알려지지 않았던 연예인들의 많은 이야기를 전해 드리고 싶다. 우리만의 이야기가 샘솟듯 나올 것 같다”고 각오를 나타냈다.김태원도 “최근 밴드도 멤버 교체 문제로 잠시 쉬고 예능도 3개월 정도 쉬다 보니 사람이 그리워지기 시작하더라(웃음)”며 “자유롭게 선배들과 대화하는 과정이 억지로 웃기지 않아도 재미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기대했다.대부분 30년 안팎의 연예계 경력이 있어서인지 최근 예능 프로그램의 제작 경향에 대한 아쉬움의 목소리도 나왔다.주병진은 “재미있는 말 한마디를 방송에 내보내려 무한 경쟁한다. 다른 사람의 말을 끊고 무시하고 비밀을 폭로하는 현상이 벌어진다”면서 “음식에 첨가물을 타다 보니 순수한 프로그램은 재미없게 느껴진다. 앞으로 프로그램이 바뀌면 국민의 정서도 바뀔 것으로 본다”고 소신을 밝혔다.박미선은 “젊은 친구들의 녹화장은 전쟁터 같다. 과장하거나 누군가 물어뜯어야 방송에 나간다”면서 “방자전은 착해서 편했다. 시청률이 과연 나올지 불안하기도 한데 생각해보면 이게 맞다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문희현 PD는 “예전 음악에 담긴 메시지를 중심으로 연예계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재미있게 토크에 녹여볼 생각”이라고 강조했다.14일 밤 11시20분 첫 방송. /연합뉴스

2014-03-13

`원조 디바` 김추자 33년만에 가요계 컴백

1970년대 큰 사랑을 받은 `원조 디바` 김추자(63)가 33년 만에 가요계에 컴백한다.소속사 박의식 대표는 11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1981년까지 국내서 활동한 김추자씨가 다음달 새 음반을 내고 오는 5월 16~17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늦기 전에`란 타이틀로 공연한다”고 밝혔다.김추자가 새 음반을 준비 중이란 소식은 지난해부터 알려졌지만 일정이 다소 늦춰졌다. 새 음반에는 신곡을 주축으로 과거 발표했지만 대중적인 히트를 하지 않은 곡을 재편곡해 수록한다.특히 김추자를 데뷔시키고 스타덤에 올려놓은 신중현이 작곡한 미발표 신곡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모은다.박 대표는 “김추자 씨가 오랜 시간 인연을 맺은 작곡가 분들에게 받아둔 신곡이 많아 요즘 사운드에 맞게 다시 편곡했다”며 “신중현씨가 과거 김추자 씨에게 줬지만 발표하지 않은 신곡도 담길 예정이다. 현재 선곡 작업을 마무리하고 보컬 녹음이 남은 상태”라고 설명했다.공연은 대관 절차를 마무리했으며 지난 10일 인터파크 티켓 오픈 소식에 김추자의 공연 일정이 공지됐다.김추자의 국내 활동 재개는 1981년 이후 33년 만이다.1969년 데뷔한 김추자는 신중현 사단의 대표 가수로 `늦기 전에`, `커피 한잔`, `월남에서 돌아온 김상사` 등의 히트곡을 내며 대중적인 인기를 누렸다.1980년 음반을 발표하고 1981년까지 방송에 출연했지만 결혼하면서 활동이 뜸했다. 지난 2000년 미국 뉴저지, 로스앤젤레스, 워싱턴 등지에서 공연했지만 국내에서는 공연을 열거나 새 음반을 내지 않았다.박 대표는 “김추자 씨는 미국 공연 외에는 별다른 활동을 하지 않았다”며 “33년 만에 팬들을 만난다는 생각에 김추자씨가 열의를 갖고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연합뉴스

2014-03-12

“성실하게 살아온 이들을 위한 희망가”

치렁한 장발, 몸에 밴 록 스피리트, 자연스레 묻어나는 팀워크…. 메탈 밴드 블랙홀의 록에 대한 믿음과 자부심이 외모와 말투에서 고스란히 전해졌다.어느덧 멤버 대부분이 40~50대가 됐지만 “우린 밴드란 정신이 강해 자신감이 있다. 로커란 타이틀 하나만 있다면 부러울 게 없다”고 말했다.`록 음악계의 대들보` 블랙홀은 한국 헤비메탈 음악의 태동기인 1985년 결성돼 1989년 1집 타이틀곡 `깊은 밤의 서정곡`으로 대중적인 사랑을 받았다.올해로 데뷔 25주년을 맞은 이들은 당대 함께 활동한 시나위, 백두산, 부활 등의 밴드들과 달리 단 한 번도 공백기 없이 지속적인 활동을 펼쳐왔다. 원년 멤버인 주상균(보컬 겸 기타)이 리더로 1990년 정병희(베이스), 1995년 이원재(기타)가 합류했고 막내 이관욱(드럼)이 2002년에 들어왔다.이들이 11일 9집 `호프`(Hope)를 발표했다. 간간이 싱글을 냈지만, 정규 앨범을 내는 건 2005년 8집 `히어로`(Hero) 이후 9년 만이다. 오는 29일에는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K-아트홀에서 `일어나, 괜찮아`란 제목으로 9집 발매 기념 공연도 연다.최근 서초구 양재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들은 “정규 앨범을 내는 건 9년 만이지만 매년 공연을 했고 연습을 게을리하지 않았다”고 했다. “빨리 인터뷰하고 연습을 해야 해 마음이 급하다”며 의욕도 보였다.앨범의 공백에는 여러 이유가 있었다. 록 시장이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자 기념 음반에 그칠 것 같았다. 그래서 때를 기다렸다. 유일한 30대 멤버인 이관욱(39)은 “블랙홀에 몸담은 지 12년 동안 정규 앨범이 8집 한 장이었는데 감회가 새롭다”고 웃었다.“사실 비겁한 이유였죠. 하지만 이제 앨범을 내고 활동해도 충분할 만큼의 상황이 된 것 같아 `올인` 하게 됐어요.”(주상균)때를 기다린 앨범에는 신곡 5곡과 과거 발표한 싱글 4곡 등 총 9곡이 수록됐다. 신곡에선 `깊은 밤의 서정곡`처럼 대중과의 접점을 찾은 곡과 메탈 밴드로서의 정체성을 드러낸 트랙이 공존한다. 고민의 흔적이 엿보인다.주상균은 “우리의 고민을 정확히 짚었다”며 “우리 음악이 가장 가치 있다고 여기거나, 우리 걸 고수해야 블랙홀이라 생각하는 자가당착에 빠지고 싶지 않았다. 세상에 귀 기울여 음악으로 공감을 얻고 싶었다. 고민했지만 욕심부리지 않았다. 정갈한 반찬처럼 먹을 만큼만 내놓았다”고 설명했다.타이틀곡 `일어나, 괜찮아`는 몽환적인 기타 연주와 블랙홀 특유의 서정성이 조화를 이뤘다. `유니버스`(Universe)는 기존 블랙홀 음악에선 듣기 어려웠던 전자음을 내세웠다. `그 길은 외롭지 않습니다`는 팬들에 대한 고마움을 담은 노래로 50여 명의 팬이 코러스로 참여해 의미를 더했다.그러나 이들은 오랜 시간 천착해온 사운드의 뿌리를 이내 드러낸다.`진격의 망령`에선 1집 곡 `야간비행`을 연상시키는 빠르고 강렬한 속주와 `진격`, `박멸` 등 마치 구호 같은 가사가 들려온다.`단기 4252년 3월1일`은 동학농민운동을 다룬 2집 `녹두꽃 필 때에`와 4집 `잊혀진 전쟁`의 연장선에 놓여 있다. 친일파 후손들이 여전히 판치는 세상에서 정통성을 되짚어보자는 의미로 만든 노래다.이들 곡은 그간 광주 민주화 운동, 일본 역사 문제, 촛불시위 등 사회적인 메시지를 담은 노래를 발표하고 이라크 파병 반대 반전콘서트, 용산 참사 유가족 돕기 자선 공연 등의 무대에 오른 블랙홀의 소신이 담긴 노래다.정병희는 “상균이 형은 노래방 가면 애국가 부르고 가는 사람”이라고 웃었다.각기 다른 소리를 입은 노래들이지만 주상균의 창창한 보컬을 타고 흐르는 주제는 `희망`이다.주상균은 “성실하게 살아온 사람들이 이 사회의 주인이 되는 세상을 꿈꾸며 노래하고 싶었다”며 “아무리 힘들어도 이만큼 왔으니 앞으로도 힘내서 갈 수 있다는 응원가”라고 설명했다.신곡을 선보일 500석 규모의 공연은 스케일을 키운다. 무대, 관객, 연주만으로 구성하던 기존 형식에서 벗어나 조명, 동영상 등을 활용하는 연출을 가미한다.멤버들은 “공연은 세 파트로 나뉜다”며 “기존 레퍼토리를 편곡해 새로운 형태의 연주로 들려주고 어쿠스틱한 무대, 원초적인 메탈 무대가 이어진다”고 소개했다.희망을 노래한 이번 앨범은 이들을 위한 희망가이기도 하다.멤버들은 “과거 록 음악은 시끄럽고 어렵다며 들려줄 기회조차 없던 시절이 있다”며 “앨범의 한 곡이라도 많은 사람이 듣는 곡 중 하나가 됐으면 좋겠다. 우리가 가진 이야기를 공유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고 말했다./연합뉴스

2014-03-12

“고국 무대에 오르는 기분 다시 태어난 것 같죠”

가수 계은숙(53)은 공연 전 단장에 한창이었다. 지난 8일 저녁 서울 광진구 광장동 쉐라톤그랜드워커힐 호텔에서 일본 팬 500여명을 위한 디너쇼를 준비 중이었다.분장실에서 계은숙의 메이크업을 하던 남자 스태프가 “형, 아니 누나”라고 말을 바꿀 정도로 그의 성격은 가식 없이 호탕해 보였다. 바쁜 와중에도 집에서 싸온 김밥, 과일을 먹으라며 살갑게 기자를 챙겼다.1980~90년대 일본에서 `엔카의 여왕`으로 군림한 계은숙이 32년 만에 국내 활동을 재개했다. 이달 말 국내에서 `주문`, `꽃이 된 여자`, `가지말아요` 등 신곡 3곡과 `기다리는 여심`, `노래하며 춤추며`, `나에겐 당신밖에` 등 과거 히트곡 3곡 등 총 6곡이 수록된 음반을 발표한다. 신곡을 일본어로 녹음해 4월 중순 일본에서도 출시한다.단장을 마친 계은숙은 가슴에 화려한 장식이 수 놓인 주황색 드레스에 금색 구두를 신고 인터뷰 자리에 앉았다. 1977년 럭키 샴푸 광고 모델로 데뷔한 스타답게 고운 피부와 화사한 미소는 변함 없었다.그는 1979년 발표한 `노래하며 춤추며`로 이듬해 MBC `10대 가수가요제`에서 신인상을 받으며 스타덤에 올랐지만 1982년 돌연 일본으로 건너갔다. 이어 1985년 `오사카의 모정`으로 일본 가요계에 데뷔해 1988년~1994년 NHK `홍백가합전`에 7회 연속 출연했고 1990년에는 일본 레코드 대상인 `앨범 대상`을 받으며 `엔카의 여왕`으로 사랑 받았다.그는 일본행에 대해 “여자로서 사랑에 실패했다”며 “외롭고 힘든 시련이었지만 이겨내니 뜨거운 가슴을 안고 노래하는 여자가 될 수 있었다”고 웃었다.고국 무대에 오르는 의욕은 대단해 보였다.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활동하기 위해 일본 활동 재개도 추진 중이며 앞으로 동남아시아 시장으로 무대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다시 태어난 느낌이죠. 젊어지는 기분이고요. 제 고향이니까요. 국내 팬들과 라이브 무대에서 만나면 가슴이 뜨거워질 것 같아요. 지난해 처음 방송 무대에 섰을 때 눈물을 흘렸어요. 고국 팬들에게 정말 순수하게 다가가고 싶습니다.” 활동을 재개한 가장 큰 이유는 아흔 살 고령인 어머니였다. 그는 당뇨와 알츠하이머로 투병 중인 어머니에게 한국에서 다시 노래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계은숙이 약 26년의 일본 생활을 정리하고 한국에 돌아온 건 지난 2008년. 2007년 불미스런 일로 일본에서 재판을 받은 후 비자 연장이 거부되자 귀국해 5년 동안 칩거 생활을 했다. 그간 우울증 치료를 받았다는 얘기도 흘러나왔지만 지난해 여름부터 활동 재개를 준비했다.“지난 30여 년간 이렇게 쉬어본 적이 없다”는 그는 “어머니에게 못다 한 딸 노릇을 하고 싶어 평범한 시간을 보냈다. 또 국내 가요계도 세대가 바뀌어 공부가 필요해 나에게 충실한 시간을 보냈다. 바삐 가지 말고 이젠 좀 천천히 가고 싶다”고 웃었다.그는 지금의 K팝 가수들이 활동하기 훨씬 이전 물꼬를 튼 원조 한류 가수.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전 총리가 팬클럽 회원이었을 정도로 대중적인 사랑을 받았다.그는 희로애락이 있던 자신의 가수 인생을 담은 자서전을 준비 중이다. 주제는 `휴먼`으로 한국과 일본에서 출간하는 걸 목표로 며칠 뒤 작가 미팅을 한다.그는 “사람이 사는 모습이 다 예쁘고 아름답지 않다”며 “사랑받는 사람으로서 부족함이 있던 내 모습에 상처받은 분들을 위해 기쁨, 슬픔, 아픔이 있던 옛 이야기를 모두 풀어낼 생각이다. 난 팬들의 사랑이 끊기지 않았기에 존재할 수 있었다. 내 이야기가 여전히 시련 속에서도 성취하기 위해 각기 다른 모습으로 뛰는 사람들에게 공감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저에게 노래는 인생입니다. 여전히 다시 태어나는 시간을 갖게 해줬으니까요. 이제 나이가 들어 쉽지 않겠지만 진정성 있고 진지한 마음으로 활기찬 노래를 들려주고 싶어요.” 인터뷰를 마치고 잠시 기도하는 시간을 가진 그가 무대에 올랐다. 세월에 녹슬지 않은 특유의 허스키한 음색으로 히트곡을 열창하자 객석에서는 큰 박수가 터져 나왔다. /연합뉴스

2014-03-11

`300:제국의 부활` 개봉 첫주 박스오피스 정상

할리우드 영화 `300`의 속편 `300:제국의 부활`이 리암 니슨의 `논스톱`을 누르고 개봉 첫 주 주말 박스오피스 정상에 올랐다.10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300:제국의 부활`은 지난 7~9일 사흘 동안 전국 720개 관에서 66만 1천909명(매출액 점유율 40.7%)의 관객을 모아 1위를 차지했다. 6일 개봉한 이 영화의 누적 관객 수는 78만2천906명이다.지난주 1위였던 `논스톱`은 508개관에서 39만5천833명(22%)을 더해 2위다. 지난달 27일 개봉해 누적 관객수는 146만4천427명이다.심은경 주연의 `수상한 그녀`가 345개 관에서 14만5천181명(7.8%)을 더 모아 누적 관객은 842만7천650명이다.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은 `노예 12년`이 두 계단 올라서 4위다. 316개 관에서 10만8천202명을 더해 누적 관객 29만9천554명을 기록했다.`폼페이:최후의 날`은 세 계단 밀려난 5위. 383개 관에서 9만7천98명을 더해 누적 관객은 131만418명이다.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은 421개관을 지켰지만 9만6천여명을 더하는 데 그쳐 전 주보다 한 계단 내려선 6위를 차지했다. 누적 관객은 1천19만 4천484명이다.김강우 주연의 `찌라시:위험한 소문`이 세 계단 내려선 7위다. 7만8천여명을 더해 누적 관객은 118만1천334명을 기록했다.`다이애나`가 8위,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이 9위, `신이 보낸 사람`이 10위다. /연합뉴스

2014-03-11

美WP, 中 `별그대 열풍` 1면에 집중조명

인기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약칭 별그대)가 중국에서 새로운 한류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미국 유력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이를 1면에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워싱턴포스트는 8일(현지시간) `한국의 드라마가 중국의 모범이 될까`(Could a Korean soap opera be China`s guiding light)라는 제목의 중국발 기사를 주연배우 전지현, 김수현의 사진과 함께 1면에 실었다.신문은 “중국은 최근 테러 사건에 정부 부패, 경제성장 둔화 등 수많은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면서 “그런데 최근 열린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兩會)에서 가장 관심사는 한국 드라마 열풍이었다”고 전했다.그러면서 최근 `별그대`의 한 장면 때문에 중국에서 프라이드 치킨의 매상이 크게 늘어나고, 지방의 한 임신 여성이 밤늦게 치킨과 맥주를 먹다가 유산 위기에 놓이기도 했다는 현지 언론 보도를 소개했다.워싱턴포스트는 한 외계인이 400년전에 우연히 지구에 도착해서 스타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는 드라마의 설정이 서구 시청자들에게는 이상하게 들릴 정도지만 중국에서는 지도자들이 왜 중국은 이런 히트작을 만들지 못하느냐고 한탄하고 있다고 전했다.특히 한국 드라마의 엄청난 인기는 지난 2008년 드림웍스의 애니메이션 영화 `쿵푸팬더` 이후 또다시 자국 문화에 대한 중국인들의 자부심에 큰 타격을 줬다고 지적했다.이밖에 정치국 상무위원인 왕치산(王岐山) 중앙기율위원회 서기가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분임토의장에서 `별그대`를 극찬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2014-03-10

“가질 수 없는 남자 표현하려 했죠”

“영화 `타짜`에서 김혜수 선배 대사 가운데 `저 남자 내가 가질 수 없는 건가`하는 부분이 있어요. 고개를 끄덕였죠. `가질 수 없는 남자는 굉장히 갖고 싶겠구나`라고 생각했어요. 어찌 보면 도민준은 천송이에게 무릎 꿇기 전까지 정말 가질 수 없는 남자잖아요. 그런 부분을 표현하려 했죠.”최근 종영한 SBS 수목극 `별에서 온 그대`에서 도민준 역을 맡아 열연한 김수현(26)은 인터뷰에서는 먼저 웃음 많은 청년의 모습을 보여줬다. 21부작 드라마에서 어색함 없이 400살이 넘은 남자를 연기했다는 사실이 상상되지 않을 정도였다.하지만 자신의 각오, 책임, 목표를 돌아볼 때는 드라마 속 도민준의 진중함도 느껴졌다.최근 서울 중구의 한 호텔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김수현은 “(촬영하며) 잠을 좀 못 자기는 했지만 많은 분이 관심을 가져주셔서 행복하게 마쳤다. 작품을 아주 뜨겁게 잘 마무리 할 수 있어서 너무 행복했다”고 소감을 밝혔다.외계인과 톱스타의 사랑을 그린 드라마에서 그는 초능력으로 연인을 지키는 영웅적인 모습이나 타인에게 무관심했다가 사랑에 빠지면서 유치하게 변하는 모습으로 시청자의 마음을 흔들었다.자신과 도민준의 차이와 공통점을 묻자 한참을 고민한다. 대답에서 `민준이 형`이라고 칭하는 모습이 얼마나 캐릭터를 친근하게 느끼는지 보여줬다.“(차이는) 민준이 형은 굉장히 아는 게 많고 저는 많은 공부가 필요한 상태라는 점이죠. 공통점이라면…도민준의 진중한 모습이 저와 닮은 것 같아요.(웃음)”그는 “나는 다른 사람이 보기에 `집요하다`고 말할 수 있는 성격인 것 같다. 그런 부분이 연기할 때 많이 도움된다고 생각한다”며 “감정을 집요하게 표현하려 노력하면서 감정선이 이어지고, 그런 부분을 시청자들이 느껴주시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자평하기도 했다.작품에서 도민준은 초능력 보유자다. 시간을 멈추고, 멀리 떨어진 사물을 움직이고, 순간 이동도 한다. 실제 갖고 싶은 초능력이 있을까.“시간을 멈추는 능력도 좋고, 순간 이동 능력도 참 좋은데요…순간 이동 능력이 있으면 참 좋을 것 같습니다. 집에도 빨리가고 어디에 갑자기 나타나기도 하고요.(웃음)”그는 “초능력을 쓰는 장면을 연기할 때 견디기 어려운 적이 많았다”며 “스태프나 동네 주민들이 다들 쳐다보는데 나 혼자 눈을 부릅뜬다든가 하는 연기가 쉽지만은 않았다”고 속사정을 털어놓았다.영화 `도둑들`에 이어 다시 만난 전지현과의 연기 호흡은 어땠을까.“편했어요. 누나가 성격이 쾌활해서 현장 분위기도 좋았죠. 누나와 연기하면 참 몰입이 잘 돼요. 누나가 이번에 캐릭터 준비를 많이 하셔서인지 `최고의 천송이와 함께하고 있다`고 자주 생각했어요.”그는 천송이 같은 연인이 실제 있으면 어떻겠냐는 물음에는 “대본만 봐도 천송이의 행동이 귀여워 죽겠더라. 그렇게 이쁘고 발랄한 여자친구가 있으면 정말 좋을 것 같다”면서도 “물론 피곤할 것 같기도 하다. 그런 여자를 감당하려면 성격이나 능력이 정말 도민준 같아야…”라며 장난스럽게 말끝을 흐렸다.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을 묻자 과감하게 키스신을 고른다.“에필로그로 나온 호수 장면이 기억에 남습니다. 시간을 멈춘 상태에서 도민준이 천송이에게 가서 손을 잡고 키스하는 장면이 참 따스하게 느껴져서 좋았습니다.”그는 “도민준이 키스를 하면 기절하는 캐릭터니 능숙하게 보여야 하나 어설프게 보여야 하나 고민했다”며 “딱딱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기도 했지만 시청자들이 소리를 지르길 바라는 마음도 있어서 일부러 `각`을 만들기도 했다”고 고백했다.`별그대`는 최종회 직전까지 커플의 사랑이 이뤄질지에 많은 관심이 쏠렸다. 지금과 같은 `해피엔딩`을 예상했을까.“저는 사실 별그대가 슬프게 끝나길 바랐어요. 어쩔 수 없이 떠나야 하는 도민준이 천송이와 시한부로 사랑하는 모습이었으면 했죠. 정말 눈물, 콧물 흘리며 연기하고 싶었는데 행복하게 잘 마무리가 됐네요.(웃음)”그가 최근 주연으로 출연한 작품들을 돌아보면 `해를 품은 달`과 `은밀하게 위대하게`, `별그대`까지 연타석 홈런이다.“작품 운이 참 좋았던 것 같아요. 제가 맡은 캐릭터들이 많은 분이 마음을 열 수 있는 특징을 지녔어요. 그래서 사랑받지 않았을까요.”그는 작품을 고르는 기준으로는 “내가 보는 캐릭터의 매력이 작품에 잘 녹아있는지 많이 보는 편이다. 지금까지 그런 캐릭터를 잘 만났다”고 되돌아봤다. /연합뉴스

2014-03-10

다큐 `제주의 영혼들` 시카고 평화영화제 초청

4·3사건에서 강정마을 해군기지 사태까지 제주의 아픈 현대사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제주의 영혼들`(The Ghost of Jeju)이 2014 시카고 세계평화영화제(Peace on Earth Film Festival)에 초청됐다.미국의 독립영화 감독 레지스 트렘블레이가 미국 정부의 군사주의적 특성에 관한 비판적 시각을 가지고 제작한 총 80분 분량의 이 영화는 오는 8일(현지시간) 낮 12시부터 시카고 컬추럴센터 클라우디아 캐서디 극장에서 상영될 예정이다.세계평화영화제 측은 `제주의 영혼들`에 대해 “놀랍고도 불편한 진실을 말해주는 영화”라면서 “2차 세계 대전 이후 한국에서의 미국의 존재에 관한 이야기이며 미군이 자행한 끔찍한 만행을 들춰낸다”고 소개했다.`제주의 영혼들` 제작진은 웹사이트를 통해 “이 영화는 기밀로 분류된 사진과 영상, 문서들을 이용해 만들어졌다”며 “1947년 당시 자신의 부모·조부모가 했던 대로 미군에 반대하며 싸우고 있는 용기있는 강정마을 사람들을 다룬 최초의 영어 다큐멘터리”라고 밝혔다.이들은 4·3사건을 “자결권·사회정의·통일·생존을 위해 싸우는 사람들에게 폭력을 쓴 추악한 사건”이라고 설명한 뒤 “제주 사람들은 미국의 아시아 중시 정책(Pivot to Asia)을 위한 대규모 해군기지 건설에 반대하며 400년 역사를 가진 마을공동체, 유네스코가 지정한 생물권보전지역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고 전했다.이어 “이 불굴의 의지가 `평화·정의·사랑`이 세계 공존에 꼭 필요하다고 믿는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고 동기를 부여할 것”이라고 기대했다.영화에는 작년 여름 제주도를 방문한 올리버 스톤 감독, `한국전쟁의 기원` 저자 브루스 커밍스 시카고대학 석좌 교수, 문정현 신부 등이 나와 4·3사건과 강정마을 사태에 대한 의견을 피력한다.시카고 세계국제영화제는 평화·비폭력·사회정의·환경보호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고 독립영화제작자들을 독려하기 위한 목적으로 지난 2008년 설립됐다.올해 상영작으로는 피처 다큐멘터리 부문에 `제주의 영혼들` 포함 총 6편, 쇼트 다큐멘터리 부문에 10편 등 총 30편이 선정됐다.6일 개막한 제6회 시카고 세계평화영화제는 9일까지 계속된다. /연합뉴스

2014-03-07

“오랜만의 영화… 심리적 압박 컸죠”

예능 프로그램 `꽃보다 누나`에서 확실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드라마에선 20대 청춘과 사랑에 빠지기도 한다. 오랜만에 스크린에 나들이했다. 이쯤 되면 아마 제2의 전성기라 해도 틀린 말을 아닐 거다. 배우 김희애(47) 얘기다.“누군가 제8의 전성기라고 그러더라고요. 운동도 하고 피부관리도 받지만 제 얼굴 보면 세월이 어디 비켜가겠어요? 늘 마지막 촬영이 될지 모른다고 생각하면서 촬영에 임해요.”영화 `우아한 거짓말`로 스크린에 복귀한 김희애는 지난 4일 서울 중구 태평로의 한 호텔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영화로 그의 모습을 보는 건 문성근과 호흡을 맞췄던 `101번째 프로포즈`(1993) 이후 21년 만이다.너무 오랜만이어서 그랬을까? 김희애는 영화를 보고 나서 펑펑 울었다고 한다. “눈물이 별로 없는” 그녀로서는 이례적인 일이다.“영화 찍으면서 아이들이 어떻게 연기해낼지 걱정했는데, 막상 결과물을 보니 너무 잘하는 거예요. 아이들의 연기는 세계적 수준이라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어요. 보통 제 연기를 보느라 영화에 잘 몰입하지 못하는데, 아이들의 연기를 보면서 갑자기 무슨 후폭풍 같은 감정이 일었어요.”`완득이`의 이한 감독과 김려령 작가가 다시 한 번 손 잡고 만든 `우아한 거짓말`(13일 개봉)은 학교에서 따돌림당하던 한 소녀가 자살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유족과 소녀 주변의 이야기가 미스터리 형식으로 진행된다.영화에서 자살한 소녀 천지(김향기)의 엄마 현숙 역을 맡은 김희애는 “아이 키우는 엄마로서 남의 이야기 같지 않았다”며 “겁도 나고, 피하고 싶은 이야기였지만 어딘지 모르게 끝까지 읽게 하는 힘이 (원작 소설에) 있었다”고 말했다.“`완득이`도 그랬어요. 소재는 어두웠지만 영화는 어둡지 않았죠. 실제 삶에서 설사 어두운 부분이 있을지라도 우리는 살아가야 하고, 성숙해져야 하는 거잖아요. 영화가 어두운 부분을 확대하지 않으면서 이야기를 잘 풀어냈다고 생각합니다.”영화에서 김희애는 “쿨한” 엄마로 나온다. 그러나 실제 삶은 그런 “쿨함”과는 거리가 있다. “공부 안 하고 컴퓨터하고 있으면 불안해지고, 자꾸 엄마로서 할 일을 못 한다는 죄책감”이 엄습하는 그런 평범한 엄마다.“아이들과는 떨어져 지내며 자주 안 보는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웃음)”오랜만에 영화 촬영하니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다. 속전속결을 생명으로 하는 드라마와는 달리 영화는 “너무 공을 들여서 찍어 심리적 압박이 더 컸다”고 한다.그는 “여유 있게 촬영을 할 수 있으니, 연기하는 데 드라마보다는 섬세함이 더 필요했다”고 말했다.영화뿐 아니다. 김희애의 활동 영역은 예능과 드라마를 넘나든다. `꽃보다 누나`에 참여하게 된 건 `꽃보다 할배`를 보고 “선배들이 예능의 전면에 나서는 게 반갑고 부러워”서다.“드라마와 영화감독이 점점 젊어지고 있어요. 감독이 젊으니 스태프들도 젊어지기 마련이죠. 그러다 보니 나이 든 분들이 설 자리가 없어요. 한국 영화와 드라마는 그런 점에서 기형적이에요. 어른들이 나올 수 있으면 얼마든지 더 다양해 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영화 촬영을 마친 그는 오는 17일부터 JTBC를 통해 방영되는 드라마 `밀회`에 출연한다. `우아한 거짓말`에서 공무원 준비생으로 나와 감초 역할을 하는 유아인과 함께다. 우아하고 세련된 커리어우먼 여성과 자신의 재능을 모르고 평범하게 살아가던 천재 피아니스트의 사랑을 그린 멜로 드라마다.“유아인씨는 배우로서 매력 있어요. 어린 후배 같지 않았어요. 연기를 하다 보면 모든 장면에서 캐릭터에 빙의 될 순 없거든요. 들어갔다가 나오기도 하죠. 그런데 아인 씨는 완전히 계속 빠져 있더라고요. 그의 연기를 보면서 제가 오히려 머쓱하고, 좀 더 잘해야겠다는 긴장감이 들었어요.”영화부터 드라마 예능까지 누비며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는 김희애. 전성기를 맞은 기분을 물으니 이런 답이 돌아온다.“길게 가는 건 감사한 일이지만 한편으로는 두렵기도 해요. 요즘 자극적인(익사이팅한) 건 무서워요. 왠지 무슨 일이 일어날 것 같기 때문이에요. 담담한 게 좋아요. 예를 들어 화려한 여행지보다는 조용한 시골이 좋고, 화려한 장미보단 길가의 민들레나 코스모스 한 송이가 더 아름다운 것 같아요.” /연합뉴스

2014-03-07

“하고싶던 장르의 음악하니 힘이 나요”

“사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댄스 음악으로 데뷔했지만 항상 록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있었어요. 더 늦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에 하고 싶은 음악을 해봤습니다. 그래서일까요. 노래할 때마다 힘이 나요.”`파워 보컬` 소찬휘가 1년 만에 새 앨범으로 컴백한다. 이번에는 자신이 오랫동안 하고 싶었던 록 장르의 음악으로 음반을 채웠다. 그것도 록의 `뿌리`로 거슬러 올라갔다.지난 3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한 공연장에서 열린 프로젝트 미니 앨범 `네오 로커빌리 시즌` 발매 기자간담회에서 소찬휘는 “고전적이면서도 현대적인 느낌을 줄 것”이라며 “심각하지 않고 즐기는 음악들이다”라고 신곡들을 소개했다.소찬휘는 1996년 1집 `체리시`(Cherish)로 데뷔해 8장의 정규 앨범을 내며 `티어스`(Tears), `보낼 수밖에 없는 난` 등의 히트곡으로 사랑받은 대표적인 여성 보컬리스트다.현재 대학 실용음악과의 전임 교수이자 자신이 운영하는 실용음악학원의 원장으로서 후배들을 가르치고 있기도 하다.타이틀곡 `사랑해서 그런다`를 비롯해 모두 여섯 곡이 수록된 앨범은 후배 뮤지션 로이(김경율)와 함께 작업한 결과물이다. 수록곡 모두를 둘이 공동 작사·작곡·편곡했다. 앨범의 정식 발매일은 4일이다.소찬휘는 이번 앨범에서 자신의 `뿌리`를 찾고자 했다. 그 결과 도달한 장르는 바로 `로커빌리`(rockabilly). 로큰롤과 힐빌리를 결합한 말로 빠른 리듬의 컨트리적 요소가 강한 고전적인 로큰롤 음악을 의미한다.엘비스 프레슬리, 빌 헤일리, 척 베리가 장르의 대표적인 스타 뮤지션이다.“고전적인 셔플(Shuffle·엇박 느낌의 재즈 리듬) 리듬을 많이 썼고 1950년대 느낌이 나도록 악기 사운드도 효과를 줬어요. 그러면서도 빠른 템포로 드럼과 콘트라베이스를 강조했죠. 로커빌리에 현대적인 요소를 가미한 `네오`(새로운) 로커빌리라고 할 수 있어요.”간담회에서 마련된 타이틀곡 무대에서 몸에 달라붙는 검은색 원피스 차림의 소찬휘는 쉴새 없이 이어지는 강렬한 셔플 리듬에 맞춰 끈적거리는 저음부터 가슴이 뚫릴 듯한 샤우팅까지 다채로운 매력을 보여줬다. 공연 중간에는 흥겨운 댄스까지 선보였다.함께 무대에 선 로이가 마치 록밴드의 기타리스트처럼 상체를 신나게 흔들며 줄을 찰싹 때리는 슬래핑(Slapping) 주법으로 검은색 콘트라베이스를 연주하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소찬휘는 “이번 곡은 예전보다 (키를) 조금 낮춘 감이 없지 않지만 템포가 빨라서 노래 부를 때 숨이 차기는 마찬가지”라며 “데뷔부터 내 노래를 부를 때마다 너무 힘들었다(웃음)”고 뜻밖의 고백을 하기도 했다.그는 이어 “데뷔할 때부터 `비주얼`로 호평받지는 못했고…노래 하나만으로 지금까지 왔다고 생각한다”고 진지한 어조로 과거를 돌아보기도 했다.그는 파트너에 대해서는 “로커빌리 장르 분야에서 콘트라베이스를 이렇게 연주하는 베이시스트는 로이 밖에 없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가 음악적으로 조언도 많이 해줬고 음악 스타일도 너무 마음에 들었다”고 치켜세웠다.눈에 띄는 후배 여성 보컬리스트를 꼽아달라 요청하자 에일리와 씨스타의 효린을 꼽는다. 그는 “에일리는 자그마한 체구에서 나오는 소리가 좋다. 실력을 갖췄다. 걸그룹에서는 효린이 눈에 들어왔다. 노래를 제법 잘한다”고 칭찬했다.최근 종영한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주인공 전지현(천송이 역)이 극중 실연의 아픔을 곱씹으며 그의 `티어스`를 열창하는 장면이 화제가 됐다. 소감을 묻자 장난스러우면서도 언뜻 베테랑의 날카로운 자존심이 보이는 답변을 내놓는다.“전지현씨 목소리로 부르는 노래여서 처음에 바로 알아듣지는 못했어요. 역할에 맞춰 온 힘을 다해 부르는 모습이 상당히 좋았습니다. (서로) 시간이 되면 지도를 해 드릴 의향도 있습니다.(웃음)” /연합뉴스

2014-03-06